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45
너의 초식이 보여 245화
서장(1)
손월영은 말없이 하운평을 쫓았다.
하지만 대충 돌아가는 내용은 알았고, 이대로 도황 백수련을 만나러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손월영에게 물었다.
“너, 혹시 구운룡을 알아?”
갑자기 구운룡은 왜 물어보지?
손월영은 대답했다.
“지나가다가 본 적은 있지.”
“그럼 그를 찾을 수도 있겠네.”
“아마도.”
“찾아봐 줘. 그놈을 만나야 하거든.”
빙백아가 시간이 없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왜 도황을 찾지 않고, 구운룡을 먼저 찾는 걸까?
궁금했지만, 손월영은 묻지 않았다. 말없이 십천간편의 기운을 일으켰다.
* * *
구운룡은 천하비무대회에서 우승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에게 몰렸고, 한 번이라도 만나길 원했다.
하지만 구운룡은 애초에 그런 관심과 만남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구운룡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물론 화산파로 돌아가진 않았다. 오히려 화산파 사람들과 떨어져서 움직였다.
그는 지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주 조용한 곳에 있었다. 그런 곳은 의외로 무림맹 내부에 있었다.
사실 무림맹 내전에는 절대 금지 구역이 세 군데 있었다.
무림맹주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고, 그중 하나가 도황 백수련의 거처였다.
예전에는 달랐다. 그녀의 남편이자 전대 무림맹주 은조도백 허종원이 살아 있을 때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장소였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는 백수련은 문을 걸어 잠갔다.
누구의 출입도 허락지 않았고, 자연히 금지구역이 되었다.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넓지 않은 장소였다. 대부분이 꽃과 풀, 나무들이었고, 정원 한가운데 작은 집이 있었다. 그 안에 백수련과 일하는 시녀 두 명이 살았다.
그리고 구운룡은 이곳에 있었다.
비무대회의 우승자에게는 숨은 특전이 있었다. 열두존자의 일인인 도황과의 만남이 그것이었다.
첫 만남때 도황이 물었다.
“의외구나. 너는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구운룡은 다른 열두존자인 검성의 제자였고, 검과 도는 엄연히 다른 무기니까.
하지만 구운룡은 거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며칠 동안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백수련은 그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집에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두시면, 한집 반 차로 제가 이기게 될 겁니다.”
“으음. 그런가?”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이 주로 하는 일은 바둑이었다.
“그럼 내가 이곳에 두면?”
“그럼 제가 여길 놓겠죠.”
“이렇게 이으면?”
“자충수. 최악입니다.”
“끄응.”
백수련은 젊었을 때 무공에 빠졌고, 중년 이후에는 무림맹의 부흥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말년인 지금은 무림맹이 안정되었다. 남편은 웃으면서 죽었고, 할 일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무공 대신 다른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꽃을 키우는 일이었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기 시작하여 어느새 이 넓은 정원을 혼자 관리하게 되었다.
다음은 옷을 만드는 일을 배웠고, 그 다음에는 가죽을 가공하는 일을 익혔다. 그렇게 화훼, 수선, 공예를 배운 뒤, 지금은 바둑에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마침 구운룡의 바둑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검성의 취미가 바둑이었고, 어릴 적부터 그에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구운룡이 도황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자아. 이럴 때는 여기를 놓아야 합니다. 상대가 무겁게 수를 두면, 상대적으로 경쾌하고 빠른 행마를…….”
“잘난 척 그만해라. 보기 흉하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이 나타났다.
하운평과 손월영이었다.
물론 방금 목소리는 하운평의 것이었다. 구운룡은 놀라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면서 담담히 대답했다.
“상대를 비꼬는 말투야말로 보기 흉하지. 넌 언제쯤 그 버릇을 고칠 건가?”
“고칠 생각이 없는데?”
“물론 강요할 생각도 없다. 너를 만나면 않으면 되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
하운평은 어깨를 으쓱거린 뒤, 백수련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흐음. 너는 무적문의 소문주구나.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빙하선녀는? 괜찮은가?”
