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6
너의 초식이 보여 26화
그냥 제 사부 하실래요(3)
무적문에 관한 자료는 책상 위에 탑처럼 쌓여 있었다.
가의충은 그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것을 건네주었다. 짧게 정리되어 있는 요약본이었다.
“삼 년 전에는 대협님 말이 맞습니다. 권왕이 장난처럼 만든 일인 문파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삼 년 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이 자료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호병안은 자료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오오. 생각보다 대단하군요. 이 정도면 중소문파 수준을 벗어난 것 같은데……. 자료는 근래의 것인가요?”
“네. 삼 일 전에 제가 직접 정리한 것입니다.”
호병안은 솔직히 감탄했다.
무적문은 규모부터 남달랐다.
하남성 서형 봉운산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가로세로 일리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으로 단일문파로는 하남성 최대크기였다.
그리고 총 인원이 오백 명?
가의충이 설명이 이어졌다.
“부지가 넓은 만큼, 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순수하게 무사들만 이백 명이 넘고, 소작농처럼 계약자까지 합하면, 오백 명이 훨씬 넘어가죠.”
“그런데 자료에 보니까, 아이들이 이백 명이나 있는데요.”
“네. 삼 년 전에 이 지역에 큰 물난리가 있었는데요. 무적문은 그때부터 매년, 고아들을 받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삼 년 째네요.”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가의충은 자신의 일인 양 자랑스럽게 말했다.
“참고로 단순한 고아원 수준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글과 무공, 기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큰 아이들은 벌써부터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무적문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돈도 다른 곳보다 많이 주죠.”
“허어. 권왕님의 인망이 대단하시군요.”
“하하하. 맞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분을 존경하고, 칭찬일색이죠. 무적문은 강해서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훌륭해서 적이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입니다.”
호병안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운영하시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요.”
“맞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단 돈이 있어야죠. 하지만 무적문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공식적으로 이십만 평이 넘는 전답을 소유하고 있고, 근처의 농민들과 소작농 계약을 맺어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래 그 자리가 장한 표국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무적 표국으로 개명하여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또 비공식적으로 말씀드리면……. 무적문의 자본금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넓은 부지를 일시불로 구매했는데, 아직 그런 부지를 수십 개나 살 돈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옆에서 들었어요.”
“굉장하군요.”
“아, 하나만 더 말씀드릴까요?”
호병안의 반응이 생각만큼은 좋지 않자, 가의충은 계속해서 무적문을 극찬한다.
“무적문이 자리 잡는 동안, 권왕에게 도전하러 온 무인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전부 일초지적도 안 되고 패했죠. 그리고 무적문에서는 패한 조건으로 무적문 일을 도와야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계약기한이 일 년이었습니다.”
“호오. 재미있는 조건이군요.”
“더 재밌는 건, 그들 대부분이 일 년 일하다가 그냥 눌러앉았다는 겁니다. 하다 보니 복지가 너무 마음에 든 거죠.”
이쯤 되자, 호병안도 마음이 동했다. 궁금해서 물었다.
“무사들의 복지가 얼마나 좋은가요?”
“일단 평균적으로 다른 문파에 비해 급료가 삼 할이나 높습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가족들과 무적문 안에서 살 수 있고, 자식들에게는 무료로 글과 무공을 시킬 수 있습니다. 또 본인도 일을 하면서 다른 기술도 배울 수도 있고, 잘하면 좋은 비급도 받을 수 있답니다. 세상에 이런 문파가 어디 있습니까?”
호병안은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건 둘째 치고, 가족들과 같이 사는 것과 자식에게 공부시킬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감동했다.
그도 무적문에 가고 싶어졌다. 다만 면접이 걱정이었다.
“무적문이 그렇게 좋다면, 지원하는 사람들도 많겠군요.”
“맞습니다. 심지어 저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돈까지 주는 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흠흠. 솔직히 말씀드리면, 들어가려는 사람도 많았고, 저도 많이 추천했습니다만, 대부분 거절당했습니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뜻인가요? 혹시 외모에 대한 편견이…….”
