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52
너의 초식이 보여 252화
대립(1)
방은 독특한 구조로, 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운평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손월영이었다.
그녀는 무적백호도를 보여주면서 제압에 성공했다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십천간편이 전해달라는군. 세 개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했다. 하지만 하나 더 보낸다면, 계약이고 뭐고 죽여 버리겠다고.”
“알았어. 수고했다고 전해줘. 너도 고생 많았고.”
“나는 그 빌어먹을 오색지석만 없앨 수 있으면 돼.”
그녀는 이를 갈면서 중얼거렸다.
하운평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방에는 구대문파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소림사의 무신, 심연대사였다.
“허허허. 하 시주. 정말로 돌아왔군. 다행이야.”
“약속드렸잖습니까?”
“허허. 그렇지. 그리고 이런 계획을 짠 것 보니, 원하던 것도 얻은 모양이고.”
“넵.”
“수고했네. 하지만 그 물건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잘 끝나면 돌려드리겠습니다.”
“부디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게.”
“네. 아, 그리고 만약 최악의 상황까지 가더라도…… 그 물건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믿겠네.”
그때 아주 익숙하고도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못 믿겠다.”
하운평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권왕 파해천이 서 있었다.
“다음 방에서 기다리라고 들었지만, 답답해서 못 있겠다. 이 빌어먹을 제자 녀석아. 왜 이렇게 늦게…….”
“사부님.”
하운평은 갑자기 달려가서, 그를 껴안았다.
파해천은 화를 내려다가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하운평은 안은 채로 말했다.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치료해 드려 죄송합니다.”
“이 멍청한 놈아. 내가 그깟 치료 때문에 화가 난 줄 아느냐. 이런 일이 있으면, 얼른 찾아와서 일을 같이 할 것이지, 혼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거냐? 결국, 이 늙은 사부가 다른 사람에게 사정을 듣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잖아.”
파해천이 투덜거리자, 하운평은 떨어지면서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자가 너무 잘나서, 직접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놈의 주둥아리는 언제나 활발하지.”
누가 보면 싸우는 줄 알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외에도 다음 방에는 검성 초화일과 구운룡, 빙하선녀 빙옥수이 기다리고 있었다.
열두존자 중, 다섯 명이 이곳에 있는 셈이다.
구파일방의 수장들과 오대세가, 흑도의 팔대문파의 대표 고수들도 모여 있으니, 하운평은 그들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각파에서는 하운평의 요구대로 고수들을 내어주기로 약속했다. 열두존자들의 다섯 명이 보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가고, 해가 질 무렵이었다.
곤륜파의 상희궁 지붕 위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하운평과 파해천이었다.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파해천이 물었다.
“제자야. 너는 적혈주를 이길 자신이 있느냐? 들어보니, 보통 놈이 아닌 것 같던데.”
“대단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곳에 계신 분,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없을 수도 있고요.”
“열두존자 중 다섯이 있는데도?”
“그는 죽지 않으니까. 체력도 거의 무한인 데다, 무공도 무존님 이상일 걸입니다.”
파해천은 턱을 긁으며 물었다.
“나도 그놈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 적혈석이라는 걸 부서뜨리면 어떨까? 그럼 능력이 없어지잖아.”
“안 됩니다.”
“이상하군. 듣자 하니, 구운룡은 비무대회에서 청파석을 깨뜨렸다고 하던데.”
“당시 왕진범은 청파석을 삼킨 지 겨우 이 년째였으니까요. 게다가 보석도 반쪽만 남은 상태라 깨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혈주는 그것을 삼킨 지 천 년도 더 되었습니다. 지금쯤 보석을 몸 안에 녹였을 겁니다.”
“네가 그런 것까지 어찌 아느냐?”
하운평이 미소를 지었다.
“이 년 전, 제가 살아난 직후에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적혈주를 죽일 수 있을까?”
“사대무구를 모으면 되잖아.”
“맞습니다. 사대무구를 모으면 그의 능력을 없앨 수 있죠. 하지만 무작정 그것만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고, 결론을 내렸죠. 오색지석에 대해서 조사를 해야겠다고요.”
