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3
너의 초식이 보여 3화
눈물이 제일 쉬웠어요(1)
동정호는 작은 바다로 불릴 만큼 넓은 호수였다.
끼고 있는 마을들도 무수했고, 창천 고을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은 나루터가 큰 편이다.
때문에 유동 인구도 상당히 많았다. 어떤 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처음 봤다.
솔직히 당황했고, 적응할 때까지 길거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정신 차리자.’
하운평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으음. 일단은……. 머물 곳이 필요하겠어.’
그렇다고 객잔은 내키지 않았다. 그것보다 지금 필요한 건, 직업이었다.
돈도 벌면서, 이 마을에 적응을 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어디에 취직할까인데…….’
하운평은 주변의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고서점도 보이고, 차를 파는 다루점이나 객잔도 있었다.
그런 곳을 보면서 생각했다. 일하기 좋은 가게는 어떤 곳일까?
아무래도 주인이 상인으로 성공한 사람이여야 하고, 이곳 토박이에, 착한 사람이면 좋을 것이다.
그럼 배울 것도 많고, 오래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지만, 좋은 정보는 얻지 못했다. 대부분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꼬르륵.
‘흐음. 배가 고프네.’
하운평은 돈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먼저 꺼내어, 천천히 돌아다녔다.
제일 눈에 띄는 곳은 길거리에서 파는 만두 가게였다.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기다리는 줄이 삼 장이 넘었다.
‘으음. 여기 만두가 맛있나 보다. 여기 가 볼까?’
하운평도 줄을 섰고,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
‘배고프다. 어서 먹고 싶어.’
‘아아. 줄이 왜 이렇게 긴 거야?’
‘그래. 장사가 잘된다는 건, 배울 점이 많다는 뜻이잖아.’
하운평은 손님 말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살폈다.
만두를 만드는 주방장은 보이지 않고, 사장은 없는 것 같았다. 대신 주문을 받고 만두를 내오는 점소이 네 명만 보였다.
손님이 많으니까, 그들도 굉장히 바빴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딱딱했다.
마음속도 마찬가지였다.
‘어휴, 오늘도 손님 진짜 많네.’
‘내가 왜 이곳에 취직했지? 진짜 바쁜데 돈은 쥐꼬리만 하잖아. 제길. 사장만 행복하지.’
‘휴우. 역시 건너편 포목상으로 갔어야 했어. 거긴 일은 적게 하고 돈 많이 받는다던데.’
‘제기랄. 내가 진짜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둔다. 그리고 다음에는 절대 장사 잘되는 곳에서 일하지 않을 거야.’
불평,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들이 맞았다. 주인이 아닌 다음에야 장사가 너무 잘 되면 곤란했다.
쉴 새 없이 일만 하고, 그만큼 돈도 못 받는 것 같았다.
손님이 적당히 있으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찾아야 했다.
문득 하운평은 방금 들었던 포목점이 떠올랐다.
‘거기로 가 볼까?’
마침 차례가 되었고, 만두를 먹으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만두는 정말 맛있었다.
황강 포목점.
붉은색 간판에 황금빛 글자로 멋지게 적혀 있었다.
삼 층짜리 전각이었고,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외관도 깨끗했다.
일단 겉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가게가 커서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점원도 일곱 명이나 있어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우와. 천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했나?’
배를 타기 전에 잠깐 들렀던 포목점과 비교할 수 없었다.
양쪽 벽에 걸린 천은 알록달록했고, 종류만 이백 개가 넘었다. 그리고 다른 안쪽에는 완성된 옷들도 보였다.
이곳은 손님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행동에 여유가 있고, 점원에게도 친절하게 대했다.
여기 점원들도 만족스러워 보인다. 마음속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은 일 끝나고 어디 가서 술을 마실까?’
‘어서 집에 가서 마누라 보고 싶다.’
‘우히히. 오늘은 다섯 벌이나 팔았다. 이번 달 봉급은 기대해도 되겠는걸.’
‘그래. 여기서 괜찮겠어. 여기서 일해보자.’
하운평은 다짐했고, 포목점의 주인을 찾았다.
사실 황강 포목점은 이 근방에서 제일 큰 포목점이었다.
창천 마을에 지점이 두 개 있었고, 다른 마을까지 무려 지점이 열네 개나 있는 거대상가였다.
주인은 황강, 본점에만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운평이 방문한 지점은 창천 이 호점으로 이정학 점주가 담당자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었다.
대신 점원 중에서 나이가 많은 고필두가 나섰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네.”
“하하하. 꼬마야. 몇 년은 더 있다가 오거라.”
다른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속으로 하운평을 비웃었다.
‘나중에 온다고 자리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꼬맹이네.’
‘꼬맹아. 여기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쯧. 나도 여기 오려고 이 년을 기다렸는데, 어디서 감히 공짜로 들어오려고…….’
모두가 거부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하운평도 이 정도는 예상했었다. 오히려 실망하지 않고, 기뻐했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좋은 가게라는 반증이니까.
‘뭐, 좋아.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천천히 찾아보지.’
그렇게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런데 누군가 씩씩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사장 누구야? 나와!!”
무척 화가 난 목소리였다.
‘호오. 보아하니, 금방 기회가 생길 것 같은데.’
* * *
사실 돈이 많다고, 모두가 예의 바른 건 아니다. 그들 중에는 분명 피곤한 손님도 있고 진상도 있었다.
저 남자는 뚱뚱했고, 관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손에는 커다란 장포를 들고 있었다.
그는 점원들을 보자, 옷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야. 이따위 걸 장포라고 팔아? 그래도 믿을 만하다고 소문 듣고 왔는데, 말짱 헛소리였어.”
