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3
너의 초식이 보여 73화
비무대회(2)
비무대회를 한 번 개최하는데, 거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노성진은 삼 년 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하남성에서 최고 사파라는 사흑련조차 허리가 휠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너무 많았다고 총관이 매일 투덜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 정도 숙소와 음식을 공짜나 다름없이 뿌린다?
노성진은 본인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쳇. 무적문이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도,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말에 막사평이 미소를 지었다.
“너 모르는구나.”
“뭐가?”
“매년 관청에서 하남성의 십 대 거부를 선정하잖아.”
“그래. 세금 많이 걷으려고 쓰는 꼼수지.”
“그런데 금년에는 무적문이 십 대 거부로 뽑혔어.”
“지, 진짜야?”
사실 꼼수인지 알면서도 막상 뽑히면 기분이 좋았다. 사흑련도 과거에 딱 한 번 십 대 거부에 선정된 적 있었는데,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졌었고, 그 일로 파생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굉장했다.
그래서 다시 십 대 거부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흑련뿐만 아니라 하남성 내의 모든 문파와 상단들이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사 년도 되지 않은 무영문이 십 대 거부에 선정되었다고?
노성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왜? 뭣 때문에? 단순히 돈이 많다고 십 대 거부에 선정되는 건 아니잖아.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에 부채가 없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일 년간의 사업성도 평가해서 굉장히 깐깐하게 평가한단 말이야.”
“나도 알지. 그런데 이번에 무적문에 벌인 일들이 전부 대박쳤잖아. 특히 무적표국의 굴길은 초대박을 쳤지.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더라.”
“뭐, 그건 좋아 보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이쪽으로 올 때, 무적문이 만든 굴길을 이용했었다. 시간을 절약되고, 새로운 방식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런 굴길을 단 한 달 만에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막사평이 갑자기 전음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진 사형한테 들었는데, 우리 사흑련도 굴길을 뚫는다고 알아봤다더라.] [정말?] [그래. 돈이 되니까, 우리도 한번 해보려고 했었지. 그런데 이게 막상 알아보니까, 만들기가 진짜 어렵데. 최소 이 년은 걸린단다.] [무슨 말이야? 무적문에서는 한 달 만에 만들었다면서?] [소문으로는 빙하선녀 배소소가 도와줬다고 하던데. 그럼 다른 문파에서는 못 하는 방법이지. 열두존자를 어디서 데려와서 땅 파달라고 부탁하냐?] [그건 그렇지.] [그리고 돈도 너무 많이 들거든. 겨우 삼십 장의 길이의 굴길을 뚫는데, 금 오백 냥 예상.] [뭐어?]상상도 못 할 금액에 노성진은 깜짝 놀랐다.
[그뿐이냐? 무적문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관청에서는 허가를 잘 안 해준대. 필요한 서류만 사람 키만큼 필요하다고 한탄하더라.] [그런데 무적문은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해낸 거야? 그것도 세 개씩이나?]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다른 상단이나 문파에서도 굴길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나중에는 다 포기한다고 하더라. 오직 무적문만 해낸 거야.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한 사람이 하운평이고.]노성진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하룻밤 자고 천천히 가려 했는데, 빨리 가서 하운평을 만나보고 싶었다.
막사평도 그 의견에 찬성했다. 무적문 본단까지는 걸어서 세 시진 정도 걸린다니까, 경공을 사용하면 오늘 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출발 전에 배만 채울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을에는 먹을거리도 많았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임시로 음식을 팔기도 하고, 각 지역의 상인들이 몰려왔었다. 그리고 무적문의 지원 아래, 각양각색의 음식을 팔았다.
두 사람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처음 보는 광동성 음식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잠시 후, 세 사람이 새로 들어와서 두 사람 뒤쪽의 탁자에 앉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셋 다 이립이 넘는 나이에 낭인으로 짐작되는 모습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술 한 잔을 걸친 후, 말했다.
“크으. 사실 나, 이번 기회에 무적문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네가 웬일이야? 낭인 중에서도 ‘떠돌이’라 불리는 놈이?”
“내 나이가 불혹을 눈앞에 두고 있잖아. 자리도 잡고 혼인도 해야지.”
“혼인? 크크큭. 변했군. 변했어. ”
다른 낭인이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무적문인가?”
“이번 비무대회의 목적이 무적원의 무사들 모집인 건 알고 있지?”