“아니요. 아니요.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외팔이 무사도 들어갔는데요. 외형적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내적인 부분을 아주 따집니다. 대체적으로 착하고 정직하고, 가정적이며 부지런하고, 자기 일에 만족하는 분들이 통과되십니다.”
호병안은 의아했다.
물론 어떤 문파든 그런 사람들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눈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런 걸 면접 때 알아본다는 겁니까?”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면접에 통과한 사람 중에 사고 친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반면에 아무리 괜찮아 보여도 떨어진 사람은 꼭 문제를 일으키더라고요.”
“으음. 알겠습니다. 일단 가 보죠.”
이런 일은 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호병안은 서둘러 일어서려 했지만 가의충은 그에게 한마디 더 했다.
“아, 그리고 호병안 대협, 면접 보실 때 딱 하나만 명심하세요.”
“뭡니까?”
“하운평 공자, 아마 그분이 최종 심사를 볼 겁니다. 그럼 무슨 질문을 해도, 절대!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무조건 탄로 날 겁니다.”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충고였다.
* * *
지난 삼 년 간, 하운평의 무공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하아압.
쿵.
그는 전각을 밟으면서 소천포를 가미한 주먹을 힘차게 뻗었다. 청석으로 만든 바닥이 단숨에 깨지면서, 세찬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맞은편에 있던 파해천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하운평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를 따라서 같이 움직였고, 이어서 권왕의 독문 무공인 진천팔권 오초식, 강림천하를 펼쳤다.
콰콰콰콰.
사방으로 몰아치는 권기가 바닥을 긁는다.
파해천은 어떤 준비 동작도 없이 뒤로 쭉 물러서지만, 하운평은 계속 그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계속 움직였다.
타각, 풍각, 퇴각……. 파해천의 또다른 장기인 천번박투술을 똑같이 구현해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파해천의 잔상만 가득할 뿐, 무슨 수를 써도 맞힐 수는 없었다.
그러다 딱 한 번, 파해천이 한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반격이었고, 하운평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퍼퍽.
우윽.
하운평은 바닥에 쓰러졌고, 급히 손을 들었다.
“윽. 그만, 그만요.”
파해천도 더 이상 공격하진 않았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놈아. 끝까지 해야지. 중간에 왜 그만둬?”
“큭. 오늘은 이 정도만 하시죠. 저, 오늘도 할 일이 많거든요.”
하운평이 벌떡 일어났고, 곧장 개인 연무장을 나갔다. 파해천도 뒤따라가면서 중얼거렸다.
“하운평아. 너, 요즘 무공수련을 대충 하는 것 같다.”
“바쁘니까요. 어쩔 수 없잖아요.”
“인마. 그러게 문파를 적당히 키웠어야지.”
“저도 이렇게 잘될 줄 알았나요?”
“우린 무인이다. 무공을 익히고 갈고 닦아야지, 문파만 크게 키운다고 그게 무인이냐?”
요즘 파해천의 불만이 그것이었다.
하운평은 지금 중요한 시기였고, 무공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럼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도 사귀고, 놀기도 하면서 열다섯 아이답게 지내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반대였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겨우 두 시진 수련하고, 나머지는 전부 문파 일을 보고 있었다. 또래의 친구는 하나도 없었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전부 어른들뿐이다.
권왕은 그 점이 안타까웠다.
“내가 얘기했지? 어릴 때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너 나이에 맞는 일을 해. 다른 문파 얘들도 만나보고, 다른 문파의 무공도 견학하면서.”
“제 또래의 얘들은 유치해요.”
“야. 너만 잘났나? 저 밖에는 너보다 잘난 놈들이 수두룩하게 많아.”
“알았어요. 그런 놈들 만나면 생각해 볼게요.”
“쯧쯧. 그렇게 까불다가 큰코다친다. 항상 겸손해야지. 이건 다른 얘기긴 하지만, 그렇게 까불다가 정말 강한 적을 만나면 어쩔 거냐?”
하운평은 히죽 웃었다.
“사부님한테 맡기면 되죠.”
“내가 없으면? 내가 천년만년 살 것 같아?”
