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7
너의 초식이 보여 227화
남만(3)
하운평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이, 제갈소미, 당수협도 각자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떡할까? 저들 몰래 들어갈까? 아니면 저들을 데리고? 차라리 유적에 온 사람들에게 알리고, 모두 함께 들어가는 편이 나을까?’
희생을 줄이려면 혼자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상대는 적혈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혼자서는 위험했다. 어느 정도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때 바로이가 소리쳤다.
“여기 뭔가 이상하다.”
그는 키가 아주 큰 나무 앞에 서 있었다.
밀림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큰데, 그중에서도 유독 키가 큰 나무였다. 또 성인 남자가 양손으로 못 잡을 정도로 두꺼웠다.
당수협이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나무를 살펴보면서 중얼거렸다.
“조금 크다는 것 외에는 보통 나무들과 같은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그의 말에 바로이는 히죽 웃었다.
“그래도 중원인 중에서는 네가 낫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군.”
그의 말에 당소협은 자존심을 조금 상한 듯 보였다. 그래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찾지 못했고, 하운평은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조금 전 능력을 통해 찾은 입구가, 바로 저 나무였기 때문이다.
그는 땅속의 상태를 느끼고 알았지만, 바로이는 육안으로 입구를 찾은 것이다.
제갈 소미가 끼어들었다.
“시간 낭비 그만하고, 빨리 알려주면 좋겠어.”
“그래. 알았다.”
바로이는 흔쾌히 인정했고, 손으로 나무를 만지면서 설명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 나무는 다른 나무와 다르다. 색깔이나 모양은 같지만, 생기가 없다.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다.”
“완전히 똑같이 생겼는데.”
“맞아. 육안으로 봐서는 모르겠어.”
그러자 바로이는 몸을 숙여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약 반 각 동안 말없이 땅만 팠고, 나무의 뿌리를 들추어냈다.
그런데 뿌리가 굉장히 짧았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크기의 나무라면, 뿌리가 땅속 깊숙이 뻗었을 거로 예상된다. 그리고 잔뿌리도 거미줄처럼 엉켜 있을 텐데, 이 나무는 달랐다.
뿌리가 손바닥 크기로 아주 짧았다.
잔뿌리도 거의 없었고, 마치 나무토막을 붙여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땅속으로 계속 나무의 줄기가 뻗어 있었다. 한마디로 뿌리가 줄기 옆에 붙어 있고, 나무줄기는 땅속으로 계속 이어진 형태였다.
“이런 나무는…… 처음인데.”
“나무가 아니다. 생기가 없다. 나무 모양을 한 조형물이다.”
하운평도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이의 말은 정확했다.
이건 적혈주가 만든 나무였고, 정확히 말해 나무 형태를 한 출입구였다.
‘더 이상 숨겨봤자 의미가 없겠구나.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어.’
하운평은 앞으로 나섰다.
“분명 일반적인 나무는 아니야. 혹시 이 나무가 유적으로 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으음.”
“그럼 잘라서 안을 확인해 보자.”
“그러다 나무가 부서지거나 망가진다면?”
모두 한마디씩 남겼고, 하운평은 나무로 다가갔다.
그는 살펴보는 척하면서, 나무에 남겨진 기억을 읽었다.
많은 것이 있진 않지만, 최소한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알 것 같았다.
하운평은 자신의 기를 나무에게 슬며시 밀어 넣었고, 나무는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무의 가운데 부분이 스르르 갈라졌다.
사람이 걸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세 사람은 놀라서 하운평을 바라봤다.
“어떻게 한 거야?”
“뭐, 별로…… 혹시 몰라 기를 흘려 넣었는데, 이렇게 된 거야.”
“어떻게 이런 장치를 만들 수 있지?”
“놀랍구나. 기로 움직이는 장치라니.”
특히 제갈소미, 당수협은 크게 놀란 얼굴들이었다.
두 가문은 예로부터 기관이나 진법으로 유명했었고, 어릴 때부터 많이 접해 왔었다. 하지만 눈앞의 것은 처음 봤다.
제갈소미가 중얼거렸다.
