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43
너의 초식이 보여 243화
검노
빙백아는 반 각도 안 되어 하운평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그에게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입을 벙긋하기도 전에 하운평이 먼저 말했다.
“비무대회까지 사흘 남았잖아. 힘내라.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면 남은 것도 훔칠 수 있을 거야.”
“무슨 뜻이야?”
“난 이 친구랑 볼 일이 있어서 잠시 가야 한다는 소리지. 이삼일 걸릴 거야.”
“자, 잠시만. 월아 대협을 데려가면, 나 혼자 어떡하라고?”
“다섯 군데도 안 남았잖아. 혼자서 잘할 수 있어. 가자.”
마지막은 월아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자 월아는 아무 말 없이 하운평을 따라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금세 사라졌다.
빙백아만 덩그러니 혼자 남았고,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이씨. 다섯 군데도 안 남은 건 어떻게 알았지? 그나저나 하운평, 이번에도 안 나타나서 대금을 뒤로 미루면 가만 안 둘 테다.”
그녀는 자신의 숙소로 달려갔다.
* * *
황산.
검노가 있다는 곳이다.
하운평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었고, 만 하루 만에 이곳에 도착했다.
그는 월아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말했다.
“자아. 월아. 네 차례다. 검노를 찾아봐.”
“그 월아란 말은 듣기 싫군.”
“왜? 듣기 좋잖아? 귀엽고.”
“됐어. 내 이름을 불러라.”
“하여간 재미없는 녀석이라니까. 그럼 손월영. 찾아보시죠?”
월아. 아니, 손월영은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의 기운을 운영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쌓은 내공이 아니라, 십천간편의 기운이었다.
손월영은 당시의 충격으로 몸이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겉만 멀쩡했을 뿐, 혈맥은 갈가리 찢어지고, 하단전은 파괴되었다. 입도 열지 못했으며, 간신히 의식만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하운평이 있어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손월영으로부터 자세히 들었다.
그녀는 청파주에게 이용을 당했고, 적혈주가 판 함정을 함정에 빠져 모든 것을 잃었다. 청파주가 죽고, 흑지주는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운평은 그녀를 살리고 싶었다.
과거에는 서로 칼을 맞대고 죽이는 사이였지만, 지금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청파주에게 속았고, 오색지석을 가진 자들을 증오했다. 복수를 원하고, 죽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치료가 힘들었다. 어떤 의원을 데려와도 고개만 저을 뿐이다.
완치는 불가능하며,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었다.
[이곳 의술로는 어림없지.]그때 잠잠하던 십천간편이 말을 걸었다. 말투를 보니, 잘난 척을 하고 싶은 것 같았고, 하운평이 물었다.
[너라면 도와줄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가능하지. 나의 힘은 일종의 ‘조화’니까. 무식하게 힘만 센 여의구와는 달라. 찢어지고, 망가진 것도 어느 정도 이을 수 있지.]그러자 하운평은 잠깐 고민했고, 십천간편에게 물었다.
한참 후에 십천간편이 대답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 지금 나를 버리는 거냐?] [아니지. 버리는 게 아니라. 이 친구한테 잠깐 갔다가 오라는 거야.] [햐아. 내가 몇만 년을 살아왔다. 그리고 수백 명의 인간을 만났지만, 나를 버린 놈은 처음이야. 정말 신선하고 기분이 더럽구나.] [버린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그러니까 더 확신이 서지 않아? 죽고 싶다는 네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상식을 뒤엎는 논리에 십천간편은 할 말을 잃었다.
[좋게 생각해 봐. 내 몸을 빌려달라는 걸 보면, 너도 답답한 것 같은데…….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이 친구도 좋은 일이잖아.] [그리고 그 적혈주란 놈을 처리하는 데 도와달라는 거겠지?] [그렇지. 그리고 솔직히 너도 그 정도로 강한 적과 싸워야 재미있을 것 아니야?]십천간편은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 이것 참, 정말 어이없는 논리인데…… 묘하게 끌리네. 그게 더 기분 나쁘고.]며칠을 고민하던 십천간편은 결국 손월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의식과 함께 몸을 회복했다.
