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6
너의 초식이 보여 226화
남만(2)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유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네 개의 진영은 서로를 견제하는 듯 보였고, 각자 비밀리에 유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하운평 일행이 도착하자, 모두가 경계했다.
힐끔거리며 바라봤지만, 하운평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렇게 유적을 둘러보면서 반가운 사람도 만났다. 무영문과 소림사, 화산파 진영 쪽에서였다.
“무헌 대사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오. 하운평 시주님.”
과거 혈교의 서중곤을 쫓아갈 때, 만났던 소림사 고수였다.
여전히 불곰같이 크고 우락부락했으며, 인상은 아기곰 같이 순했다. 그리고 하운평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유적 탐사를 위해 오신 건가요?”
다른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면, 질투와 경계가 섞여 있겠지만, 무헌 대사는 달랐다.
정말로 반갑고,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하운평도 솔직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다른 조사를 위해 왔습니다. 제갈 세가, 당문 사람들과 함께요.”
무헌대사는 영민한 인물이었다.
제가 세가의 사람들을 보고, 제갈세가의 비극에 대해 조사하러 온 것을 깨달았다.
특히 제갈소미는 그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무헌대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미타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제갈 소저.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전 괜찮습니다. 대사님.”
제갈소미는 딱 잘라 대답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더욱 딱딱하고, 냉정히 말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헌 대사 역시 더 이상의 말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다시 하운평에게 물었다.
“항간에 무적문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권왕께서도 다치셨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다소 조심스러운 말투에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독에 중독되셨고,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저희는 독에 걸린 곳이 이곳 남만이고, 유적 탐사 중에 그런 일이 발생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파악하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아미타불. 어서 쾌차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사님. 사실,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곳 유적은, 무림 오대 세가 중 하나인 제갈 세가와 열두존자 중 한 명인 제 사부님께서 실패하신 곳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곳 유적 탐사는, 아주 신중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분들께도 이 사실을 전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경고 차원에서 알린다는 뜻입니다.”
“그럼요. 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권왕이 다쳤다는 소문은, 무적문의 입장에서는 해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숨기려고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려질 내용이고, 무엇보다 지금 유적을 탐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급함이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물을 찾아야 한다는 경쟁심리 때문이었고, 심지어 유물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는 급진주의자들도 있었다.
하운평은 그들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성공했다.
권왕에 관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급진주의자들의 말이 쏙 들어갔다.
조금 더 신중해졌다는 걸 느끼면서 무헌 대사는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모두 하 시주님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곳에 열흘 정도 계셨다고 들었는데요. 작은 단서라도 얻으셨나요?”
무헌 대사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안타깝게도, 단서는 못 찾았습니다. 이 독특한 모양의 유적은 소승도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모르시고, 무엇보다 이 유적에는 입구가 없습니다. 열흘이 무색하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지요.”
하운평도 조금 전까지 유적의 이곳저곳을 돌면서 여러 곳을 만져보았다. 능력을 이용하면서 유적의 기억을 읽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정말 이상하군.’
제갈 세가에서 몇 년간 발굴했던 곳이다.
가장 최근에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일까지 있었는데 어떻게 기억이 하나도 없는 걸까?
이렇게 독특한 유적이라면 분명…….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여기가 아닌가?’
입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운평은 다니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무헌대사가 하운평과 그 일행들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걸어오셨다면, 굉장히 피곤하실 겁니다. 조사는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하시고, 오늘은 푹 쉬시지요. 내일은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행히 저의 진영 쪽에 천막이 조금 여유가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무헌 대사님.”
이어서 하운평은 일행들에게 말했다.
“대사님, 말씀대로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조사하도록 하죠.”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말한 뒤, 산책한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유적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가면서 멀리 돌아다니려 했다.
그때 제갈소미가 따라왔다.
“어딜 가는 거야?”
하운평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냥 주변이나 한번 둘러보려고.”
“왜?”
“유적 주변에는 단서가 없다고 하니까, 멀리 가 보는 거지. 그런데 너는 안 피곤해? 좀 쉬지 그래.”
“피곤하지만, 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둘러볼 거면, 나랑 같이 가자.”
사실 제갈소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일행 중 무공과 체력이 가장 약했고, 풍토병에 걸려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제갈세가가 실패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 일념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따라와 봤자 방해만 될 텐데.’
하지만 그녀의 심정은 알기에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쫓아오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나도 같이 가지.”
당수협이었다.
그는 뭔가 묘한 눈빛으로 하운평을 봤고, 설득해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결국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마음대로 해.”
그는 빠른 속도로 걸었고, 곧 유적을 뒤로하고 이곳을 벗어났다.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았고, 두 사람 역시 말없이 하운평을 따라갔다.
