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8
너의 초식이 보여 28화
무적문의 현재 모습(2)
방대일 총관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현령님께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건 얼마 되지 않지만 받아주시고,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현령은 잽싸게 주머니를 받았다. 주머니 안에서 황금빛이 보이자, 마음에 들었는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공지신 현령은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다.
“좋아. 오늘은 이 정도만 하지. 하지만 세금 문제는 변동 없다. 애새끼들을 내보내든지, 돈을 내라. 추가세금도……. 알겠지?”
“네. 문주님과 의논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 짝짝이 새끼는! 재수 없으니까 내보내. 계속 데리고 있으면 내가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
“…….”
방대일 총관은 침묵하며 공손히 인사했고, 현령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성과가 좋았다. 직접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무적문, 무적문 하더니 별거 아니잖아. 흐응.’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발이 꼬였다.
걷는 와중에 비틀거렸고,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하필이면 자갈밭이었다.
콰당.
“아아악.”
현령은 앞니가 부러지고 피가 흐를 정도로 크게 다쳤다. 뿐만 아니라 아파서 옆으로 구르는데, 하필이면 또 그쪽에 개똥이 널려 있었다.
온몸에 냄새나는 개똥을 잔뜩 묻히면서 현령은 겨우 일어섰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키득거렸고, 현령은 서둘러 돌아갔다. 그 모습은 한동안 고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하운평은 멀리서 현령을 바라본 뒤에 무적문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를 일부러 넘어뜨린 건 하운평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분이 풀리진 않았다.
일단 방대일 총관을 만나 사정을 들어보고, 저놈을 제대로 손볼 생각이었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 * *
하운평은 돌아오자마자, 방대일 총관을 찾았다. 그는 접객실 당주에게 얘길 들었는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못난 꼴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맞습니다. 굉장히 못난 모습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대한 겁니까?”
“모두 제 탓입니다. 사실 현령도 처음부터 저러진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돈만 조금 쥐어주면,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었는데……, 점점 요구가 과해지고 있습니다.”
“네. 사부님까지 무시하는 태도는 정말 과하더군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하운평도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대신 저놈을 어떻게 할지, 그 부분이 더 시급해 보였다.
하운평의 표정을 보더니, 방대일 총관이 미리 언급했다.
“한 가지 염두 해 두실 것이 있습니다. 권왕 문주님께서 무림인은 일반인을 힘으로 누르면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물론 현령도 손대면 안 된다고 못을 박으셨규요.”
“현령이 이렇게 지랄하는 걸 보셨나요?”
“아니요.”
아마 봤다면 가만 있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래도 하운평은 사분님까지 알리고 싶진 않았다.
본인의 선에서 해결하려 했다.
그때 다시 방문요청이 있었다. 현령 밑에 있는 현승(懸丞) 변청관이었다.
방 대일 총관은 하운평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나가서 그를 맞이했다.
“이봐. 방 총관, 괜찮은가?”
“전 괜찮습니다. 현승님.”
“쯧쯧. 미안하네. 내가 알았다면 미리 언질을 주었을 텐데. 갑자기 나가더니 이쪽으로 올 줄은 몰랐어.”
“그렇잖아도 여쭈고 싶었는데, 혹시 다른 문파에서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
“으음. 공식적으로 방문한 문파는 없다네. 그 세금 인상 때문에 그러지?”
“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네. 어제부터 갑자기 세금 얘길 꺼냈어.”
아마도 누군가 몰래 현령을 찾아간 것 같았다.
방대일 총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것을 물었다.
“그나저나 노모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많이 좋아졌네. 전에 보내준 백년 하수오가 큰 도움이 되었어.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요. 아무튼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승님.”
“그래. 나중에 밥 한 끼 하세. 그리고 세금 문제는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네. 힘내게.”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가 돌아가고 하운평이 나타나서 물었다.
“현승은 좋아 보이네요.”
“네.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이고, 말이 잘 통합니다.”
“그럼 됐네요. 현령을 실각시키고, 현승을 현령으로 만듭시다.”
“그럼 좋겠지만, 방법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하운평은 곧바로 집무실로 가서 서신을 작성했다.
[근래에 저희 쪽 고을의 현령 공지신의 행동이 도를 지나칩니다. 이 사람을 막을 방도를 찾으려고 하니,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참고로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이 서신을 흑점의 가의충에게 전서구로 보냈다.
이제 그도 직급이 있어서 마음대로 만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운평의 부탁이라면 가능한 빨리 답변이 올 것이다.
그리고 마차를 준비시켰다.
방대일 총관은 어느 문파가 현령을 찾아갔는지 모른다.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하운평은 직접 현령의 마음속을 읽었고, 정확히 누가 갔는지 알고 있었다.
당장 가서 족칠 생각이었다.
‘아, 그렇지. 그 사람을 깜박했네.’
하운평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호병안을 마방 쪽으로 불렀다. 같이 가면서 면접을 볼 생각이었다.
* * *
덜컥.
마차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듬직해 보이는 중년 사내였고, 오른쪽 눈만 녹색인 짝눈이었다.
가의충이 소개해 준 벽안박도 호병안이었다.
나는 마부에게 소리쳤다.
“출발하세요.”
“네.”
덜커덕. 덜커덕.
마차는 출발했고, 동시에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첫 만남 때 의외로 많은 걸 알 수 있다. 특히 말없이 지켜볼 때, 상대방의 반응으로 성격, 성향 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호병안의 생각을 읽었다.