“삼 년 전에 이곳에 다녀오신 어르신들이 말씀하신 적이 있었지. 유적을 탐사할수록 경외심을 느낀다고 말이야. 배울 점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 뜻을 이제 알겠어.”
그사이 하운평은 나무 안쪽을 둘러보았다. 아래쪽으로 뚫려 있었는데,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제갈소미도 같이 보면서 중얼거렸다.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
“내려가 보면 알 수 있겠지.”
“우리끼리 내려갈 생각이야?”
그녀의 말에 네 사람은 각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는 눈빛이었다.
당수협이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봐. 우리끼리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운평 너도 말했잖아? 우리 제갈 세가에서 몇 년간 작업했고, 권왕께서 함께 했는데도 실패한 곳이야. 우리만 가는 건 너무 위험해.”
제갈소미가 말했고, 이어서 하운평이 답했다.
“하지만 무작정 저들에게 말하면, 싸움이 벌어질 거야. 앞다투어 들어가려 할 테고, 체계적으로 공략하는 대신 사망자만 늘어나겠지.”
“좋은 생각 있어?”
“일단 소림사와 화산파 쪽에 말한 뒤, 각 진영의 대표들을 모아서 회의를 가지자. 그리고 절정고수만 뽑아서 순차적으로 진입을…….”
네 사람이 나무를 보면서 의논을 하던 그 시각.
땅속 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대전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에게 달려왔다.
“제백기, 할 말이 있는가?”
물어보는 이는 적혈주였고, 보고를 하는 이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었다.
“적혈주님. 황송하게도 중원의 멍청이들이 서쪽 탑으로 들어오는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
“아무래도 운이 좋은 놈들 같습니다.”
“단지 운으로 찾을 수 있는 입구가 아닌데. 어쨌든 의외로군.”
그의 말에 제백기는 몸을 숙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서쪽 입구를 폐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적혈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다. 듣자 하니 오백 명 정도 모였고, 계속 오고 있다면서?”
“네.”
“그럼 북쪽 문까지 활짝 열어라. 그놈들이 중심부까지 들어오는 동안 계속 모일 테고, 그쯤 되면 천여 명은 되겠지.”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난번처럼 하나의 북쪽 문만 열어서, 그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없애 버리겠습니다.”
“아니, 이번에는 모든 문을 한 번에 열어라. 말 그대로 활짝 여는 거야.”
“하나 그렇게 하면 놈들이 사방에서 들어와서, 저희 애들이 모두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상황이 지난번과 다르다. 지난번에는 제갈 세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들어왔기 때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어. 하지만 이번에는 수십 개의 문파가 들어왔고, 결속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다. 문이 하나라면 저들이 의논하고 뭉치겠지만, 문이 여러 개라면 그럴 필요 없지.”
“아아. 그렇군요. 계속 분열된 채로 들어오겠군요.”
“게다가 무공 수준도 낮아서 일 단계의 함정에도 걸리는 놈들이 많을 거야.”
“역시 현명하십니다. 적혈주님.”
“그럼 제백기,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겠다. 나는 여기에 붙어 있어야 하니, 이후에는 보고없이 알아서 해라.”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제백기는 대전을 나가고, 적혈주는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네 개의 큰 기둥이 서 있었고, 네 가지 보물이 위에 놓여 있었다.
바로 사방천수도에 명시되어 있던, 뇌신청룡검과 멸화주작구, 암흑현무갑과 무적백호도였다.
그 보물들이 지금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 * *
하운평을 비롯한 네 명이 막 의견을 맞춘 때였다.
우웅웅웅.
크드득. 크드드드득.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지진인가?”
“아니야. 땅속에 뭔가 움직이고 있다.”
하운평의 말대로 땅의 흔들림은 좌에서 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따라가니, 처음 유적을 발견한 그곳이었다.
유적 주변에 천막을 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고,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십여 명이 동시에 소리쳤다.
“유적이 움직인다.”
“문이다. 문이 나타났다.
“여기도 있다.”
“들어가자.”
그들의 말대로 유적의 일부분이 움직이면서 문이 생겨났다.
