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43
너의 초식이 보여 43화
의원을 데려오자(1)
의원이 아픈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는 곳이다.
때문에 전국에 수많은 의원이 있었고, 뛰어난 솜씨로 일가를 이룬 곳도 있었다.
특히 봉신의가, 백운산장 그리고 사천당문이 천하 삼대 의가라 불리면서 가장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봉신의가는 삼백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곳이었다.
특히 침술 쪽으로는 독보적인 실력을 지녔는데, 자부심도 대단하여 스스로 천하제일 의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의원의 수도 많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어떤 때는 하루에 수백 명이 찾아오는데, 환자가 너무 많으니까, 크게 네 종류로 분류했다.
일반인과 무림인, 그리고 일반 환자와 특별 환자였다.
사실 무인의 입장에서는 다치는 일이 허다했다.
의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봉신의가에서도 아예 일반인과 분리해서 접수를 받았다. 물론 치료하는 전각도 달랐다.
무림인 전용 전각의 대기실.
이곳에서 남궁의태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고, 숙부인 남궁보가 보다 못해 그를 다독였다.
“의태야. 진정해라.”
“숙부님은 화나지 않습니까? 우리 남궁세가를 이렇게 대우하다니요. 다른 무림인들이 알까 봐 두렵습니다.”
“허허. 어쩌겠냐? 목마른 사람은 우물을 파야지. 급한 건 우리들이다.”
“벌써 두 시진 째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너무합니다.”
의원의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무작정 차례를 기다리라는 말만 들을 뿐이다.
“그래도 우린 특별 환자로 분류되었고, 조용히 대기할 수 있게 개인 방도 잡았다. 일반 무림인들은 접수조차 못 해서 몇 시진 째 기다리고 있어.”
“사실 그것도 불만입니다. 이왕 돈으로 분류하려면 몇 단계로 나누고, 최고 윗단계는 바로 치료받으면 좋잖아요. 어중간하게 겨우 두 단계로만 분류해 놓고서는…….”
“사실 세 번째 단계도 있지.”
“황제나 무림맹주급은 되어야 한다면서요.”
남궁보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세 번째 단계는 없는 걸로 셈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있느냐?”
“차라리 사천당문이나 백운산정으로 가면 어떻습니까?”
“이미 끝난 얘기를 하는구나. 사천당문은 너무 멀고, 백운산정도 이곳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리고 고언이는 오래 버틸 수 없다.”
그제야 남궁의태는 말을 삼켰다.
그는 눈앞에 누워 있는 남궁고언을 바라보았다.
둘째 형인 남궁고언은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걸렸다. 다행히 세가의 어른들이 응급조치를 취해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 혈맥이 꼬인 상태였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봉신의가까지 달려왔는데, 여기서 막힐 줄은 몰랐다.
남궁의태는 물론 남궁고언도 남궁세가의 적통이다. 남궁세가의 문주인 남궁호도 치료만 할 수 있으면, 돈은 얼마든지 쓰라고 당부했었다.
그래서 봉신의가에게 치료 순서를 앞으로 당겨달라고 수없이 부탁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무조건 차례를 지키라는 말만 하면서 고개만 저을 뿐이다.
“끄응.”
남궁의태는 뛰어난 무재로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았다. 또 천하오대세가 중 남궁세가의 직계자손으로 이름만 말해도, 항상 특실로 안내받았고,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봉신의가의 차가운 태도를 참기 힘들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짜증만 났다.
결국 남궁의태는 밖으로 나갔다.
사실 남궁보의 말이 맞았다. 일반 무인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꼬박 하루나 이틀을 기다려야 했고, 접수처에만 백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나마 추가로 돈을 냈기에, 특별환자로 분류되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남궁의태는 그걸 알면서도 답답했고, 밖으로 나와 정원을 돌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정원은 대기실과 접수실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접수실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가 지려 하는데도 여전히 수십 명이 정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래. 저들보다는 우리 사정이 낫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때 이상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총 네 명인데, 먼저 키가 작고 못생긴 남자가 눈에 띄었다. 삼십 대 후반의 나이에 팔이 무릎까지 올 정도로 길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반대로 키가 멀대같이 큰 여자가 있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대장부라 불릴 정도로 근골이 좋았다.
