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40
너의 초식이 보여 40화
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2)
그녀는 일단 돈을 받고, 밖으로 달려갔다. 아이의 부모를 만나서 다시 얘기하고, 치료에 필요한 약재도 사야 했다.
반모란이 나간 뒤, 잠시 후 한 아이가 들어왔다.
그 아이가 반모란의 아들 진경운이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네가 진경운이지?”
아이는 키가 작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형은 누구세요?”
“내 이름은 하운평이야. 여기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아아. 그러세요?”
진경운은 대충 대답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는 아이를 붙잡았다.
“학관은 어땠어?”
“좋았어요.”
“배는 안 고파?”
“별로요.”
“한창 자랄 나이인데. 잘 먹어야지. 나는 배고픈데, 맛있는 거 사줄까?”
“됐어요.”
진경운은 짧게 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녀석. 친해지기 힘든 성격이네.
이해는 되는 것이, 진경운은 불치병에 걸린 환자였다.
책 속에 나오는 구음절맥까지 아니지만, 삼음절맥(三陰絶脈)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음기가 강해, 혈맥의 세 부분을 틀어막았다. 때문에 피와 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체구가 작고 몸이 약했다.
잔병도 자주 걸리고, 단순한 감기라도 큰 병으로 번질 확률이 높았다.
반모란이 표국의 일을 그만둔 이유도 진경운의 병 때문이었다. 남편은 죽고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불치병으로 아픈데, 밖으로 돌면서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고, 그녀를 표국으로 데려오려면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간단하지 않았다.
비잔신투의 창고에 갖가지 영약이 있으니, 분명 진경운의 병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의원이었다.
불치병은 말 그대로 치료가 불가한 병이고, 아무나 치료할 수 없었다. 뛰어난 의원이 필요했다.
으음. 무림에서 제일 뛰어난 의원이 누구지?
일단은 천하제일의선이라는 약수옹이 있다. 하지만 오 년 전부터 사라져서 만나기 힘든 사람이고, 그 외 독선 이주용, 난항의선 등이 있다.
그리고 세가로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봉신의가와 사천당문, 독곡과 백운산장 등이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곳이 이 정도인데, 제대로 찾아보면 마땅한 곳을 더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진경운을 그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분명 반모란도 같이 가려 할 것이다. 또 절맥이라는 병이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아니다. 분명 몇 년 동안 꾸준한 치료가 필요할 할텐데.
그럼 반모란은 언제 일할 수 있는 거지? 그렇다고 모자지간을 떼어놓기는 좀 그렇고…….
꼬르르.
이런 너무 생각만 했나? 배가 고팠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집에서 먹을 건,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혼자 먹기는 너무 얌체 같고 아무래도 음식을 밖에서 사와야겠다.
아니다. 차라리 숙수를 초빙해서 여기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
잠깐만? 그래. 그렇지.
굳이 반모란과 진경운을 의원에게 데려갈 필요가 없었다. 좋은 의원을 무적문으로 데려오면 된다.
생각해 보니 정말 괜찮은 방법 같았다.
무적문 내부적으로도 다치는 일이 많았고, 키우는 아이들도 잔병치레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무적문 안에 약당 같은 걸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그게 좋겠어.
나는 결심을 굳혔고, 일단 숙수를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 * *
반모란은 약재를 구해 와서 아이를 치료했다.
그리고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상태가 호전되는 걸 확인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 집을 나왔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자칫 한 생명을 잃을 뻔 했다. 그녀는 한계를 느꼈고, 많이 지쳤다는 것도 스스로 느꼈다.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몇 년간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 지식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다 보니 의원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분명 정식 의원이 아니었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
‘휴우. 쓸데없는 오지랖만 넓어서는……. 내 자식이나 잘 챙겨야 하는데. 아차. 경운이.’
그러고 보니, 벌써 밤이었다.
진경운이 학관에서 돌아왔을 테고, 저녁밥을 챙겨줘야 하는데, 깜박 잊었다.
반모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데 집으로 갈수록 이상했다. 이 가난한 동네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고,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잔치를 벌이나?’
그런데 그 냄새가 본인의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으하하하. 하 공자. 거짓말 마시오.”
“하하. 정말입니다. 만약 거짓이면 이 술잔의 술을 코로 마시겠습니다.”
“푸하하. 제발 거짓이길 바라야겠군. 진귀한 구경을 할 수 있으니.”
반모란은 깜짝 놀랐다.
집에서 대규모의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잡초만 무성한 정원에는 거대한 통돼지를 굽고 있었고, 큰 술 항아리가 다섯 개나 놓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만두나 국수 같은 음식부터 여러 요리들이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솜씨가 좋다고 알려진 진평 객잔의 숙수가 여기서 요리하고 있었다.
그 덕에 환자들은 물론,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나 치료를 도와주는 동료들, 그리고 옆집 사람들까지 와서 먹고 마시고 웃고 있었다.
본래 환자들은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하지만 반모란은 차마 말릴 수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보였고, 신나게 웃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아픔과 걱정을 내려놓았고,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자신의 아들도 있었다.
항상 방에서 책만 읽던 아들이, 웬일로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웃음을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껴졌다.
그때 하운평이 소리쳤다.
“여러분. 드디어 이 집의 주인, 반모란 의원이 돌아오셨습니다.”
“오오. 의원님.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의원님. 술 한 잔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고.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의원님.”
사람들은 다같이 일어나서 반모란을 맞이했다. 진심으로 반기는 모습에 반모란은 울컥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녀는 억지로 참으면서 소리쳤다.
“오, 오늘만 먹고 마시는 겁니다. 그리고 환자분들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으하하. 내 뭐라고 했는가? 우리 반 의원님이 오시자마자 잔소리할 거라 했지?”
