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91
너의 초식이 보여 91화
호악필과의 일전(2)
생각했던 대로 사람들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고 있었다.
{응?}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오늘은 청명절입니다.”
{정말입니까? 벌써요?}
오늘은 명절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당연히 성도였다.
그리고 호북성의 수도는 무한이었고, 여기서 한 시진 거리에 있었다.
내가 만약 호악필이라면 오늘 같은 날, 무한에서 큰일을 벌일 것이다. 그럼 천 명쯤은 간단히 죽일 수 있었다.
나는 호악필이 그곳에 있을 거라 확신했고, 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손문진인은 말을 더듬을 정도로 놀랐다.
{그, 그렇군요. 지금 성도에는 최소한 몇만 명이 있을 텐데…….}
“제 생각에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준비를 했을 겁니다. 오늘을 위해서요.”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무한으로 가야죠. 손문진인께서는 하늘을 날아갈 수 있으니 먼저 가서 살펴봐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는 급히 하늘을 날아갔다.
나는 청아에게 말했다.
“청아, 미안하지만, 네가 도와줘야겠어. 강시의 체력은 거의 무한하니, 여기서 전력으로 달려도 체력이 소모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두 사람을 데리고 달리면 되지?”
“맞아.”
그녀는 나와 무수환을 양손에 들어 어깨에 앉혔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천령강시는 절정 고수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이 정도 속도면 한 시진 거리를 반 시진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하지만 오늘 떠오른 달은 불길하게도 붉은빛을 품고 있었다.
* * *
방소삼은 기분이 좋았다.
무한의 유명한 의원에서 허리에 좋은 탕약을 싼 가격에 구입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셨고, 처음 본 경극과 변검도 놀라웠다.
또 무한 관청에서 그 비싸다는 불꽃을 터뜨렸고, 눈도 호강했다. 웃고 즐기면서,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그런데 술을 너무 마신 탓일까?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땅바닥에 붙은 것 같았다.
으윽.
털썩.
갑작스러운 일이라 방소삼은 쓰러졌고, 같이 길을 걷던 장한수가 다가왔다.
“소삼아. 괜찮아?”
“아, 네에. 형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입니다.”
“웬일이야. 우리 중에서 술을 제일 잘 마시는 녀석이……. 일어나. 부축해 줄게.”
“아니요. 괜찮습니다. 숙소가 바로 앞이잖아요. 잠깐만 앉아서 술을 깨고 갈게요. 먼저 가세요.”
“정말 괜찮겠어?”
“네. 여기서 사람 구경 좀 하다가 들어갈게요.”
굉장히 늦은 시간임에도 대로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장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천천히 따라와. 우리 먼저 들어가서 한잔하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장한수와 일행은 먼저 움직였다. 방소삼은 바닥에 앉아서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만졌다. 지금은 또 멀쩡했다.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때였다. 갑자기 온몸이 찌릿하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속도 울렁거리고, 머릿속으로 뭔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는 짓이지만, 이번에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 실례를 범하겠소. 그쪽은 하운평 공자의 마차를 끄는 방소삼 마부가 맞죠?}
방소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두근거렸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진정하시고, 잘 들어주세요. 하운평 공자의 마차를 끄는 방소삼 마부, 맞죠?}
“네, 네에.”
{저는 손문진인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귀신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급한 상황이 있어 부득이 그대의 몸에 강제로 들어왔습니다.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며…….}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방소삼은 술기운과 더불어 너무 놀라서 기절해 버렸다.
{으음. 오히려 잘됐구나.}
손문진인은 그의 몸을 움직여서 억지로 일어섰다. 걷는 모양새가 이상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한곳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사실 손문진인은 조금 전에 무한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곳에는 강력한 진법이 성도 곳곳에 깔려 있었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하루 이틀로 만들 수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했을 거라는 하 공자의 추측이 맞았어.’
호악필은 즉흥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일을 준비했었다.
손문진인은 풍부한 경험으로 어떤 진법인지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소환 진법이었다.
그는 일 년 전에 봤던 요괴 형천을 떠올렸다. 그때도 호악필은 진법을 이용해서 형천을 일부 소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많은 진법을 묶어서 소환한다?
어쩌면 형천 본신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명절을 즐기고 있는 수만 명의 사람이 있었다.
‘일이천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죽을 수도 있다.’
손문진인은 귀신임에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마, 막아야 하는데.’
하지만 령의 형태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 없다. 혼령의 몸으로 진법을 바꾸거나 만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운평 일행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고민 끝에 진법이 정확히 어디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만이라도 파악하려 했다. 그렇게 하늘을 날면서 무한 곳곳을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방소삼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몇 번 만났었다. 급한 상황을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그의 몸을 탈취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그의 몸을 움직여 진법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의 진법만 살짝 바꿔놓아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성도에는 더러운 분뇨를 모아놓는 곳이 있었다. 성도에 왜 분뇨를 쌓아두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많아 일일이 성 밖으로 나를 수 없었다. 그래서 한곳에 모아 두었다.
지금 성도 안은 축제였고, 그 누구도 분뇨 창고에는 오지 않았다. 진법을 숨기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손문진인은 이곳에 도착했다. 다행히 지키는 이가 없었고, 냄새 때문에 사람들도 근처에 없었다.
가까이 갈수록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옷에 냄새가 밸 수도 있었다.
손문진인은 몸의 주인인 방소삼에게 미안해하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사람들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용서해 주시길.’
그때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몸을 숙였다.
부우웅.
머리 위로 커다란 몽둥이가 지나갔다.
손문진인은 놀라서 허둥지둥 도망쳤다. 몽둥이를 든 남자가 쫓아왔다.