“그건 나도 들었지.”
그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면서 말했다.
“사실 한 달 전에 하남성 동필산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무적문의 무적원 소속이었어. 사 년 전에 들어갔다고 하더군.”
“호오. 그 친구가 누군데? 나도 아는 놈인가?”
“서량도 경노숙이라고 들어봤나?”
“나 알아. 그놈도 낭인이었고, 살짝 정신 나간 망나니인데.”
다른 낭인이 아는 체했다.
“흐흐. 맞아. 사실 나 이상으로 막 나가는 놈이었지. 어차피 삶은 부평초 인생이라고, 평생 낭인 짓이나 하다 죽을 거라 큰소리쳤었거든.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놈이 표물을 나르고 있더란 말이야.”
“호오. 깜짝 놀랐겠군.”
“더 놀라운 건 뭔지 알아? 평생 기루만 드나들던 개차반 같은 놈이, 혼인을 했다는 거야. 애도 둘이나 있고, 귀여워 죽겠다고 어찌나 자랑하던지…….”
“그럼 뭐야? 사랑 때문에 정신 차리고, 무적문에서 자리 잡은 거야?”
“사실은 그 반대야. 무적문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여자가 생기고 결혼까지 한 거래.”
“그래?”
그는 술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빚이 있어서 그 빚만 갚을 생각에 일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데. 다른 곳보다 봉급도 세고, 일한 만큼 돈을 모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집도 거의 무상에다, 위험한 일도 별로 없어서 일하다 보니 일 년이 이 년이 되고 계속 눌러앉은 거지.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괜찮아서 마음이 편했고, 동료 소개로 여자까지 만난 거야. 아이를 낳고 보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무적문에서 아이 생겼다고 집도 옮겨주고, 학비랑 생활비도 지원해 준다고 하더라.”
“허어. 정말인가? 일반 문도에게 그렇게까지 지원해 준다고?”
“그렇다니까. 그놈이 그러더라. 자신은 무적문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허허. 진짜 좋은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올해 초에 다른 문파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죽을 뻔했잖아. 그때 낭인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어. 어디에 자리 잡을까 생각하던 중에 비무대회 소식을 들은 거지. 난 무조건 들어갈 거야.”
“흐음. 자네가 그러니, 나도 살짝 마음이 동하는데. 우리 같이 입문할까?”
“됐어. 나는 경쟁자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자네는 신경 끄라고. 그리고 자네 같이 술 좋아하는 친구는 안 돼. 약속 안 지키고 불성실한 놈들은 오래 못 버틴다고 했거든.”
“흥. 그렇게 따지면 나보다 자네가 더 어렵지. 자네 일 년을 채운 곳이 없잖아.”
“이번에는 다르다니까.”
세 사람의 말을 듣던 노성진은 생각이 많아졌다.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평을 좋게 이야기하는 곳은 처음 봤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무적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오면서 무적문에 대해 좋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었다.
“헛소리하고 있네.”
누군가 소리쳤고, 내공까지 담겨 있어서 멀리까지 퍼졌다.
“그렇게 좋은 곳이면 조용히 혼자 들어가든가! 왜 여기서 떠들고 지랄이야?”
술집, 밥집에서 이런 이야기도 못 나누나? 이건 명백한 시비였다. 낭인들은 화가 나서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무적문에 입문하겠다고 밝힌 낭인이 친구들을 말렸다. 괜한 시비가 붙어서 입문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시비 거는 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낄낄. 왜 가만있지? 아까처럼 떠들어 봐야지? 잠깐만, 혹시 무적문한테 돈 받고 헛소문 퍼뜨리는 거 아니야?”
“맞네. 맞아. 크큭. 무적문 새끼들 사기꾼들인데?”
또 한 명이 맞장구를 쳤고, 그들은 술을 진탕 마신 것 같았다.
결국 낭인 세 명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도 불편해서 그들을 노려봤지만 감히 나서지는 않았다.
그들은 잔뜩 취한 데다, 둘 중 한 명의 기도가 심상치 않았다. 허리춤에는 낫을 두 개를 메고 있었고, 막사평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
‘청사낙일 동산패.’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난 사파의 절정고수였다.
실력은 절정고수 중에서도 상위권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였다. 사흑련에서도 한 번 접촉했으나, 결국 성격 때문에 취소했었다.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자 그가 대뜸 소리쳤다.