“한동안 몸이 안좋아서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자리를 비켜줄 테니, 이야기를 나누거라.”
그녀는 일어서려 했다. 그런데 하운평이 그녀를 붙잡았다.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도황님도 들으셔야 합니다.”
백수련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하운평은 두 사람에게 기나긴 설명을 했다.
마교에 오색지석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무림에 흘러들어 왔는지, 그리고 적혈주와 청파주의 싸움과 유적의 일까지 모두 설명했다.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잊었고, 생각에 잠겼다. 하운평은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생각을 정리한 백수련이 먼저 물었다.
“지난 상황을 생각한다면 믿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럼 네 계획은 무엇이냐? 사대무구를 모아서 적혈주의 능력을 없앨 생각이냐?”
“맞습니다. 그래서 구운룡이 우승할 수 있게 도왔고, 도황 어르신과 만날 수 있게 요청했죠.”
사실 구운룡이 백수련의 집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하운평이 부탁했었다.
이번에는 구운룡이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적혈주라는 사람은 대단한 것 같은데. 그의 능력이 사라진다 해도 너 혼자 이길 수 있을까?”
“맞아. 그 대단한 청파주조차 결국 죽었으니까.”
의외로 하운평은 구운룡의 지적을 순순히 인정했다.
“솔직히 내 무공은 적혈주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적혈주는 혼자가 아니지.”
“그렇지. 그를 상대하기 전에 마교라는 거대 집단과 싸워야 하니까.”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난 이년 동안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를 막을 수 있을까? 답은 하나야. 단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청파주가 크게 실수한 점이 있지. 적혈주는 수하들이 있는데, 그는 끝까지 혼자 싸우려 했어. 나는 다른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
“너에게 정식으로 부탁한다. 나와 함께 적혈주와 싸우자. 그리고 도황님께도 부탁드립니다. 무림맹과 함께 나서주시면 좋겠습니다.”
“으음.”
구운룡은 솔직히 놀랐다.
자존심이 강한 하운평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부탁할 줄이야.
잠시 후, 백수련이 먼저 대답했다.
“정말 그런 자가 있으면, 당연하지 도와야지. 하지만 무림맹까지 끌어들이는 건 힘들 것이다. 각 문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그들 중에는 분명 적혈주와 연관되어 있는 자가 있을 거야.”
“맞습니다. 그래서 직접 그와 상대하는 건 도황님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무림맹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적혈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함입니다.”
백수련은 피식 웃었다.
중원 무림에서 제일 큰 단체인 무림맹을 단지 눈속임용으로 쓰려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도우면 되지?”
구운룡이 물었다.
함께 싸우겠다는 말을 돌려서 승낙한 것이다.
그의 말에 들은 하운평은 손을 내밀었다.
“일단 너의 암흑현무갑을 나에게 줘.”
너무 당당한 태도에 구운룡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현무갑에는 관심도 없었고, 줘도 괜찮았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말투가 기분 나빴다.
‘그래. 저런 모습이 진짜 하운평이지.’
그런데 구운룡의 표정을 보더니, 하운평이 말했다.
“아, 물론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야. 대신 귀중한 정보를 주지.”
“흥. 관심없다.”
“검성님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얼음 같던 구운룡의 표정이 깨졌다. 그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사부님이 어디 계신지 알아?”
“당연하지. 여태껏 그분 옆에 있다가 왔는데.”
“무슨 말을……? 아니, 그분은 어디 계시나? 건강하신가?”
하운평은 구운룡이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다가, 그가 진짜 화내기 직전에 입을 열었다.
“진정해라. 무사하시니까. 게다가 축하할 일이 있었어. 이번에 진정한 천하제일검이 되셨거든.”
그리고 검노와 싸웠고, 오 일 밤낮으로 싸우다가 간신히 이긴 걸 알려주었다.
결국 검성이 검노를 꺾고 현시대 천하제일검이 된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크게 다쳤고, 지금은 황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운룡은 이곳을 떠나려 했다. 당장 황산으로 가려는 걸, 하운평이 붙잡았다.
