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60
너의 초식이 보여 60화
화산파에서(1)
산을 오르니,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른다.
다친 이후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 몸은 살짝 욱신거리지만, 기분은 좋았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나중에는 경공을 사용해서 전력으로 취화봉을 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허억. 헉.”
“하운평이냐?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검성님. 헉헉.”
마침 검성 초화일은 밖에 나와 있었다.
그는 온화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고, 외모는 사 년 전과 똑같았다. 하얀 머리카락에 매끈한 피부. 역시 묘한 부조화에서 독특함을 느꼈다.
검성은 내 몸과 내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
“무슨 일 있었던 모양이구나.”
“별일 아닙니다. 혈교 놈들하고 싸웠었습니다.”
“혈교? 혈교가 다시 출몰했어?”
“모르고 계셨나요? 화산파도 같이 싸우고 있는데요.”
“허허. 이곳에 있으면, 세상과 담을 쌓을 수밖에 없단다. 화산파에도 일 년에 한 번 내려가니까 은퇴나 다름없지.”
검성이 계속 말했다.
“권왕, 그 친구는 잘 있지?”
“네. 안부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허허. 나야 무탈하지. 으음. 네 몸 상태를 보니 무리하면 안 되겠구나. 다행히 비도술은 몸을 많이 쓰는 무공이 아니니까 바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짐작했겠지만 봉무십비는 봉황십이도를 수정해서 만든 무공이다. 그러니…….”
“아, 검성님. 죄송한데, 시작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질문은 좋은 버릇이지. 그래. 물어보거라.”
“저희 사부님께 들었는데, 혹시 ‘천음신공’이라고 아십니까?”
“천음신공이라……. 아. 기억나는구나. 권왕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독고 대협이 창안한 무공으로…….”
그는 간단하게 설명했고, 권왕이 아는 내용과 같았다. 설명을 다 들은 후, 제일 중요한 걸 물었다.
“그 무공은 실전되었나요?”
“그래. 안타깝게도 무공의 전승자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그가 죽기 전, 무림맹에 비급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무림맹의 비고에 있을 거야.”
“그렇군요.”
이번에는 검성이 물었다.
“그런데 그 무공은 왜 찾는 거지?”
“사부님이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요.”
“물론 좋은 무공이지. 오감을 극대화시켜 상대의 초식을 예측한다는 것이 요점인데, 참신한 발상이야. 물론 한계가 있지만 참조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무림맹의 비고 안에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곳은 무작정 찾아가서 빼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자아. 이제 집중하자. 나의 봉무십비도 천음신공에 못지않으니까, 너에게 도움이 될 거다.”
“넵.”
검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검성의 무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는 권왕에 못지않은 고수였고, 그의 무공과 심득을 다 배우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천음신공은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까 나중에 무림맹에 갈 기회가 있을 때 배우면 된다.
나는 마음을 다지고, 검성을 따라 오두막 뒤쪽으로 갔다.
넓은 공터가 있었고, 수십 종류의 단검이 널려 있었다. 한쪽에는 커다란 상자가 열 개도 넘게 쌓여 있었는데, 상자 안에도 수백 자루의 단검이 들어 있었다.
“허허. 한동안 비도술을 연구한다고 정신없었지. 참, 비도술을 배운 적 있느냐?”
“없습니다. 처음입니다.”
검성은 상자 하나를 열었다. 나무로 만든 단검이 수백 자루 들어 있었다.
“그럼 이걸로 시작해 보자. 그리고 단검이라도 검은 검이다. 우선은 검에 대해 알아야 하니 간단한 검론과 기본 검술부터 가르치려 한다. 괜찮으냐?”
“네. 제가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좋아. 그럼 간단한 검술을 익힌 후에 던지는 법을 배우자.”
간단하다지만, 무려 검성에게 검을 배우는 일이었다. 무척 기대되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혹시 훈련만 한다면 구슬 같은 것도 던질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던지는 것의 무게와 균형을 파악하고,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구슬뿐 아니라 침이나 표 같은 것도 던질 수 있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이것을 이용해서 진천소뢰도 던질 생각이었다.
