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47
너의 초식이 보여 247화
서장(3)
안차의 주순을 만났다.
그는 예상보다 많은 정보를 모아두었고, 분량이 마차 한가득이나 되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정보도 얻었다.
“그러니까…… 지금 마교가 중원의 한 문파를 섭외하려고 애쓰고 있다?”
“네에. 항간에는 중원침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거란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파가 보유하고 있는 광산을 노린 거란 말도 있고요.”
“문파의 이름은?”
“항적도문입니다.”
“그들의 반응은 어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답니다. 심지어 문파의 자제 중 한 명이 마교에 입교한다는 소리도 있더군요.”
“으음.”
그렇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마교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겠어.’
다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입교하기 전에 그 문파와 관계를 맺고, 같이 들어 가야 하니까.
“혹시 그 문파에 관한 자료는?”
“준비해 두었습니다.”
성격은 어떨지 몰라도 일은 잘하는 주순이었다.
하운평은 서둘러 움직였다.
먼저 기름을 구해서 현주황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손월영에게 얘기했다.
“계획을 바꿔야겠어. 마교로 들어갈 방법을 찾았는데, 시간이 부족하거든. 그래서 나 혼자 마교로 들어간다. 내가 멸화주작구를 구해올 테니까, 너는 이곳에 남아서 저들을 도와줘. 무적백호도를 찾으면 곤륜파에서 만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하운평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급한 일이 생겼다고 설명하였고, 곧장 그곳을 떠났다.
물론 현주황은 아쉬워했고, 빙백아는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운평은 이미 떠난 후였다.
* * *
기름을 칠하자, 녹이 슨 문은 쉽게 열렸다. 그러고는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다.
별다른 함정도 없었고, 어두운 통로만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반나절을 넘게 걸었고, 어느덧 소뇌음사 바로 밑까지 들어갔다.
현주황이 비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자아. 예상대로라면, 우린 지금 소뇌음사 아래쪽에 있습니다. 바로 위에 소뇌음사의 중지 중에 중지인, 조사전이 있죠.”
“조사전이라면 선대 고수들의 유골과 유품을 모아놓은 곳이겠네요.”
“굉장히 위험할 것 같은데요.”
“위험하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밖에서 오는 적을 걱정하지, 안에서 나오는 적을 걱정하진 않습니다. 또 이 통로는 팔백 년 전 소뇌음사를 만든 장인이 몰래 만든 거라 아무도 모를 겁니다.”
현주황은 큰소리쳤다.
하지만 막상 올라가려는 살짝 긴장이 되긴 했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먼저 위로 올라갔다.
스르르륵.
이번에도 기름칠 덕분에 입구는 소리 없이 깔끔하게 열렸다. 현주황은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조용하고 어두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무덤과 해골더미가 곳곳에 보였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현주황은 자신 있게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 올라왔다.
“을씨년스럽군.”
“무덤이니까.”
“자자. 잡담은 그만하고, 도를 찾아봅시다.”
“그런데 그 도는 어디 있는데요?”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으려고?”
피주억과 호천득은 살짝 투덜거렸다.
그들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현주황이야 비밀을 푸는 데 재미를 느끼고, 진영은 현주황 때문에 따라다닌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돈과 보물이 목적인 터라, 도만 훔쳐 나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치를 보던 현주황이 다가갔다.
“소뇌음사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들었잖아요. 이번에는 조용히 물러납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지. 서장까지 오는데 무려 석 달이나 걸렸어. 또 기억 안 나? 괴질에 엄청 고생했잖아.”
“그래도 목숨이 걸려 있잖아요. 황금불상의 비밀을 푼 것에 만족하자고요.”
“끄응.”
그래도 불만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자 현주황은 다시 말했다.
“나중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사실 하운평 공자가 여러분께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도를 무사히 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상을 받을 겁니다.”
“에이. 그까짓 동전 몇 푼에 내가 넘어갈 리가…….”
