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89
너의 초식이 보여 89화
술법을 배워보자(3)
손문진인은 하운평에게 말했다.
{복수를 도와주십시오. 제자가 행복해지고, 제가 성불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하운평은 그와 그의 제자, 무수환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원수가 누굽니까?”
{정말 도와주시는 겁니까?}
“일단 말씀해 보세요.”
{제 복수 때문이 아니라, 그는 꼭 막아야 할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잘 끝나면, 하 공자님도 크게 얻는 것이 있을 겁니다.}
손문진인은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혹시 십천간편(十天干篇)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주 오래전 태공망의 병서라고도 알려져 있는데요.}
“십천간편은 처음 듣지만, 태공망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병서(兵書)와 육도삼략(六韜三略)의 저자 아닌가요?”
{맞습니다.}
태공망의 본명은 강상(姜尙)이었다.
그의 선조가 여(呂)나라에 봉하여 여상(呂尙)이라고도 불렸고, 주나라 문왕(文王)의 초빙을 받아 그의 스승이 되기도 했다. 그 후, 무왕(武王)을 도와 상(商)나라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하였다고 알려졌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병법가로 불렸는데, 이상하게 기록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신비로운 인물이었고, 신선이란 소문도 있었다.
{저 같은 도사들에게 태공망은 다른 의미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그는 대단한 도술을 가진 신선이었고, 육도삼략 외에도 대단한 술법이 담긴 저서가 있다고 하는데요. ‘십천간편’이 그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 십천간편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당파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갑자기 무당파가 언급되자, 하운평은 더욱 귀를 기울였다. 손문진인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났군요. 그 책은 절강성 동쪽에 있는 군도의 한 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 중에는 무당파의 속가제자가 있었고, 결국 무당파에게 가장 먼저 소식이 전해졌다.
도가인 무당파에서도 도를 연구하는 도사들이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세 사람이 직접 나섰고, 다른 문파에 알려지기 전에 무사히 회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황급히 무당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당파 도사 중 한 명이 십천간편에 욕심을 냈다.
{그는 십천간편을 들고, 한밤중에 도망치려 했습니다. 당시 같이 있던 무당파 도사들이 그를 쫓았고…… 허허. 하필이면 그때 저희 둘이 세외의 일을 끝내고 모산파로 돌아가는 길이었죠.}
배신자를 쫓던 무당파 도사들은 손문진인을 알아보았고, 도움을 청했다.
손문진인은 처음에는 십천간편인지 몰랐다고 했다. 단지 배신자가 중요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 중이라는 말에 무당파를 도와주었다.
{제 오지랖이 넓은 거지요. 그때 모른 척 갔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배신자를 잡았습니까?”
{네.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배신자는 도망치는 중에 십천간편을 이미 숨긴 겁니다. 무당파 도사들이 어르고 달래고, 약간의 고문까지 행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죠.}
청아는 가만히 듣다가 물었다.
“그런데 무수환의 말로는 손문진인이 죽은 건 자기 잘못이라고 하던데.”
{휴우. 그 배신자한테 속았습니다. 그 간악한 놈한테.}
무당파를 배신한 도사의 이름은 호악필이었다.
무당파 도사들은 객잔 후원에 별당을 빌려 그를 가두어 두었다. 손발의 힘줄을 자르고, 내공을 없앤 후였다.
그런데 무수환이 그가 궁금하여 몰래 찾아갔고, 호악필이 감언이설로 그를 꼬드겼다. 너무 목이 마르니까 제발 물 한 잔만 달라고 부탁했고, 그걸 들어주다가 탈출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 무당파 도사들과 손문진인은 너무 피곤해서 자고 있었다.
{호악필은 도망치기 위해, 금지된 술법을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수환은 그의 말에 속아 초혼술을 완성시켜 준 겁니다. 요괴인 형천을 일부 소환하면서 탈출에 성공한 거죠.}
형천은 고대의 요괴였다.
