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42
너의 초식이 보여 242화
제백기
제백기는 어떤 말로 시작하고, 추나한을 어떻게 설득시킬지, 사전에 준비했었다.
이제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고, 본격적인 설득을 나섰다.
“우선 여기가지 나와 주신 추나한 대협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대협을 만나기 전까지…….”
“잠깐만. 겉치레 인사는 하지 맙시다. 여기 나온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오. 그쪽에서 말한 보석이 정말로 있소? 단지 들고 있는 것만으로 강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그것 말이오?”
추나한은 제백기의 말을 끊었다.
사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무시하려 했었다. 하지만 제백기 측에서 큰돈까지 주면서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애원했고, 추나한도 무공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나온 것이다.
제백기는 추나한의 성향을 아는지라, 이런 예상도 했었다.
그는 곧바로 품속에서 상자를 꺼냈다.
작지만 무척 고급스럽게 보이는 상자, 그것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노란 보석이 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보석의 형태지만, 특별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백번 설명 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여 드리는 것이 확실하겠죠? 대협 님이 보시기에 제 무공은 어떻습니까? 절정고수로 보이나요?”
추나한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추나한은 절정고수였고, 눈앞의 제백기는 일류고수 수준이었다. 그곳도 잘 봐준 것이고, 느낌만으로는 겨우 이류 수준인 걸 알 수 있었다.
“저는 무공에 재능이 없습니다. 십 년을 넘게 수련해도 이 정도가 한계지요. 하지만 그런 제가 황수석을 사용한다면…….”
그는 일어서서 황수석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대뜸 벽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쿠쿠쿠.
콰쾅.
놀랍게도 한쪽 벽면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것도 모자라 정원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커다란 사자상까지 가루로 만들었다.
추나한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이 정도면 그도 전력을 다해야 가능할지 모른다.
제백기가 그의 이목조차 속일 수 있는 고수가 아니라면, 분명 황수석의 힘일 것이다.
“나도…… 한번 만져봐도 되겠소?”
“물론이지요.”
제백기는 황수석을 스스럼없이 건네주었다.
추나한은 그것을 손에 쥐었다.
“으음.”
느껴진다.
손바닥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대한 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나고 경이로운 힘이었다.
이걸 사용할 수 있다면?
추나한은 자신도 그 힘으로 사용해 보려다 꾸욱 참았다.
아직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는 극한의 인내심으로 황수석을 내려놓았다.
그걸 본 제백기는 솔직히 놀랐다. 황수석을 손에 쥔 무인은 누구나 한번 사용해 보려고 한다.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하지만 추나한의 표정만 봐도 반쯤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류고수인 제가 한 걸 보십시오. 심지어 저는 이것으로 연습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것을 수련하여, 익숙하게 다룰 수 있다면, 금세 절정고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추나한은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럼 만약에 절정 반열에 오른 추 대협이 황수석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황수석을 삼켜서 몸 안에 둔다면, 그 힘은 영구적으로 수십 배 커지게 됩니다. 그 상태로 딱 삼 년만 수련해 보십시오. 절대 고수까지 가능하실 겁니다.”
“흐음.”
“상상해 보십시오. 무려 젊은 나이에 절대고수입니다. 황수석이 있다면, 그런 것까지 가능합니다.”
추나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인정한다. 솔직히 저 보석이 탐난다.’
저런 사기적인 물건을 가지고 싶지 않다? 위선자나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추나한은 솔직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욕심을 드러낼 줄 알았다. 하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이런 물건을 공짜로 줄 리는 없을 테고, 원하는 게 뭐요?”
“하하. 역시 현명하시군요.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약속입니다. 우선 황수석으로 누구보다 강해지시고, 언젠가 저희가 작은 부탁을 드릴 때, 그 부탁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의 말만 따른다면,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다.
물론 믿지 않았다. 조건이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수석이 탐났다. 추나한은 그것을 가지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자. 저 물건만 있으면,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몇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서 세상에서 제일 강해진다면? 저까짓 놈들이 뭐라 하든 거부할 수 있잖아. 그럼 저 보석을 가지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욕심이 생긴다.
점점 더 가지고 싶었다.
지금 녹림이 보유한 무공만으로는 천하제일인은커녕, 지역의 패자가 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절망했었고, 그런 와중에 기회가 찾아왔다.
놓치고 싶지 않다.
추나한은 결정을 내렸고, 입을 열려고 했었다.
“그런데 저 물건이 마교의 것이라는 건 알고 있어?”
커다란 구멍 난 벽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왔고, 두 사람은 일어서서 그를 견제했다. 하지만 나타난 이는 너무나 태연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탁자 앞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는 턱수염이 가득하고, 눈가에 흉터가 있는 중년인이었다.
추나한과 제백기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구인가? 아는 사람인가?
그런 내용의 짧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각자 고개를 흔들며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했다.
그럼 불청객이다.
그런 인식을 가질 때, 중년인이 다시 물었다.
“왜 대답이 없지? 그 황수석은 마교의 물건이고, 이들은 마교에서 왔어. 그래도 가질 거냐고 묻고 있잖아.”
“…….”
“아아, 하나 더 있어. 만약 그걸 가진다면, 저들이 제공하는 영약을 먹어야 하는데, 속지 마. 그건 고독의 일종이거든.”
두 사람은 다시 놀랐다.
제백기는 나중에 줄 영약의 비밀이 탄로 나서 놀랐고, 추나한은 상상도 못 한 조건에 놀랐다.
그는 제백기의 노려보았다.
고독이라니…….
평생을 노예로 살 뻔했다.