물론 지금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십천간편의 힘을 쓸 수 있었고, 화경의 경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무공이 가능했다.
다른 이들이 손월영의 검술을 검강이라고 착각한 이유였다.
또 하나 특징이 있는데, 십천간편의 능력인지 몰라도, 다른 이의 기운을 유달리 잘 파악헸다.
한마디로 반경 수백 장 내의 누구든,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하운평의 위치도 금방 찾았고, 검노의 기운도 감지할 수 있었다. 굳이 검노가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 넓은 황산에서 그를 찾는 것이 가능했다.
“저쪽이야.”
그녀의 말에 하운평은 날아갔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와 무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언제든지 싸울 수 있게 준비를 했다.
비록 하운평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고, 손월영도 그에 준하는 무공을 사용하지만, 상대는 검노였다.
수십 년 동안 절대고수였고, 모든 걸 버리고 검에만 집착하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뇌신청룡검까지 들고 있다면?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입구가 크고, 깊지 않은 동굴이었다.
조금 들어가니, 검노가 보였다.
그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뇌신청룡검이 놓여 있었다.
검노의 기는 잘 정제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명검을 보는 것 같았다.
‘어쩐 일인지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군.’
하운평은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여기서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 그와 겨루고 싶으면 잠시 기다려 주겠나? 나와 선약이 있거든.”
익숙한 목소리였다.
하운평은 몸을 돌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검성 어르신을 뵙니다.”
나타난 사람은 검성 초화일이었다.
구운룡에게 갑자기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나타날 줄이야.
그 역시 외견상으로 같지만, 기도는 달라져 있었다.
잘 벼른 칼날을 보는 것 같았다. 표정 역시 모든 걸 걸고 싸우려는 사람처럼…….
아, 설마?
“똑똑한 녀석이니, 벌써 짐작했겠구나. 자리를 비켜주면 좋겠다.”
설마가 맞았다.
검성과 검노가 싸우려는 것이다.
그때 검노가 눈을 떴다.
“비킬 필요 없다. 어차피 역사적인 순간에 증인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는 하운평과 손월영을 힐끔 보면서 중얼거렸다.
“둘 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지만, 어쩔 수 없지. 잘 봐두어라. 이 시대에 진정한 천하제일검을 가리는 순간이니.”
“뭐, 자네가 그렇다면, 나로서도 불만 없네.”
동시에 검성은 하운평에게 전음을 보냈다.
[너의 성취가 놀랍구나. 차라리 잘됐다. 이 승부를 잘 지켜보고 많은 것을 얻어가거라.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화산에게도 전해다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검성님께서 반드시 이기실 테니까요.] [허허허. 고맙구나. 아, 그리고 온 김에 저 귀물도 가져가거라.]뇌신청룡검을 가리켰고, 검노에게도 물었다.
“그런데 그 검은 왜 가져왔는가? 설마 그걸로 싸우려고?”
검노는 코웃음을 쳤다.
“흥. 검 따위가 뇌력을 지니고 있기에 궁금해서 살펴봤을 뿐이다. 내게는 예나 지금이나 이 검이면 충분해.”
그는 허리춤에 달려 있는 낡은 검을 쓰다듬었다.
“그렇지. 자네는 그런 것이 필요치 않지.”
“흥. 잘난 척 말고, 시작해 보자.”
“좋지.”
두 사람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준비 동작도 없었고, 그저 그 자리에서 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늘에서 검을 맞대고 있었다.
콰쾅. 쾅.
쿠쿠쿠쿵.
천둥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구름이 흩어지고, 하늘이 흔들렸다. 산이 갈라지는 것은 물론, 강물이 메말랐다. 말 그대로 천지가 뒤집어졌다.