‘왜 말이 없는 거지?’
그는 비교적 차분했다. 간단한 의문만 가질 뿐, 손발을 떠는 일도 없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면접이라 긴장될 텐데,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 단계는 합격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하운평이고, 무적문의 문주 대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부님이 워낙 바쁘셔서 제가 대신 면접을 보는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어린 소년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호병안은 아니었다. 그는 차분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네. 저는 벽안박도 호병안입니다. 흑점에서 소개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저희가 모집하는 자리는 총당주 직입니다. 무적문의 당주들을 이끄는 직책이며, 때에 따라서는 외부의 적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네.”
대답이 짧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 몇 가지 질문을 드릴 텐데,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좋으세요? 아버지가 좋으세요?”
“네에?”
잔뜩 긴장했는데, 이상한 질문이 들어오자, 호병안은 당황했다.
물론 그걸 노린 질문이었다.
“대답해 주시죠.”
“아아, 음. 어머니를 고르겠습니다.”
“이유는요?”
“아버지는 어릴 때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으니까요. 어머니 혼자 저를 키우셨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머릿속에 힘든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색목인의 아이를 낳았다고 괴롭힘을 당했고, 호병안은 짝눈이어서 놀림을 받았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없었다.
담담하게 얘기했고, 마음속에 큰 얼룩이 없는 점이 중요했다.
“좋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문파에 적이 침입했다고 가정해 보죠. 가족의 목숨이 위험하고, 문파의 하나뿐인 비급을 뺏길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것 또한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리고 정답은 없었다. 그 사람의 가치관, 그리고 솔직함을 보려는 의도였다.
호병안은 잠깐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가족이 우선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을 먼저 챙기겠습니다.”
“그렇군요. 자료를 보니까, 부인과 따님이 한 분 계시던데.”
“네.”
“그럼 적들에게 뺏긴 비급은 어떡합니까?”
“가족을 안전한 곳에 두고, 제가 홀로 찾아오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틀렸습니다.”
호병안은 살짝 당황했다.
나 역시 차분하게 설명했다.
“혼자 가지 말고, 사람들을 먼저 규합하세요. 그리고 목숨도 걸지 마십시오. 딸아이를 또 아비 없는 자식으로 키울 생각입니까?”
“아니요. 그건…… 안 되죠.”
“참고로 만약 이 일을 하신다면 절대 목숨은 걸지 마십시오. 살아남아야 가족도 챙기고 비급도 뺏을 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소공자의 생각이 나와 같아 다행이다.’
호병안은 내 말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물론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
나도 사람을 중시했고, 비급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 외에 몇 가지 질문을 계속했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병안도 같이 내렸고, 우리는 눈앞의 사 층 짜리 전각을 바라보았다.
[대도무적파]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호병안에게 물었다.
“아까 현령과 있을 때, 화가 많이 나셨죠?”
“저는 괜찮습니다.”
“화를 제때 풀지 않으면 속에서 병이 생깁니다. 무공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니, 화도 풀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네. 그런데 이곳은 어디고,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여긴 대도파라고, 우리가 자리를 잡기 전에는 제일 잘나가던 문파였습니다. 우리 무적문이 유명해지자, 금세 이름을 ‘대도무적파’로 바꾸고, 위세를 이용하고 있죠. 조금 얍삽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너무 바빠서 신경 쓸 여력도 없고요.”
“그런데 오늘 오신 이유는…….”
“아까 들으셨죠? 어떤 문파가 현령에게 가서 세금 문제를 건드렸다고요. 그게 대도파이고, 명백히 우릴 노린 행위입니다. 그건 참을 수 없죠.”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를 보면서, 일부로 냉혹하게 말했다.
“다 죽이세요.”
“네? 전부 죽이란 말씀입니까?”
“여기 두목만 일류고수고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는 놈들입니다. 이놈들을 다 죽이고 본때를 보여줘야죠. 우릴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호병안은 잠시 생각한 후에 조심스레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하 공자님, 저는 아직 이곳 사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공자님의 말만 믿고 무작정 죽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살인귀도 아니고, 살인을 할 때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사람 죽이는 일이 겁나는 건 아니고요?”
“무턱대고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네, 겁이 납니다. 정말로 제가 살인귀가 되고, 제 부인과 자식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될까 봐서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단계까지 합격입니다.”
“네에?”
“총당주직 말입니다. 물론 당신이 착해서 합격이라는 게 아닙니다. 본인만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나와 부합해서 합격인 겁니다.”
“…….”
그는 아직 이해를 못 한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무적문에서 일하기 싫으세요?”
“아,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말씀에 당황해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 공자님.”
“아직 마지막 삼 단계가 남았습니다. 당주들과 사부님을 만나서 인정을 받아야 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그럼 일단 이놈들부터 처리합시다. 죽이지는 마시고, 몇 대 쥐어박으면서 소란만 피워주세요. 제가 대도파 두목과 사담을 나눌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호병안은 곧바로 벽을 차고 공중으로 뛰었다. 그리고 이 층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콰당탕.
그리고 그의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렸다.
“네 이놈들!!”
퍼퍽.
쉬익. 까강.
으아악.
“누, 누구냐”
“알 것 없다.”
퍼퍽. 퍽.퍽.
아악. 아악.
이 난리를 겪은 대도파는 당분간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나도 볼일을 보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벽을 차면서 단숨에 사 층 꼭대기로 올라갔다.
전각 안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대도파의 두목, 강대도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