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4
너의 초식이 보여 224화
사부님이 위독하다(5)
당수협이 신기수사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저희 당문의 독선 조부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아십니까?”
“알지.”
“어, 어디로 가셨습니까?”
“그분은…… 이세계로 가셨다네?”
그 말을 듣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신기수사는 한숨을 쉰 후 설명했다.
“휴우. 나도 설마 가실 줄은 몰랐었어. 경진경을 완성하고 며칠 후, 혼잣말로 말씀하시더군. 후사를 위한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라고. 그때는 무얼 뜻하는지 몰랐었지. 그런데 다음 날 깨어나 보니, 분열을 통해 이세계로 넘어가셨더군. 편지만 남기고 말이야.”
미리 준비해 둔 듯, 신기수사는 오래된 편지를 당수협에게 건네주었다.
“그게 당문에게 남긴 편지야. 진즉에 전해줬어야 했는데, 이 일 때문에 가지 못했어. 미안하다.”
“아닙니다.”
“아, 그리고 혹시 오해할까 미리 말하는데. 내게도 편지를 남기셨다. 본인은 신경 쓰지 말고, 이세계로 통하는 분열을 닫으라고 하셨지. 내 편지를 읽어보면 알 거야.”
당수협은 그 편지들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분명 독선 조부님의 글씨체였다.
‘그래서 찾을 수 없었던 거구나.’
하지만 옆에 있던 당조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신기수사에게 물었다.
“혹시…… 그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다시 열 수는 없소?”
“허허. 왜? 다시 열어서 독선 어르신을 따라가고 싶은 거요?”
“아오. 혹여나 할아버님이 돌아오시고 싶은데, 길이 없어 오지 못하실까 봐 걱정돼서 여쭤본 거요.”
“포기하시오.”
그는 단호히 대답했다. 하지만 너무 단호하여 당조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신기수사. 당신은 어떤지 몰라도, 내게는 가족인 분이오. 그렇게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란 말이오.”
“쯧쯧. 본인께서 찾지 말라는 데도 그러네. 그러잖아도 독선 어르신이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봐 걱정하셨소. 그래서 꼭 당문에 가서 설명해 달라고 하셨지. 지금 설명할 테니 잘 들으시오. 아주 중요한 내용이오.”
신기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주는 그 하나로 이미 완성된 존재요. 우리 세계와 이세계는 전혀 다른 우주이고, 만나면 완전이 불완전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되어. 그러니 만나면 안 되고, 만날 필요도 없는 거지.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시겠소?”
“난 이해가 안 되는데, 이미 분열이 일어났잖소? 분열이 일어났다는 건, 두 우주가 벌써 만나고 있는 거고, 연결점이 생겨났다는 뜻이잖소?”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요. 어떤 계기로 인해, 두 개의 우주가 연결점이 생겼으니까. 어서 그 연결점을 없애야지, 더 키운다면 결국 두 개의 우주가 만나게 될 거요.”
지금까지 듣고 있던 하운평이 물었다.
“만약 두 세계의 연결점이 커져서, 정말 두 세계가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 옛날, 노천대군이 천부경에는 책에 이런 글을 남겼다. 두 개의 우주, 두 개의 세계가 만나면, 충돌하게 될 거고, 결국 둘, 혹은 어느 한쪽은 무너질 거라고.”
세상이 무너진다?
멸망한다는 뜻인가?
하운평은 문득 염마왕이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칫 이쪽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 나를 선택했고, 다시 살려주었지.’
그럼 두 우주가 부딪치는 걸 막아야 하는 건가? 충분히 고민할 만한 내용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지만, 하운평은 나중에 신기수사와 만날 것을 약속했다.그리고 하운평과 배소소는 하늘을 날아서 떠났다.
그리고 청성파와 아미파 무사들은 자파로 돌아갔고, 당문 역시 당만을 데리고 돌아갔다.
신기수사만은 아쉬운 마음에 이곳에 남았고, 자신의 숙소를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푸른색 공간이 열렸다.