하운평은 그들을 따라다니며 싸우는 걸 지켜봤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숨어서 끝나기만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그의 눈은 검성과 검노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었고, 그들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은 평생 닦아온 검의를, 그것을 어떻게 표출하는지, 어떻게 검을 이루어내는지 보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하운평은 한 층 더 성장하고 있었다.
* * *
와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 있는 왕진범은 그것을 충분히 즐겼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가 평생 바라왔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울컥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천학관에 입학할 때만 해도 좋았었다. 하지만 재능의 한계 때문에 결국 천포가 되지 못했다.
철혈문으로 돌아갔지만, 문파는 어수선했다.
문주와 첫째 아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는 둘째 아들 철대만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셋째인 철대만의 승리, 왕진범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는 변방으로 쫓겨났다. 인구 수백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쓸쓸히 지냈다. 그렇게 별 볼일 없이 살다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문득 나타난 남자가 인연이 느껴진다며 푸른 보석을 건네준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물론 이상한 영단을 먹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그만큼 강해졌으니까.
몇 달 만에 그는 일대에서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해졌다.
그래. 무림은 강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세상이야.
왕진범은 그 후로도 일취월장하여,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비무대회에 참석했고,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변입니다.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우승 후보로 여기던 무당파의 진성 진인을 꺾고, 철혈문의 왕진범 대협이 올라갔습니다. 그것도 단 십 초만에 이기다니, 놀랍습니다.”
사회자는 크게 소릴 질렀고,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특히 군중은 이런 상황을 좋아했다.
아무도 모르는 무명자가 갑자기 나타나 비무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그리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물론 상대인 진성 진인의 팔을 자른 건 과하다는 평이 있지만, 화제성은 여전했다. 비무가 계속될수록 그의 인기는 높아졌고, 어느새 준결승까지 오르게 되었다.
상대는 중년인으로 호북성에서 손에 꼽히는 도객, 의장도 하송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왕진문 주위를 돌더니, 처음부터 그의 성명절기인 의신도법을 펼쳤다.
쫘아악.
도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지다가 왕진문을 중심으로 다시 하나로 모아졌다. 처음 당하는 사람은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진데, 왕진문은 달랐다.
그는 벌써부터 청파석의 능력을 사용했었고, 하송과 다른 시간대를 거닐고 있었다.
하송의 도는 천천히 움직였고, 반대로 왕진문의 시간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니 그와 하송의 속도 차이는 못 해도 네 배 이상이었다.
하송의 도는 훤히 보였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까지 눈에 들어왔다. 왕진문은 그의 도를 우습게 피했다.
하송은 놀라서 더욱 열심히 도를 휘둘렀지만, 왕진문은 무척 여유로웠고, 그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왕진문은 그걸 즐기면서 살짝 고민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쓰러뜨릴까? 무당파의 진성처럼 팔을 자를까? 큭. 잘난척하던 놈이 망가지니까 보기 좋던데. 으음. 아니야. 이번에도 그러면 말들이 많을 거야. 그럼…….’
결국 반격 한 번 없이 백 초식이나 피하더니, 갑자기 공격하여 하송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렸다.
“크아악.”
“죄송합니다. 대협. 저도 최선을 다하다 보니, 힘을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진문은 곧장 사과했다. 그러자 하송은 억울한 듯 부르르 떨었지만,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됐소. 내가 졌소이다.”
“와아아아. 왕진문 최고다.”
“오늘 영웅이 태어나는구나.”
“강호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거야!”
군중들의 말을 듣고, 왕진문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심사관이 와서 물었다.
“혹시 곧바로 결승이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오.”
본래 결승은 내일 예정되었으나, 결정전에 오른 두 사람의 상태가 좋았다. 준결승 상대를 쉽게 이긴 탓이다.
결국 결승전은 이견 없이 바로 진행되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더욱 좋아했다. 그리고 결승 상대는 그 유명한 화산빙검 구운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