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55
너의 초식이 보여 55화
후원금을 모으자(1)
나는 그의 마음속을 읽고 대충 의중을 파악했다. 그러는 사이 방 총관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주님과 소문주님을 좋아하고, 또 존경합니다. 그리고 문파를 잘 이끌고 계신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요?”
“문주로서 해야 할 일을 안 하시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외부 세력과 친교 활동은 거의 안 하시죠. 두 분 모두 근처 호족이나 관리들, 문파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으십니다.”
“그런 편이긴 하죠.”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잔신투의 비동 때문에 돈은 넘치기 때문에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시지만, 사교 모임은 질색이었다. 좋은 정보를 얻기보다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지역 유지들과 호족들이 몇 번이나 두 분을 초청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후원도 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러니까, 수련원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후원금을 받자는 거죠?”
“맞습니다.”
방대일 총관은 비잔신투의 보물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손해를 메울 방법을 찾고 있었다.
반면 내 입장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일이었다.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방대일 총관은 내 표정을 보더니 다시 설득하려 애썼다.
“꼭 돈 때문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부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다른 지역에도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흐음.”
“그럼 저희가 혼자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사실 그의 말이 맞았다.
좋은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었다. 부자 중에서는 착한 사람도 있었고, 맞는 방법만 제시하면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 돈도 절약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제가 설득당해 버렸네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사교 모임에 참가해 볼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귀찮으시겠지만, 주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후원금을 요청하시면…….”
방대일은 화색이 되어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소문주님께 죄송합니다. 본래 이 일은 문주님이 하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알아요. 만약 사부님이 하셨다가는 후원금은커녕, 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네에.”
그런데 그때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뭐?”
돌아보니, 어느새 사부님이 문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들으셨어요?”
“내 귀가 좋아서 들렸다. 그런데 뭐라고? 내가 참석하면 후원금을 받기 어렵다고?”
“그것도 있지만, 사부님은 저 이상으로 그런 자릴 싫어하시잖아요. 참으실 수 있겠어요?”
“흥. 내가 귀찮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럼 잘됐네요. 저랑 같이 가시죠.”
“응? 자, 잠깐만.”
그는 놀랐고, 나는 딴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총관에게 물었다.
“총관님. 근처 지역에서 가장 빨리 벌어지는 지역 행사가 언젭니까?”
방총관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마침 이틀 뒤에 있습니다. 공손세가의 장남이 혼인을 하는데, 올해 가장 큰 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한테도 초청장이 왔나요?”
“한 달 전에 왔습니다.”
“빨리도 왔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거기에 참석하기로 하죠. 간 김에 후원금도 요청해 보고요. 괜찮죠? 사부님.”
“끄응.”
“저의 의견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주님.”
“알았다. 가면 될 거 아니냐?”
그렇게 나와 사부님은 공손세가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꼭 사교모임이 아니더라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은 많았다.
“고아들을 거두고 교육까지 시켜주시다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꼭 돕고 싶은데요.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낼 용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보면, 대부분 그냥 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돈을 아까워했고, 일 푼도 낼 생각이 없었다. 나도 그걸 알기에 모른 척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녀석들 돈이라도 억지로 받아야지. 그래서 좋은 일에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방대일 총관이 사부님과 나를 데리고 마을로 향했다. 우리 고을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포목점이었다.
“혹시라도 이틀 뒤 연회에 평소에 입던 옷으로 가실까 봐 모셔왔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나는 물론, 사부님도 가지고 있는 옷이 전부 무복이었다. 그것이 제일 편안했고, 옷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부님과 방 총관은 접객실에 있고, 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백발이 성한 노인이 나를 맞이했다. 안면이 있는 포목점 주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 공자님.”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죠?”
“허허. 죽지 못해 살고 있지요. 듣자 하니, 이번에는 조금 화려한 옷이 필요하시다고요.”
“네. 고급스럽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늙은이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와보시겠습니까?”
노인은 여러 비단을 보여주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물었다.
“요즘은 소매 끝에 황금빛 문양이 들어가는 것이 유행이지요. 혹시 원하시는 문양이나 장식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알아서 해주십시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혹시 허리춤이나 소매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까? 경단 크기의 작은 구슬이 들어갈 정도로요. 세 개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지요. 공자님.”
