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32
너의 초식이 보여 32화
밤 산책 가실래요(2)
권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양손을 앞으로 살짝 내민 채, 지살회의 회주만 바라볼 뿐이다.
둘의 거리는 오 장 정도였고, 회주는 검을 뽑고 기를 잔뜩 두른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회주의 가슴 한가운데 주먹 모양의 낙인이 찍혔다.
콰직.
“크어억.”
단숨에 가슴뼈가 박살 났고, 회주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의 심장은 이미 터진 상태였고, 칠공에서 피를 쏟아냈다. 그는 분명 철통같은 방어를 취하고 있었는데, 모든 걸 격하고 그를 죽인 것이다.
심의권의 위력이었다.
지살회에서 제일 강한 회주가 갑자기 죽었다.
아직 원인도 모르는데, 이어서 부회주 역시 가슴에 주먹 모양의 낙인이 찍히면서 쓰러졌다.
“커흑.”
물론 즉사였다.
이쯤 되자, 다른 절정 고수들도 겁을 먹었다. 몸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고, 금세 이십여 장으로 멀어졌다. 사부님은 그들을 다 죽이진 않았고, 정확히 다섯 명만 죽였다.
정확히 내가 지적한 놈들이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 쓰러진다니.
엄청난 무공이었다.
“내가 정확히 죽였나?”
“네. 정확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놈이 죽어도 싼지 파악해 두었거든요. 혹시 몰라서 타심통으로 확인했으니, 확실합니다.”
고수들이 도망쳤는데, 일반 무사들이 버틸 리 없었다. 그들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으아아악. 도망가자.”
“도망가!”
그들에게는 의리도 없는지, 쓰러진 무인들은 버리고, 밟으며 도망쳤다.
전부 도망치면 안 되지.
나는 크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이제부터 움직이는 놈들은 다 죽인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 놈들은 내 말에 멈추었고, 전부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그들에게 소리쳤다.
“이곳에 잡힌 여자들을 전부 풀어주고,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지살회의 금고에서 돈을 꺼내와라.”
나는 지살회의 돈을 여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지살회 무사들을 이용해서 아편을 모두 불태웠다.
아편에 중독된 사람들은 마차와 수레에 태워서 근처에서 제일 큰 의원으로 데려갔다. 지살회의 돈으로 선지불하면서 그들을 부탁했고, 납치된 여자들은 근처 관청까지 데려다주었다.
마지막으로 지살회 문도들에게 경고했다.
“우린 무적문이다. 지살회가 우리 구역을 침범하여 경고하러 왔었다. 하지만 천인공노한 인신매매와 아편 방을 목격했고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죄를 내린다. 이에 불만 있는 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 무적문은 피하지 않는다.”
나는 당당하게 소리쳤고, 그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사건은 비록 권왕이 나섰지만, 개인이 아닌 무적문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이로써 무적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 *
사부님의 심의권은 놀라웠다.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고, 오랜만에 열의가 타올랐다.
그래서 무적문으로 오자마자 연무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심의권까지는 무리였다. 하지만 사부님도 좋아하시며 소천파와 소천공을 가르쳐 주셨고, 기본인 소천포를 알고 있는 터라, 금방 배울 수 있었다.
문제는 이해는 되는데, 구현이 쉽지 않았다.
답답해서 짜증이 났고, 그 표정이 이상했나 보다. 사부님이 물었다.
“너 왜 그러냐? 일도 잘 해결되고, 무공도 잘 익히고 있는데, 표정이 왜 그래?”
“제 표정이 어떤데요?”
“마치 똥을 싸고 뒤를 안 닦은 얼굴인데.”
적나라한 표현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풋. 별거 아니에요. 그냥 조금 답답해서요.”
“호오. 네가 답답한 것도 있냐?”
“왜 이러십니까? 제가 이래 봬도 한창 고민 많을 나이입니다.”
“푸하하하.”
그는 진심으로 웃었다.
살짝 눈꼴셨지만, 나도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웃겼다. 파해천은 오랜만에 진지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말해봐.”
