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4
너의 초식이 보여 74화
비무대회(3)
노성진은 무적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하남성 남쪽에 있는 신생 문파에서 사흑련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은 문파로 격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무적문에 도착하는 순간,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사흑련의 건물도 정주에서 제일 큰 편인데, 이곳은 사흑련보다 두 배는 더 큰 것 같았다.
거기에 막사평은 무적상단과 무적표국은 다른 곳에 비슷한 규모로 새로 지었다고 알려주었고, 규모만으로는 전국 제일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노성진은 점점 위축되었다.
‘으음. 권왕 때문인가? 권왕이란 존재 때문에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는……. 응?’
노상진은 무적문 안에 들어가면서 더 크게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소림사의 승려들이 보였다. 그것도 예전에 멀리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소림사 정예인 십팔나한이었다.
‘뭐야? 소림사 십팔나한들이 고작 비무대회 때문에 왔다고?’
그뿐이 아니었다. 십팔나한들과 인사하는 사람들의 복장에는 매화꽃이 그려져 있었고, 화산파의 매화검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놀라운데 막사평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남궁세가에서도 왔다.”
“뭐어? 진짜?”
“그래. 저 사람이 남궁세가 장로인 남궁소야.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어.”
“으음.”
각각 하남성과 섬서성, 안휘성을 대표하는 대문파였다.
사흑련에서 비무대회를 벌일 때도 물론 초청했으니, 그때는 겨우 이삼 대 제자들과 선물만 보냈었다.
그런데 무적문이 비무대회를 열자, 일대 제자나 장로 등이 직접 방문할 줄이야.
그뿐이 아니었다.
관복을 입은 고위관직들도 보였고, 수많은 문파들의 장로나 문주들이 직접 찾아왔다. 그들은 비무대회는 핑계였고, 무적문과 친분을 맺기 위해 온 것이다.
한 문파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고, 이 정도 규모는 솔직히 사흑련을 능가했다.
노성진은 그것이 짜증 나고 신경질이 났지만, 그것보다 위기감을 느꼈다.
무적문은 모든 부분에서 사흑련을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사흑련은 점점 그들의 그림자에 가릴지도 모른다.
그때 막사평은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노성진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여유롭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멀리서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근처에는 유달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막사평이 말했다.
“저 녀석이 하운평이다.”
“그래. 저놈이구나.”
노성진은 그를 유심히 살폈다. 분명 어떤 느낌은 있지만, 막사평이 말한 것처럼 강해 보이진 않았다.
본인이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사평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가자. 소개시켜 줄게.”
“그런데, 너를 아는 체나 하겠나? 보니까 쟁쟁한 문파의 어른들만 상대하는 것 같은데.”
“흠흠. 일단 인사는 해봐야지.”
솔직히 막사평도 자신 없었다. 몇 달 전에 인사 한 번 했었고, 혈교 잡으러 갈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나중에는 그가 다쳐서 만날 기회도 없었다.
현재 하운평은 체구가 크고, 하얀 수염이 가득한 노인과 말을 섞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막사평이 다가가자, 반색을 하며 반겼다.
“오오. 막 소협이 아닙니까? 어서 오십시오.”
“하하. 저를 기억해 주시는군요.”
“당연하지요. 누가 뭐래도 우린, 섬서성에서 혈교와 같이 싸운 전우 아닙니까?”
그가 이렇게 말해주자 막사평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죠. 그때 죽을 고비를 함께 넘겼었죠.”
“참. 인사하시죠. 이분은 무영문의 고심득 지부장님이십니다.”
“아아, 무영문이시군요.”
무영문은 항상 비밀에 싸여 있는 집단으로, 무림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들이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사흑련도 무영문과 거래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상대했다. 막사평과 노성진은 아직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하운평은 문주나 지점장 같은 거물들과 직접, 그리고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었다.
노성진은 여기서도 부러움을 느꼈다.
무영문의 고심득은 먼저 인사를 한 후,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곧장 무적문을 떠났다.
막사평은 하운평에게 노성진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쪽은 사흑련주님의 아들…….”
“압니다. 노성진 소협님이시죠?”
“아. 네. 제가 노성진입니다.”
노성진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설마 하운평이 자신의 이름을 알 줄은 몰랐다.
“영특한 분이란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문보다 더 잘생기셨네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칭찬까지 받자, 노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 하운평에 대한 악감정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하운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두 사람을 반기면서 안으로 데려갔다.
“이렇게 오셨는데, 저희 사부님도 만나 보셔야죠.”
“궈, 권왕 대협님 말인가요?”
“네. 지금 팔극진문 문주님과 술을 마시고 계시는데요. 아 참, 팔극진문 문주님은 사부님의 형님입니다. 가족이지요.”
“네에. 알고 있습니다.”
막사평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노성진은 몰랐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따라갔다.
하운평은 제일 큰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술과 함께 만찬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권왕 파해천과 그의 형 파일권, 그리고 그의 딸과 사위 장하진 등 가족끼리 있었다.
하운평은 그중에서 제일 상석으로 갔다. 하운평은 파해천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
“사부님. 사흑련에서 손님이 오셨는데요. 사흑련주님의 아들과 제자 분이십니다.”
“아아. 그래? 반갑다.”
파해천은 보기 드물게 술에 취한 상태였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권왕 대협님을 뵙습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그래. 우리 운평이랑 사이좋게 지내라.”
파해천의 말에 하운평이 피식 웃었다.
