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3
너의 초식이 보여 223화
사부님이 위독하다(4)
청성파와 아미파 무사들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눈에는 흰자만 보였고, 무조건 상대를 죽이려 들었다.
으아아악.
크헉.
꺄아악.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고루잠을 이용하려는 계획은 버린다. 삼 단계로 가야겠어.’
하운평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앞을 바라봤다.
삼 단계로 가려면, 일단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용성을 비롯한 십여 명을 상대해야 한다.
‘좋아. 저놈들부터 상대한다.’
하운평은 살기를 일으켰다.
그 역시 사부인 파해천의 모습을 본 이후부터 분노가 쌓여 왔었다.
그걸 계속 쌓아놓고만 있었는데, 원흉인 백선회를 보자 폭발하듯 풀어버렸다.
스스슷.
하얀 궤적을 이용해 간단히 한 후, 여의참의 힘으로 간단히 갈라버린다. 참으로 간단한데, 무시무시했다. 절정 고수 한 명이 방어를 했는데도 검과 함께 잘려나갔다.
하운평의 현재 수준은 절정을 넘어선 상태, 전부 죽일 마음으로 마음껏 살기를 터뜨리자 여의참의 날카로움이 극에 달했다.
이런 하운평의 무공을 보고 모용성은 다시 놀랐다.
‘더더욱 이놈을 없애 버려야겠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게 영영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그는 다짐을 했고, 최선을 다해 하운평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하운평을 죽이기에는 지금도 이미 늦은 상태라는 걸.
한편 손월영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습으로 생각했는데, 땅이 흔들거리고, 노란 결계가 생겨난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도망치던 당수협도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다시 손월영에게 덤볐고, 그걸 보고 깨달았다.
‘유인을 한 거였구나.’
당문이 일부러 도망치면서 유인했다는 걸 깨달았다.
손월영은 급히 몸을 돌렸고, 결계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흑천문주에게도 소리쳤다.
“함정입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흑천문주 역시 백선회의 부회주였던 사람이었다. 머리가 비상했고, 금방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모두 돌아간다. 당문은 무시해.”
흑천문의 무사들은 일제히 몸을 돌렸고, 이번에는 당조가 소리쳤다.
“잡아라. 독과 암기를 아끼지 말고 저들의 발을 잡아라.”
위치가 바뀌었다.
흑천문이 달리고, 그 뒤를 당문이 쫓았다.
배소소와 검노의 상황은 또 달랐다.
검노는 계속 배소소와 싸우려 했고, 배소소는 그를 피해 다녔다.
엄밀히 따지면 검노의 무공 수준이 조금 높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고, 배소소가 피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시간 끄는 건, 너무 쉬웠다.
다만 그들의 이동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어느 순간 사천의 수도 성도(成都)까지 갔었다.
그런 사이 산을 다섯 개나 쪼개고, 언덕을 열 개나 잘라냈다. 대부분 검노의 솜씨였다. 물론 배소소의 강렬한 냉기 덕분에 사천지방에 처음으로 눈을 뿌리기도 했다.
배소소는 시간을 계산해 가며, 다시 결계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된 것을 보았고, 이 단계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아래쪽은 난장판이었고, 수십 명이 죽어 나갔다.
그때 하운평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하늘 높이 있는 배소소가 들을 수 있게 사자후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삼 단계입니다!!”
그 말을 들은 배소소는 방향을 틀었다.
그녀는 더욱 위쪽으로 올라갔다.
이전에는 고루잠을 사로잡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해 날았다. 또 그녀의 손에는 끔찍할 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쌓였다.
고루잠도 이상함을 느끼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배소소의 손에서 냉기가 화살처럼 쏟아졌다.
쏴아아앗.
퍼퍼펏.
고루잠에게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냉기는 달랐다. 급격히 몸통이 얼었고,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그 상태로 충격을 가하자, 고루잠은 하늘에 깨어졌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하얀 파편이 되어 쏟아졌다.