“뭘 쳐다봐! 이것들아! 고개 안 돌려?”
“그래. 눈알을 다 뽑아버린다. 칼 날아가기 전에 어서 고개 돌려! 낄낄.”
같이 술 마시는 남자도 제정신이 아닌 듯, 진짜 칼을 꺼내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해서 밖으로 나갔다.
막사평도 노성진도 똥을 피하는 심정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무적문의 복장이었고, 특히 맨 앞에 선 남자가 눈에 띄었다. 등에는 큰 박도를 매고 있었고, 그의 양쪽 눈 색깔이 달랐다.
‘벽안박도 호병안이다.’
막사평은 한눈에 알아봤다.
그는 청사낙일 동산패 앞으로 곧장 다가갔다. 둘은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동산패.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조용히 술만 마셔. 그게 아니면 여기서 나가든지.”
“흐흐흐. 이놈 보게.”
동산패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호병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야. 짝눈. 몇 년 전에도 내 앞에서 잘난 척하다가 불알 빠지게 도망갔잖아. 기억 안 나?”
실제로 둘은 오 년 전에 한 번 싸운 적이 있었다.
비슷한 실력이어서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고, 호병안은 가족 때문에 먼저 물러섰었다.
동산패는 그때 일을 상기시키며, 호병안을 도발했다.
“왜? 무적문이란 간판 안에 들어 있으니까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하지만 호병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즐겁고 좋은 날이다. 피를 보기 싫으니 진정해.”
“크흐흐. 그러기 싫다면? 권왕이라도 데려와 보든가.”
“문주님이 오실 필요도 없어. 넌 내 손에 맞아서 기어서 나가게 될 거야.”
부드럽게 얘기하지만, 소란을 피우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동산패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면서 두 손은 낫을 쥐었다.
“크큭. 우리 짝눈 새끼. 이런 조그만 문파에 감투 썼다고 목에 힘 들어갔네.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까’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양손이 움직였다.
쉬이익.
쉭.
막사평은 두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동산패의 손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빨랐고, 낫 모양의 하얀 그림자만 보일 뿐이다.
그것들이 호병안의 몸을 그으려 했고, 웬일인지 호병안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위에서 아래로 검은 빛줄기가 떨어졌다. 검은빛은 하얀 그림자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콰직.
“크아아악.”
검은빛은 동산패의 어깨를 때렸고, 그는 어깨가 부서지면서 주저앉았다. 호병안이 칼집 채로 휘두른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동산패는 반으로 갈라졌으리라.
호병안은 고개를 돌려 동산패와 같이 술을 마시던 자를 바라보았다. 그도 무기를 들었지만, 감히 휘두르지 못했다. 침만 꿀꺽 삼켰다.
호병안이 말했다.
“여기서 나가서 왼쪽 끝으로 가라. 의원에게 가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치료받은 후에 무적문을 떠나. 만약 한 번만 더 소란을 피우면, 그때는 정말 죽여 버린다.”
“아, 알겠습니다.”
그는 동상패를 부축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누군가 소리쳤다.
“호병안 대협. 최고다.”
“이야. 무적문 대단하구만.”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식사값은 저희가 낼 테니 편안하게 드시고 가세요.”
그리고 식당 주인에게는 과할 정도로 음식값을 지불했다.
사람들이 싫어할 리 없었다. 굉장히 좋아했고, 환호했다.
“와아아아.”
“역시 무적문이다!”
무공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에서 감탄했다.
호병안의 실력은 절정고수 중에서는 상위권이었다고 알려졌는데, 지금 보니 최상위급이었다. 분명 동산패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노성진은 사흑련과 비교해도 그를 이길 만한 사람이 한 명 빼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인 사흑련주가 유일했다.
막사평이 중얼거렸다.
“으음. 권왕에게 무공을 배운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네.”
“정말 권왕이 무공도 가르쳐 줘?”
“그렇지 않고서야 일 년 사이에 저렇게 성장할 수 있겠어?”
무적문의 총당주, 호병안이 비슷한 실력이었던 동산패를 한 수에 꺾어버린 소문은 금세 퍼졌다. 그리고 무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누가 뭐라 해도 무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공이었다.
무려 권왕에게 무공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하급 무사뿐 아니라, 일류고수나 절정고수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고, 비무대회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