“여기서 열심히 달려간다면, 열흘 후에는 도착하겠지. 하지만 황산 전부 둘러보려면 또 열흘이 필요할 거다.”
“도와줄 것 아니면, 길을 비켜라.”
“도와줄게.”
단 한마디로 구운룡을 말문을 막았다.
“일각만 기다려라. 내가 직접 데려다 줄 테니까.”
“으음.”
“아, 차라리 넌 방에 가서 짐이나 챙겨. 물론 암흑현무갑도 챙기고.”
구운룡은 입술을 실룩거렸다.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았다.
지금은 자존심 따위보다 사부님의 안위가 훨씬 중요했다. 구운룡이 얌전히 방으로 들어가자,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
백수련이 물었다.
“정말 검성과 검노가 싸웠나?”
“네. 제 평생 못 잊을 혈투였습니다.”
“부럽군.”
“참, 자그만 부탁이 있는데요. 혹시 무림맹에서 비밀지령 같은 걸 줄 수 있을까요?”
백수련은 무슨 말을 하는지 쳐다보았고, 하운평은 빙백아에 대해 설명했다.
“사대무구를 얻기 위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화궁주님 때문에 같이 못 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비밀문서 같은 것으로요.”
“무슨 뜻인지 알겠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물론 내용은 내가 알아서 해주지.”
“그럼 감사하죠.”
다음으로 하운평은 자세히 설명했다. 적혈주의 눈을 돌리기 위해 무림맹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백수련은 그중 실현 가능한 것들을 추렸고 몇 가지를 보완하면서 그의 계획을 완성했다.
그 후 하운평은 구운룡을 데리고 하늘을 날아갔다. 검성에게 데려다주기 위함이었고, 그 사이 백수련은 무림맹주의 거처로 향했다.
하운평이 부탁한 걸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 * *
그 날 저녁, 빙백아는 까무라칠 듯이 놀랐다.
고집을 부려서 겨우 내일 새벽까지 출발을 미룬 상태였다. 그런데 그 노력이 아깝지 않게 되었다.
무려 도황 백수련 본인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무림맹주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내밀었고, 이화궁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화궁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소궁주가 나서주면 될 것 같은데, 도와줄 수 있을까?”
“무, 물론입니다. 도황님.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빙백아는 황급히 대답했고, 이화궁 사람들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화궁에도 공문이 갈 테니, 이화궁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빙백아는 그날 저녁에 하운평과 손월영를 따라 같이 떠나게 되었다.
빙백아는 하늘을 날아가자 크게 놀랐다. 한참이 지난 후에 익숙해졌고, 하운평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서장으로 가는 거야?”
“아니, 그전에 갈 곳이 있어.”
세 사람은 사천의 성도로 향했다.
당수협을 만나서 배소소가 치료가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한 달도 안 되었지만, 분명 효과가 있었다.
배소소의 안색이 편안해졌고, 무공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하운평은 당수협에게 부탁했다.
“하남성 무적문으로 가서 내 사부님도 봐줬으면 한다.”
당수협은 그 뻔뻔함에 화를 내려다가도, 머뭇거렸다. 하운평의 표정이 진지했기 때문이다.
“벌써 이 년 동안 사부님을 방치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죄송스러워.”
마음 같아서는 이 년 전에 사부님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적혈주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일부러 무적문 근처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꾹 참고 있었다.
더구나 무림맹에서 적혈주의 수하들을 죽인 이상, 적혈주가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가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어서 사대무구를 다 모아야 하고, 그의 목 밑까지 칼날을 가져가야만 했다.
그동안 웃고 있었지만, 하운평의 마음속은 다급했고, 진지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봤기에 당수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나중에 곤륜산에서 보자.”
하운평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다음 날 아침, 배소소는 당수협을 데리고 무적문으로 향했다.
권왕 파해천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수협의 품속에는 하운평이 권왕에게 보내는 서신도 있었다.
하운평은 그들의 모습을 한참 보다가 손월영과 빙백아에게 말했다.
“우리도 가자. 서장으로.”
그렇게 세 사람은 서쪽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