하운평의 예상대로 고루잠이 죽자, 고루투 역시 영향을 받았다.
처음에는 변화가 없다가, 조금씩 고루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고루잠에 잠식되어 있던 청성파와 아마파 고수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게 뭐야?”
“꺅.”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여, 여긴 어디야!”
모두가 당황했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만의 싸움은 멈추게 되었다.
그사이 결계도 사라졌다.
신기수사는 싸움을 피해 결계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이세계의 분열을 닫으려 했다.
모용성도 그걸 알았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어깨만 바라보았다.
하운평의 실력은 확실히 놀라웠다.
그가 데리고 있던 절정 고수들을 모두 죽였고, 자신의 어깨에도 구멍을 내어놓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검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반으로 뚝 부러져 있었다.
그때 손월영이 다가왔다.
“부회주! 뒤로 물러서시오.”
어느새 그녀는 흑천문의 무사들과 함께 돌아와 있었다. 당문의 몇 명을 뒤에 달고 있지만, 아직도 마흔 명이 넘었다.
숫자상으로는 이쪽이 유리했다.
‘아니야. 반대다. 저놈이 있는 한, 우리가 진다.’
모용성은 빠르게 판단했다.
하운평와 싸워본 결과, 만약 손월영과 하운평이 싸운다면, 손월영이 진다. 흑천문의 무사들이 다 덤벼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는 전멸이었다.
‘끄응. 후퇴다.’
어렵지만, 결정을 내렸다. 조금이나마 전력이 남은 상태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려면 검노의 도움이 필요했다.
모용성은 뒤로 물러서면서 손월영에게 말했다.
“조금만 버텨라.”
그리고 하늘 위에 있는 검노를 불렀다.
“선배님!! 선배님!!”
하지만 너무 빨랐고, 검노는 배소소와 싸운다고 정신이 없었다. 모용성은 목이 터져라 소릴 질렀고, 간신히 검노의 관심을 끌었다.
“후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노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용성은 그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선배님!, 그래야 저희도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자 검노는 배소소를 쫓지 않고, 고민하는 기색이 보였다.
한편 손월영은 그런 모용성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모용성과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청성파와 아미파 무사들의 깨어난 건 아쉽지만, 지금 그들은 싸울 정신이 안 되었다.
저기 있는 하운평만 제압하면 된다.
그 정도는 자기 혼자서도 충분했다. 특히 하운평은 지난번에 천학관에서 싸운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잘 싸우긴 했지만, 시간만 있으면 죽일 자신이 있었다. 백번 싸우면 백번 모두 이길 수 있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모르지만, 손월영은 일취월장했다. 검노를 쫓아다니며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봤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흥. 단숨에 죽여주마.’
그녀는 검노의 방식을 참고해서 만든, 자신만의 검술을 선보였다.
‘적벽’이란 이름을 붙였고, 자신의 거대한 검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초식이었다.
휘이이익.
콰콰콰콰.
그녀의 검이 막대한 빛을 뿜어내며 하나의 선을 만들었다.
검의 면적이 넓이서, 마치 넓은 비단이 펼쳐지는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비단에 스치는 순간, 온몸이 조각조각 날 것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비단을 찢어버리는 것이 나타났다.
얇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생긴 것.
마치 바늘처럼 작고 가늘지만, 비단을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거리낌 없이 파고들었고, 손월영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푸우욱.
커헉.
손월영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검만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배신한 적이 없던 두꺼운 검이 반 토막이 나 있었다.
“이, 이렇게 허무하게…….”
손월영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하운평은 그것에 멈추지 않았다. 남은 흑천문의 무사들을 쓰러뜨렸다.
검노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을 굳혔다.
하운평을 죽이고 싶지만, 뒤에서 배소소가 쫓아오고 있었다. 그녀까지 상대하면서 모두를 죽일 수는 없었다.
‘차라리 모용성의 말처럼 살릴 수 있는 놈들을 살리는 것이 낫겠구나.’
