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50
너의 초식이 보여 250화
마교(3)
하운평은 침을 삼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신교의 일원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교주님과 싸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의 적은 이곳의 태상장로 적혈주이고, 교주님 역시 그와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우린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습니다.]배유천은 가만히 있었다.
그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불청객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
하운평은 그걸 염두해두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는 불사의 존재입니다. 쉽게 죽일 수 없지요.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혹시 그의 호적수였던 청파주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계십니까?]물론 알고 있었다.
태상장로의 지시로 그도 직접 움직였으니까.
마침내 배유천이 입을 열었다.
“사방천수도의 무구들을 모으면, 오색지주들의 능력이 일시간 사라지지. 하지만 그것들은 강호 전역에 흩어져 있다.”
[제가 이미 다 모았다면요?]“뭐?”
[저와 동료들이 뇌신청룡검, 암흑현무갑, 무적백호도를 다 모았습니다. 교주님께서 멸화주작구만 빌려주시면 완성이 되지요. 즉, 그의 불사 능력을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태상장로를 죽일 수 있다?’
배유천은 속으로 되뇌었다.
몇천 번이고 상상하던 일이었다. 그가 사라진다면, 명실상부 자신은 신교의 정상, 아니, 천하에서 최고위가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유천은 고민했다.
정말 다 모은 걸까?
아니면 이것 자체가 태상장로의 함정이 아닐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배유천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남경주.
그는 새로운 녹안주였다.
직위는 마교 천살대의 부대주.
그는 태상장로 적혈주 눈에 들었고, 그에게 녹안석을 사사받았다.
그가 녹안석을 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충성심.
그는 뼛속까지 신교인이었고, 적혈주를 절대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과거에 임무 때문에 적혈주를 따른 적이 있었는데, 그의 불사 능력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인간이 아닌 신으로 생각했고, 절대적인 존재라 여겼다.
그래서 교주인 배유천보다 위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오직 적혈주만을 따르게 된 것이다.
이 년 전, 녹안석을 부여받은 후에 폐관수련 했었다. 불과 나흘 전에 나왔고, 지금은 내전에서 발령 대기 중이었다.
그는 가끔 밤중에 혼자 수련을 하는데, 오늘도 수련장으로 향할 때였다.
‘응? 저 사람은?’
마교주인 배유천을 발견했다.
그는 신전을 나와 호위 무사 없이 혼자 걷고 있었고, 남경주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배유천은 걷는 것 같지만, 마교주만 익힐 수 있는 천마보를 시전하고 있었다.
금세 어느새 사라졌다.
남경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왜 신전을 나와 이곳에 있는 걸까?
남경주는 그를 몰래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감히 신교의 교주님을 쫓아가는 가다니.
누가 들으면 불경하다가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주군은 태상장로였고, 배유천이 태상장로님을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항상 의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 일을 넘기지 않았다.
그는 배유천을 쫓았다.
워낙 빨라서 놓칠 뻔했지만,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았다. 정원의 구석에 위치한, 잘 사용하지 않는 창고로 들어간 것이다.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복장을 보면, 내원을 호위하는 마완대 소속의 무사였다.
두 사람은 전음을 주고받았고, 남경주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사대무구…… 태상장로…… 유인……. 그곳에서…….]‘끄응. 아쉽군. 손만 댈 수 있으면, 모두 읽을 수 있는데.’
상대방을 손으로 만진다면 상대의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녹안석을 가지고 있기에 사대무구를 알고, 그 위험성도 알고 있었다.
‘배신이다. 분명 사대무구를 이용하여 태상장로님을 해하려는 거야.’
남경주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기척을 숨겼다. 그리고 배유천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그가 떠난 후, 남경주는 곧바로 태상장로 적혈주를 찾아갔다.
어서 빨리 이 사실을 그분에게 알려야 한다.
오직 그 생각에 무작정 달렸고, 이윽고 태상장로의 숙소에 도착했다.
“멈춰라.”
문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소리쳤고, 남경주는 그에게 부탁했다.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태상장로님께 보고 드려야 합니다.”
호위무사는 남경주를 훑어보더니 짧게 대답했다.
“잠시 기다려라.”
만약 다른 이였다면, 무슨 말을 하든 내쫓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남경주는 태상장로님께서 아끼는 녀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안쪽에 보고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행이구나.”
남경주는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지만, 적혈주는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았다. 낮에 입었던 옷과 같았다.
“무슨 일이냐?”
남경주가 무릎을 꿇었다.
“태상장로님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너무 엄청난 일이라,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호오. 궁금하군.”
“바로 신교의 교주 배유천에 관한 일입니다. 바로 조금 전에…….”
남경주는 자신이 보고 들었던 내용을 상세히 고했다. 그러자 적혈주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재미있군.”
적혈주는 묘한 미소를 젓더니, 뒤쪽에 소리쳤다.
“아무래도 자네가 나와봐야 할 것 같아.”
“네에.”
누군가 걸어 나왔고, 남경주는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신교의 교주 배유천이었다.
남경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적혈주가 설명했다.
“놀랄 것 없다. 교주는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위험을 알려주러 왔으니까.”
“그럼 제가 본 만남은…….”
“그것 역시 나를 위한 것이지. 자네가 설명하겠나?”
배유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흘 전, 한 남자가 나를 찾아 왔었다. 태상장로님을 죽이기 위해 사대무구를 모으고 있다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더군.”
“아아.”
“그 일이 있은 후, 곧바로 태상장로님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렸지.”
