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51)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51)화(151/195)
#137
리더들의 대화는 일단 심문 스킬 보유자들을 불러 갤럭사이아를 찾아내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따로 부를 거 없어. 우리 서채윤 님의 심문 스킬이 무지막지하거든.”
“아, 그렇죠. 참.”
권지한이 윤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권지한의 머리에 앉아 있던 작은 새가 기분 좋은 듯 삐융삐융 울었다.
윤서는 스무 명 중 가장 먼저 음식 담당에게 물었다. 윤서보다 어린 듯한 청년이었다.
“당신은 음식에 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모,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제가 먹었을 리가.”
스킬 <확신의 저울>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발언을 판단합니다.
확신 0 : 중도 0 : 의문 100 입니다.
윤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거짓말하는 사람이 나왔다.
죽음의 신이 웃습니다.
생명의 신이 죽음의 신을 노려봅니다.
윤서는 결과를 밝히지 않고 스무 명에게 일일이 물었다. <확신의 저울>은 범위 스킬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단 모두에게 사용한 후에 침착하게 막사를 나와 리더 막사에 들어갔다.
도등수와 알렉, 박수빈, 조만이, 이인선, 푸르카 후투루 등 리더들이 윤서의 발표만을 기다렸다. 권지한 또한 궁금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다섯 명이 거짓말했습니다.”
“뭐라고?”
“다섯 명이나?”
분명 사상 검증을 하고 리스트를 짰는데, 그 사상 검증을 한 심문 스킬 보유자보다 갤럭사이아의 방어 스킬 등급이 더 높았던 것이다. 차라리 윤서가 일일이 검증했어야 했다.
“300명 전수 검수를 해야겠군. 채윤이 형, 일단 나부터.”
다들 당황한 가운데 권지한이 먼저 말했다. 그 권지한이 스스로 검증하라고 했으므로 다른 리더들도 거부할 수 없었다.
윤서의 질문은 ‘대던전 클리어를 원하는가?’였고, 리더들은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중엔 거짓말하는 이는 없었다.
확인을 마친 리더들은 다시 병상으로 향했다.
도등수는 윤서가 얘기한 다섯 명을 부르려고 했다.
“유안 리, 헤이치 사피온….”
딱 두 명의 이름만 말했는데 거기서 이미 들통났음을 알았는지… 다섯 명의 표정이 변했다.
스킬 <염력>을 사용합니다.
그때 윤서에게서 뻗어 나온 마력이 다섯 명의 몸속에 스며들었다. 도등수가 당황하며 물었다.
“뭐, 뭡니까. 서채윤 헌터?”
“이 새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해서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 다섯 명이 윤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죽어도 된다. 데리고 다녀 봤자 짐만 되고.”
조만이의 말에 윤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하려는데 권지한이 먼저 말했다.
“이 쓰레기들을 순교자로 만들 순 없지. 우리 형의 순발력 아니었으면 대던전 클리어 후 무척 곤란해졌을 거야.”
“아….”
하긴 대던전에서 죽은 이가 딱 이 다섯 명뿐이라면 사이비 교도가 순교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모두가 두 사람의 빠른 판단에 감탄했다.
계속 윤서가 <염력>으로 구속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일단 그들을 기절시켰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으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
윤서는 신 리벤저에게 일일이 <확신의 저울> 사용해서 세 명을 더 걸러 냈다. 생각보다는 적은 수였다. 세 명 또한 들킨 걸 알자마자 바로 자살하려고 했지만 다른 헌터들이 그렇게 두지 않았다.
결국 기를 쓰고 잠입한 갤럭사이아는 전멸한 셈이었다. 그러나 던전 진입 메시지에는 여전히 한 명이 더 추가되어 있었고… 동료라 믿었던 이들이 미친놈이었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윤서의 심문 스킬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채윤이 갤럭사이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심문 스킬을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특히 조만이가 그러했다.
“만약 저들이 서채윤 님의 심문 스킬에 대항할 정도로 강한 방어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제 심문 스킬은 S+급입니다.”
“상대가 S++급일 확률도 있지.”
“현저히 낮죠.”
“제로는 아니다.”
“그런 방어 스킬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권지한 헌터의 <가이아의 눈>에 잡힐 겁니다.”
조만이도 리더이기에 대던전에 들어오기 전 <가이아의 눈> 설명을 들은 바 있었다.
“가이아 스킬이라…. 그러고 보니 <가이아의 마음>이라는 정신 조종 스킬도 있다고 했지. 보유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
조만이의 말을 이해한 리더들의 얼굴이 굳었다.
“정신 조종을 할 수 있다는 <가이아의 마음> 보유자가 갤럭사이아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리더들이 서채윤을 바라봤다.
흰 가면 속에서 윤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가이아의 마음> 보유자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딱히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시스템 프로필을 속이는 정도의 암시라면 많은 인원에게 걸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의 정신 조종은 불가능합니다. 정신 조종은 최대 세 명까지니까요. 그리고… 일단 가이아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자에게는 가이아 스킬을 주지 않을 겁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관측자와의 대화를 밝힐 수는 없기에 윤서는 여기서 말을 줄였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일단 모두에게 갤럭사이아는 모두 잡아냈다고 알려야겠습니다. 불신의 씨앗은 어쩔 수 없지만….”
