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83
너의 초식이 보여 83화
마부 방소삼(2)
방소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 작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아. 싸운다고 무작정 죽이면 안 돼. 내가 먼저 나설 테니까, 내 말대로 해줘.”
“쳇. 알겠어.”
그리고 다시 방소삼에게 말했다.
“이름이 방소삼이라고 하셨죠?”
“네.”
“방소삼 마부님. 제가 책임질 테니까 언덕 위로 올라가 주세요. 마부님에게 피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약속드립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방소삼은 더 이상 반대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무림인의 말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다.
결국 언덕 위로 올라갔고, 방소삼의 추측은 정확했다.
팔두마차는 언덕 위에서 습격을 당했고, 마차는 반파되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마부와 비단옷을 입은 손님들은 마차 뒤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호위무사들은 습격한 자들과 검을 나누고 있었다.
채챙. 챙.
으아악.
단순한 산적들은 아닌 것 같았다. 전문적으로 검을 배운 자들이었고, 한 명 한 명이 호위무사의 수준과 비슷했다. 이대로는 호위무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 * *
마부인 강 씨는 마차 뒤에 숨어서 덜덜덜 떨었다. 그는 오늘 일을 굉장히 후회했다.
‘젠장. 빌어먹을. 나는 원래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방소삼이 있어야 하는데……. 끄응. 모두 그 소삼이 새끼 때문이야.’
사실은 강 씨 본인이 매형인 마방주에게 부탁한 일이었다. 부자로 보이는 손님에 방소삼을 골려주고 싶어 그의 일을 뺏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일은 새까맣게 잊고, 괜히 방소삼 탓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서둘러 가달라고 말할 때부터 이상했어. 못된 놈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을 했어야지. 그럼 이런 일을 맡지도 않았잖아.’
강 씨는 계속 다른 사람 탓을 하면서 중얼거렸고, 어서 끝나기만을 빌었다.
이제 호위무사 두 명이 죽고, 두 명만 남았다. 그리고 습격한 무인들은 여전히 열 명이나 있었다.
‘저것들은 다 죽여도 되니까, 제발 나만은 건들지 말기를.’
마부는 상관없으니까, 자신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강 씨는 이름 모를 산신령에게 계속 빌었고, 그때 관두에 사두마차가 나타났다.
그리고 마부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방소삼이었다.
‘저놈이 왜 여기에 있지?’
강 씨는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이렇게 당했으니, 그도 똑같이 당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습격한 무인 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도 사두마차를 발견한 모양이다. 그는 수하 두 명에게 눈짓을 보냈고, 무인 두 명이 마차에 다가갔다.
‘그래. 어서 공격해. 우리처럼 마차를 쓰러뜨리고, 다 뺏어버려.’
그런데 의외로 막아설 뿐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부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목소리까지 변조하면서 소리쳤다.
“물러나라. 이 이상 다가오지 않으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소삼은 어쩔 줄 몰라 뒤를 살폈고, 마차 안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노립을 쓰고 있는 키가 작은 남자였다.
그가 무인들에게 말했다.
“무작정 공격하지 않았으니, 나도 정중히 대답해 드리지. 그쪽이 무슨 사연을 지니고 있든 나는 끼어들 생각 없소. 하지만 난 이 마차와 마부를 빌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금액이 올라가거든. 그러니 싸움을 잠시만 멈추고 길만 내어주시오. 얌전히 지나가겠소.”
하운평의 말에 복면인들은 검을 뽑았다.
채잉.
“말귀가 어두운 놈이구나. 너희들은 자칫 이 검에 죽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쯧쯧. 너희야말로 말귀가 어둡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우리가 너희들보다 강하다는 뜻이잖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키 큰 여자가 그들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가볍게 목 뒤를 때리자, 복면인들이 바로 쓰러졌다.
퍼퍽. 퍼억.
털썩.
그녀가 물었다.
“운평. 얘네들은 왜 이렇게 약하지?”
“동굴 안에 있던 놈들이 강했던 거야. 보통 이 정도 수준이니까, 앞으로도 네가 힘 조절 해야 돼.”
“흐음. 그럼 재미가 없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싸우는 곳으로 훨훨 날아갔다. 역시 가볍게 손을 휘둘렀고, 십여 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고수가 나타났다. 후퇴해.”
복면인들 중 대장이 소리쳤고, 그들은 말을 타고 도망쳤다.
그녀는 어느새 사두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키 작은 남자는 마부석에 앉으면서 방소삼에게 말했다.
“됐습니다. 출발하시죠.”
“네네.”
방소삼은 긴장한 채로 마차를 몰았다. 그때 지금까지 보고 있던 강 씨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어, 어이, 소삼이. 나야. 나 강 씨야.”
방소삼은 마차의 속도를 줄이면서 대답했다.
“강 씨 아저씨. 큰일을 겪으셨네요. 괜찮으세요?”
“나야 괜찮지. 그런데 마차가 부서져서……. 저어, 소삼이. 마차를 잠시만 멈추면 안 될까?”
마차가 계속 움직이니까, 그가 소리쳤다.
방소삼은 옆에 있는 키 작은 남자를 힐끔 쳐다봤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방소삼이 강 씨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손님이 빨리 가길 원하시네요. 건너편 객잔으로 가서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그럼 고맙지.”
강 씨는 괜찮을지 모르나, 쫓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했다. 사람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다.
지금까지 숨어서 가만히 있던 비단옷을 입은 중년인이 나섰다.
그는 마차 옆으로 달려가서 키 작은 남자에게 소리쳤다.
“은인을 뵙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잠시만 마차를 멈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할 것도 없고, 인사할 것도 없소. 아까 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마차를 빌렸고 시간이 갈수록 대여료는 올라가는 중이오. 비켜주시오.”