적혈주는 배유천의 어깨를 두드리며 치하했다.
“고마운 일이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물론 태상장로님에게 불만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 신교 내부의 일입니다. 감히 외부의 침입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죠.”
적혈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경주가 태상장로에게 물었다.
“그럼 그놈을 곧바로 잡아들이셔야죠. 왜 잡지 않고, 오늘 또 만나신 겁니까?”
“내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적혈주가 대신 대답했다.
“그놈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했었어. 나를 잡기 위해 사대무구를 다 모았을 뿐 아니라, 무림맹과 정한련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군.”
“정한련이라면, 몇 년 전부터 강북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연맹 아닙니까?”
“그렇지. 그놈들이 움직이면, 초소 중원 무림의 반이 움직이는 거야. 재미있지 않나? 그것들만 치우면, 중원 무림의 반을 없앨 수 있는데.”
그제야 남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놈의 제안을 역으로 이용한다는 뜻이시군요.”
적혈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대무구라면 태상장로님의 몸에 위해가 갈 수 있는 무기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지. 그 정도 위험은 있어야 재미있지 않겠는가?”
가만히 있던 배유천도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주의하셔야 합니다.”
“걱정 마라. 나는 그놈이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현재 어떤 놈으로 변장했는지도 파악했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죽일 수 있어. 무엇보다 그 피라미는 내 상대가 안 돼. 무공이든, 지혜든, 영향력이든.”
그는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그리고 배유천에게 물었다.
“참, 그나저나 아까 보고를 하다 말았는데, 오늘은 그놈이 뭐라고 하던가? 나를 죽일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태상장로님. 사실 그놈이 말하기를…….”
상세히 풀어서 계획을 설명했다.
기본 요지는 간단했다.
무림맹과 정한련을 움직여 마교의 전사들을 빼낸다. 서로 싸우는 분위기를 만든 후, 태상장로인 적혈주를 함정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교주와 함께 공격하자는 것이 계획이었다.
“흐음. 조금 이상하군. 아무리 사대무구가 있어도, 단둘이 나를 죽이기는 힘들 텐데. 혹시 나를 맞이할 고수가 더 있다던가?”
“네. 무림맹의 도황과 그에 준하는 고수 한 명이 더 있다고 했습니다.”
“호오. 그렇지. 그 정도가 되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남경주가 소리쳤다.
“태상장로님. 죽을 각오로 하고,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라.”
“저도 교주님의 말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말뿐이니, 정확히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녹안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배유천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는 뜻이었다.
즉, 남경주는 아직 배유천을 믿지 않았다.
물론 배유천의 입장에서는 무척 기분 나쁜 말이었다. 하지만 거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는 담담히 대답했다.
“나를 의심한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감히 주제를 모르고 교주의 몸에 손을 대는 벌은 받아야 할 것이다. 팔 하나를 내어도 괜찮다면 마음대로 하거라.”
그러자 남경주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왼팔을 휘둘렀다.
스걱.
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잘랐다.
주르륵.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았고, 점혈을 짚어 흐르는 피를 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신체를 전혀 아끼지 않았다. 오직 태상장로만 바라보는 남경주의 충성심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 순간만큼은 배유천조차 감탄했다. 하지만 그는 뒤로 숨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팔을 내밀었다.
남경주는 배유천의 팔을 잡았고 녹안석의 능력을 사용했다.
배유천이 말했다.
“나는 사실만을 말했다. 그놈이 태상장로님을 죽일 것을 제안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태상장로님께 바로 보고했으며, 추후 그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남경주는 배유천이 진실만을 말한다는 걸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하나만 더 확인해도 괜찮습니까?”
“말하라.”
“태상장로님을…… 배신하실 겁니까?”
그 말에 배유천은 적혈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배신? 그 말은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내 뜻은 분명히 전달하겠다. 이곳은 신교이며, 힘이 율법이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이다. 내가 만약 태상장로님보다 강해진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태상장로님을 죽일 것이다. 대답이 되었느냐?”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남경주는 그의 대답에 놀라서 적혈주를 바라봤다. 하지만 적혈주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하하하. 그래야지. 신교의 교주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오히려 배유천의 대답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주군이 만족한다면 더 이상 나설 것도 없었다. 남경주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유천이 물었다.
“그럼 태상장로님. 이제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적혈주는 이미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놈의 계획대로 진행한다. 어떤 함정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도황이 온다면 직접 맞이해 줘야지. 이것이야말로 그놈들을 쉽게 없앨 수 있는 기회지 않은가?”
“장로들을 소집할까요?”
구대문파와 비슷하게도 십만대산 곳곳에 신교의 고수들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장로의 신분으로 하나같이 화경의 경지를 앞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은 화경에 오른 이도 있었고, 그들이야말로 신교의 저력이었다.
적혈주가 대답했다.
“전부 소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본교의 신도들을 자극하여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으니, 십대거마들만 부르도록 하지.”
장로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위험하다고 알려진 십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도황과 싸울 수 있으며, 둘 이상 나선다면 도황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하운평. 여전히 재미있는 놈이야. 살아 있는 것도 놀랐지만, 사대무구를 모으는 짓도 깜찍하잖아. 나를 위해, 과연 어떤 함정을 준비했는지 궁금하군.”
만약 준비한 것이 오직 사대무구뿐이라면, 그는 실망할 것이다.
청파주가 사라진 지금, 적혈주는 조금은 심심했다. 하운평이 청파주의 반만큼이나 놀라게 해주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