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22)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22)화(122/195)
#111
대던전 발표 후 큰 혼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조용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멸망을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10년 전의 트라우마가 남은 이들은 이들 단체에 대거 가입했다. 수요일 발표 후 이틀 만에 사이비 단체 회원 수가 수천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석영은 ‘석영 10년 대계획’이라는 제목으로 향후 10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헌터 육성 계획과 헌터 학교 설립, 은하와 은하를 왕복하는 유인 우주선 개발 등등. 늘 그렇듯 대중의 불안을 조성하는 언론사들도 있기는 했지만, 한국 같은 경우는 석영이 워낙 꽉 잡고 있었으므로 점차 불안보다는 우주 시대의 개막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석영이 그렇게 민심을 달래는 동안 윤서와 권지한은 무투가 파티와 저렙 던전들을 공략했다.
윤서의 컨트롤은 이제 10년 전에 버금갈 정도로 돌아와 있었다. 당분간 계속 저렙 던전에 들어가며 감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 얘기를 파티 리더에게 전하자 그는 굉장히 아쉬워했다.
“혹시 두 분도 대던전 공략에 참전하실 예정이시옵나이까?”
“아뇨, 저희는 안 합니다.”
윤서가 재빨리 잡아뗐다. 권지한은 그런 윤서를 보고서 피식 웃고만 말았다.
“그렇군요…. 하긴 강한 헌터들이 전부 대던전에 들어가면 지구가 큰일 나겠죠.”
“그쪽은? 레이드에 지원할 거야?”
권지한이 물었다.
“저희는 이미 지원 등록 했사옵니다.”
윤서는 권지한이 이런 질문을 하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가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등록했다고요?”
“비록 C급밖에 안 되지만 대던전 얘기를 들으니 피가 부글부글 끓더란 말입니다. 겁쟁이처럼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기 보다는 들어가서 이 한 몸 불사지르고 싶은 마음입니다.”
파티 리더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고는 ‘아, 물론 공략에 참여하지 않는 두 분이 겁쟁이라는 건 아니고….’ 하고 덧붙였다.
“던전 발표를 듣자마자 생각했죠. 바로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라고. 살아 나온다면 좋겠지만, 만약 죽더라도 그곳이라면 여한이 없을 거예요.”
“나도 10년 전 수많은 리벤저가 희생된 후로 지켜보고만 있는 건 지긋지긋해졌거든요. 이번 대던전 공략자들을 신 리벤저라고 말하던데, 저도 신 리벤저라는 타이틀을 앞에 달고 싶습니다.”
파티원들이 저마다 묻지도 않은 각오를 읊었다. 호오, 하며 옆에서 권지한이 나직한 감탄사를 흘렸다. 심지어 한 명은 이렇게 외쳤다.
“그 서채윤 님과 같은 던전을 공략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죠.”
이미 같은 던전을 열 개 넘게 공략했다.
“맞아. 혹시 알아요? 말 한마디라도 섞어 볼지.”
지금도 완전 섞고 있다.
“난 그 유명한 ‘존재하는 넋’ 멀리서라도 스쳐 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멀리서 스쳐 본 정도가 아니라 마음껏 쓰다듬기도 했다.
권지한이 옆에서 소리 내서 웃었고, 윤서는 떨떠름했다.
“여러분은 대던전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런 장난 같은 이유만으로 들어가려고 하다니….”
그러자 그들은 억울한 듯이 입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