하운평이라면 왠지 방법을 찾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하운평은 그 기대에 부흥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계획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 범위를 넓혀 사물을 기억까지 읽으려 했고, 그러다 누군가 유적에 관한 단서를 얻었다는 걸 알았다.
지금 그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곧바로 그를 찾아갔겠지만, 지금은 당수협, 제갈소미가 쫓아와서 일부로 멀리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일각 이상 걷다가 만난 사람은 탄자입 부족의 바로이였다.
“어, 바로이 아직 안 갔어?”
하운평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바로이는 몰래 과자를 먹던 아이처럼 놀라며 대답했다.
“그, 그게 조금 이상한 일이 있어서 못 갔다.”
“이상한 일이라니? 뭔데?”
하운평은 알면서도 물었고, 따라오던 두 사람도 그제야 관심을 보였다.
바로이는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대립나가…… 움직이는 것 같다.”
“움직인다고? 이렇게 큰 유적이?”
“그래.”
당수협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다만 하운평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너희들 눈에는 여기 나무들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우린 다르다. 나무의 종류가 다르고, 형태가 다르다. 우린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이 직곤나라는 식물이 대립자의 동쪽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립나의 남쪽에 있다. 그 많은 나무를 옮기지 않았다면, 대립나가…… 움직이는 것이다.”
“남쪽에도 똑같은 직곤나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제갈소미가 대답했고, 당수협과 마찬가지로 바로이가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운평은 달랐고, 바로이를 믿었다.
“좋아. 그럼 가 보자.”
“어딜?”
“네가 생각하고 있는 대립나의 위치 말이야. 예전에 대립나가 있던 곳이라고 해야하나? 직곤나 동쪽에 있었다며? 그걸 이용한다면, 추정해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으음. 그래. 가능은 하다. 그런데…… 너는 내 말을 믿는 건가?”
바로이조차 본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운평이 믿어주자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의 직감이란, 가끔씩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거든. 게다가 지금은 유적 쪽이 완전히 막혀 있어. 뭐든지 확인해 봐야지.”
“좋다. 따라와라.”
바로이는 앞장서서 걸었고, 하운평을 포함한 두 사람은 그를 따라갔다.
거의 반 시진은 달린 것 같았다.
날은 어두워지고, 큰 나뭇잎 때문에 달빛 아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용케 바로이는 쓰러지지 않고, 잘 달렸다.
그러다 마침내 바로이의 걸음이 멈추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 근처인 것 같다.”
솔직히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 비슷해 보였다. 똑같은 밀림이었고, 특별난 점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유적과 비슷한 형태의 돌은 부스르기도 없었다.
“역시, 내가 착각한 건가?”
주위를 둘러보던 바로이는, 자신이 잘못본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하운평도 능력을 사용했지만, 특별한 잔념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때였다.
하운평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산바람이 피부를 간질거리는 느낌.
하운평은 손을 뻗어 그 느낌을 찾았고, 커다란 나무 앞에 섰다. 겉으로 보기에는 옆에 있는 나무들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그 나무를 만진 순간, 하운평은 소름이 돋았다. 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강렬한 잔념이 느껴졌다.
[서쪽 탑은 이대로 땅에 묻는다. 그리고 대신 북쪽 탑을 세워야겠다.] [적혈주 님, 경축드립니다. 제물이 훨씬 더 늘어나겠군요.] [아직도 부족하다. 사방천수문을 완성하려면, 최소 천 명은 더 있어야 해.]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아예 사방천수도에 관한 소문을 중원에 퍼뜨리는 건 어떻습니까? 탐욕스러운 멍청이들은 이쪽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호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구나.] [그리고 북쪽 탑의 입구를 계속 닫아놓는 겁니다. 두세 달만 있으면 천 명 정도는 모일 테고, 그때 문을 열어놓고, 제물이 제단으로 가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나머지는 그것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요.] [후후후. 좋다. 제백기. 너에게 맡기겠다.] [믿어주십시오. 적혈주님. 적혈주님이 만든 이 신전, 누가 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성공시키겠습니다.]그때 하운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들이 쏟아졌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 사방천수도가 적혈주와 연관이 있다. 게다가 그 적혈주가 어떤 유적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이, 적혈주는 생명을 제외한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하더니, 설마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는 건가? 그럼 제갈 세가와 사부님이 당한 것도 적혈주와 연관 있는 게 분명하다.
삼, 앞으로 이곳에 도착하는 사람들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탑이라 불리는 곳에 입구를 막는다고 했다. 즉 입구가 있다는 뜻이고, 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쪽 탑은 땅속, 지하에 넣었다고 하는데……. 혹시 땅을 파면 될까?’
그 입구를 찾기 위해 땅을 파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하운평은 유적을 입구를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혹시 몰라 바닥에 손을 대고, 능력을 사용했다. 땅속 지하에 있는 입구를 찾기 위해서였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