목이 없는 몸뚱이에 두 젖꼭지에는 눈이 달리고 배꼽 위치에 입이 달린 전투종족으로 아주 오래전에 천제와 세계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했다고 한다.
{저와 무당파 도사들이 뒤늦게 일어나서 다시 크게 싸웠고, 다행히 그를 죽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저는 목숨을 잃었고, 무당파 도사 두 분도 불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배신자는 죽었지만, 십천간편은 사라졌다. 무당파 도사들은 끝내 십천간편을 찾지 못하고 무당파로 돌아갔고, 무수환만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었다.
자신 때문에 스승이 죽었다고, 삼일 밤낮을 울었다고 한다.
{사실 그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자를 속인 호악필의 잘못이지요.}
손문진인은 제자가 안타까워 저승으로 가지 못했다.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문제는 호악필이었다. 그도 귀신이 되었다.
천하제일의 도법서를 손에 넣고도, 한 번도 보지 못해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도 구천을 헤매었고, 사람들을 괴롭히며 악령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손문진인은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저는 귀신입니다. 제가 직접 현세의 일에 끼어들면 안 되나, 그를 막아야 할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막으려고도 했고, 제자도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악령이 성장하는 속도는 빠르다. 손문진인은 처음 부딪쳤을 때 소멸될 뻔했었고, 제자인 무수환도 주변에 있는 도사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무수환을 가짜 도사라고 무시했고, 그가 하는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무수환 혼자 스승의 복수를 결심했고, 움직이고 있었다.
손문진인은 하운평에게 말했다.
{악령 호악필을 없애주십시오. 그럼 그가 숨겨놓은 십천간편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도사님은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한동안 호악필을 따라다녔습니다. 덕분에 알고 있습니다.}
무당파의 도사가 사문을 배신하면서까지 가지려 했던 보물이었다. 당연히 좋은 거라 생각했고, 하운평도 준다면 갖고 싶었다.
하지만 답변을 하기 전에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이번 일을 했을 때 장점은, 십천간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악령을 없애는 일이고, 손문진인과 무수환, 두 사람의 일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단점은 악령 하나 없애는 일이었다. 어려운 상대 같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거절할 이유가 없지.’
다만, 정말 십천간편을 얻었을 때 혼자 익힐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십천간편을 익힐 때 도사님이 옆에서 도와주십시오. 저는 술법에 대해선 문외한이고, 다른 도사에게는 보여주기 힘들 것 같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저에게 보여주신다면, 영광이지요.}
그도 찬성했고, 거래는 성사되었다.
하운평은 당장 호악필을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손문진인이 반대했다.
{저 역시 당장 호악필을 잡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는 술법을 잘 알고 있는 도사였고, 지금은 강력한 악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생각해 두신 거라도 있으신지요?”
{먼저 고양이 신령님의 강시를 보강해야 합니다. 그놈은 도사이니만큼 기본적인 강시술을 알고 있습니다. 자칫 지난번처럼 신령님의 강시가 조종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생각해 둔 술식을 말했고, 무수환에게 전달해 천령강시의 몸에 부적을 그렸다. 경면주사를 이용하여 등과 배에 일종의 방진을 그린 셈이다.
이제 다른 이가 주문을 외도 쉽게 조종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자 무수환에게는 태을부와 제소멸부 등 싸움에 필요한 부적을 수백 장이나 만들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하운평에게는 싸움에 필요한 술법을 알려주었다.
{일단 녹안석의 힘, 보신력을 본인의 육체에 담을 수 있는 체원둔술의 ‘대차력’과 보신력으로 다른 힘으로 치환하는 발원둔술의 술법인 ‘구유도’, 그리고 이건 조심스럽긴 한데, 혹시 모르니, 보신력의 주인을 부르는 초혼술까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가능한 초혼술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아직 보신력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손문진인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세 가지 술법만 가르쳐 주었다.
