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9
너의 초식이 보여 29화
도박장의 첫 방문(1)
강대도는 아래층의 소란을 무시했었다. 하지만 점점 소리는 커졌고, 그는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야. 무슨 일인지 알아봐.”
잠시 후, 수하들이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절정고수로 짐작되는 자가 침입해서 난동을 부립니다.”
“가서 막아. 무조건 막아내.”
강대도는 일단 수하들을 아래층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본인은 위기감을 느끼고 금고 쪽으로 달려갔다.
돈을 꺼내어 혼자 도망치려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 내가 슬쩍 다가갔다.
“이봐. 강대도.”
“허억.”
그는 너무 놀라서 철퍼덕 주저앉았다. 이런 자가 어떻게 두목이 되었을까?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하얗게 질렸다.
“하, 하운평 공자님.”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적당히 해먹고, 우린 건들지 말라고.”
대도문은 이 년 전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 혼자서 반 죽여 놓았고, 그때 이후로 강대도는 쥐 죽은 듯이 지냈었다.
강대도는 나를 보자마자,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그게 아닙니다. 오해이십니다. 저는 분명히 안 한다고 했는데, 지살회 놈들이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살회? 섬서성의 그 지살회?”
“네. 사흘 전에 몰래 찾아와서는, 무적문의 세력이 강한 것 같으니, 조금만 제재를 하자고 해서…….”
“그래서 옳다구나 싶어서 현령을 찾아갔네. 돈도 받았고.”
강대도는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금 스무 냥을 챙겨서 그 금고 안에 넣었잖아. 강대도.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몰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 그의 금고 돈을 탈탈 털어갔으니까.
그는 철퍼덕 엎드렸다.
“아이고, 하 공자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로 그들이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특히 부두목인가 하는 놈은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절정고수였고, 정말 죽일 것 같았다니까요.”
“걱정하지 마. 죽이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네 덕분에 우리 방 총관이 현령에게 괴롭힘을 당했어. 내가 짜증 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하게…….”
“죄송합니다.”
“말로만? 우리 방 총관을 위해 선물이라도 사줘야지. 무슨 말인지 알지?”
강대도는 죽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금고 안에 있는 모든 재물을 꺼내어, 들기 좋게 한 묶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내밀었다.
“분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래. 지살회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는 주변의 문파들에게 분명히 말해라. 다시 한번 이런 일을 벌이면, 정말 그땐 가만 있지 않을 거라고. 내가 사람이 좋아서 참고 있는 게 아니야.”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손에 든 물건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 돈이면 현령에게 준 보물을 메우고도 남겠지. 그런데 지살회라……. 이것들이 선을 넘었단 말이지.
* * *
밖에는 호병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도박장에 가 보신 적 있습니까?”
“네. 친우들과 몇 번 가봤습니다.”
“잘됐네요. 옆 고을에 도박장이 생겼다는데, 같이 가 보실래요?”
“지금 말입니까?”
“날도 어두워지고 딱 좋잖아요.”
우리는 마차를 타고 도박장으로 출발했다.
지살회가 만들었다는 도박장이 마침 이곳과 가까웠다. 생각난 김에 지살회에 대해 더 알아볼 요량으로 바로 찾아갔다.
호병안에게는 이번 일의 원흉이 지살회고, 도박장도 지살회의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가 심각하게 물었다.
“도박장을 습격하실 겁니까? 그럼 일반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고, 저희 둘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습격이 아니라 염탐입니다. 오늘은 순수하게 구경하러 가는 거니까 걱정마세요.”
나는 가볍게 얘기했다. 그리고 반 시진도 안 되어 도박장 앞에 도착했다.
내가 처음 능력을 얻었을 때, 돈 벌 방법만 수십 가지 생각했었다.
그중 하나가 도박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이길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비잔신투의 보물이 얻은 후에는 도박장 대한 흥미를 잃었다.
대신 포목점이나 무적문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목적으로 도박을 해본 적은 있었다. 순수하게 재미로 했지만, 내가 잘 한다는 건 그때 깨달았다.
