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5)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5)화(15/195)
#13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여러분들이 모두 정예 팀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테스트를 한 뒤 여러분 중에서 몇 명만 선별할 생각입니다. 합격자는 단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도 뽑히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되면 꽤 허탈하겠군요.”
“잠시만요. 저는 정말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김진해가 불만을 내뱉었다.
“저는 C급이고, 몬스터 공포증이 있어서 던전에도 들어가지 않고 던전 범람 시에도 파견 가지 않는데요.”
유준철은 홀로그램에 손을 뻗더니 화면을 전환했다. 김진해의 사진을 포함한 간략한 프로필과 함께 여러 사진이 떠올랐다.
“김진해 헌터가 소속된 ‘멸하는 자’는 좋은 길드이지요. 핏줄이 같은 자들끼리만 모인 가문 길드라 결속력도 단단하고요. 김진해 헌터가 몬스터에게 공격당한 민간인들을 치료해 주는 영상을 가문에서 어찌나 꽁꽁 숨겨 놨는지 찾기 힘들었지만, 결국 찾아냈습니다. 사지가 찢어지고 심장이 멎어 가는 사람을 멀쩡하게 되살리는 경이로운 광경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세 번이나 있었죠. C급 힐러의 치유력이라고 보긴 어렵네요.”
홀로그램에 영상이 재생됐다. 시체나 다름없던 사람이 김진해의 치유 스킬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김진해는 낭패라는 얼굴이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제가 가진 능력은 치유 능력이 끝입니다. 공격 스킬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 C급인 것도 맞아요. 던전에 들어갔다간 바로 죽어 버릴 거라고요.”
“우리 권지한 헌터와 퍼펙트의 정예 헌터들은 동료를 죽게 내버려 둘 정도로 나쁜 이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김진해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남궁심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막았다. 김진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남궁심해의 손을 떨쳐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이견 있으신 분 계십니까?”
흐윽…. 윤서의 옆에서 울음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박강이었다. 박강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는데, 올렸는지 내렸는지 애매한 상태였다.
“박강 헌터…. 제가 정말 당신의 가면에 대해서 말해도 됩니까?”
히익, 박강이 어깨를 들썩이며 경기를 일으켰다.
“아, 아니요. 저, 저는. 전, 테스트를, 바… 받겠습니다.”.
소심해 보이기만 하는 저자도 뭔가 숨기는 게 있긴 한 모양이었다.
윤서는 손을 들까 말까 망설였다.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아냈을까?
아마 실드 트랩의 성능을 올려 왔다는 사실을 들켜서 이 구성에 꼈을 것이다. 즉 들켰다고 해도 겨우 실드 트랩 성능을 올린 수준이니 정예 팀에 낄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한번 말해 볼까?
손가락을 꼼질거리던 윤서가 슬그머니 팔을 들어 올리려고 할 때였다.
“원하지 않으면….”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화심이 아무런 감정 없는 무뚝뚝한 얼굴로, 고저 없이 목소리를 내뱉었다.
“테스트를 포기하고 떠나도 되는 건가.”
좌중이 조용해졌다. 윤서도 긴장한 채 유준철의 대답을 기다렸다.
“여러분 중 대부분은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던 분들이니 이런 선택을 하는 분이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
“죄송하지만 자진 포기는 안 됩니다. 테스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여러분과 40시간 이상 통신이 안 되면 우리는 그 즉시 여러분의 사진과 프로필을 언론에 공표하고, 우리가 알아낸 여러분이 가진 스킬명도 하나하나 다 밝힐 것이며, 잊을 만하면 여러분을 언급해서 평생 대중의 감시를 당하게 할 겁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치졸한 협박이었다. 여기 모인 이들이 대부분 어떤 이유에서건 실력을 숨기려고 애쓰던 이들이었기에 더욱 치사했다. 그런데 이 치사한 협박이 먹히지 않은 이도 있었다.
“뭐? 내 얼굴과 이름이 전 세계에 공표된다고…? 그럼 존나 좋은 거잖아…?”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이는 바로 홍의윤이었다. 옆에서 저러다 기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덜덜 떠는 박강과 더욱 비교되었다. 유준철도 홍의윤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잠깐 뺨을 꿈틀대더니 말을 이었다.
“또한 여러분이 거절할 경우 여러분이 속해 있던 길드는 어마어마한 위약감을 물게 됩니다. 합병 절차를 밟는 동안 소속 헌터가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면 소속 길드가 레이드 예상 수익금 100배의 위약금을 석영에 지불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적혀 있거든요. 장담하건대, 작은 길드로서는 감당이 안 될 액수일 겁니다.”
이건 정말 졸렬했다.
윤서는 단 한 번도 손을 들려고 한 적 없었다는 듯 허리에 찰싹 붙였다.
낙엽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으며, 굳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도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있었다.
‘테스트에서 탈락하면 끝나는 일이야.’
윤서는 어떤 테스트든 떨어질 자신이 있었다.