먼저 녹안석의 힘을 온몸에 두를 수 있는 대차력인데, 이것으로 악령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악령을 직접 때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진음구법에 있던 단 하나의 공격 술법, 구유도였다. 음지성둔의 기운답게 굉장히 은밀하고 날카로운 도기를 생성하여 악령에게 날리는 술법이었다.
마지막에는 초혼대법의 초혼술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초혼술은 알고만 계시고 가능한 사용하지 마십시오, 앞의 두 술법만 제대로 익힌다면 충분할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대차력 같은 경우에는 내공심법과 동시에 사용해야 돼서 계속 부딪쳤다. 몸속의 뜨거운 기운과 몸 밖에 흐르는 음유한 기운이 상쇄되어 중간에 힘이 풀어졌다.
이래서는 실전에 사용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운평은 우선 방소삼에게 부탁했다. 목적지인 의창에 가기 전에 몇 군데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저야 돈만 더 챙겨주신다면 좋습니다.”
“당연하죠. 돈은 넉넉히 챙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하운평이 가지고 있던 돈은 전부 무수환에게 준 상태였다.
돈을 새로 구해야 했고, 하운평은 손문진인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귀신을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떤 귀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 저희에게는 실전 같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실 돈도 필요하죠. 그러니 저희에게 큰돈을 지불할 수 있는 귀신이나, 악령과 싸울 기회가 있는 귀신이 있으면 소개시켜 주십시오.”
그는 악령을 처리하면서 돈을 벌 생각이었다. 손문진인은 바로 대답했다.
{마침 적당한 분이 있습니다. 아주 억울한 분인데, 남편을 잃고, 밤낮없이 자식을 위해 일만 하셨답니다. 그러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죠. 범인이 죄 없는 사람들을 수십 명이나 죽인 미치광이라고 합니다. 관청에서도 현상금을 크게 걸었는데, 아직 못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귀신을 소개받았다.
* * *
하운평은 귀신의 말을 무작정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사해 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를 죽인 남자는 벌써 수십 명을 몰래 죽인 살인마 녀석이었다.
겉으로는 아주 평범해 보였지만, 하운평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피해자들의 손가락을 잘라 한곳에 보관하고 있었다. 약품 처리를 해서 잘 썩지 않았고, 그것은 증거품으로 충분했다.
하운평은 그를 당장 죽일 수도 있고, 관청에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 너무 쉬울 것 같았다. 큰 죄를 지었으니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그에게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항시 떠돌고 있었다. 그걸 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
일단 그를 붙잡았다.
“누, 누구요?”
하운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납치하여 산속의 관제묘로 끌고 갔다. 그를 묶어두고 녹안석과 술법을 이용하여 그가 귀안을 뜰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가 죽인 억울한 혼령들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해 주었다. 그는 소스라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놈은 나를 살려주었느냐?}
{이 살인자. 드디어 죗값을 치르게 되었구나.}
{네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겠다.}
그렇게 이틀을 가두어놓았고, 그는 모든 걸 자백했다. 그리고 관청에 넘기고 현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옥에 갇히고도 끝난 게 아니었다. 귀신은 계속 찾아왔고, 그 살인자는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자신이 죽인 혼령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리고 제자인 무수환도 좋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세상에는 퇴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과 도사를 연결해 주는 조직도 있었다. 하운평은 그들을 찾아가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 * *
그로부터 열흘이 흘렀다. 하운평 일행은 하루하루 바쁘게 지냈고, 특히 방소삼이 제일 바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차를 몰아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가서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제야 시간이 남았다.
그때 잠깐 마차에서 졸거나,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다.
[사랑하는 어머니, 허리는 괜찮으신지요? 이번 여행이 예정보다 길어져서, 생각보다 오래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참고로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고용인이 무림인이라 걱정했는데, 저한테는 잘해줍니다. 보수도 후하고, 언행도 바르고, 특별히 시키는 일도 없습니다.
지금은 호북성 중부 일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 번은 갔던 곳을 다시 간 적도 있지만, 저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여기까지 쓰고 잠깐 고민했다. 조금 더 자세히 적을까? 사실 적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