그리고 도박장은 오늘 처음 방문한 셈이다.
첫 모습은 무척 화려했다.
홍등, 청등 갖가지 등이 수백 개가 걸려 있었고, 입구에는 아름다운 기녀들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사람 세 명이 손을 벌릴 정도로 정문이 넓었으며, 총 사 층 높이였다. 듣자 하니 작은 마을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라 했었다.
와아아아.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탄식 소리와 고함을 치는 소리, 환호성과 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밝기를 조절했는지 대체적으로 어두웠고, 일하는 인원수만 대략 백여 명이 넘었다. 대부분 아름다운 여인들이었고, 술을 나르고, 웃음을 팔았다.
일층은 상당히 넓었는데,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수십 가지의 도박을 즐길 수 있게 꾸며놓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끼어들었고, 구경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친절하게 안내문이 있었고, 일 층에서는 최소 판돈이 동전 일 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활기차고, 사람도 많고.’
정말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갔다.
대체적으로 주사위 노름이 인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결과가 빠른 종목에 사람들이 몰렸다.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물주라 적힌 자리에 사십 대 중반의 중년인이 앉았고, 그는 큰 사발을 들었다.
곧 사발 안에 주사위 두 알을 넣고, 사정엇이 흔든 후 바닥에 뒤집어 놓았다.
그러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돈을 걸었다.
“상, 이번에도 분명히 상이야.”
“아니라니까, 하야. 조금 전에 상, 상, 상 나왔잖아. 이번에는 하지.”
“상이라니까.”
바닥에는 크게 상(上)과 하(下)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자 생각한 곳에 돈을 걸었다. 순식간에 동문과 은자, 심지어 전표까지 수북이 쌓였다.
나는 잠시 지켜보다가, 호병안에게 물었다.
“대충 보니까, 주사위 합이 칠(七) 이상이면 상이죠? 맞히면 세 배를 받는 거고.”
“맞습니다. 대신 두 개의 주사위 숫자가 같으면 물주가 모두 가져갑니다.”
어찌 보면 물주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본인은 이길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대도파에서 뺏은 물건들을 제외하면, 딱 은 한 냥이 있었다.
이걸로 해야겠군.
“우리도 재미 삼아 해보죠.”
“네. 그런데 무공은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저기서 지켜보고 있다가 제재가 들어 을 겁니다.”
무림인들은 일반인보다 감각이 예민하고, 특수한 무공으로 도박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도박장 입장에서는 무림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작정 막을 순 없는 노릇이고, 그들 역시 무림인을 고용했다.
그래서 자칫 무공을 사용했다가는 칼부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점주를 바라보았다.
딸그락. 딸그락.
그는 다시 주사위가 든 사발을 능숙하게 흔들었고, 이어서 바닥에 놓았다.
탁.
역시 사람들은 동시에 돈을 걸었다. 나도 은 한 냥을 하(下)에 걸었다.
그리고 점주가 사발을 드는 순간, 탄식 소리가 터졌다.
“아아. 일 사, 젠장. 하(下)잖아.”
“아까워라.”
반면 이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세 배를 벌었고, 나 역시 은 석 냥을 얻었다.
그리고 다음 판에는 석 냥을 전부 걸었다. 그런 식으로 은 한 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은 석 냥이 은 아홉 냥이 되고, 은 스물일곱 냥, 은 여든한 냥까지 커졌다. 그리고 한 번 쉬었는데, 이때는 주사위 두 개가 같은 숫자가 나와서 점주가 이겼다.
이어서 은 이백마흔석 냥을 벌었다. 한 판을 쉰 후, 다음 판에는 칠백스물아홉 냥이 손에 들어왔다.
단 여섯 판으로 집 한 채 값을 벌어들인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몰렸다.
“우와아아.”
“말도 안 돼. 연속 여섯 판을 이겼어.”
“대단한데. 전문 도박꾼 아니야?”
그리고 다음 판부터는 사람들이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야아. 상에 건다. 우리도 빨리 대에 걸어.”
“고수의 출현이다.”
“빨리빨리.”