“금원보 하나씩 받으실 겁니다.”
두 사람은 놀라서 눈이 배로 커졌다.
“그, 금원보?”
“그것도 하나씩? 한 개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준다는 거지?”
“누누이 말했잖아요. 하 공자가 통이 크다고.”
“하하하. 그렇군. 정말 우리 전주께서 통이 바다만큼 크고 넓으신 분이셨어.”
“크하하. 내 평생 하 공자님이 감사하면서 살아가겠네.”
두 사람은 크게 기뻐했고, 자진해서 도를 찾으려 나섰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손월영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빙백아가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
“찾는 건, 월아 님이 할 거예요.”
피주억은 아래위로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손 하나 까딱 안 하더니, 이러려고 따라온 거였군.”
“그런데 어떻게 찾는다는 거지?”
호천득 영감도 궁금해서 중얼거렸다.
손월영은 이 넓은 곳에서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그녀는 사방천수도의 무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암흑현무갑을 착용했고, 뇌신천룡검을 등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무적백호도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현주황도 그것을 알았고,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는 손월영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대무구끼리는 공명을 일으키고, 서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손월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리는 월아 님이 가지고 계신 무구들 때문에 무적백호도를 찾을 수 있겠죠. 그런데 하운평 공자는 어떻게 합니까? 무구 없이 어떻게 멸화주작구를 찾으려는 거지요? 차라리 무구를 하나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무구가 두 개 있으니, 하나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 좋지 않았냐는 물음이었다.
손월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듣는 걸 포기할 때쯤 입을 열었다.
[무구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쓸데없이 무구를 가져가 봤자, 오히려 위험할 뿐이야. 마교의 괴물도 무구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적혈주가 있는 마교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무구는 버려야 했다.
[게다가 그 녀석은 혼자서도 잘한다. 걱정할 필요 없어.] [그렇죠. 예전부터 그런 놈이었죠.] [그것보다 우리 일이나 걱정해. 백호도를 가져가는 일…… 쉽지 않을 수 있다.]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다른 무구들이 알려주는 대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그것을 가져오는 건 달랐다.
소뇌음사의 고수들과 만나고 자칫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만약 소뇌음사와 부딪치게 되면, 당신은 수하들을 데리고 왔던 길로 도망쳐.] [당신은요? 또 백호도는 어떡합니까?] [나도 잠깐 시간을 끌고 도망칠 거야. 그리고 나도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이야. 백호도를 훔칠 사람은 따로 있어.]그녀는 빙백아를 힐끔거렸다.
빙백아는 뛰어난 도둑이었다.
무공도 뛰어나고, 도둑의 기술도 훌륭하지만, 그녀가 뛰어난 이유는 좋은 판단력 덕분이다.
도둑은 항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사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비무사가 어디를 지키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 가능하다. 그리고 훔칠 물건도 어디에 있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며, 변수가 너무 많았다. 당일 날씨에 따라, 또 기분에 따라 변할 수 있었다.
뛰어난 도둑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머리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촉이 좋아야 한다.
[모두 멈춰요.]빙백아는 동시에 전음을 날렸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빙백아는 심각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느낌이 안 좋아. 불길해.’
조사전을 나와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였다.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한데, 빙백아는 불길함을 느꼈다.
아주 가끔 이런 때가 있었다.
기분 나쁘고 끈적한 느낌,
그런 느낌이 아주 강하게 올 때 죽을 뻔한 적이 있었고, 그때부터는 무조건 포기했다.
‘끄응. 이런 느낌이면 그냥 돌아가야 하는데.’
하지만 자신만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도둑질은 혼자가 편해. 아아…… 저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그냥 느낌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뭔가 부족하고 민망했다.
그때 손월영이 물었다.
[저쪽 길로만 안 가면 되지?] [네에. 아마도요.] [그럼 다른 길로 가지]손월영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하운평에게 언질을 받았었다. 빙백아는 도둑질에 재능이 있고, 촉이 좋은 편이라고.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했으니, 그대로 했다.