“그 테스트란 건 어떤 종류인데…요? 테스트 통과하면 퍼펙트인가 뭔가 하는 권지한 헌터랑 같은 최강 헌터 팀이 되는 건가? 설마 필기는 아니죠?”
홍의윤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정예 팀 입성에 열의를 불태웠다. 서채윤을 찾기 위해 석영에 들어왔다던 남궁심해도 낯빛이 바뀌지 않은 걸 보면 이걸 원하고 있었던 듯했다.
“물론 실전 테스트입니다. 우리가 여러분을 위해 계약해 둔 B급 던전이 있습니다.”
“고작 B급이라니,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물론 B급 던전을 홀로 클리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홍의윤 헌터로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실력이란 건 그렇게 오래 두고 보지 않아도 결정적인 단 한 번의 순간으로 드러나는 법이거든요.”
‘던전? 던전 레이드라고?’
윤서는 어떤 테스트든 가뿐히 탈락해 주겠다는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대던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전투에 나서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 정신적인 트라우마. 둘째, 유언을 집행하느라 바빠서. 셋째, 대던전으로 생긴 ‘상태 이상’ 때문에.
아무리 B급 던전이라고 해도 윤서로서는 전투 자체를 피하고 싶었다.
‘스킬을 사용해서라도 빠져나가야 하나.’
<거짓 기억>은 시스템 프로필 변경만 가능한 스킬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거짓 기억’을 상대에게 심는 것도 가능하므로 곤란한 상황을 타개할 때 몇 번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윤서는 정예 팀으로 쓸 만하지 않다’라는 기억을 심어 놓으면 간단하게 탈출 가능했다.
스킬 <인류 도감>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시스템 프로필을 열람합니다.
인류 도감 : 유준철/32세/남성
등급 : A급
특성 : 밤을 걷는 자
(어둠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밤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스킬 : <어둠의 세례> A, <어둠의 손길> B,
고유 스킬 : <밤에 피는 꽃> A, <흡혈 충동> S, <달빛 아래에서> C
∗ 그 외 스테이터스는 던전에서만 열람 가능합니다.
다행히 석영 길드장은 A급이었다. 이 방에 모인 인원 중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A급이라 충분히 거짓 기억을 심을 수 있었다. 문제는 저기서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권지한이었다.
‘S급이라고 했지.’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권지한의 무시무시한 위명을 들어 왔기 때문에 껄끄러운 마음은 있었으나 <거짓 기억>을 방어할 스킬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
‘우선 <인류 도감>을….’
권지한을 향해 막 스킬을 사용하려던 윤서가 우뚝 멈췄다. 마치 이쪽에서 스킬을 사용하려는 걸 감지하기라도 한 듯 뜨겁고 강렬한 시선이 쏟아졌다.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에 윤서는 힘이 빠지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등이 순식간에 땀으로 젖어 갔다.
이런 압박감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에게 이 정도의 위압감을 주는 자는….
‘하…….’
윤서는 이 시선의 주인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심드렁하던 권지한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본 듯한 표정이었고, 그의 회색 눈에는 금빛이 감돌고 있었다.
‘권지한’이 스킬 <가이아의 눈>을 사용합니다.
‘뭐?’
살면서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메시지에 윤서는 숨 쉬는 것도 잊었다.
스킬 <거짓 기억>의 효력이 흔들립니다.
‘권지한’이 당신의 시스템 프로필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칼을 갖다 댄 것처럼 뒷덜미가 서늘했다. 이 또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금빛이 도는 회색 눈은 윤서의 안쪽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것처럼 일렁였다. 여기서 흥분하면 그대로 읽힐 테니, 윤서는 최대한 차분히 가이아 시스템을 열었다.
윤서는 <가이아의 눈>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거짓 기억>이 흔들리기만 했지 사라진 게 아니므로 시스템 프로필을 전부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단 프로필이 어느 정도까지 드러났는지 살펴야 했다.
윤서, 29세, 남성
등급 : B급
(아이템 ‘현자를 죽인 나뭇가지’ 사용으로 모든 스킬의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아이템 ‘루시퍼의 미소’ 사용으로 모든 저항 능력이 향상됩니다)
(아이템 ‘■■ ■■■ ■■ ■■■ ■■ ■■■■’의 사용으로 모든 저항 능력이 향상됩니다)
(아이템 ‘■■■ ■■’ 사용으로 스킬 <■■■■ ■>이 패시브 스킬로 적용됩니다)
특성 : 생존, 창조자, 지키는 자, ■■■ ■
(생명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죽음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스킬 : <스파크> B, <보호하는 베일> B, <세이프존> C,
고유 스킬 : <수호의 궤> ■, <확신의 저울> ■, <■■> ■, <인류 도감> ■, <■■■■ ■> ■, <딥 필드> ■, <■■■ ■■> ■, <오르트의 구름> ■, <■■■■> ■, <■■ ■■> ■
※ 이하 정보는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