몇 명 빼고 모두 대에 걸었다.
점주의 표정이 썩었다. 떨리는 손으로 사발을 여니 숫자 사(四)와 오(五), 상이었다.
호병안은 궁금해서 전음으로 물었다.
[공자님. 어떻게 하신 겁니까?]나는 빙그레 웃었다. 너무도 쉬었다.
물주는 마음대로 숫자를 조정할 수 있는 도박 고수였고, 나는 그의 생각을 읽고 돈을 걸었을 뿐이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만큼 주사위를 정확히 조절했고, 덕분에 내가 받을 금액이 이천 냥이 넘어갔다.
물주가 다소 억울할 것이다.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정중히 물었다.
“손님. 여기는 적은 돈으로 재미를 찾는 곳입니다. 괜찮으시면 더 큰 판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좋죠. 어딥니까?”
“이쪽으로 오시죠.”
나와 호병안은 그를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도박하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을 벌고, 더 큰 판으로는 가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다만 이번에 돈을 잃은 물주는 빠르게 수하를 불렀다.
“위에 계신 형님께 전해라. 저 소년, 뭔가 이상하다고.”
“알겠습니다.”
그는 경력이 이십 년도 넘은 전문 도박꾼이었다.
그의 눈에는 분명 내가 기본 규칙만 알고 있는 초짜로 보였다. 하지만 거는 족족 이겨 버리니, 이유는 모르지만 몹시 수상했다. 게다가 오늘따라 촉이 좋지 않았다.
‘왠지 불길하단 말이야.’
그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맞아. 오늘 도박장에 큰일이 벌어질 거야.
우린 곧바로 삼 층으로 안내받았다.
아래층보다 훨씬 조용했고, 고급스러운 장소였다. 아예 방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각 방마다 여섯에서 일곱 명만 있을 뿐이다.
“이곳은 특별 손님들만 참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최소 판돈이 동전 한 냥이죠.”
“좋군요.”
“혹시 관심 있는 판이 있으신가요?”
안내해 주는 이가 물었다.
나는 둘러보다가 내가 아는 도박을 발견했다. 투패 판이었다. 그중에서 한 곳을 찍었다.
“저곳이 마음에 드는군요.”
“마침 자리도 충분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투패의 규칙은 간단했다.
각각 다섯 장의 패를 나누어주고, 패의 숫자를 합산하여 끝자리 수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도박이었다.
패는 기름 먹인 두꺼운 종이나 박달나무를 얇게 다듬었고, 그렇게 만든 패에 일부터 십까지 숫자를 붙인다. 문양이나 문자를 달리하여 네 짝, 즉 사십 개의 패를 이용하는 도박이었다.
그리고 도박꾼들이 투패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판돈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섯 장 패를 한 번에 나누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두 패만 나누어주고, 상대방도 볼 수 있게 열어둔다.
그리고 세 번째 패부터는 돈을 올릴 수 있으며, 한 명씩 돌아가면서 돈을 추가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차례마다 돈을 올리기 때문에, 다섯 패 모두 받은 후에는 판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동전으로 시작해도 은 몇천 냥은 우습게 모였다.
호병안은 걱정스러워했다.
[공자님. 투패는 초심자가 하기에는 어려운 도박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투패는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몇 번이라니?
딱 둘러봐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도박꾼으로 보였다. 몇 번 해본 실력으로 이기기 힘들었다.
그는 몹시 걱정했고, 나는 내 능력을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사실 그의 말이 맞았다.
본래 투패를 이기려면 전문성이 필요했다. 깔려 있는 패를 모두 외워서 다른 이가 무슨 패를 들고 있는지, 추측해야 하고, 상대방의 표정이 허풍인지 진짜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표정을 잘 숨기고, 배짱 있게 돈을 거는 것이 관건이었다.
또한 좋은 패를 가지고도 고작 은 열 냥만 딸 수 있었고, 나쁜 패로도 은 만 냥을 딸 수 있는 도박이 투패였다.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예외였다.
과거에 포목점 사람들과 즐겼던 도박이 투패였고, 압도적으로 내게 유리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