그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안에 진천소뢰를 넣을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사부님의 차례가 되었고, 방대일 총관은 나를 옆집에 있는 장신구를 파는 가게로 데려갔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장신구를 착용한답니다. 소문주님도 한두 개만 착용해 보시지요.”
“흐음. 그럴까요?”
나는 본래 걸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들어갔다.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다가 팔찌 하나를 들었다.
용이 자신의 꼬리를 바라보는 형태로 용의 입에는 여의주 대신 둥근 보석을 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주인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 보석을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품속에 있던 녹색 구슬, 녹안석으로 건네주었다.
“그럼 이것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식경만 기다려 주십시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녹안석과 진천소뢰, 두 가지 물건을 항시 지니고 다닐 생각이었다.
이틀 뒤, 이렇게 준비된 옷을 입고, 팔찌도 착용했다. 그리고 우리는 공손세가로 향했다.
* * *
공손세가는 하남성 중앙에 위치한 이천(伊川)이란 고을에 있었다. ‘판관필’이라는 독특한 무기를 사용했고, 절정고수는 겨우 두 명 있었다. 그만큼 무림 문파로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백오십 년 동안 한자리에 있었다. 상단을 세 개나 보유하였으며, 이 지역의 전답을 전부 소유할 정도로 재산이 많았다.
하남성 내에 영향력이 대단했고, 그런 곳의 장손이 혼인한다고 하자, 하남성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심지어 소림사에서도 무승을 보냈고, 하남성 제일 사파인 사흑련에서도 찾아왔다.
하남 무림이 전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운평과 파해천도 정문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때문에 놀랐다.
다행히 두 사람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이름을 확인한 공손세가 사람들은 굉장히 반기면서 두 사람을 먼저 안내했다.
현재 하남성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무적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무적문의 문주 권왕과 그의 제자 하운평이었다.
소문만 무성한 두 사람이 이곳에 왔다는 건 주최자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참석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경사스러운 일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해천은 문파에서 연습한 대로 품격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하운평은 비잔신투의 동굴에서 가져온 보물을 꺼냈다.
돈이 있어도 사기 힘들다고 알려진 한빙옥이었다.
공손세가에서는 크게 좋아했고, 두 사람을 귀빈으로 모셨다.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넸고, 일일이 답변하느라 진이 빠졌다.
들어온 지 겨우 반 각이 지났지만, 한 시진 동안 싸운 기분이었다.
혼인식은 다음 날 저녁이었고, 오늘 밤은 연회가 있었다.
다행히 그전까지 쉴 수 있게, 공손세가에서는 손님들에게 방을 제공했다. 무적문도 하나를 받았다.
“휴우. 이제야 살겠구나.”
파해천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상에 누웠다.
하운평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도 침상에 누웠고, 그는 다른 의미에서 머리가 아팠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그들의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신경을 안 쓰려 해도 사람이 많으니, 모두 거스를 순 없었다. 별의별 생각 때문에 나중에는 신경질이 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공손세가의 하인이 찾아왔다. 그는 문을 두드리며 공손히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두 사람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살짝 긴장했다. 하운평이 문을 열어주자, 그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 공손세가의 천금이신 공손조약 님께서 봉황지연의 자리에 하운평 공자님을 초청하셨습니다. 참석 부탁드립니다. 공자님.”
‘봉황지연?’
하운평은 처음 들었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고 대충 짐작했다.
하남성에 있는 문파 중 약관이나 방년이 되기 전의 소년, 소녀들의 모임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봉황이자 어린 영웅이라 불렀다.
‘한마디로 어린아이들의 모임이란 뜻이잖아.’
하운평은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파해천이 전음을 보냈다.
[잘됐네. 참석해라.] [싫은데요.] [나와 약속했잖아. 문파가 안정되면 친우들을 사귀겠다고. 우리 문파는 이제 안정되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 약속한 적은 없는데요.] [그 말이 그 말이지. 일단 한번 참석해 봐. 해보고 나서 아니면…….] [휴우. 알았어요. 알겠다고요.]하운평은 파해천의 잔소리가 길어질 것 같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냥 참석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파해천에게 물었다.
