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37
너의 초식이 보여 37화
순검사를 도와서(5)
우익편은 환영술사였다.
그가 싸우는 방식에는 단계가 필요했다.
먼저 사람들의 오감을 속여, 무엇이 진짜인지 알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간다. 이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후, 상대방의 의식은 환각 속에 살게 하고, 그들의 육체는 마음대로 조정한다.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놓은 인형은 절대 벗어나지 못했다.
‘흐흐흐. 좋아. 이제 이 아이를 이용해서 권왕까지 내 인형으로 만든다. 그럼 진짜 천하를 발아래에 둘 수 있어.’
우익편은 이런 컴컴한 동굴에서 벗어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사실 그도 처음부터 환영술사는 아니었다.
우연히 혈교의 비급과 향로를 손에 넣었고, 이걸 익히기 위해 이십 년 동안 노력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백의문의 글 선생으로 들어왔고, 조금씩 비급을 익혀나갔다.
본래 지하의 방은 작았지만, 거기서 굴을 파서 산 밑으로 연결한 건 순전히 우익편의 노력이었다. 그리고 초명기부터 시작해서 백의문의 사람들을 한 명씩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고,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었다.
마침내 천년백령초가 나타나면서 마지막 단계로 넘어갔는데, 한 아이 때문에 물거품이 될 뻔했다.
‘뭐, 예상보다 이삼 년 일찍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오히려 이 아이 덕분에 권왕을 가지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큰 이득이었다.
우익편은 아이에게 소리쳤다.
“이쪽으로 오너라. 그리고 권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아라.”
아이는 내 말대로 이쪽으로 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멍해 보이는 표정이 다른 환각에 걸린 놈들과 미묘하게 달랐다. 그러다 갑자기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어느 새 눈의 초점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아이는 내 팔을 덥석 잡았다.
“드디어 붙잡았다.”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다.
* * *
나는 우익편이 환영술사인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와서 타심통으로 잔념을 읽었고, 초명기와 싸우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우익편과 얘기하면서 그가 사람을 현혹하는 수법은 물론,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그래서 우익편이 질문하기 시작할 때부터 일양신공으로 내부를 단단히 보호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내 이름은 하운평. 이곳은 백의문의 지하 동굴, 내 이름은 하운평, 이곳은…….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만 계속 생각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효과있는 방법이었다.
환영이 시작되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빠져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정학 점장하고 일했던 포목점이었다. 한창 판매에 재미를 붙이고, 포목점 사람들하고 즐겁게 지냈던 그때로 돌아갔다.
그리고 권왕하고 무적문을 키우기 시작하던 초창기도 행복했었고,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으로 넘어갔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었고, 마냥 행복했다. 그 속으로 빠져 버렸고, 현재의 일은 잊어버렸다.
그때 내가 누구이고, 여기가 어디인지, 이런 생각들이 나를 일깨웠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머리 아픈 일이 많고, 현재 세계로 돌아오기 싫어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이것들은 모두 환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곳에 있고 싶었다.
그때 나는 우익편을 이기지 못했을 때를 떠올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다. 무적문과 사부님이 위험하다.
그건 안 되지.
나는 점점 환상에서 발을 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우익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팔을 붙잡았다. 내 타심통으로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읽으려 애썼다.
그리고 내 타심통은 그의 환영술보다 훨씬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방법을 안 이상, 더는 그의 환영술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우익편도 그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는 웃는 가면을 버리고, 악을 쓰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는 혈교의 무공 중 마라호장을 펼쳤고, 사람을 죽이고 얻은 악기가 쏟아졌다.
나 역시 주먹을 뻗었다.
콰아앙.
우리 둘은 비슷하게 뒤로 튕겨 나갔다. 우익편은 보기보다 강했다.
“오냐. 환영을 걸지 못한다면, 네 무공을 폐하고 직접 물어보겠다.”
그는 등에 꽂아 놓은 불진을 뽑아서 검처럼 휘둘렀다. 불진의 끝은 검날처럼 날카롭게 변했고, 나를 위협했다.