그래서 하운평은 남만으로 다시 갔었다.
유적을 살폈고, 오색지석의 역사를 쫓아갔다. 하지만 마교에서 나왔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다.
오색지석은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기억나시나요? 각인대사님이 의식을 잃었을 때, 저는 이세계로 들어갔었죠.”
“그래. 혈교의 금서 ‘환상기국’을 통해서…… 너어, 설마…….”
“네. 맞습니다. 환상기국으로 들어갔었습니다.”
당시에 혈교의 금서를 통해 환상기국이라는 곳으로 갔었고, 그곳에서 오색지석의 흔적을 봤었다.
하운평은 작은 희망을 가지고 소림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심연대사에게 부탁해서 금서를 받았고, 환상기국으로 들어간 것이다.
“청아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도움을 받았죠. 오색지석, 특히 적혈석에 대해 조사했는데, 대략 십 년은 넘게 돌아다녔습니다.”
“시, 십 년이라니? 그럼 현재 네 나이가?”
“대략 서른네 살쯤 되었을걸요.”
파해천은 하운평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농을 걸었다.
“으음. 그래. 어쩐지 늙어 보이더라.”
그러자 하운평도 피식 웃었다.
“아무렴 사부님만 할까요. 병중에 계시는 동안 흰머리가 많이 늘어나셨습니다.”
“끄응. 고얀 놈. 그러잖아도 신경 쓰고 있는데.”
파해천은 본전도 못 찾으며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그러다 궁금한 것이 생겨 물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구나.”
“어떤 점이요?”
“예전에 네가 말했었지. 환상기국에 들어갔을 때, 이틀 정도 보낸 것 같다고. 그런데 이쪽 세상의 시간은 스무날이 넘었잖아. 그런 시간 차이가 반대가 아니냐?”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환상기국 안에서 또 다른 이세계로 넘어갔었거든요. 그곳에서는 시간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그때 저만 나이를 먹고, 이쪽 세계의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던 거죠.”
“허허허. 복잡하게도 돌아다녔네. 그래서, 그곳에서 단서를 찾았어?”
“네. 그리고 그곳은 정말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잠깐 설명해드리면, 그곳에서 ‘쿠움’이란 놈을 만났는데…….”
하운평은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설명했다. 오랜만에 사부님을 만나서 그도 약간 흥분했다.
파해천은 그런 제자의 말을 웃으면서 들어주었다. 그리고 하운평의 외모를 유심히 살폈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결국 계산을 하면, 하운평은 십 년이란 나이를 먹었지만, 환상기국에서는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고, 현실세계에서는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일 년은 적혈주를 유인할 함정을 만들기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파해천이 그것을 보면서 하운평에게 물었다.
“제자야. 정말 믿기 힘들고, 귀중한 경험을 했구나.”
“그렇죠?”
“그래서 분명히 찾은 거지? 적혈주란 놈을 없앨 방법을?”
“사실 적혈석이 아니라 적토석이라 불러야 했습니다. 아마도 적혈주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보석의 이름을 바꾼 거겠죠.”
“이름을 바꿔?”
“하하하.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그것 때문에 비잔신투의 보물들을 거의 다 썼으니까요. 자신 있습니다.”
“허어. 그 많은 돈을?”
“네. 뭐, 적혈주만 없앨 수 있다면 아깝지 않죠. 부디 그 정도 값어치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운평은 일부러인지 몰라도, 방법을 자세히 밝히진 않았다.
“저만 믿으세요.”
“오냐. 혼자 잘난 줄 아는 제자 놈아.”
“이제 가시죠. 떠날 준비를 해야하니까요.”
“오냐. 그러자.”
“그런데 사부님…….”
하운평은 일어서면서 파해천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파해천은 갑자기 싸한 느낌에 그를 바라봤다.
“저는 적혈주를 없애기 위해 여러 방법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혹시 최후의 수단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설마 같이 죽을 생각은 아니지?”
파해천은 불안한 생각에 물었다. 그러자 하운평은 크게 웃었다.