* * *
검성은 훌륭한 스승이었다.
말을 조리 있게 잘했으며 굉장히 친절했다. 검성이란 이름에 걸맞게 검의 정론부터 변칙까지 검공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또 구현할 수도 있었다. 전 무림을 통틀어 이 정도의 지식을 갖춘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 무엇을 물어보든 화내는 법이 없었다. 하운평이 이해될 때까지 몇 번이고 가르쳐 주었고, 또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한편 하운평 역시 완벽한 제자였다.
그는 한 번 들은 것은 까먹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다. 그리고 타심통의 능력으로 검성의 의도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가 가르치려는 것이 십(十)이라면, 한 번에 구(九)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또 배운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으며, 안 되는 것은 될 때까지 연습하는 끈기와 집요함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이 합쳐지니, 하운평의 실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검성이 하운평을 빨리 부른 이유가 있었다.
마음먹고 가르친다면 최소 일 년, 최대 이 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었다. 그 후에 폐관수련을 생각했기에 서둘렀다.
그런데 막상 가르쳐 보니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본래 그의 계획은 검의 정론을 가르치고, 검의 기초인 삼재검부터 육합검법까지 가르치는 데 석 달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하운평은 단 오 일 만에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 본인의 눈을 의심했다. 내친김에 화산파의 기초인 청풍십삼식까지 가르쳤는데, 그것 역시 삼 일 만에 깨끗하게 익히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마음 같아서는 화산파의 검술을 더 가르치고 싶었으니, 타파의 제자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봉무십비는 열 가지 초식이 있었다. 그중 일초식인 ‘일비수시’가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된다.
초식은 단순했다. 단검을 잡고 던지면 된다. 제일 짧은 거리를 파악해서 빠르게 던지는 것이 요점인데, 깊게 들어가면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시전자가 어떤 자세에 있든, 단검을 어떻게 잡든 자신이 노린 곳에 정확히 던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던지는 단검의 무게와 균형을 알아야 하고, 바람과 습도 등 주변 환경을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단검이 날아가는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쉬이익. 탁.
쉬익. 탁.
하운평은 하루 종일 단검 던지기만 연습했다.
바로 쥐고 던지고, 역으로 쥐고 던졌다. 회전을 최대한 주면서 던지기도 하고, 반대로 회전을 억제하기도 했다. 달리면서 던지고, 높이 뛰어서 던지고, 눕거나 물구나무서서 던지기도 했다.
손바닥에 쥐고 던지고, 손끝으로 잡고 던지고, 양손으로 잡고 던질 때도 있었다.
관건은 집중력이다.
목표점에 집중만 한다면, 어떤 자세를 취하든 맞힐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성은 이 과정만 육 개월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한 달도 안 되어 끝냈다.
‘이렇게 빠르다니. 놀라울 뿐이구나.’
검성은 하운평의 재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봉무십비의 전수를 이 년으로 잡았는데, 어쩌면 반년 안에 끝날 것 같았다.
하운평도 단검 던지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비도술이란 무공도 재미있지만, 단검을 던질 때 집중하는 훈련이 의외로 타심통에 도움이 되었다.
집중을 할수록 타심통이 향상되는 걸 느껴졌다. 특히 초식의 궤적에서 또렷이 나타났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초식의 궤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비도술을 수련할수록 달라졌다.
점점 궤적이 보이더니, 이제는 하얀 실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혈교의 무리와 싸울 때만큼은 아니지만, 수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한 달이 넘어가자, 비도술을 던질 때 꽂히는 지점이 하얀 점으로 표시되었다. 덕분에 비도술을 던질 때 한결 수월해졌다.
또 화산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양신공을 수련하고, 아침에는 검성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봉무십비를 계속 수련하고, 저녁에는 권왕 사부님의 무공을 다시 수련했다.