그리고 그녀 옆에 있는 아이는 열 살 정도로 보였는데, 체구가 정말 왜소했다. 안색도 안 좋은 것이 한눈에 봐도 그 아이가 병자 같았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 있었다. 굉장히 잘생겼고,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총명해 보였다.
언뜻 가족으로 보이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생김새나 분위기가 달라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또 입고 있는 행색을 보면, 깔끔하지만 장신구조차 없었다.
하인도 없었고, 그렇게 잘 사는 부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봉신의가에 처음 온 사람처럼 두리번거렸다.
‘쯧쯧. 행색을 보니, 너희들은 최소 이틀은 기다려야겠구나.’
남궁의태는 그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그때 잘생긴 소년이 줄을 서는 대신, 지나가는 의원을 붙잡았다.
이곳에서 서열이 제일 낮은 평의생이었다.
‘그 사람은 어떤 힘도 없단다. 붙잡아서 어쩌려고?’
남궁의태는 그 소년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에게 뭐라고 했는지, 의생은 깜짝 놀라면서 안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딱딱한 표정의 여인이 나왔다.
남궁의태도 아는 여자였다.
봉신의가의 접객당의 당주였다. 의술은 모르지만, 상당한 힘이 있는 직위였다.
‘재수 없는 여자가 웬일이지?’
남궁세가 일행도 처음 왔을 때 그녀가 상대했었다. 대 남궁세가를 만났는데, 눈썹 하나 변하지 않았고, 마치 길가의 돌멩이를 보듯 대하는 여자였다.
무작정 차례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녀였다.
남궁의태도 처음에는 색다른 반응에 신선했지만, 계속 차갑게 대하자 신경질이 났었다.
‘너희도 화가 날 거다. 어찌나 냉랭하게 대하는지…….’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의 반응이 달랐다.
“오호호호.”
그녀가 웃고 있었다.
마치 북해빙궁의 고수처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더니, 지금은 봄 햇살처럼 웃고 있었다.
그 소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한마디 할 때마다 까르르 웃었다.
남궁의태는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다가갔다.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꼭 듣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기에?’
결국 남궁의태는 접수처로 들어갔다. 다른 곳을 구경하는 척하면서 그들의 말을 자세히 들었다.
그사이 접객당주는 어디론가 갔다 왔다. 그녀는 상냥하게 말했다.
“당직 중인 상의원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일각 내에 오실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별건 아니지만, 환자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의원님들께 드리려고 가져왔는데요. 당주님도 함께 나눠 드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어머, 뭐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고소한 냄새가 나는 전병을 한 상자 내밀었고, 여자는 고맙다면서 받았다. 그리고 더욱 친절하게 대답했다.
“안쪽에 의자가 있으니까,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그리고 혹시 필요하신 것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허어.’
남궁의태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전에 자신이 물을 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직접 우물로 가서 마시라고 했었는데, 저렇게 달라질 줄이야.
‘겨우 저깟 선물 때문인가? 저런 건 나도 수십 개도 사줄 수 있다고.’
그 와중에 그들은 남궁의태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남궁의태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고, 남궁의태는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저놈. 마치 내 속을 안다는 듯 쳐다보잖아. 재수 없네.’
그때였다.
정말 봉신의가의 상의원이 달려왔다.
봉신의가의 의원들도 수준과 역할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졌다.
의술을 수련하는 평의생, 일반인을 진료하는 평의원, 특별환자나 어려운 병을 치료하는 진의원, 그리고 그들을 총괄하는 상의원이 있었다.