그것은 이세계로 통하는 분열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크기는 작고, 둥근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다른 한 사람을 들고 있었는데, 죽은 줄 알았던 손월영이었다.
아무도 몰래 그가 빼돌린 것이다.
죽기 직전이었지만,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다.
남자는 손월영을 바닥에 눕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고 싶으냐?”
손월영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운평에게 복수를 하고 싶으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꺼내었다. 노랗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그럼 이걸 삼켜라. 너에게 무한한 힘을 줄 것이다. 하운평 따위는 금방이라도 죽일 수 있는 힘이지.”
손월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힘도 없었다.
하지만 입을 벌렸고, 남자는 보석을 넣어주었다. 손월영은 겨우 그 보석을 삼킬 수 있었다.
꿀꺽.
“으으윽.”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워했다. 그 반대로 그녀의 몸은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었다.
남자는 손월영의 상태를 살피면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는 창신 노광이었다.
* * *
하운평과 배소소는 무적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해독약을 파해천에게 먹였다.
단약 형태였는데, 입에 넣자마자 녹았고 쉽게 흡수된 것 같았다.
분명 효과는 있었다.
하얗던 파해천의 안색이 붉게 돌아왔고, 그의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자 하운평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왜지? 뭐가 잘못된 걸까?”
그는 당만에게 받은 해독약을 바라봤다.
아직 다섯 개가 남았고, 하나 더 먹여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주환상 의원이 반대했다.
“이건 양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볼 때는 해독약이 완벽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다고요?”
그러고 보니 당만을 심문하고, 그의 마음을 읽을 때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일단 당만은 남만에 간 적이 없었다.
직접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가 독을 만들고, 열두존자에게 사용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권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열두존자 중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분명 뭔가 빠뜨린 것이 있다. 그래서 사부님이 깨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만에 가야겠구나.”
파해천은 남만에서 일을 당했고, 그곳에서 독에 중독되었다. 정확히 알려면 그곳에 가서 능력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사실을 무적문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배소소에게도 부탁했다. 남만에 빨리 가려면 그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다행히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리고 선배님만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됐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떤 불만이나 어려움은 토로하지 않았다.
“걱정 말고, 넌 네 사부의 치료에만 신경 써. 그리고 아직 반모란 당주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갈세가에도 가 보는 것이 어떠냐?”
“그래 주시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하운평은 진정으로 고마워했다.
하지만 다행히 제갈세가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반모란 당주는 다음 날 돌아왔고, 손님까지 데려왔다.
제갈세가의 제갈소미였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언제나 냉정하고, 무뚝뚝한 표정이었는데,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리고 하운평을 보자마자,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야! 너 때문이야!”
그리고는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정말로 죽이려는 듯, 살기까지 느껴졌다.
주변에 있던 반모란 등을 비롯한 무적문의 고수들이 말리려 했지만, 하운평이 피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놔두세요.”
그는 이미 제갈소미의 마음을 읽었고,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 무슨 생각으로 검을 휘두르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분풀이를 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피하면서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일각 후, 마침내 그녀는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흐흑흑. 너 때문이야. 하운평. 네가 그따위 지도를 주는 바람에, 우리 가문이 망한 거라고. 흑흑.”
열두존자인 권왕 파해천조차 위독한 상황이었다. 같이 있던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괜찮을 리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몰살당했다고 한다. 살아온 사람은 겨우 십여 명, 그들도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사방천수도때문이다.
그 지도 한 장 때문에 제갈 세가는 막대한 양의 금력, 인력을 쏟아부었고, 멸문 직전까지 이른 셈이다.
그리고 그 사방천수도를 준 사람이 하운평이었다. 제갈소미 입장에는 원망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물론 하운평도 일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었고, 그는 지금 후회하는 중이었다.
제갈소미가 진정되자, 하운평은 그녀에게 약속했다.
“분명 내 책임이 있지. 과거를 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도와줄게. 제갈세가가 재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어. 일단 금 백 냥을 보낼 테니, 필요한 것을…….”
“됐어. 돈은 됐고, 남만에 간다고 했지? 나도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하운평은 말리고 싶었지만, 제갈소미는 워낙 단호했다.
