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82
너의 초식이 보여 82화
마부 방소삼(1)
마방주는 방소삼인 걸 확인하고, 안심을 했는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미안했는지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흠흠. 소삼이 왔는가.”
“마방주 어른.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저에게 약속하셨잖아요.”
“내가 뭘?”
“오늘 첫 장기 손님은 저한테 소개시켜 주시기로요. 그런데 방금 강 씨 아저씨가 데려가는 걸 봤습니다.”
“크흠흠. 사실 나도 약속을 지키려고 했지. 그런데 그 손님들이 조건을 내걸었지 뭐냐. 최소 십 년 이상의 마부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이렇게 못을 박으니 어쩔 수 없었어.”
물론 조건이 까다로운 손님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방소삼의 경력은 구 년이지만, 혼자 마부 일을 한 지는 이 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방주는 방소삼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리고 경력이 십 년 이상인 좋은 마부가 많은데, 굳이 평판이 안 좋은 강 씨에게 일을 줬다.
‘이유가 있다면, 강 씨 아저씨가 마방주님의 처남인 거겠지.’
강 씨는 종종 자신의 누나인 마방주 부인에게 한탄했었고, 마방주는 부인의 말을 잘 들었다.
또 강 씨는 방소삼을 싫어했다. 예전에 강 씨와 한 번 다툰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이번처럼 방소삼 차례의 일을 가로챈 적이 많았다.
할 말은 많지만, 방소삼은 꾹 참았다. 앞으로도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누가 뭐래도 마방의 주인은 마방주였다.
방소삼은 그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부탁했다.
“마방주 어르신. 다음번에는 꼭 부탁드립니다. 저는……. 돈이 필요해요.”
“그래. 안다니까. 야. 이제 겨우 첫 손님이 왔을 뿐이잖아. 아직 시간도 있고, 더 기다려 보자. 다음 장기여행 손님이 오면, 꼭 너를 추천해 주마.”
하지만 방소삼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거리를 원하는 손님은 흔치 않았고. 보통 하루에 한두 건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아침 일찍 출발했다. 지금 시간이면 오늘 장거리 손님은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단거리라도 뛰어야 하나?’
방소삼은 품속에 있는 방떡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우. 어머니 치료비가 필요한데.’
그때였다.
두 사람이 마방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키가 작은 남자였고, 한 명은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였다. 그런데 남자는 땅에서 굴렀는지, 너덜너덜한 옷을 입었고, 여자는 길에서 파는 싼 옷을 걸쳤다.
또 둘 다 커다란 노립(蘆笠)을 써서 얼굴을 가렸는데, 누가 봐도 수상한 손님들이었다.
이런 경우,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치든지,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을 알기에 다른 마부들은 은근슬쩍 눈을 피해 도망갔다.
키 작은 남자는 두리번거리다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방소삼에게 물었다.
“의창까지 마차와 마부를 빌리려고 하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의창이면 이곳에서 꽤 먼 거리에 속했다.
누구나 바라는 장거리 손님이지만, 옷차림을 보니 가난한 손님 같았다. 방소삼은 잠깐 고민했지만, 찬물 더운물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최대한 공손히 대답했다.
“먼저 저희 마방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손님. 혹시 찾으시는 마부나 원하시는 마차가 있습니까?”
“글쎄요. 마부는 친절하고 입이 무거운 분이면 좋겠네요. 그리고 마차는 어떤 종류가 있죠?”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방소삼은 두 사람을 데리고 안쪽의 큰 창고로 데려갔다.
마차 오십 대가 서 있었고, 방소삼은 마차를 하나씩 소개했다.
“원하시는 마차가 없으시면, 우리 마방에서 제일 인기 많은 마차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앞에 있는 마차인데요. 손님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사두마차에 튼튼하고, 가격도 저렴해 가성비가 좋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중 키 큰 여인이 제일 안쪽에 있는 큰 마차를 가리켰다.
“하운평. 우리 저걸로 하자.”
방금 전에 부자 손님들이 타고 간 고급마차였다.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고, 방소삼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하. 소저께서 안목이 있으시네요. 현재 저희 마방에서 가장 좋은 마차입니다. 본래 이 정도 크기면 최소 여섯 마리의 말이 필요하지만, 이 마차는 바퀴가 좋고 잘 굴러가서 네 마리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완충장치가 좋아서 덜컥거림이 적고, 좌석도 고급 재질로 만들어서 푹신하고…….”