의원으로서의 경험이 최소 삼십 년은 넘어야하고, 밖에 나가면 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가능한 직급이었다.
봉신의가에서도 열 명밖에 없다는 그 상의원이 일각도 안 되어 정말 달려 나올 줄이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
남궁의태는 너무 궁금했고, 자존심도 상했다. 저들이 도대체 누구기에 남궁세가보다 귀한 대접을 받을까?
어디의 누구인지 꼭 알고 싶었다.
상의원 태송은 땀을 흘리며 소년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인가요? 화용신침을 가지고 계시다고요?”
화용신침?
남궁의태는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백 년 전, 침으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화용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죽은 사람도 되살려 낸다고 하는데, 그는 오직 침만 사용했고, 그가 사용한 침이 바로 ‘화용신침’이었다.
‘저들이 그걸 들고 있다고?’
잘생긴 소년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우연히 화용신침을 구했는데, 저희 같은 무인들이 옳게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적합하게 사용해 주실 분을 찾다가 천하제일의가인 봉신의가를 찾아오게 된 겁니다.”
공손하면서도 차분했다. 다른 사람이 듣기 좋은 목소리였고, 귀를 기울이게 만다는 힘도 있었다. 물론 말의 내용도 좋았다.
태송 상의원 역시 기분 좋게 대답했다.
“정말 잘 찾아오셨습니다. 아, 그렇지. 이렇게 귀한 손님을 밖에다 세워두었군요. 제 실수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시죠. 그리고 저희 의가의 가주께서도 뵙고 싶다고 하시니,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하시면 되겠습니다.”
‘봉신의가의 가주까지?’
남궁의태는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봉신의가의 가주는 정말 만나기 힘든 사람이었다. 당대에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뛰어난 의원이지만, 무림맹의 맹주가 왔어도 바쁘다고 거절한 사람이었다.
단 한 번, 황제가 친히 불렀을 때, 어쩔 수 없이 나왔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했다.
‘그런 사람이 찾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온다고? 화용신침이 그렇게 대단한가?’
아쉽게도 그들은 이 층으로 올라가면서 더 이상 엿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충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았고, 남궁의태는 숙부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방금 봤던 내용을 전해주었다. 남궁보는 그걸 듣더니 자신의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의가에서 원하는 건 따로 있는데, 그걸 간과했어.”
“무슨 뜻인가요?”
“형님과 내가 너무 단순했다. 돈만 가지고 오면 될 줄 알았는데, 사실 봉신의가에는 의미 없는 짓이었어. 그들은 이미 큰 부를 축적했으니까. 오히려 그것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의가에 꼭 필요한 물건을 준비했었어야 했는데.”
“저희 세가에도 그런 것이 있습니까?”
“화용신침 같은 물건은 없지만, 영약이나, 영초는 있단다. 아마도 그걸 준비했더라면 의가에서도 조금은 더 신경 써줬을 거야.”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가져올까요?”
“이미 늦었다. 대신……. 남궁가의 이름을 걸고 구두로 약속해야지. 잠시 기다려라. 내 담당 의원을 만나고 오마.”
남궁보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남궁의태는 그의 형인 남궁고언을 바라보았다. 아직 잠들어 있었다.
‘형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도 형님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어릴 때는 아버님과 큰형은 항상 바빴다. 때문에 같이 놀아주는 사람은 작은 형이 유일했다. 남궁의태에게는 작은 형은 친구였고, 정을 나눈 가족이었다.
잠시 후 남궁보가 돌아왔다.
“의태야. 아까 그들이 어디로 갔다고 했지?”
“왜 그러십니까?”
“다행히 집안에 있는 약초로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담당 의원 말로는 상의원의 허락이 있어야 된다는구나. 지금은 밤이라서 상주하는 상의원이 한 명밖에 없고, 아무래도 네가 말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으음.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할게요.”
남궁보와 남궁의태는 다른 남궁세가 무사들에게 남궁고언을 부탁하며 서둘러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