“그렇지. 그래야 우리 반모란 의원님이시지.”
“알겠습니다. 의원님.”
“명심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사람들은 다 같이 웃었고, 반모란도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그리고 술도 한 잔 마셨다.
그렇게 두 시진이 지났다.
술판은 점차 끝나가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환자들은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몇몇 사람들만 남아서 남은 술과 안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타탓. 타탓.
반모란도 화롯불을 보면서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한때는 ‘철혈창’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여협이었지만, 아픈 아들을 데리고 낯선 의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삼 년 동안 혼자 고생했었고, 피곤이 극에 달했었다.
오늘 일로 그 피로가 조금은 풀어진 것 같았다.
아들 진경운은 품속에 안겨 자고 있었다.
의젓하게 행동하지만, 아직은 아홉 살짜리 아들이었다. 자고 있는 얼굴을 만지면서 생각했다.
‘너와 같이 있고 싶어서 표국을 나왔는데, 다시 너를 소홀히 했구나. 미안하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하운평이었다. 그가 반모란 옆에 앉으면서 물었다.
“……?”
“웃는 것이 유일한 만병통치약이다.”
그 말에 반모란은 피식 웃었다.
“웃으니까, 보기 좋네요.”
“무적문에는 돈이 많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구나.”
“네. 사실입니다.”
하운평은 거창한 말은 하지 않지 않았다. 짧지만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믿음이 갔다. 반모란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어쨌든 고맙다. 낮의 일도 큰 실수를 할 뻔했는데 알려줘서 고마웠고, 오늘 저녁의 술과 음식들도 고맙다. 아, 그리고 은 열 냥도 고마웠어.”
“말씀드렸듯이 그건 숙박비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제가 고기와 술이 먹고 싶어서 준비한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답하는 모양새도 시원했다.
근래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반모란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운평이 진지하게 물었다.
“표국의 일을 그만두고 여기까지 오셨는데……. 행복하십니까?”
“무슨 뜻이냐?”
“제가 무공을 익힐 때, 저희 사부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었죠. 무공을 익히기 전에 그 사람의 체질을 먼저 알아야하고, 어떤 무공이 잘 맞는지 알아야 한다고요.”
“맞는 말씀을 하셨구나.”
“저는 사람의 일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고, 그걸 찾아야 행복할 수 있는 거죠. 반모란 님은 의원 일이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고, 반모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절정무공을 익혔고, 머리도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의술을 공부할 수 있었지만, 의원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았다.
“어쩔 수 없다. 내 아들은…….”
“삼음절맥이란 불치병에 걸렸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본인이 아니라, 의원에게 맡겨야죠.”
“흥. 내가 안 해봤을 것 같으냐?”
처음 아들이 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의원들을 찾아다녔다.
유명한 의원들을 다 만났고, 간곡히 부탁했었다. 하지만 대부분 비싼 치료비만 요구할 뿐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했다.
아이만 힘들어 할 뿐, 차도가 없었다.
심지어 천하에서 유명한 봉신의가까지 가 봤지만, 막대한 돈만 쏟을 뿐 어린 의생의 치료만 받았었다.
결국 화가 나서 직접 의술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들을 직접 돌봤었다.
“난 아직 의원이라는 놈을 만나지 못했다. 돈에 환장한 의원 비슷한 것들만 만났을 뿐. 여기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난하다고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했어.”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을 반모란 님이 다 챙겨줄 수는 없어요.”
“나도 안다. 나도 알지만…….”
아들 때문이었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선행이 쌓이면, 하늘이 감동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도와주지 않을까?
그런 욕심에 계속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잘못되고, 남편이 죽은 것도 본인이 표국 시절에 살생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가졌었다.
하운평은 그녀의 마음을 읽었고, 천천히 말했다.
“아마도 반모란 님이 선행을 많이 해서 하늘이 감동한 모양입니다. 저를 보내주셨잖아요.”
“……?”
“제대로 된 의원을 찾아주겠습니다. 그리고 치료에 필요한 영약도 제공하죠. 무적문 내에 집에 있으니 아들과 같이 살 수 있고요. 진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표행을 직접 가실 필요도 없습니다.”
“영약도 준다고?”
“네. 그리고 만약 일 년 내에 차도가 없으면 그때는 마음대로 떠나셔도 됩니다. 계약서에 그렇게 작성하죠. 저희 무적문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반모란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녀는 하나만 물었다.
“……그렇게까지 나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지?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하하. 처음에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 저에게 돈은 문제가 아니에요. 무엇보다 표국 일을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모란 님이 그 일에 적합해 보이고요. 더 이상 이유가 필요합니까?”
“……좋다.”
그 날 밤, 하운평과 반모란은 계약서를 작성했다.
반모란은 집과 사람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운평은 충분히 기다려 주었다.
먼저 그녀는 낡은 집을 팔았다. 그리고 치료하던 환자들은 근처의 의원들에게 부탁했다.
집을 판 비용을 치료비로 사용했고, 환자들에게는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욕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환자들은 그녀에게 절을 했다.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고,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행복하게 사시라고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반모란은 삼 년간 힘들고 고생했던 일이 헛되지 않자,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진경운도 그런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동안 하운평은 편히 갈 수 있게 마차를 구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곧바로 무적문으로 떠났다.
* * *
마차로 가는 중에 하운평과 반모란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표국 일에 대해서는 반모란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표국의 일은 결국 고객의 물건을 안전하고 빠르게 운송해 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요. 좋은 인재, 그리고 분국입니다.”
“좋은 인재는 알겠는데, 분국은 뭔가요?”
반모란은 무적문 소속이 되었고, 소문주인 하운평에게 깍듯하게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