나는 뒤로 물러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의문주 초상원을 비롯하여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구치웅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들이 우익편의 인형으로 돌아선다면, 여기서 탈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익편을 단숨에 제압하고, 저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데. 지금 나에게 그런 방법이……. 있다.
나는 소매에서 경단같이 작고 동그란 물건을 꺼냈다.
흑점에서 샀던 진천소뢰였다.
문제는 지금은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 두 개는 마차 안에 있었다.
한 번 실패하면 끝이다. 이걸 잘 사용해야 한다.
나는 고민 끝에 바닥을 굴러다녔다.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었고, 그중에서 진천소뢰에 비슷한 크기를 골라냈다.
그 돌멩이를 던지면서 소리쳤다.
“받아라. 이것이 바로 벽력세가에서 만든 진천소뢰다.”
우익편은 진천소뢰는 모르지만, 벽력세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만든 무기들이 하나같이 위험하고 치명적이었다. 우인편은 불진을 거두고, 그것을 피했다.
타탓.
하지만 그건 돌멩이였다. 그리고 내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하자, 화가 난 모양이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저놈을 막아라.”
그러자 벌써 그의 인형이 된 백의문의 무사들이 검을 뽑고 내 앞을 막았다.
평소와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나를 막을 순 없다. 십여 명이 있었지만, 쉽게 빠져나왔다.
하지만 초명기는 달랐다. 그는 내 실력과 비슷했다.
그가 앞을 가로막고 우익편이 내 뒤로 쫓아왔다. 나는 진짜 진천소뢰를 던졌다.
“받아라. 진짜 진천소뢰다.”
우익편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내가 겁을 먹고 헛소릴 하는 거라 생각했고, 피하는 대신 불진으로 쳐냈다.
저런, 큰일 날 텐데.
나는 몸을 숙였고, 진천소뢰는 터졌다.
콰아앙.
폭발력은 놀라웠다.
석실의 한가운데서 터졌는데,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다. 물론 제일 가까이 있던 우익편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팔 한쪽과 다리 한쪽, 몸통의 반이 날아갔다.
나 역시 충격에 휩싸여 멀리 날아갔고, 귀가 웅웅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모두가 쓰러졌고, 동굴은 무너져 내릴 듯 흔들거렸다.
끄응. 이게 뭐야. 생각보다 훨씬 세잖아? 그럼 진짜 진천뢰는 얼마나 세다는 거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일어섰다. 온몸이 욱신거린다.
나는 우익편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죽은 걸 확인하고, 구치웅을 찾았다. 그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봐요. 순검사님. 괜찮아요?”
“으으으음.”
아직 제정신이 아니지만, 비교적 괜찮아 보였다. 이 난장판을 정리하려면 그가 꼭 필요했다.
* * *
‘안 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이대로는 안 돼.’
우익편은 아직 살아 있었다.
몸의 반이 사라지고, 심장은 멈추었다. 하지만 한 가닥의 의식이 생명줄을 쥐고 있었다.
혈교의 무공, 혈라명법 때문이다. 사람의 피를 이용하여 내공을 키우고, 생명력을 늘이는 천인공노한 수법.
과거 무림맹이 혈교 무리들과 싸울 때도 몇 번이고 되살아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꼭 목을 잘라놓았다.
하지만 하운평은 그 일까지는 알지 못했고, 우익편은 자신의 제자인 초명기를 불렀다.
‘제자야. 향로를……. 향로를 가져오너라. 향로…….’
초명기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아이였다.
화가 나면 앞뒤 가리지 않았고, 폭력적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아비인 초상원은 무조건 안 된다고 화를 내고, 갑갑한 규칙만 강요했다.
우익편은 반대였다. 본인의 성향을 이해해 주고, 마음대로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익편에게 더 마음을 열었고, 지금은 그를 진정한 스승이자 친구로 여기고 있었다.
초명기는 아직도 그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바닥에서 향로를 찾았다. 그리고 그걸 들고, 우익편에게 다가갔다.