검성의 봉무십비에는 검성의 심득이 담겨 있었고, 익힐수록 권왕의 무공과 비교할 기회가 많아졌다. 동시에 자신의 무공을 관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던 초식들이 달라지고, 마치 처음 무공을 익히는 것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하운평은 하나하나 생각하고 사색하면서 자신의 무공이 한 단계 올라서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진정한 절정고수로 성장하고 있었다.
* * *
휘익. 부우웅.
파파팟.
오늘은 천변박투술을 익히고 있었다.
이곳은 검성이 있는 초옥은 아니었다. 그가 보는 곳에서 사부님의 무공을 수련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후 늦게는 산 중턱까지 내려왔었다.
반 시진을 달려서 내려오면, 평평한 공터가 있었고, 그곳에서 혼자 수련하고 있었다.
파팍.
쿠웅.
진각을 찍으면서 하나의 초식을 끝냈다.
“휴우. 이 진각조차 의미가 있는 거였구나.”
단순히 힘을 내기 위한 발 구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기의 흐름과 연관 지어 보면, 다음 초식을 매끄럽기 이어가기 위한 초석이었다.
게다가 단지 땅을 밟는 행위가 상황에 따라 상대의 발로 찍거나 무릎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생각할수록 얻는 게 많아졌다.
“……주세요. 도와…….”
그때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응? 취화봉 근처에는 아무도 안 사는 줄 알았는데.
나는 궁금해서 목소리를 따라갔다. 목소리는 제법 멀리서 들렸고, 절벽 쪽이었다.
취화봉의 절벽은 굉장히 가파르다. 그리고 검성이 있는 곳이라 약초꾼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했다.
경공이 뛰어나다고 자부한 나조차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서 절벽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 명이 보였다.
한 명은 어린 약초꾼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두 살 어린 것 같은데,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위쪽에서 떨어졌다가 나뭇가지에 옷이 걸려 겨우 살아난 것 같았다.
아이는 눈을 감고 오들오들 떨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화산파 무인이었다. 그는 이제 약관을 벗어날 정도로 젊은 청년인데, 약초꾼을 구하기 위해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허억. 헉. 지금……. 지금 갈 테니까 걱정 마라. 조금만 참아.”
옷을 보니 배분이 낮은 항렬 같았고, 실제로 무공이 낮은 축에 속했다. 이런 절벽을 경공으로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어헛.”
부스스스.
그걸 증명하듯, 발을 헛디뎠고 굉장히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만은 굳건했다.
천 길 낭떠러지가 바로 아래에 있고,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에 있는 약초꾼 아이만 바라보았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다.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정의를 위한 의기는 무공의 고하와 상관없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 않고 남을 도와주겠다는 의지. 그것이 협이고, 정의이다. 그리고 협객이라면, 응당 자신의 무(武)를 이용하여 협(俠)을 행하여야 한다.’
저 남자를 보면서 문득 협객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는 사이, 남자는 벌써 약초꾼 아이에게 도달했다. 불과 반 장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직.
안타깝게도 아이를 붙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동시에 아이는 절벽으로 떨어졌고, 남자는 힘껏 손을 뻗어 겨우 아이를 붙잡았다.
“흐윽.”
아이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한 팔로, 정확히 말하면 한 손가락으로 아이의 무게를 버티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나는 아이가 떨어지려 할 때, 이미 근처까지 가 있었다. 혹시나 몰라 물었고, 남자는 나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소리쳤다.
“네에. 도와, 도와주세요.”
나는 절벽을 타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위로 올라오면서 아이를 낚아챘다.
그러고 남자가 발을 디딜 수 있게 단검을 던져 발판도 만들어 주었다.
쉬익.
“허억. 헉.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일단 아이부터 올리고 도와줄게요.”
나는 아이를 한 손에 쥐고 안전한 곳까지 올라갔다. 이어서 그 남자도 도와주었다.
아이는 너무 겁을 먹은 듯, 계속 떨었고, 모닥불을 피워주고 진정시켰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을 화산파의 도사 ‘오수’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