“사부님. 그게 뭐예요? 제가 열 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니고.”
“야. 인마. 넌 나한테는 아직 어린아이야.”
“아이고. 우리 사부님 술 많이 드셨네. 아무튼 저는 두 분께 무적문을 소개시켜 드리려고 하는데요. 오늘 내일은 저 찾지 마세요.”
“알았다. 알았어. 너희끼리 재미있게 놀아라.”
파해천은 대충 대답했고, 하운평은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묘한 웃음을 짓더니, 곧장 방대일 총관을 찾아갔다. 말이 조금 달라졌다.
“사흑련에서 친우들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잠깐 같이 나갔다 오려고요. 내일까지 저 없어도 되겠죠?”
하운평 뒤를 따라가던 막사평과 노성진은 의아했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방대일 총관도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손님들은 다 왔고, 인사도 했으니 비무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큰일이 없었다.
그리고 하운평이 또래의 친우들과 논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그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재미있게 놀다 오십시오. 다만 비무가 시작하기까지는 돌아오셔야 합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하운평은 그길로 무적문의 마방으로 달려갔다. 문파의 규모가 큰 만큼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마방도 굉장히 컸고, 항상 수십 마리의 말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말 세 마리를 빌렸고, 세 사람은 무적문을 빠져나왔다.
“휴우. 이제 좀 살 만하네.”
하운평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막사평과 노성진에게 말했다.
“하하. 갑자기 데리고 나와서 죄송합니다. 두 분.”
“아닙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도와드려야죠.”
막사평이 눈치 빠르게 대답했고, 하운평은 기뻐하며 대답했다.
“막 소협.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잖아도 도움이 절실했거든요. 참,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정말 친우 관계를 맺을까요?”
“저희야 좋죠.”
하운평과 막사평이 나이가 같고, 노성진이 한 살 어렸다. 하지만 그냥 셋 다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말을 놓았다.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하운평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두 사람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막사평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흔쾌히 승낙했다.
“무슨 일이든 말만 해.”
“어려운 건 아니야. 사실은 내가 급히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지금 비무대회를 준비한다고 못 가고 있었거든.”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노성진은 손뼉을 치며 아는 척을 했다.
사실 자신도 작년에 여자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하루라도 그녀를 못 보면 죽을 것 같았고, 사부님 몰래 찾아갔었다.
아마 하운평도 그런 것에 빠진 거라 짐작했다.
노성진이 말했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시간을 벌어주면 되는 거지?
그의 마음속을 읽은 하운평은 쓴웃음을 지었다. 완전히 오해하고 있지만, 바라는 점은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두 사람은 저기 보이는 객잔에서 하룻밤만 머물러줘. 나는 지금 갔다가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 거야. 그때 같이 무적문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무슨 일로 가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막사평과 노성진은 그 점이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작은 비밀을 공유했으니, 앞으로는 친해질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는 하운평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비무대회를 보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객잔으로 갔다. 그리고 하운평은 말을 타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사실 무영문의 고심득은 비무대회보다는 하운평이 요청한 정보를 건네주러 왔었다.
지금까지 찾아낸 혈교의 이름들, 우익편과 서중곤, 오희태, 사종수 등의 이름들을 찾아낸 것이다.
이십오 년 전, 군에 지원했던 지원자 명단에 있었다. 그들은 북방을 지키는 수비대에서 다 같이 근무했었고, 갑자기 모두 사망했다.
하지만 죽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 그들이 어떤 작전에 참여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아마도 혈교의 감시조로 파견됐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추가로 당시 그들의 상관이었던 백장 이장의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정보도 보내주었다.
그는 다행히 하남성에 살았고, 무적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말을 타고 세 시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그래서 하운평은 오늘 밤에 가서 새벽에 이장의를 만난 후, 그에게서 혈교의 무리에 관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일 저녁까지 무적문으로 돌아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래서 하운평은 무적문을 빠져나갈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딱 마침 사흑련의 두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혈교의 당주가 예상했던 육 개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하운평은 그전에 꼭 그를 찾고 싶었다. 그는 두 사람을 객잔에 두고, 혼자 말을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 * *
무영문은 확실히 일을 잘하는 문파였다. 그들은 이장의에 관해서도 따로 조사했고, 자료도 보내주었다.
그는 군을 제대하고 아버지가 하는 일을 물려받았는데, 이장의의 아버지는 관장(棺匠), 관을 짜는 장인이었다. 그리고 관장 일을 하면서 동네의 상포계나 인보 조직이 하던 일까지 해주었다.
지금은 장례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고, 상여를 메거나, 산역(무덤을 만드는 일)까지 대신해 주고 있어 하나의 상단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또 가족이 없어 상을 지낼 수 없는 시체나, 고아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들을 관청과 협약하여 장례까지 지내주고 있어, 하남성은 물론 섬서성까지 영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하운평은 이장의도 어쩌면 혈교의 무리 중 하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혈교에서 이백 구가 넘는 강시들이 발견되었고, 강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체들이 필요했다.
이장의의 이런 직업은 시체를 구하기 수월했고, 시체를 옮겨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강시를 만들기에 너무나 적합했고,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굉장히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마침내 하운평은 이장의가 운영하는 관장에 도착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욱 의심이 커졌다. 곳곳에 무인들이 보였고, 경비가 삼엄했다. 관을 만들거나 장례 일을 도와주는데, 경비가 왜 필요할까? 그것도 저렇게나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