“가져왔습니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우익편은 대답 대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향로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초명기의 머리를 잡았다.
“스승님. 갑자기 왜……. 으으윽. 으아아악.”
갑자기 머리가 불에 타듯 뜨거웠고, 초명기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마침 향로에서는 붉은 연기가 새어 나왔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스멀스멀 기어오더니, 우익편와 초명기의 코로 각자 들어갔다. 연기로 두 사람이 이어졌고, 갑자기 초명기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붉었던 눈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는 이제 초명기가 아니었다. 우익편이었다.
우익편이 초명기의 신체를 뺏은 것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백의문에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초명기는 혈랑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였다. 천성이 사납고, 피를 보는 건 주저하지 않는다.
혈교의 무공을 익히기 천부적인 육체였다. 우익편은 이십 년 전부터 그걸 알아봤고, 그의 몸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 초명기가 원하는 건 다 해주면서 환심을 샀고, 초명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국은 자신의 것이 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천년백령초를 발견함으로써 계획이 완성되었다.
먼저 초명기에게 천년백령초를 복용시켰고, 그의 육체를 뺏을 준비를 했다.
비록 하운평 때문에 대법이 중단되어 불안했지만, 막상 시도하니 훌륭히 성공했다.
우익편은 소원을 이루었다. 그는 새로운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흐. 바로 이것이구나. 이 젊음, 이 기운. 늙은 몸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 멍청한 초명기보다 내가 이 몸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아암. 그렇지. 푸하하하.”
그는 광소를 질렀고, 하운평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초명기의 마음을 읽고, 우익편이라는 걸 알아챘다.
‘저놈, 아직도 안 죽었어?’
때마침 우익편도 하운평을 쳐다봤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우익편이 소리쳤다.
“죽여라. 머리만 떼어 와도 되니까, 반드시 저놈을 죽여!”
백의문의 무사들이 움직였다. 전부 인형이 되어 하운평을 잡으려 했다.
“젠장.”
하운평은 어쩔 수 없이 구치웅을 둘러맸다. 그리고 들어왔던 곳으로 달려나갔다. 백의문의 무사들이 막았지만, 그의 신묘한 경공을 막지는 못했다.
때마침 백의문주 초상원도 깨어나고 있었다.
“으으음.”
소림은 항마의 상징 같은 곳이다. 혈교의 무공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뛰어났고, 조금 전의 충격으로 환술도 깨어졌다.
하운평은 그에게 소리쳤다.
“문주님. 도망치세요.”
그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경고를 듣고, 백의문의 무사들이 전부 붉은 눈인 걸 보고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도망치기 전에 초명기를 보고 말았다. 그의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그에게 소리쳤다.
“명기야. 어서 이쪽으로 오느라.”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
엄하게 대하긴 했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이었다. 도와줄 요량으로 초명기에게 달려갔다. 그가 우익편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명기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우익편이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 커흑.”
그때 갑자기 초명기의 눈이 붉은색으로 번쩍였고,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동시에 배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초상원은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검날이 튀어나왔고, 그의 의형제, 의태심이 뒤에서 찌른 걸 알았다.
“의, 의제……?”
“크큭. 정말 바보 같은 놈이야. 멀리 있는 타인을 도와준다고, 정작 자기네 집안은 챙기지 못하다니. 풍비박산이 나도 할 말이 없지.”
초명기, 아니, 우익편은 그를 비웃으며 지나갔다.
이십 년 동안 문주인 초상원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을 수족으로 만든 상태였다.
그래서 간단한 명령만으로도 의태심을 조정할 수 있었다.
털썩.
결국 초상원은 쓰러졌다.
우익편은 다시 향로를 들었다. 손바닥 크기의 작고 고풍스러운 청동향로는 혈교의 보물인 천향혈로였다.
그곳에 내공이 주입되자 붉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인형들아. 어서 움직여라. 움직여서 저 어린놈을 죽여라.”
연기는 점점 커졌고, 백의문 전체를 덮었다. 그리고 백의문의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눈을 하고서 하운평을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