손월영은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무구들이 주는 느낌을 받으며 걸었다. 그리고 어디 쯤에 있는지 대충 위치를 파악했고, 위쪽을 바라보았다.
일행들도 얌전히 그녀를 쫓아갔고, 같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놀라운 걸 목격했다.
손월영은 살짝 뛰어올라 천정에 손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무슨 짓을 했는지, 검은빛이 번쩍했고, 천정이 둥글게 갈라지면서 가루가 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아주 고운 모래 수준이었고, 금세 구멍을 하나 뚫었다. 정확히 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말도 안 돼.”
모두가 입을 벌리며 놀랐다.
천장의 구멍을 뚫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위층까지의 두께에 따라 절정고수만 되어도 가능했다.
하지만 방금 손월영이 구멍을 만들 때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떤 작은 소음도 없었고, 기척이나 기운조차 느끼지 못했다.
“저런 게 가능한가?”
이 중에서 무궁이 뛰어난 진영도 놀라며 중얼거렸다. 그사이 손월영은 구멍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빙백아도 급히 따라갔다.
그리고 손월영에게 속삭였다.
[저기요. 아주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던데요. 저랑 동업하지 않을래요?]무공도 뛰어난 데다, 기척이 없이 천장을 뚫을 수 있는 기술이라.
도둑으로서 최고의 조건이었다.
손월영은 대답 대신 앞을 가리켰다. 이곳은 창고의 안쪽 같았다.
다행히 안쪽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가로세로 이 장 정도의 철로 만든 물건이 있었다.
금고인 듯 보였는데, 손월영이 느끼기에는 그 안에 무적백호도가 있었다.
빙백아가 물었다.
[저런 건 아까처럼 못 하나요?] [할 수 있지만, 쇠는 소리가 난다. 그러니 네가 열 수 있느니 살펴봐.] [알았어요. 대신 약속해 줘요. 내 제안을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손월영은 대답이 없었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한참을 서로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일각이나 흘렀다. 결국 빙백아가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았어요.”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금고 쪽으로 향했다.
그사이 손월영은 밖을 살폈다.
조용했다.
문 너머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일류 고수 수준이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제압할 수 있는 있겠어.’
[됐어요.]빙백아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그녀가 금고의 문을 연 것이다. 손월영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빙백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간단하던데요. 오래전의 아주 옛날 금고에요. 소뇌음사라고 금고도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손월영은 금고 안에 있는 무적백호도를 발견했다.
그것을 가져가기 위해 붙잡았다.
그때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다. 그것을 손에 쥐는 순간, 머릿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두우우웅.
[이건 또 뭐야. 이년아. 적당히 해! 번쩍거리는 검이나 검은 갑옷 놈들을 데려오더니 이제는 또 호랑이냐? 아무리 나라도 이것들을 전부 다루긴 힘들어!]십천간편의 목소리였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이전과는 달랐다.
손월영의 손안에서는 무적백호도의 기운이 요동을 쳤다. 그리고 이제껏 얌전히 있던 뇌신청룡검과 암흑현무갑까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또 그것의 영향으로 손월영은 꼼짝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빙백아도 당황했다.
[이봐요. 월아 님. 왜 그래요? 괜찮아요?] [무슨 일입니까?]아무런 소식이 없자, 현주황까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꼼짝 않는 손월영의 상태를 보고 놀라서 빙백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도 할 말이 없었고, 두 사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우리가 월아 님을 들고 나갈까요?] [움직여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저분의 기운이 심상치 않은데, 괜히 만져서 잘못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덜덜덜덜.
그런데 갑자기 손월영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온몸을 격렬하게 흔들더니, 거대한 기가 부풀어 올랐다.
두 사람은 불안하게 바라보았고,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끝내는 터져 버리고 말았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