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화(1/195)
프롤로그
“누나, 정신 차려요. 계속 눈을 뜨고 있어요.”
한 소년이 피투성이의 여자를 끌어안고 애원했다. 여자는 입으로 피를 내뿜으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채윤아…. 나는 소원이 있어….”
“소원?”
“여길 나가면 꼭 이루고 싶었는데 이젠 가망이 없는 것 같아. 네가 대신 이뤄 줄래…?”
“…….”
채윤이라고 불린 소년이 대놓고 미간을 좁혔다. 여자의 입에서 ‘소원’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부터 소년의 애절함은 조금 사그라져 있었다.
“쿨럭, 쿨럭! 채, 채윤아…. 내 소원을….”
“상태 아저씨 불러올게요.”
“아, 안 돼. 채윤아. 너여야 해….”
“나 여기 나가면 죽을 거라고, 자살할 거라고 분명 말했습니다. 대체 다들 다 왜 그러는데요. 저기 상태 아저씨도 있고, 알렉스 형이랑 강진 형도 있고. 사람 많은데 왜 다 나한테 그러냐고.”
“산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죽은 사람 소원 한번 못 들어주니?”
“그거 뭔가 바뀐 거 같은데요.”
“쿨럭, 쿨럭. 크흐흑!”
소년의 표정이 점점 짜게 식었다. 소년의 팔뚝을 움켜쥔 여자의 손아귀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소년은 젠장, 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소원이 뭔데요?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게요.”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스쿼트 3,000,000회, 러닝 5,000회. 그것만 해 주면 돼….”
소년이 말을 잃었다. 여자는 그걸로 기력을 다한 듯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고 더는 숨을 쉬지 않았다. 주위 동료들이 울면서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이것으로 여길 나가면 해결해 줘야 할 어처구니없는 유언만 218개째가 된 소년은 억울해서 분통이 터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