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20)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20)화(120/195)
#110
자신감이 붙은 홍의윤은 한층 밝아진 얼굴로 제안을 했다.
“그냥 인원을 더 늘리는 건 어때? 고작 400명이라니 너무 적잖아. 각성자는 죄다 지원하려고 들 텐데 1000명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이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죽을 사람은 적은 게 좋으니까요.”
“죽을 사람이라니…. 왜 말을 그렇게 하냐….”
홍의윤이 쭈굴쭈굴해졌다.
윤서는 말을 내뱉고 나니 정말 400구의 시신을 치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득해졌다. 사실 그는 인원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100명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연맹 쪽도 석영 쪽도 더 많이 넣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
윤서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냈다. 권지한이 재빨리 물병 뚜껑을 열어서 건네줬다. 물과 함께 알약 세 개를 꺼내 삼키는 윤서를 홍의윤과 수재희, 박수빈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뭡니까.”
윤서가 약병을 집어넣으면서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박수빈이 복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윤서 씨가 서채윤 님이라는 걸 몰랐을 때도 약 먹는 게 안타깝고 그랬지만…. 10년 전 세상을 구하고 그 트라우마로 약을 달고 사는 서채윤 님이라는 걸 알고 나니 가슴이 너무…….”
박수빈은 말을 채 끝맺지도 못했다. 수재희와 홍의윤도 박수빈과 비슷한 얼굴이었다. 낭패감과 후회가 깃든 얼굴.
방금까지는 실컷 대던전 얘기하더니 이제는 또 윤서의 눈치를 보듯이 말도 없어졌다. 굳이 이렇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됐는데.
‘설마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건 아니겠지?’
눈치 보는 건 싫다. 그럼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
“형, 집에 가자.”
“…네, 가요.”
마침 상황을 지켜보던 권지한이 일어나 상황을 끝냈다.
권지한과 윤서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형은 연하한테 너무 인기가 많아.”
헤어지기 직전 권지한이 툭, 내뱉었다.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니…. 윤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뭐가 그렇지 않아. 수재희, 홍의윤, 박수빈. 셋 다 연하잖아.”
“전 연상한테도 인기 많습니다.”
“…어우, 씨, 맞는 말이라서 짜증 나네.”
권지한이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그 바람에 그의 머리 위에서 늘어져 자고 있던 햅쌀이가 놀라서 권지한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물론 권지한의 살갗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아, 햅쌀이. 내가 데리고 갈 뻔했다.”
권지한이 햅쌀이를 손가락에 대롱대롱 매단 채 윤서에게 넘겼다. 햅쌀이가 윤서의 목덜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가만 보니 그 아이템도 연하네. 형, 연하 수집가야?”
“장난합니까? 유치하게 이러지 마세요. 그리고 인기는 권지한 헌터가 훨씬 많잖아요. SNS 팔로워도 3억을 돌파했고, 좋아하는 헌터, 밥 한 끼 먹고 싶은 헌터, 연애하고 싶은 헌터, 결혼 안 했으면 하는 헌터 1위를 몇 년째 유지 중이면서.”
“…그랬어? 그건 또 언제 다 찾아봤대.”
“찾아볼 것도 없이 권지한 이름 치면 쭉 뜹니다.”
“그렇구나. 내 이름 검색하면 나오는구나.”
권지한이 기분이 좋아진 듯 씩 웃었다. 무척 근사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미소였다.
“이제 들어가세요. 저 집에 가서 할 거 많습니다.”
“알았어. 조심히 들어가, 형.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게.”
“집까지 온다고요? 그냥 여주에서 만나죠.”
“내일 봐.”
권지한이 손을 흔들며 차에 탔다. 찰보리라는 이름을 얻은 AI 차가 윤서의 옆을 지나갔다.
그냥 여주에서 만나면 될 것을 뭐하러 데리러 온단 말인가? 각자 멀쩡히 차도 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윤서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
삐윳?
햅쌀이가 코끝으로 주걱을 툭툭 건드렸다. 베이킹은 처음 구경하기 때문에 신기한 듯했다. 윤서는 햅쌀이 몫까지 만들기 위해 평소보다 버터를 더 많이 넣으며 말했다.
“햅쌀아, 털 들어가면 안 되는데 잠깐만 단검으로 돌아오면 안 돼?”
삐유!
햅쌀이가 몸을 말더니 뿅 하고 모습을 변화시켰다. 파란 눈의 까만 도마뱀이었고, 크기는 한 뼘만 했다.
“우리 햅쌀이 착하네.”
삐.
도마뱀이 윤서의 팔목 위로 점프하더니 팔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어깨에서 기웃거리던 도마뱀은 척추뼈를 따라 등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윤서는 햅쌀이가 몸 위를 돌아다니게 놔두었다.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할 게 또 있었다. 윤서는 권지한의 SNS에 들어갔다. 사실 며칠 밤째 보고 또 보고 반복 중이었다.
JIHAN_S
이 S는 S급이라는 뜻일까? 윤서는 권지한의 아이디가 제법 느낌 있다고 생각했다.
yoonyoon
윤서는 제 아이디 끝에 _s를 달까 하다가 수정하기 귀찮아서 관뒀다.
권지한의 계정에 올라온 글들은 대개 공적인 용도의 글들이었다. 석영의 공식 행사 홍보라든가, 범람 벨이 울린 상황이니 대피하라든가, 이번 레이드에서 어떤 쾌거를 얻어 냈는지를 자랑한다든가.