“행색을 보아하니, 일반 사람은 아니고, 푸하하. 당신 손문진인이지? 나를 쫓는 귀신은 당신밖에 없거든.”
손문진인은 말투를 듣더니, 놀라서 반문했다.
“호, 호악필?”
“그래. 내가 바로 호악필이다.”
팔척장신의 거한은 놀랍게도 호악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거한의 몸을 강제로 뺏은 것이다.
그는 진법 준비를 끝내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하하. 몇 달 동안 지겹게 쫓아다니더니, 과연 결정적일 때 나타나는군.”
“내가 쫓는 걸 알고 있었나?”
“크큭. 당연하지. 왜? 모를 거로 생각했나?”
‘내가 그를 얕잡아 봤구나.’
손문진인은 다른 사람에게는 조심하라고 경고했으면서 정작 본인이 우를 범했다.
“손문진인, 놀라는 표정이 보기 좋네. 이리 와봐. 내가 다시 죽여줄 테니까.”
호악필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손문진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역시 손문진인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비록 방소삼의 몸이고, 움직이기 힘들지만, 그는 모산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였다.
손문진인은 미리 만들어놓은 부적 중 하나를 던졌다. 그리고 수인을 지으며 소리쳤다.
“화룡지술.”
부적이 붉게 타오르더니, 곧 용의 형상을 띄었다. 호악필을 집어삼킬 듯 날아갔고, 호악필은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그사이 손문진인은 다시 진법이 있는 곳으로 갔다.
“끄응. 그래. 죽어도 모산파 고수라 이거지?”
무당파 도사들의 술법은 전체적으로 모산파보다 한 단계 낮았다. 그중에서도 호악필은 부적술이나 수인술에 약한 편이었다. 때문에 남의 몸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전문 분야는 진법이었다. 그리고 지난 육 개월에 걸쳐 무한 일대에 온갖 진법을 깔아두었다.
호악필은 바닥을 내려치면서 소리쳤다.
“개방, 축, 방진.”
그렇게 세 번을 내려쳤고, 깔아놓은 진법들이 발동했다.
쏴아아악.
바닥에서 흙덩어리가 해일처럼 일어나더니 손문진인을 덮쳤다. 마치 그를 집어삼켜 땅속으로 끌고 가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손문진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술법 싸움에서는 손문진인이 한발 빨랐다.
그는 벌써 풍신도하라는 술법으로 몸을 멀리 피했고, 다른 큰 술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 분뇨에는 와사(瓦斯)(가스)가 함유되어 있다. 작은 불씨라도 큰 불길로 번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화룡지술보다 한 단계 높은 화염술, 멸화각인을 펼쳤다.
푸화하학.
불의 회오리가 용솟음치더니, 분뇨가 쌓여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폭발이 있으면 분명 중앙진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무한의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효과도 있었다.
“방진. 수룡의 결계.”
호악필도 급히 방진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물로 이루어진 작은 용 수십 마리가 나타나 멸화각인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멸화를 막기 힘들었다.
푸스스스.
파팟.
단지 일부를 꺼뜨리고, 큰 불꽃이 분뇨 속으로 떨어졌다.
콰쾅.
콰콰콰쾅.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연쇄반응으로 굉장히 커졌다. 손문진인은 다시 풍신도하를 이용해서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다만 호악필이 빌린 육신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큰 폭발로 다행히 진법의 대다수가 지워진 것 같았다. 결계도 점점 줄어들었다.
“허허. 다행이구나. 그나저나 몸을 빌렸던 마부에게 미안해지는군.”
방소삼의 몸은 온통 거슬린 채, 옷까지 탄 자국이 생겼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결계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커졌다. 여전히 결계의 형태를 유지했고, 그것의 완성도 역시 절정에 달했다.
{크흐흐. 어리석구나. 손문진인.}
호악필이 다시 악령의 형태가 되어 하늘에서 나타났다. 손문진인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지난번에도 술법을 진행하는 중에 네놈에게 저지당했지.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이 당할 줄 알았나?}
“설마……. 이중 진법인가?”
{푸흐흐. 그렇다. 진짜는 지하에 있었다. 그리고 이미 늦었어.}
쿠웅.
쿵.
그의 말이 큰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곧 하늘을 꿰뚫는 끔찍한 굉음이 들렸다.
“쿠웨에에에에.”
요괴 형천의 출몰이었다.
* * *
멀리서 소름 듣는 굉음을 듣었다. 한발 늦었다는 걸 직감했다. 청아 역시 굉장히 심각해져서는 더욱 빨리 움직였다.
내가 물었다.
“요괴 형천은 얼마나 세지?”
“도대체 누가 형천을 요괴로 분류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놈은 요괴라기보다는 악신에 가까워. 게다가 평생을 싸우기 위해 태어난 놈이야. 굉장히 강하니까 각오해 둬.”
청아가 이렇게까지 긴장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무한에 도착하고, 형천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나 역시 심각함을 깨달았다.
일단 형천은 크기부터 남달랐다. 키가 너무 커서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고, 일반적인 사람의 열 배가 넘었다. 성벽을 발로 차서 무너뜨리거나, 발을 한번 굴러서 수십 명의 사람을 깔아뭉갤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설대로 목은 없었고, 몸통에 커다란 두 눈과 입이 달려 있었다. 양손에는 커다란 도끼와 방패를 들었고, 그것들을 아주 익숙하게 휘둘렀다.
스르릉.
콰쾅. 쾅.
우르르르.
단 한 번만 휘둘러도 건물 서너 채가 부서졌다.
꺄아아악.
으아아악.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수십 명의 무림 고수들과 도사들이 반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