키 작은 남자는 차갑게 대꾸했다.
비단옷의 중년인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고, 그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러면 어떨까요? 잠깐만 마차를 멈춰주시고,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럼 마차 대여료를 제가 대신 지불하겠습니다. 모든 금액을요.”
그가 키 작은 남자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대여료가 얼만지도 모르시지 않습니까.”
“은인이 아니었다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습니다. 얼마든 아까울 게 있겠습니까?”
“우린 바쁜 사람들이오. 혹시 그놈들과 싸우길 원하거나 보표를 서달라면 도와줄 수 없소.”
그는 처음부터 선을 그으면서 말했다. 비단옷의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단지 마차만 멈추시면 대여료를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야……. 마부님. 잠깐만 멈추죠.”
“네네.”
마차는 멈추었고, 비단옷의 중년인은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흠흠. 말했듯이 큰 도움은 못 드리나, 작은 도움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얘기나 나눠볼까요?”
“네네.”
중년인은 본인의 이름을 허진규라 소개했다.
천화상단은 호북성의 제일 큰 상단으로 호북성 전역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주 품목은 비단 수입이었고, 허진규는 천화상단의 상단주, 허진만의 둘째 아들이었다.
천화상단 중 남쪽 지역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여기까지 어쩐 일일까? 그것도 본인의 마차가 아니라 대여까지 하면서.
충분히 궁금할 만했지만, 키 작은 남자는 물어보지 않고, 역시 선을 그었다.
“제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 자세히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보다 그쪽은 상황이 더 급하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허진규는 장사꾼이었고, 눈치가 빨랐다.
본래 상대의 무공이 뛰어난 걸 보고,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보표를 의뢰하려 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필요한 것만 챙기려 했다.
“보시다시피 저들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황이고, 저희 마차는 부서졌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희를 태워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대가는 원하는 만큼 드릴 수 있습니다.”
“흐음. 저희가 대협은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모른 척할 순 없지요. 하지만 저희 마차는 사두마차라서 좁습니다. 그쪽의 짐을 모두 실을 수 없어요.”
“두 사람과 필요한 작은 짐만 실으면 됩니다. 그리고 감포까지만 태워주시면 은 백 냥을 지불하겠습니다. 물론 대협님의 마차 대여비는 별도로 지불하겠습니다.”
은 백 냥이면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방소삼은 당연히 승낙할 줄 알았다. 하지만 키 작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저희도 일정이 있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복면인들과 계속 엮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그럼 어떻게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지…….”
“태워드릴 수는 없지만, 마차를 바꿔 드릴 수는 있습니다.”
“네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강 씨가 놀라서 물었다.
이쪽은 화려한 팔두마차이고, 저쪽은 꼬질꼬질한 기본 사두마차였다.
기본 대여비만 열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런데 바꾸자니.
하지만 허진규는 거절 대신 대답하지 않았다. 고민하는 것 같았다.
키 작은 남자는 천천히 설명했다.
“저들은 도망갔지만, 조만간 다시 찾아올 겁니다. 귀하께서는 시간이 없지요. 최대한 빨리 언덕을 내려가서 낭인을 구하든 호위를 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그쪽 마차는 이미 부서진 상태고, 저희 마차에 다 탈 수는 없지요. 그러니 저희 마차를 타고 먼저 출발하세요. 저희는 그쪽 마차를 고치고 갈 시간은 있습니다.”
“으음.”
“또 다른 이점도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쫓기는 입장에서 저런 화려한 마차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니까요.”
듣다 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의 마지막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이 마차를 끌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요? 최소한 한 번쯤은 쫓는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귀하께서는 그만큼 시간을 버는 겁니다.”
자신이 한 번은 미끼가 되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허진만은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협의 제안을 받겠습니다. 대가는 얼마나 원하시는지요?”
“마차의 대여비는 감사하게도 지불해 주시기로 약속했으니 제외하고…… 마차를 바꾸는 건 물물교환이니 역시 추가 요금은 없는 걸로 하죠. 저희가 미끼가 되어드리는 비용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아까 말씀해 주신 은 백 냥만 주세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금액 역시 방소삼이나 강 씨 같은 경우에는 말도 안 되는 큰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허진규는 생각하는 단위가 달랐다. 그는 오히려 합리적인 금액이라 생각했다.
만약 키 작은 남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금 백 냥을 불러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허진규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거래가 성사되었다. 허진규는 은 백 냥을 지불하고, 수하들을 시켜서 팔두마차의 짐을 사두마차로 옮겼다.
하지만 마차의 크기가 다르고, 쫓기는 입장에서 무거운 짐은 방해만 될 뿐이다.
할 수 없이 허진규는 키 작은 남자에게 다시 부탁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대협. 저 마차에 남은 물건들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진규는 쓴웃음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사실은 감사할 일이 아니었다. 팔두마차 안에는 온갖 진귀한 물건과 값비싼 물건이 가득 있었다.
특히 북해에서 수입한 하얀 여우 털로 만든 옷, 서쪽에서 넘어온 양털, 서장에서 만든 고대 향로 등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것만 되팔아도 은 백 냥 정도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물건들이 있기에, 결국 좋은 물건을 공짜로 주고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 했다.
반면 강 씨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마방에서 팔두마차를 끌고 나왔다. 그래서 마차를 바꾸게 되면 마부도 바꾸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키 작은 남자는 마부는 바꾸기 싫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결국 강 씨가 사두마차를 몰게 되었고, 거리 역시 굉장히 짧아졌다. 허진규는 일정을 바꾸어, 가장 가까운 고을까지만 마부 일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어쩔 수 없이 마방으로 돌아가야 했고, 마방까지는 겨우 반나절 거리였다. 그는 결국 기본요금밖에 챙기지 못했다.
반면 방소삼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