“푸하하. 설마요.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번 일만 끝내면, 펑펑 놀 겁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남은 인생, 놀기만 할 거예요.”
“그래. 너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런데 왜? 왜 그렇게 심각하게 물어봐? 불안하게.”
“그러니까,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게 되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요. 그러니 오랫동안 살아계셔야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데?”
이해가 안 되어 계속해서 물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까지는 안 갈 수도 있다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면서.
파해천은 조금 불안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제자 놈을 믿어보기로 했다.
* * *
격이목.
이곳에 일단의 무리들이 찾아왔다.
그 선두에는 적혈주가 있었고,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깨끗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무척 높아 보였다. 반면 주변에는 푸른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누런 모래만 가득한 벌판이었다.
황량한 것이 사막과 비슷했다.
적혈주는 고개를 돌려 눈앞에는 토성을 바라봤다.
높이는 오 장을 넘길 정도였고, 어찌나 오래되었는지, 손대면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실제로 군데군데 부서져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적혈주는 옆에 있는 교주 배유천에게 물었다.
“이곳이 맞아?”
“네. 내일 도황 백수련이 이곳에 올 거라 했습니다. 저희가 하루 빨리 도착한 겁니다.”
“흐음. 좋아. 그럼 준비를 하지. 먼저 주변을 수색한다. 그리고 함정을 만들고 숨을 공간이 있는지 찾아봐.”
적혈주의 말에 배유천은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늘 이곳에 모인 무사들은, 모두 신교의 정예들이었다.
무림맹의 도황이란 절대고수를 잡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진짜 필요한 인원은 적혈주와 배유천 교주, 그리고 십대거마를 포함한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배유천 교주는 모르지만, 적혈주를 호위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화경의 고수들만 열여섯이 있었다.
물론 화경의 경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들만으로 중원무림을 뒤집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리고 잡일을 하기 위해 무려 절정고수 오십 명을 데려왔었다. 그들이 움직이자, 순식간에 반경 백여 장까지 수색했다.
“사십여 장 거리에 작은 토성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그것 외엔 모래뿐입니다.”
적혈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배유천 교주가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토성에 몇 명 보내고, 나머지는 땅을 파고 안으로 숨는다. 그들이 어디에서 올지 모르니, 이백여 장 밖까지 사주를 넓혀서…….”
반면 적혈주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두 사람 뒤에 있던 남경주가 적혈주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태상장로님. 혹시 모르니, 제가 능력을 사용해서 주변을 둘러볼까요?]적혈주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몸을 숙였고 바닥을 긁었다. 그리고 모래를 한 주먹 쥐더니, 나중에 한마디했다.
[상관없다.] [네에?] [이런 환경이면 도황이 아니라 열두존자가 다 덤벼도 내가 이길 수 있어.]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손가락을 튕겼다.
딱.
휘이이잉.
갑자기 바닥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모래들이 스스로 움직였고, 아래부터 뭉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나의 벽이 만들어지고, 두 개, 세 개 만들어지더니, 지붕까지 지어졌다.
반의 반각도 안 되어 작은 집이 만들어진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신기였다.
남경주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참 뒤에 그가 입을 열었다.
“여, 역시 태상장로님. 대단하십니다.”
“안에서 쉬고 있을 테니, 그들이 오면 불러라.”
적혈주는 대충 대답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침상까지 만들어져 있었고, 그는 편안히 누워서 눈을 감았다.
‘이런 곳에서 함정을 판다고? 하하하. 열심히 발버둥쳐 봐라. 하운평. 너의 패배가 필연일지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남경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상장로님. 그들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적혈주는 눈을 떴다. 밖을 바라보니 밤이었고, 남경주에게 물었다.
“벌써 하루가 지났나?”
“아닙니다. 겨우 세 시진만 지났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무림맹 놈들도 일찍 온 것 같습니다.”
“그놈들이 확실하지?”
“네. 정찰조가 도황 백수련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좋아.”
적혈주는 기지개를 키며 일어섰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만들어진 집이 단숨에 무너졌다.
다시 모래로 변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