“안타깝지만, 청아. 지금 나에게는 이 마차를 빌릴 돈이 없어.”
키가 작은 쪽이 말했다. 그가 방소삼에게 다시 물었다.
“처음 추천해 주신 사두마차로 하고 싶은데요. 얼만가요?”
“의창까지 간다고 하셨죠? 그럼 금액을 측정하기 전에 손님께서 의창까지 가는 길을 택하셔야 합니다. 마차로 가는 길이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그가 실력 좋은 마부인 점은 여기서 드러났다.
방소삼은 어릴 때부터 마부들을 도우면서 호북성을 빠짐없이 돌아다녔고, 호북성의 지리를 다 외우고 있었다. 때문에 목적지를 듣고, 여러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었다.
“먼저 진란 산맥을 넘는 방법이 있는데, 운이 좋으면 오 일 만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천드리고 싶진 않은데요. 길이 좁고 땅이 고르지 못한 데다, 재수 없으면 산적을 만날 위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서 고을까지 가서 배를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고, 시간도 비슷하게 걸리지만, 뱃삯이 추가로 들어가니 참고하십시오.”
하지만 키가 큰 여자가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안 돼. 난 물이 싫어.”
“나도 알아. 다른 길도 있습니까?”
방소삼은 자세히 설명했다.
“네. 세 번째는 관도를 이용해서 진선 고을로 둘러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 돌아가는 형세지만, 길이 깨끗하고 치안이 좋은 편이라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 대신 시간은 대략 열흘 정도 걸릴 겁니다.”
그리고 금액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이것부터 설명드리는 이유는 저희는 거리로 기본요금을 정하고, 날짜가 지날수록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사두마차 한 대를 대여하는 비용은 은 한 냥입니다. 말이 포함된 값이고요. 그다음 날부터 하루마다 동전 넉 냥씩 추가됩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세 번째 방법으로 가면, 은 석 냥이면 되나요?”
“거기에 제가 돌아오는 비용도 더하셔야 합니다. 아아, 이곳까지 돌아오는 비용은 아니고요. 저희 마방과 계약된 곳으로 가야 하는 곳까지 가는 비용은 주셔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서 얼만가요?”
“은 넉 냥은 주셔야 합니다.”
“좋네요. 그럼 기본 사두마차 빌리고, 선금으로 은 두 냥, 도착해서 은 두 냥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거꾸로 돌려 흔들자, 딱 은 두 냥이 나왔다. 그걸 방소삼에게 주었다.
방소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손님. 혹시 가지고 계신 돈이 은 두 냥이 전부인가요?”
“네.”
“저어, 죄송하지만 손님. 가는 길에 계속 노숙만 할 수 없고, 객잔에도 들러야 하는데요. 그리고 객잔에서 묵는 제 숙박비와 말에게 먹일 사료비도 손님 부담입니다.”
“아아. 그런가요?”
“네. 차라리 저 마차는 어떨까요?”
방소삼은 두 번째 줄에 있는 작은 마차로 안내했다.
“말 한 마리로 몰 수 있고, 마차 크기는 조금 작지만, 두 분이 앉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비용도 저렴해서 기본금이 동전 열 냥입니다. 그럼 식대와 객잔에서 묵는 숙박비용, 그리고 말의 사료까지 합해서 은 넉 냥으로 넉넉히 가능하십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리고 방소삼은 손님이 기분 나쁘지 않게 최대한 공손히 설명했다.
사실 장거리 비용은 마부의 재량에 따라 조금 세게 불러도 괜찮았다. 마방에서도 그 정도는 용납해 주었고, 마부에 따라 오 할 이상 부풀려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소삼은 상대방의 옷차림을 보고 굉장히 저렴하게 청구했다. 그도 돈이 필요하지만, 같이 돈이 없는 사람을 등쳐먹기는 싫은 탓이다.
‘그래. 돈이야 부자들한테 벌면 되지.’
그런데 키가 작은 남자는 이두마차 안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너무 작아요. 그냥 사두마차로 할게요. 그리고 객잔이나 사료 값은 걱정하지 마세요. 가는 길에 돈을 벌 생각이니까요.”