그의 외침에 고필두가 급히 대응했다. 며칠 전에 그가 남자에게 옷을 팔았었다.
“아이고. 대인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혹시 옷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내가 이틀 전에 이 장포를 샀다. 기억하지?”
“네. 당연하지요.”
“그때는 분명 내 몸에 딱 맞았어. 그런데 오늘 입어보니 안 맞잖아. 억지로 입다가 옷이 터졌다고.”
“아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미친놈아. 그건 네가 살이 쪄서 그런 거잖아. 또 나는 분명 몸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고. 다른 걸 사라고 몇 번이나 권해도 안 듣더니…….’
고필두는 정말 억울했다.
누가 봐도 뚱뚱한 관원이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를 탓하거나,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손님이었고, 관인이니까.
특히 점원 입장에서는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고필두는 새 장포를 공짜로 맞춰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손님은 한술 더 떴다.
“야. 누굴 거지로 알아?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알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오오, 그러니까 너희 옷이 문제가 많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아니, 그게 아니라…….”
“흥. 두고 봐라. 내가 가만 있을 줄 아냐? 내가 전 고을 전체에 퍼뜨려 줄게. 황강 포목점이 이따위 옷으로 장사한다고.”
“대인, 일단 진정하시고…….”
“이것들아. 됐고, 네놈들 말고, 점주 나오라 그래. 나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면, 한번 생각해 볼 테니까.”
그는 정말 진상 중에 진상이었다.
점원들은 모두 당황했고, 정말로 점주님을 불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좋아. 좋아. 지금 나서면 되겠네.
나는 손발을 풀면서 나설 준비를 했다.
저 뚱뚱하고 신경질적인 관인은 옷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다른 이유로 이미 짜증이 난 상태였다.
‘추 부사에게 깨진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저것들까지 나를 무시해? 크으으. 잘 걸렸다. 이놈들. 가만두지 않겠어.’
이 사람은 그저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고, 재수 없이 걸려든 것뿐이다. 이때는 그저 갑질을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고. 대인 살려주십시오.”
나는 갑자기 달려가서 관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는 놀라서 소리쳤다.
“너, 너 뭐야?”
“얼마나 기분이 나쁘시겠습니까? 이해합니다. 정말로 속상하시겠죠. 죄송합니다. 저희가 정말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잖습니까? 제발 불쌍히 여기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잘생긴 대인께서 굳이 저희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이 녀석아. 좀, 좀 떨어져.”
“엉엉. 대인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어요. 길거리에서 굶어 죽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저만 보고 사는 동생들이 셋이나 있습니다. 특히 막내는 다섯 살인데, 병에 걸려 누워 있어요. 잘생긴 대인께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엉엉엉.”
나는 거지였다.
매일매일 동냥질을 했었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매달리는 게 일이었다. 더구나 나는 거짓말을 잘했고, 누가 봐도 불쌍하게 여길 정도로 잘 울었다.
“엉엉. 대인…….”
이럴 때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곱게 접어 마음 깊숙이 넣어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를 잘 살펴야 한다.
관인은 잠시 화가 나서 짜증을 낼 뿐이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울며불며 매달리는 사람을 뿌리칠 정도로 매몰차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고, 이렇게까지 사정하자 은근히 기분도 풀렸다.
게다가 어린아이라서 주변의 눈치도 있었다.
“아, 알았다. 알았으니까 이거 놔.”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너그럽고 잘생긴 대인.”
“흠흠. 그래. 한 번만 용서해 줄 테니까. 이거 놓고 떨어져.”
“감사합니다. 대인.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외모가 잘생기신 분이 마음도 넓으시군요.”
“흠흠.”
이런 칭찬도 은근히 먹혀들었다.
‘사실 내가 살이 조금 쪄서 그렇지. 외모는 괜찮은 편이지.’
여기서 마무리가 필요하다. 쓸데없이 대화가 길어지면 상대가 귀찮아한다.
“이렇게 아량을 베풀어 주시니, 저희도 거기에 따른 보답을 해드려야지요. 잘생긴 외모가 돋보일 수 있도록 더 멋진 옷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죠? 형님?.”
은근슬쩍 내가 여기 직원이라는 걸 강조했다.
고필두는 나의 얍삽한 계획을 눈치챘지만, 쓰게 웃었다. 손님 앞이라 최대한 자연스레 대답했다.
“당연하지. 대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용서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진상이었던 관인은 웃으면서 포목점을 나갔다.
다른 곳에도 소개도 해주겠다고 하면서, 직원들을 극찬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럼 걸 보면서 고필두는 생각을 달리했다.
점주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서, 나에게 차까지 대접했다.
한 시진 후에 점주가 돌아왔다.
점잖고 착해 보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그는 나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뒤따라가면서 그의 생각을 읽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한다? 재주는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어려.’
점주가 고민하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먹고, 잘 곳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고아라서 갈 데도 없어요.”
“아, 고아구나.”
‘쯧쯧. 고아구나. 불쌍하긴 한데, 저번처럼 손버릇이 나쁘면 곤란한데.’
아차. 이번에는 실수다. 아무래도 고아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핑계를 대야지.
“크흐흑. 사실은 얼마 전에 부모님과 동생들, 가족을 다 잃었습니다.”
“저런…….”
그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몇 해 전에 봉산에서 큰 물난리가 났다고 하더니, 설마 그때 잃은 건가?’
그렇지. 바로 이거야.
“본래 저희 가족은 봉산이란 곳에 살았는데, 큰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크흐흑. 엄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거짓 눈물 흘리는 것이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