그녀의 고집을 생각하면, 말릴 수도 없었고, 그녀도 남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가 있었다.
“좋아. 같이 가자.”
결국 제갈소미를 비롯하여 제갈 세가의 장로 한 명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하운평은 떠나기 전에 무적문의 중요인사들이 찾아왔다. 다들 남만으로 같이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특히 총당주 호병안과 반모란이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하운평이 반대했다.
“두 분은 안 됩니다. 무적문을 유지할 수 없어요.”
“하지만 소문주님을 혼자 보낼 수는 없습니다. 문주님도 그렇게 되셨는데.”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곳에서 문주님도 그렇게 되셨는데, 두 분이 간다고 달라지겠습니까? 피해만 더 커질 겁니다.”
“으음.”
하운평은 그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리하진 않을 겁니다. 해독할 수 있는 방법만 찾아서 돌아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소문주님.”
방 총관이 말했고, 하운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음으로 말했다.
[만약에…… 만약 제가 돌아오지 못하고, 사부님께서 깨어나지 못하신다면…… 그때는 무적문의 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방 총관은 깜짝 놀라 하운평을 바라봤다. 하운평은 계속 말했다.
[저희 두 사람이 없다면, 무적문 전체를 이끌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너뜨릴 순 없죠. 수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러니 천천히 분열시키는 겁니다. 정확한 방법은 제 방 탁자 위에 두었으니, 총관님이 챙겨주세요.]방 총관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운평은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드디어 난만으로 갈 인원이 꾸려졌다.
하운평과 배소소, 무적문의 금면공 진수백 당주와 팔방웅패 강진수를 비롯해 일류고수 네 명, 그리고 제갈세가의 제갈소미와 제갈강이었다.
이렇게 열 명이 정해지고, 곧바로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미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보 단체에 의뢰한 것이 이제 도착한 것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제갈소미가 제일 놀랐다.
“이, 이런 내용이 벌써 무림에 퍼졌다고요?”
“네. 그리고 발 빠른 문파들은 이미 남만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무림에 소문이 퍼졌다.
{사방천수도가 나타났다. 제갈세가에서 사방천수도를 해석했으며, 남만의 유적 중에서 흔적을 찾았다.
유적 안에 사방천수도의 보물들이 숨어 있지만, 발굴은 실패했다. 현재 제갈 세가는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런 소문들이 대륙 전역에 퍼지고 있었다.
제갈세가에서 그토록 막으려 했던 일이 너무나도 쉽게 퍼진 것이다.
하운평이 방 총관에게 물었다.
“이상하군요. 사천 문파들을 제외하고, 다른 문파들이 남만까지 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겁니다. 그런데 발 빠른 곳은 벌써 남만에 도착했다고요?”
“네.”
“그럼 그들은 한 달 전에 이미 이 소문을 들었다는 건데, 왜 우리는 모르고 있었죠?”
“일단 그 소문은 한 달 전부터 암암리에 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저희는 문주님의 병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고요. 남만에서 벌어진 일들은 제갈 세가를 통해 알아내려 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죠. 얼마 전에 그들에게 남만에 관한 정보를 요청한 겁니다.”
“으음.”
“게다가 지금 남만에 가장 많은 인원을 보내고 있는 곳이 바로 정보 단체들입니다. 이건 따로 들은 이야기인데, 그들이 정한 문파를 제외하고는 남만에 관한 정보를 일부러 늦게 보내줬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제갈소미가 물었다.
“그들이 정한 문파요? 그 기준이 뭔가요? 저희는 무영문, 개방과 거래를 계속 했었고, 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혀 들은 것이 없었습니다.”
“이건 풀어서 설명드려야겠군요. 사방천수도에 관한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한 곳은 총 네 곳입니다. 무영문, 개방, 하오문, 흑점이었죠. 하지만 그들의 무력은 세지 않았고, 홀로 유적으로 가지 못한 겁니다.”
오대문파 중 하나라는 제갈 세가도 실패했었다.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판단했고, 협력할 수 있는 문파를 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