“아, 그리고 황수석의 힘은 대단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어. 점점 그것에 의존하게 되면서 무의 본질과는 멀어지는 거지.”
“그만! 당신은 누구요?”
제백기가 크게 소리쳤다.
동시에 전음으로 수하들을 불렀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무인들이 폐가를 둘러쌌다.
하지만 중년인은 그들을 보지 않았다. 오직 추나한만 바라보았다.
“어때? 그래도 황수석을 가지고 싶어?”
“으음……. 만약 그래도 가지고 싶다면 어쩔 거요?”
“너를 죽여야지.”
남자는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간단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강하다.’
추나한이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포기한다면?”
“너는 살려줘야지.”
“추 대협. 이놈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희가 처리할 테니, 그 후에 계속 얘기를 나누시지요.”
제백기가 소리쳤지만, 추나한은 오히려 제백기에게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이 남자의 위험성이 보이지 않는 건가?’
추나한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중년인에게 조용히 포권을 취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성격상 싸움 중에 등을 돌리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그길로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고독이라니?
차라리 포기하는 쪽이 나았다.
추나한이 어이없이 포기하자, 제백기는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중년인은 그런 제백기를 보면서 환히 웃었다.
“하하. 제백기. 그쪽을 보지 말고 나를 봐.”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 반가워. 하지만 물어보는 건 나야. 부디 솔직히 모두 말해주길 바라. 그 흑천회의 부회주처럼 쓸데없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어.”
“너는 설마…… 사흘 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던…….”
“맞아. 반가워.”
그의 양손에서 황금빛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백기를 비롯하여 주변의 무인들을 집어삼켰다.
* * *
“호오. 사실이야? 무적백호도가 서장의 뇌음사에 있다고?”
제백기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는 그는 적혈주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다.
어떤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고, 하운평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대신 염마왕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 결과 무적백호도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적혈주는 무적백호도를 서장의 뇌음사에 줄 계획이라 한다. 그렇게 그들의 협약을 맺고, 같이 중원을 장악하자는 제안을 할 계획이었다. 물론 그 속에는 뇌음사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적혈주의 위치는 알아냈다. 그는 현재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에 있다고 한다.
“자아, 그럼 같이 가 볼까? 적혈주에게 전서구를 보내야지. 지금까지 잘되고 있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이야.”
하운평은 그를 제압한 뒤, 빠르게 이동했다.
아마도 적혈주를 속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이곳에서의 일은 대부분 처리했지만, 단 한 가지가 남았다.
청파석을 가진 자의 행방이었다.
하지만 제백기도 청파주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비무에 참가한다는 것만 알았다.
하운평은 제백기에게 빼낼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얻은 후, 그를 처리했다.
그 직후에 곧장 무림맹으로 날아갔다. 청파주의 등장을 고려해 만날 사람이 있었다.
* * *
빙백아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방금 스물한 번째 도둑질을 끝냈다.
이렇게 열심히, 빠르게 훔친 적은 처음이었다.
‘도둑질을 일로 한 적은 처음이지만, 나쁘진 않네.’
하지만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잠도 거의 못 자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였다.
‘안 되겠어. 이번 일만 끝나면 한숨 자야겠어.’
운공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잠시 그 생각으로 딴생각을 한 것이 실수였다.
툭.
탁자 위에 있던 도자기를 건드렸다. 그리고 도자기를 잡기엔 손에 힘이 빠진 상태였다.
쨍그랑.
도자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오십여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휘익.
휙.
“누구냐?”
제길.
빙백아는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이미 달아나고 있었다.
“잡아라.”
“도둑이다. 쫓아.”
사실 도둑질은 준비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물건을 어떻게 훔칠지도 고민을 해야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작업은 탈출 경로였다.
어떻게 몰래 빠져나올 것인지.
만에 하나 들켰을 경우에는 어떤 경로로 나와야 할지.
하지만 빙백아는 바쁜 나머지 그 순서를 생략했었다. 때문에 수십 명의 무인들이 쫓아오자, 도망갈 곳이 없었다.
빙백아는 도둑 인생 처음으로 당황했다.
‘이, 이러다 잡히겠어.’
그렇다고 본신의 무공을 드러낼 수는 없다.
이화궁의 소궁주가 도둑이라고 알려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었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앞에 나타났다.
월아라는 이름을 가진 키 큰 여자였다. 처음 따라오는 것 같더니, 그 후에는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는 가타부타 말도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검을 뽑았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얇은 검이었는데, 갑자기 검은 기운이 맺히더니, 커다랗게 커졌다.
뚜렷하고 분명한 흑색에 환히 빛나는 모양새,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갈라질 것 같은 강렬한 기운.
한 가지를 의미했다.
“거, 검강?”
빙백아는 놀란 나머지 육성으로 말했고, 뒤따라오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월아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스슥.
콰드드득.
가볍게 휘둘렀는데, 그 반향은 놀라웠다.
무인들과 빙백아 사이에 거대한 길이 생겨났다. 근처에 있던 건물들은 반으로 갈라졌고, 바닥의 흙은 삼장 정도 증발한 듯 사라졌다.
몇몇 무인들의 검들도 깨끗이 잘려 나갔고, 그들은 더 이상 따라올 생각을 잊었다.
빙백아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쳐.]월아의 전음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도망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세상에. 정말로 고수잖아.”
그렇게 도망치는 중에 또 그녀의 전음이 들렸다.
[하운평이다. 이쪽으로 와라.]언제 따라왔는지, 월아가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빙백아는 그녀의 실력을 알기에 아무런 말도 없이 얌전히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