“아이고, 사부님만큼은 천년만년 살 것 같은데요. 근래에 큰 성과도 있었다면서요. 이러다 정말 제자보다 오래 사는 거 아닙니까?”
“이 자식이, 또 사부를 놀리네.”
파해천이 주먹을 들려 하자, 하운평은 보법을 사용해서 먼저 나가 버렸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여기저기 연락을 해놨습니다. 간부급으로 괜찮은 사람을 뽑으려고요. 간부급 구성만 잘 꾸려지면, 저도 물러설 겁니다.”
그리고 하운평과 파해천은 각자 오전 일과를 시작했다.
파해천의 일은 비교적 간단했다. 현재 무적문은 네 개의 원(院)으로 나눠져 있고, 그중 무공을 사용하는 곳은 세 곳이었다.
고아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수련원.
표국과 비슷한 일을 하는 표물원.
무적문의 무력을 담당하는 무적원이 있었다.
이들이 익히고, 사용하는 무공들 용음권, 풍륜검, 금호진도 청화백공, 천진비보 등은 파해천이 직접 만들거나 수정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문도들이 익히는 걸 보면서 비급을 보완하거나, 추가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또 당주나 뛰어난 무재들은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하운평은 일은 그것보다 몇 배나 많았다.
먼저 오전 사시에는 방대일 총관과 회의를 가졌다. 총관은 각 원주들과 전체회의를 일차적으로 하고, 하운평에게는 정리한 내용을 보고했다.
일상적인 내용은 그렇게 간단히 넘어가고, 특별히 신경 쓸 내용이 있다면 각 원으로 직접 방문했다.
방대일 총관이 말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습니다.”
“네에.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일단 쉬운 것부터 가죠.”
“그럼 내무원의 일부터 보시죠.”
내무원은 무적문의 회계, 내정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방대일 총관이 직접 관리했다.
“아시겠지만, 작년도 무적문의 회계는 적자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겨우 흑자도 돌아섰는데, 수련원의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서 적자가 될 것 같습니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단을 출범하기로 했잖습니까?”
지금까지는 이천 평의 전답에서 나오는 쌀을 상인을 거쳐서 판매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판단되어, 직접 상단을 차릴 생각이었다.
“네. 올해 초부터 준비했었죠. 그리고 어제,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상단을 인수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역시 그쪽이 나은가요?”
“여러모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기존의 판매망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대략 열두 개의 상단이 후보로 있는데, 조만간 세 곳으로 압축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 외 몇 가지를 더 보고했고, 다음은 표물원에 관한 안건이었다.
“호북성 쪽으로 갔던 일은 어때요? 문제는 잘 해결됐나요?”
“네. 다행히 잃어버린 표물은 모두 찾았습니다. 하지만 도착이 늦었고, 손해를 입었습니다.”
“하남성 남쪽 일대는 문제없었는데, 역시 거리가 멀어지니까 부담되네요.”
“네. 지금 표국의 규모로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럼 당분간은 하남성 표행만 집중합시다. 참, 장하진 국주에게는 연락해 봤어요?”
표국의 규모가 커지자, 인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장하진 국주에게 돌아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라 했었다.
방대일 총관은 고개를 저었다.
“네. 하지만 명백히 거절하셨습니다. 대신, 좋은 사람이 있다고 추천해 주셨는데요.”
“오오. 누굽니까?”
“호북성의 진하표국에서 근무하셨던 반모란 표국주님이십니다.”
“반모란? 여자분이신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표사들이나 쟁자수들은 전부 남자였고,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여자 표국주라면 반발할 수도 있었다.
하운평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고가 열려 있었다.
“지금 상황에 여자, 남자를 가릴 때가 아니죠. 괜찮은 사람이면 열 살짜리 여자아이라도 데려올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이에 불만 있는 표두나 표사가 있으면, 조용히 나가라고 하세요. 차라리 표국의 일을 대폭 줄이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반모란 님께 초청 서신을 보낼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럼 오늘 안건은 끝났습니까?”
하운평의 물음에 방대일 총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무적원의 일이 남았습니다. 먼저 지살회에 대해서 아셔야 하는데…….”
“하 공자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집무실 밖에서 수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어떤 손님인지 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