윤서는 그 420개의 공지글을 모조리 뒤져서 사담 세 개를 발견해 냈다.
JIHAN_S
지금은 무지개 너머에 있는 세바스찬, 데이빗
JIHAN_S
S급 레드 던전 브리핑 중
JIHAN_S
팬클럽분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편지를 제외한 도시락, 선물 등은 일절 안 받습니다.
그만 주세요;
처치 곤란이에요.
이렇게 딱 세 개였다. 윤서는 마지막 글을 봤을 때 너무 귀여워서 스크린 샷을 찍었다. 볼 때마다 귀여운 나머지 지금 같은 화면만 다섯 장이 사진첩에 들어와 있었다.
“왜 SNS를 그만뒀을까. 계속하지….”
삐?
“아무것도 아니야.”
윤서는 제 SNS 계정에 들어갔다. 팔로워 1만 명 달성 유언을 위해서 만든 계정. 사실 윤서는 이 유언이 어려워서 남겨 둔 건 아니었다. 찾아보니까 얼마든지 원하는 숫자만큼 팔로워를 만들어 주는 업체가 있었다. 클리어하고자 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했다. 업체에 연락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 유언을 남긴 리벤저가 진정으로 원한 건 이렇게 간단하게 팔로워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고민 중이었다. 양심에는 찔리지만 쉬운 길을 갈지. 당당하지만 힘든 길을 갈지.
‘대던전에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들어가기 전에 유언은 최대한 들어주고 가는 게 좋겠지.’
윤서는 다른 사람들은 SNS에 어떤 글을 올리는지 구경했다. 홍의윤의 SNS는 교재 삼기에는 감성이 너무… 윤서와는 안 맞았다. 박수빈은 SNS를 하지 않았고, 수재희는 맨 먹는 사진과 동물 사진뿐이었다. 고희원과 박영범의 SNS에도 들어가 봤는데 둘의 SNS는 실시간으로 계속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GOHEE1
대던전폭발시 행동요령(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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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다가도 괜찮을것같고 괜찮을 것 같다가도 문득 불안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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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던전 레이드 예상 명단_헌터넷ver1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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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윤 권지한 유준철 퍼펙트 다 들어가면 우리나라 빈집 되는 거 아닌가요?;
pak0TIGER
님이 리트윗 함
GOHEE1
대던전 레이드 예상 명단_헌터넷ver1 (링크)
pak0TIGER
S급 폭발대비 대피소 지도
pak0TIGER
현재 마트 상황..
생각보다 사재기는 없네요.
거리도 평범하게 퇴근 중인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도 크게 두려워하진 않는다.
시민 의식 성장이 느껴지네요^^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한다면 한 군데밖에 없었다. 헌터넷. 윤서도 아이디가 있는 곳이라 접속했다.
작성 시간 21:01, 새로 등록된 글 120개.
1분에 백 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윤서는 혀를 차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글들을 클릭했다.
ㅅㅊㅇ 복귀하는 이유가 있었네
내가 ㅅㅇ에 지인이 있는데
1년 전인가? 그때부터 ㅅㅊㅇ 추적팀까지 만들면서 찾아다녔거든
왜 그런가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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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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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ㅅㅇ은 1년 전부터 대던전 나타날 거 알고 있었던 건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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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석영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대형 길드는 다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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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는 자기네도 오늘 알았다고 발표했음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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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ㅇ이 갑자기 스급 대거 영입한것도 이거 때문인듯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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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권지한이랑 S급 헌터들은 미리 얘기 들었겠지 ㅋ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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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부길장은 연맹 발표 세 시간 전에야 들었다고 함.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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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엔 제발 우리나라 사람들 많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어. 지금 돌고있는 리스트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좀 짜증나더라..ㅋㅋ 이제는 다른 나라들도 공평하게 참전하자~~ 10년전에는 우리나라만 희생이 너무 컸잖아. 왜 이번에도 우리나라만 대거 등판해야하냐 ㅋㅋ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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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기엔 이미 현재 국력이 공평하지 않아서… 우리나라랑 미국, 유럽 국력 차이가 5배, 8배야 ㅠㅠ 다른 나라들은 범람, 폭발 발생 빈도도 우리나라의 5배나 되고… 헌터 수가 절대 부족함. 걍 우리나라 헌터들이 많이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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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가장 강해서 어쩔 수 없음.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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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하면 꼭 다른 나라들을 지켜야 하는 법이라도?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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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위험한 사고 방식이야. 그렇게 따지면 헌터들도 비각성자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게 되니까^^;
대체 헌터란 뭘까?
지금 홍의윤도 그렇고 조만이도 그렇고
신 대던전에 지원한다고 글올렸자나
존나 이해안돼
대체 왜 지원하는거지?
강제동반도 아닌데 왜 나서서 목숨을 내놓냐?????
내가 헌터라면 남들이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걍 숨죽이고잇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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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다들 님처럼 생각함 나도 그럼 당연함
그래서 우리가 비각성자인 거고
그래서 그들은 각성자인 거고
그래서 각성자 수가 이렇게 적은 거고…..
익명
답글
각성자들도 우릴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걸… 존나 이해 안돼 대체 왜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맞서 싸우지 않는 거지? 어떻게 나서지 않을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