[사부님. 우리 내기 하나 하죠?] [무슨 내기?] [사부님도 조금 있다가 어른들의 모임에 참석해야 하잖아요. 그냥 참석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번에 후원금을 누가 많이 얻어내는지 시합하는 겁니다.] [호오.]평소라면 하운평이 훨씬 유리했다. 외모도 뛰어나고, 말솜씨도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게다가 타심통이란 능력까지 있으니, 굉장히 분리한 승부였다.
하지만 이곳은 들어보니 저쪽은 어린아이들의 모임이었다.
‘아이들이 기부를 하면 얼마나 많이 한다고.’
아이들이 열 명보다 어른 한 명이 나을 것 같았다. 파해천은 자신 있게 소리쳤다.
[좋다. 제자야. 이번에야말로, 사부의 위대함을 가르쳐 주마.] [훗. 좋습니다. 그럼 내기에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을 들어주는 겁니다.] [좋다.]하운평은 하인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파해천 역시 불타올라 벌써부터 나갈 준비를 했다.
두 사람은 잘 몰랐지만, 하남성의 봉황지연은 꽤 유서 깊은 모임이었다.
각 지역에서 권세가의 자제들이 모여서 친분을 맺고, 그 친분이 어른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래서 봉황지연에 참석하고 싶은 아이들이 줄을 섰지만, 들어가기 힘들었다. 일부러 인원수를 조정했고, 조건을 보면서 까다롭게 선별했다.
봉황지연의 인원은 정확히 마흔아홉 명이었고, 이번 공손세가에 참석한 인원은 서른두 명이었다.
한 명 한 명이 하남성 내에서는 이름이 알려졌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사람은 단연 사흑련 련주의 막내 제자, 막사평이었다.
그의 나이는 십육 세에 불과하지만, 무공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게다가 체구 역시 어른만큼 컸고, 순수한 완력으로 사람 머리를 부순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어먹지 않을 만큼 머리도 뛰어났다.
그가 오늘 봉황지연을 이끌었다.
“저희가 모인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공손세가의 혼인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주최 측인 공손세가를 위한 한마디였고, 공손조약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막사평은 본론을 꺼냈다.
“다음으로 중요한 내용은 바로 혈교입니다. 여기 계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구치웅이란 순검사께서 혈교를 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십 년간 숨어 지낸 혈교의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고 있죠. 그들의 흑막이 무림을 덮치기 전에 우리도 그분을 도와서 혈교를 막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내면, 혈교 따위는 단번에 박살 낼 수 있을 겁니다.”
모두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리고 올해 열다섯인 공손조약은 낭랑하게 소리쳤다.
“그러잖아도 그 일 때문에 손님을 한 분 초청했습니다. 금일 무적문의 하운평 공자님이 저희 세가에 방문해 주셨는데요. 그분은 혈교와 두 번이나 싸운 적이 있으시잖아요.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볼 겸, 이번 모임에 초청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모임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일부러 하운평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공손세가의 이름을 과시했다.
“오오. 선용공자님 말인가요?”
“드디어 만날 수 있겠네요.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여기 있는 소년, 소녀들은 비슷한 처지였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막상 밖으로 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모두 부모나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안전한 집에만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갑갑한 새장에 갇혔다고 생각하는데, 하운평은 비슷한 나이에도 벌써 여러 가지 일을 해내었다. 그 점이 부럽기도 하고,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하운평이 들어왔다.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에 소녀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소년들은 별로 크지 않는 체구에 살짝 얕잡아보는 마음도 생겼다.
하운평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무적문의 하운평입니다. 이렇게 봉황지연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제 초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공손조약입니다.”
공손조약이 먼저 다가가서 인사했다. 그녀는 여기서는 제일 예뻤고, 본인의 외모에 자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반응을 기대했다.
“반갑습니다.”
하지만 하운평은 그저 공손히 인사만 할 뿐이다. 그녀가 생각했던 남녀 간의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하운평이 성숙한 탓도 있지만, 예전의 제갈소미의 압도적인 미모를 먼저 본 탓이었다.
사실 그 이후부터는 웬만큼 예쁜 여자를 봐도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