직사각형 돌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늑대의 입처럼 생긴 시커먼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구멍이 유적에만 일곱 개가 생겨났다.
“우아아아.”
“먼저 들어가는 자가 보물을 차지한다.”
누군가 외치면서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다투어 유적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본 몇몇 단체의 수장들이 말렸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뭔가 이상합니다.”
“질서를 지키고 순서대로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수십 개의 문파들이 모인 곳이다.
이들의 결속력은 한지보다 얇았다. 못 들은 척, 자신들의 일행들만 챙겨 들어갔다.
이곳의 상황은 통제할 수 없었다.
하운평을 비롯한 네 사람은 한쪽에서 그 모습을 보았고, 난감함을 느꼈다.
특히 하운평은 불길했다.
‘오늘은 왠지 내가 계획한 것들이 다 틀어지네.’
기분이 좋지 않았고, 찜찜했다.
“하 시주님. 여기 계셨군요.”
그때 무헌대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 보이셔서 걱정했습니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큰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네. 큰일이지요.”
무헌대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사님은, 아니, 소림사는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이미 계획이 세워졌는지, 무헌대사는 곧바로 대답했다.
“하 시주님이 해주신 충고는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들어가기보다는 신중하게 들어가기로 몇몇 문파들과 합의를 봤습니다. 한 시진 후에 같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제갈소미가 하운평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우린 어떡할 거야? 우리끼리 나무 속 통로로 가 보는 건 어때?]사실 하운평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다.
잔념으로 읽을 때, 적혈주는 서쪽 탑을 땅에 묻고 북쪽 탑을 세운다고 했었다.
지금 솟아 있는 유적이 북쪽 탑이라면, 방금 전 나무를 발견한 곳이 서쪽 탑이었다.
그럼 지난번 제갈 세가와 권왕 사부님이 왔을 때 서쪽 탑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면 서쪽 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다만 지금 하운평이 고민하는 부분은 이 사실을 소림사나 다른 문파들에게 알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끼리만 들어갈 것인가?
그 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당수협은 어느새 개방과 오대세가가 있는 진영 쪽으로 가서 당문의 사람들에게 나무속 통로를 알린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당문의 일원으로 알려야 할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휴우.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군. 좋아. 그렇다면 굳이 소림사나 화산파 쪽에게도 숨길 이유가 없지.’
하운평은 두 진영에게 똑같이 전달했다.
유적은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으로 의심된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나무속 통로를 찾았다고 알렸다.
그러자 몇몇 문파는 고마워했고, 몇몇 문파는 무시했다. 그리고 의심하는 곳도 있었고, 함께 가고 싶어 하는 곳도 있었다.
사실 의견이 많을수록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몇몇 문파들의 수장들은 모여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크게 두 분류로 갈라졌다.
문이 열린 기존의 유적으로 들어갈 것인지, 나무 속 통로로 들어갈지.
서로의 의견이 분분했다.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잖습니까?”
“나무 속 통로는 의심스럽지 않나요? 둘 다 의심스럽다면, 차라리 통로가 넓은 곳으로 들어가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나무 속이라니. 그런 곳은 좁아서 대응하기 힘듭니다.”
“그럼 선발대를 보내죠. 두 곳 모두 보내서 안쪽 상황을 지켜보는 겁니다.”
“저는 어디로 가든 상관없지만, 전력을 둘로 나누는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우리끼리 뭉쳐도 모자랄 판에.”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탁상공론이 길어지고, 하운평은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다.
의미 없는 회의였다.
그의 추측이 맞다면, 입구만 다를 뿐, 저 아래 어디쯤에서 만날 것이다. 그리고 어딜 들어가든, 위험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는 아무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니, 혼자라도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무적문의 수하들은 하운평을 따랐고, 제갈 세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수협과 당문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나중에 안에서 보자.”
하운평은 손을 흔들며, 유적을 떠났다.
어차피 저들도 안으로 들어갈 테고, 시선 분산은 충분히 될 것이다.
처음 가졌던 목표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일만 확인하고 나오자.
그 생각만 가지고, 그 나무 통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