검노는 오랜만에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그는 아래로 내려갔다. 쫓아오는 배소소의 공격을 피해서 모용성을 비롯하여 몇 명만 데리고 도망쳤다.
배소소는 그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하운평이 말렸다.
“놔두십시오. 선배님.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습니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에 삼키며 돌아섰고, 하운평은 그녀와 함께 신기수사 봉진태를 찾아갔다.
봉진태는 반갑게 소리쳤다.
“잘 왔군. 후배. 생각보다 분열이 강하다. 이걸 닫으려면, 강한 힘을 필요할 것 같아. 배 선배님이시죠? 선배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내가 어떡하면 되나?”
“제가 신호를 주면 저쪽에 뚫려 있는 푸른 기운을 공격해 주십시오. 하운평 너도 마찬가지다. 저 문을 약화시켜야 내 기진이 통할 것 같다. 그리고 힘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그는 당문의 사람들에게도 소리쳤다.
* * *
한 시진 후, 이세계로 통하는 분열이 겨우 닫혔다.
모두가 녹초가 되어 쓰러졌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신기수사가 입을 열었다.
“제기랄. 힘들어 죽겠다.”
“수고하셨습니다.”
“본래 이렇게 힘들게 될 일이 아니었는데……, 모두 백선회 놈들 때문이야.”
“어떻게 된 겁니까?”
“분열 현상을 발견한 뒤, 여러 가지를 준비했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별 탈 없이 끝날 수 있었지. 그런데 백선회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분열을 더 크게 만들려는 거야.”
물론 신기수사는 반대했다. 그래서 이세계 생물을 막으려고 만든 결계를 치고, 그들이 못 오게 막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 웬일이냐?”
하운평은 대답했다.
“이곳에 독선 님의 경진경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있었지.”
“있었다뇨?”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모두가 놀랐다.
“내 숙소에 경진경을 숨겨두었는데, 백선회 놈들이 와서 털어갔다. 아마 그들이 가지고 있을 거야.”
“끄응.”
여기까지 온 노력이 헛수고가 된 셈이다.
“그런데 경진경은 왜?”
신기수사가 물어보았다. 하운평은 권왕이 독에 중독되었고, 독선이 그 독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신기수사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독선을 찾을 필요도, 경진경도 필요 없다.”
“네?”
“독선께 그걸 알려준 사람이 누구겠냐? 바로 나야.”
“아아, 그럼 혹시 사부님이 무슨 독에 중독되었는지도 아십니까?”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신기수사 아니냐?”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다는 신기수사다웠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 권왕은 독에 중독된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 있는 독이 아니야. 이세계의 독에 중독된 거야.”
“이세계의 독? 정말입니까?”
“나도 책에서 읽은 거지만, 우주에는 수많은 세계가 있다. 그중에는 우리 세계와는 비슷한 곳도 있고, 전혀 반대인 곳도 있지.”
그럼 앞뒤가 들어맞았다.
백선회는 십천간편으로 이세계의 문을 열었었고, 그곳에서 신기한 생물들을 가져왔었다.
그중에 독초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그 독을 누가 만들었을까?
아마도 고독을 관리했던 당만일 가능성이 높았다.
‘휴우. 다행이구나.’
사실 하운평은 백선회 놈들을 모두 죽이려다, 당만만은 살려주었다.
당문 사람들에게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하운평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당만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당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를 데리고 한쪽으로 끌고 갔다.
그사이 당문 사람들은 청성파, 아미파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곳을 정리하고 있었다.
반 시진 후, 하운평은 당만을 당문에게 돌려주었다. 다행히 그에게 해독약이 있었고, 그것에 찾은 후였다.
하운평은 당만이 만든 해독약을 소중하게 품속에 넣었다.
‘이제 무적문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동안 배소소도 체력을 회복했고,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하운평은 살짝 마음이 급해졌고, 두 사람은 신기수사와 당문 사람들을 찾아갔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였다.
그런데 마침 그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