나 역시 기회라 생각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가 사부님의 무공은 모두 익혔잖아요. 정말 초식은 완벽하게 배웠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구현이 안 돼요. 마치 방법도 알고, 어떻게 하는지 알겠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느낌이랄까.”
“으음. 그리고?”
“그것 때문에 무공이 절정 이상으로 넘어가질 못하잖아요. 이상한 건 대충 익혔던 비잔신투의 경공술은 벌써 절정에 올라섰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사실이었다.
비잔신투의 경공술도 열심히 익히긴 했지만, 권왕의 무공에 비해서는 반의반도 노력하지 않았었다.
권왕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일단, 무공의 깊이에서 차이가 있다. 나는 화경을 넘어섰고, 내 무공도 비잔신투의 것보다 몇 배나 뛰어나. 그러니 익히는 것도 어렵지.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성향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
“성향이요?”
“그래. 그러니까…… 그래. 너는 문제가 생기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풀어내는 성향이지. 그게 상대방을 이용하든, 화해하든, 적과 악수를 해서라도 편하고 빠른 방법을 찾아내.”
“맞습니다.”
“나는 다르다. 무조건 깨부수지. 내가 세운 신념에 반대되는 일이라면, 타협이나 화해 없이 무조건 깨부숴. 그런 심정으로 무공을 익히고, 만들었다. 내 무공은 그런 투지와 집념을 가지고 있는 셈이야.”
“으음. 그러니까 저는 사부님의 성향과 달라서, 사부님의 무공을 익히기 힘들다는 뜻인가요?”
“대충 그런 셈이지.”
의미는 대충 이해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내 성향을 바꿀 수는 없잖아.
“그럼 저는 어떡해야 합니까?”
“지금처럼 무공을 계속 연습하고, 갈고 닦는 수밖에. 그래서 내 무공을 너의 성향대로 변모시킬 수밖에 없다. 수많은 무인들이 그래왔고, 너 역시 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야.”
곰곰이 생각해 봐도 사부님의 말이 맞았다.
계속 연습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조바심내지 마라. 네 또래에 비해 너는 무공이 뛰어난 편이다. 현 무림에서 그 정도 무공을 가진 열다섯은 찾기 힘들 거야. 너는…… 잘하고 있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흐음. 좋긴 한데, 낯간지럽네요.”
“흠흠. 역시 그렇지?”
파해천도 뺨을 긁적이며 일어섰다.
“안 되겠다. 나가서 술이라도 한잔하자.”
“네에? 지금요? 조금 있으면 해가 뜨는데요?”
“시끄러워.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거야. 이럴 때 문주의 특권을 이용해야지.”
“그건 아니죠. 문주가 모범을 보여야죠.”
“까불지 말고, 빨리 따라와.”
결국 나는 사부에게 끌려 연무장을 나갔다. 그 순간 사부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그리고 나도 방법을 찾아보겠다.
그런 진심이 전해졌고, 어느새 내 기분도 풀리는 걸 느꼈다.
나도 소리쳤다.
“아씨. 나도 이제 몰라요. 오늘은 무조건 쉬렵니다.”
결국, 둘이서 죽엽청 두 동이를 비웠다. 지금은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 * *
술판은 점점 커졌다.
파해천은 기분이 좋은지, 방 총관을 불러다 억지로 술을 먹였고, 사람들을 불러 보았다.
또 하필이면 그때 호병안도 찾아왔다.
하운평이 소개했고, 파해천은 새로운 총당주가 왔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무적원에 있는 당주들까지 불렀다.
그렇게 서로를 인사시켰고, 파해천은 호병안을 총당주로 임명하였다. 호병안이 얼떨결에 총당주로 임명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하운평이 반대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에서 소리쳤다.
“안 됩니다. 사부님. 총당주의 정식 임명은 무적원의 세 당주님들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뭐, 저놈들이 뭔데 허락을 해?”
파해천이 게슴츠레 눈으로 바라보았고, 세 당주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파해천에게 무공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문주님이 보자,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아닙니다. 문주님.”