“돈을 버신다고요?”
“네. 그리고 안 되면 팔 것도 있으니까 걱정 말고 준비해 주세요. 바로 출발할 수 있죠?”
방소삼은 반신반의했지만, 손님이 자신 있게 말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마방주님께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마방주에게 선금의 반을 지불해야 한다. 일은 마부가 하지만, 말과 마차는 마방주의 것이기 때문이다.
방소삼은 마방주에게 보고하고, 튼튼한 말을 골라왔다. 그리고 마차와 연결하고, 비상시 써야 할 여러 도구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방소삼은 일각 만에 준비를 끝내고, 두 사람 앞에 섰다.
“손님. 타시지요.”
“감사합니다.”
“까르르. 드디어 마차를 타보는구나.”
그런데 두 사람이 마차를 탄 직후였다. 키 작은 남자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서로 민망한 순간이었다.
방소삼은 일부러 모른 척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쯧쯧.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돈이 없나?’
솔직히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품속에서 방떡을 꺼내어 마차 안으로 내밀었다.
“저어, 손님. 이건 저희 어머니께서 아침에 만드신 떡인데요. 사실 제가 아침을 많이 먹고 나와서 배가 불러서요. 괜찮으시면 이것 좀 드시겠습니까?”
키 작은 남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손을 내밀어 떡을 받았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도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게요.”
“네에. 알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웃어넘겼다. 그리고 마차를 출발시켰다.
* * *
두두두두.
마차는 무난히 달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이 잘 닦여 있는 관도였고, 마차가 달리기 좋은 곳이었다. 방소삼 역시 익숙한 길이라 편안히 마차를 몰았고, 손님들은 안에서 무얼 하는지 두 시진 동안 굉장히 조용했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방소삼은 눈앞에 있는 대운고개까지만 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기억이 맞으면, 고개 넘어서 바로 싸고 괜찮은 객잔이 있었는데. 오늘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넘어가서 그쪽에서 머물러야겠어.’
방소삼은 이번 손님의 주머니가 가벼운 걸 알았다. 그래서 저렴한 객잔을 추천해 주려는 배려였다.
그런데 대운고개를 넘어갈 때였다. 방소삼이 갑자기 마차의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왜 속도를 줄이시죠? 문제라도 있나요?”
마차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방소삼은 마차를 완전히 세웠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려 심각하게 말했다.
“저어, 손님……. 오해 말고 들어주십시오. 제 경험상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요?”
“바닥이 이상합니다.”
“어떻게요?”
“그러니까, 팔두마차 한 대가 얼마 전에 올라간 자국이 있습니다. 말 네 마리가 호위하고 있는 걸 보면, 저희 마방에서 아침에 출발한 마차 같은데요. 그 뒤를 쫓아가는 말들이 보입니다. 대략 열 마리가 넘어요.”
“바닥만 보고 그걸 아시는 건가요? 눈썰미가 대단하시네요.”
“저야 온종일 말과 함께 생활하니까요. 아무튼, 손님. 제 추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마차 강도나 칼부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 뒤로 돌아가시죠. 언덕 아래에 있는 객잔에서 하룻밤 머물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는 겁니다. 그게 가장 안전한…….”
“그냥 가시죠.”
“네에?”
“마침 돈이 필요한데, 돈 벌 기회가 생겼잖아요. 제가 책임질 테니, 그냥 가요. ”
“저어, 무슨 말씀인지…….”
그때 키 큰 여자가 마차 위로 솟아올랐다. 어찌나 움직임이 빠른지 마치 귀신같았다.
그녀는 앞을 보더니 즐거운 듯 말했다.
“운평. 저 앞에 싸움 났어.”
“나도 알아.”
그리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지난번처럼 다 죽일까?”
그 말에 방소삼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사람을 죽이다니. 그리고 지난번처럼?
또 사람을 죽이자는 소릴 밥 먹자는 투로 가볍게 얘기했다. 방소삼은 그제야 두 사람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들은 무림인이었구나.’
진작 눈치챘어야 했는데.
방소삼은 살짝 겁을 먹었다. 그동안 무림인과 엮여서 좋은 기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