도등수가 결론을 내렸다.
생명의 신이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신은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던전에 들어온 지적 생명체들은 이런 분쟁이 없었던 걸까?
사실 윤서도 대던전에 들어와서 인간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다. 가호 신들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지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도등수가 신 리벤저 모두를 소집해서 이 결론을 전하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윤서의 생각만큼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서채윤 헌터.”
<확신의 저울>을 삼백 번 연속 사용하느라 지친 윤서가 권지한과 함께 캠핑카로 돌아가려는데 도등수가 둘을 불렀다.
“갤럭사이아가 서채윤 헌터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군요. 물론 무시하셔도 됩니다만 혹시 잔당이 있다면 밝혀 낼 기회가 아닌가 해서….”
“우리 형을 왜?”
“저도 모릅니다. 서채윤을 만나고 싶다는 말 말고는 하질 않네요.”
권지한이 전적으로 윤서의 판단에 맡긴다는 듯 윤서를 쳐다봤다. 윤서는 담담히 대답했다.
“지금 가겠습니다.”
두 사람은 베이스 캠프 외곽을 돌아 사이비 교도를 구속해 놓은 막사로 향했다.
삐유.
페럿 모습으로 권지한의 앞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햅쌀이가 작은 새로 변해서 파닥파닥 주위를 날아다녔다.
막사로 들어가자 마력 구속 아이템으로 사지가 구속되어 옴짝달싹 못 하는 여덟 명이 보였다. 그들은 권지한과 흰 가면의 서채윤이 들어오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뭐, 씨발 놈들아. 부릅뜨면 뭐 할 건데? 어딜 노려보고 있어. 고개 안 숙여?”
권지한이 껄렁껄렁하게 위협하더니 의자를 끌고 와 윤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형아, 여기 앉아.”
“네.”
의자가 하나뿐이라 윤서만 앉고 권지한은 옆에 섰다.
“갤럭사이아….”
윤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리더가 누구입니까?”
“나다.”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중년 외국인 남성이었다.
“날 왜 불렀죠?”
“권지한은-.”
“같이 있을 겁니다. 3초 내로 날 부른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일어나겠습니다.”
“서채윤. 그대는 정말로 세상의 멸망을 원하지 않는가?”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일까.
윤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리더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10년 전 동료를 1,201명이나 잃었지. 세상은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시늉을 하면서도 금방 잊고 살았다. 영웅이라 부른다 한들 그들에겐 어떤 보상이 있었나? 이미 죽은 이들에겐 무엇이 남았지? 그대는 이 현실이 억울하지도 않은가?”
가만히 듣던 윤서의 앞에 반투명한 창이 올라왔다.
권지한
서채윤을 설득해서 멸망시키려고 하네.
나는 입 다물고 있을게 형
길드 메시지라서 석영 길드원들은 전부 확인했을 것이다.
“서채윤. 그대가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세상의 멸망이다. 천 명이 넘는 사람을 희생시켜 놓고 저희들끼리 그건 옳은 희생이었다- 위안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들, 악랄하고 역겨운 인간들의 문명을 끝내는 것. 이게 바로 그대가 해야 할 일이며 가이아 시스템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다.”
윤서는 침묵했고 리더는 계속 말했다.
그대는 복수해야만 한다. 복수의 대상은 그들을 희생으로 내몬 인류다. 사실은 가이아 시스템도 지구의 멸망을 원하고 있다. 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인류의 멸절이다. 그대가 멸망을 시켜야만 한다. 우리가 모두 붙잡힌 이상 오직 그대만이 할 수 있다….
생명의 신이 당신의 대답을 궁금해합니다.
죽음의 신이 하품합니다.
죽음의 신이 여덟 명의 죽음을 원합니다.
죽음의 신이 여덟 명을 죽이면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사이비 교도보다 죽음의 신이 더 시끄러웠다.
그렇게 한참을 듣던 윤서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말은 모순적입니다.”
“무엇이 모순적이라는 거지?”
“신이 멸망을 원했다면 왜 우리를 각성시키고 왜 스킬과 특성을 부여했죠?”
“각성자는 멸망의 사도이다. 그 강한 힘으로 인류를 말살하라는 뜻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럼 몬스터는 인류 지킴이인가?”
“…….”
“신은 우리에게 몬스터에게 대항할 힘을 줬습니다. 꾸준한 업그레이드로 인류가 싸워 이기도록 돕고, 인류의 존속을 원하기에 가호를 했으며, 이 대던전도….”
검은 포탈 던전은 한 번 실패했으나 신이 지구의 존속을 원하기에 다시 기회를 준 것이다.
윤서는 다리를 꼰 자세로 사이비 교도를 내려다봤다.
“멸망을 바라는 건 당신들이죠. 우리를 돕기 위해 애쓰는 신에게로 핑계를 돌리려고 하지 마세요.”
생명의 신이 감격에 젖습니다.
죽음의 신이 여덟 명을 죽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