“하하. 아무래도 하 공자님께서 저희 뜻을 오해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럼요. 섬서성에서 벽안박도 호병안이라면 굉장히 유명한 분이죠. 저희 문파의 총당주에 딱 맞습니다.”
그러자 하운평은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엇. 승낙하시는 건가요?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이고. 승낙이라뇨? 하 공자님 왜 이러십니까?”
“나중에 저한테 따지시면 안 됩니다.”
파해천이 물었다.
“뭣? 너희들 내 제자한테 따지고 그러냐?”
“아닙니다. 문주님.”
“절대 아닙니다.”
세 당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부정했다. 하운평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로써 총당주 건은 쉽게 해결됐군.’
취한 척 보이지만, 사실 그는 멀쩡했다. 하운평은 술을 몇 동이나 마실 수 있는 술꾼이었다.
* * *
하운평은 술자리를 파한 뒤에 방대일 총관과 호병안 총당주, 그리고 무적원의 세 당주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도박장과 지살회에 대해 정리했다.
“지살회에 대한 소문이 안 좋아서 크게 문제는 안 될 겁니다. 하지만 무림맹에게는 먼저 보고하는 것이 좋겠는데요.”
“맞습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지요. 그리고 이번 기회를 빌어 저희 무적문의 평판과 명성을 끌어올리죠.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는 겁니다.”
“흐음.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이왕이면 개방을 이용하죠. 흑점이나 하오문보다는 넓고 싸게 먹힐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마침 흑점에서 서신이 왔고, 내일 시간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운평은 현령 문제는 빨리 해결하고 싶었고, 마무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그는 곧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열심히 흑점의 제칠구역으로 달려갔다. 권왕 파해천의 도움을 받으면, 날아가니까 반 시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마차를 타면 최소 반나절은 달려야만 했다.
두두두두.
시간은 걸리지만, 하운평은 이 시간이 좋았다.
마차를 타는 동안 여러 생각을 정리했고, 무공에 대해서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사색을 즐겼다.
그때 갑자기 마차가 덜커덕거리더니, 크게 기울어졌다.
“어엇.”
하운평은 반사적으로 창문을 잡으며 위로 솟구쳤다. 그렇게 마차에서 빠져나오면서 마부인 노 씨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보았다.
하운평은 순간 방향을 바꾸어 노 씨를 잡아챘다. 두 사람은 겨우 마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당탕탕.
마차는 완전히 옆으로 쓰러졌다. 한쪽 바퀴는 부서졌고, 다른 쪽 바퀴는 완전히 빠져 있었다. 마차를 끌던 두 마리의 말도 절뚝거렸다.
그들을 살핀 후, 노 씨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공자님. 출발할 때는 마차가 멀쩡했는데.”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저 마차는 어떡할까요? 이대로 버려두고 가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쓰러진 마차는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 수 있었다.
하운평은 둘러보다가 지나가는 농부를 붙잡았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부서졌는데요.”
“저런, 괜찮습니까?”
“네. 그런데 저희가 급한 일이 있어서요. 괜찮으시면 이 마차를 수선해서 쓰시겠습니까?”
“이 마차를 저를 준다고요? 바퀴만 고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네. 말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치료하면 괜찮을 테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저희는 수습할 시간이 없어서요.”
“어이고. 저야 좋죠.”
하운평은 마차를 그렇게 정리했다. 그리고 노 씨를 붙잡고 경공을 사용해서 달렸다.
흑점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서 이런 방법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흑점의 가의충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 공자님.”
“반갑습니다. 이제 칠구역의 점주님이 되셨다고요?”
“하하. 모두 하 공자님 덕분입니다.”
“별말씀, 아 그리고 이번에 소개해 주신 호병안 대협은 저희가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좋은 분이더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곧장 본격적인 내용을 꺼냈다.
“언급하신 공지신 현령에 대해 조사를 해봤습니다. 확실히 문제가 많은 인물이더군요.”
“욕심이 과하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 밑의 현승이 괜찮아 보이는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잖아도 방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세 가지 제안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가의충의 말에 하운평은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