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59)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59)화(159/195)
#144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왔다.
제2 지형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위협으로 인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깎입니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꾸어어어어-.
기괴한 소리와 함께 보라색 괴물이 몬스터들 뒤쪽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세 번째 보스 몬스터가 엄청난 몬스터 무리를 이끌고 중앙 지역에 나타난 것이다.
“저, 전원 공격 준비! 공격대는 앞으로! 전차는 돌격을 저지하고 힐러는 공격대를 지원하라! 부상자는 후방으로 빠진다!”
도등수가 급하게 지시했다.
“수재희는 서쪽, 옐레나는 동쪽을 맡아!”
“보스 몬스터는요?”
“이곳이 고지대라 보스 몬스터는 아직 거리가 멀다. 포탄으로 진격을 막을 테니 일단 양쪽 몬스터들부터 처치해.”
“네!”
“알겠다!”
수재희와 옐레나가 양쪽으로 흩어졌다. 보스 몬스터는 북쪽에서 이곳을 향해 천천히 올라오는 중이었다. 너무 몸집이 크다 보니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거리가 있었다.
콰앙, 콰아앙!
몬스터 떼가 S급 실드 트랩을 육중한 앞발로 후려치고, 몸통 박치기를 하면서 하나씩 무너뜨렸다. 리벤저는 포탄을 쏘며 몬스터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원격 조종이라 장갑차에 탄 이들은 없었다.
포탄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전투계 헌터들은 마력 포션을 마시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마지막 실드 트랩이 허물어지는 순간에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헌터들이 각자의 필살기를 사용하면서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수재희’가 <상자 속 고양이>를 소환합니다.
서쪽에서는 수재희가 ‘천해의 검’을 들고서 거대한 고양이의 등 뒤에 올라탔다. 고양이는 앞발로 몬스터들을 때려 죽였고, 몬스터들의 독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위에 올라탄 수재희는 주홍빛을 내뿜는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살벌하게 도륙했다.
‘옐레나 이바노프’가 스킬 <스톤 플로우>를 사용합니다.
동쪽에서는 늪 아래에서부터 소환된 돌무더기가 몬스터들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남쪽은 몬스터조차 건널 수 없는 늪으로 막혔고….
보스 몬스터는 북쪽에 있다. 수재희와 옐레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천천히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윤서의 짐작에는 보스 몬스터가 야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빠를 것 같았다.
생명의 신이 둘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웬일로 생명의 신이 조언해 왔다. 윤서는 거침없이 북쪽으로 달렸다.
크아아아!
쾅!
거대한 몬스터의 두꺼운 앞발에 탱크와 장갑차가 터져 나갔다. 윤서는 아무도 안 타고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데에 마력을 낭비하지 않았다. 이제 곧 늪지대를 나가니 지금까지 그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파괴된 셈이다. 인류의 무기는 충분히 10년 전의 복수를 했다.
펑, 퍼엉. 터지는 폭발음 속에서 피 칠갑을 하고 싸우는 이들이 보였다.
“으아악!”
“죽어라. 괴물놈들아!”
리벤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전투에 임했다. 윤서가 앞을 보니 멀리서 보스 몬스터가 제 부하격인 잡몹들조차 녹이면서 전진하고 있었다. 이 늪지대의 늪들을 모아 하나로 뭉치면 저런 모습일까? 흉측하고 끔찍한 모습이었다.
마력 2001/9999
<스파크>는 안 된다. 1페이즈 내로 죽이려면 압도적인 위력이 있어야 한다.
‘<오르트의 구름>을 써야겠군.’
광범위 스킬이지만 보스 몬스터와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범위 컨트롤을 잘한다면 아군에는 타격이 없을 것 같았다. 컨트롤은 윤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결심한 윤서가 맹렬하게 돌격했다.
돌격하는 와중에도 엉덩방아를 찧은 리벤저를 덮치려는 몬스터를 발견하고 바로 ‘넋’으로 찢어 죽였다. 그러자마자 한 리벤저의 등 뒤를 노리던 놈을 발견해 단검을 날려 보내서 머리통을 꿰뚫었다. 과거에는 이러면 주우러 가야 했지만 이젠 아이템을 해제한 뒤 바로 인벤에서 꺼냈다.
윤서가 몬스터들을 도륙하면서 보스 몬스터 쪽으로 전진했다.
꾸르르르르.
거대한 보라색 점액질 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스 또한 윤서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인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단숨에 죽인다.
윤서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때였다
“흐아아압!”
“으아압, 죽어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합 소리에 윤서가 스킬 사용을 멈췄다. 왜 이렇게 가까이서 들리지?
주위를 둘러보니 리벤저들이 지척에 있었다.
윤서는 당황했다.
저 뒤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의아하게 생각하자마자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이 뚫은 길로 A급 이하 헌터들이 따라 들어온 것이다.
‘하.’
10년 전에는 혼자 전진해도 뒤따라오는 이들이 없었다. 길을 뚫어도 제대로 따라올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리벤저들이 용맹하게 따라와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있었다.
이들은 따라오지 않았어야 했다. 윤서는 범위 공격 스킬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들 때문에 쓰지 못하게 되었다.
‘어떡하지?’
20%의 마력으로 실드를 사용해서 이들을 지킬지, 공격 스킬로 보스 몬스터를 해치울지.
고민하는 사이에 보스 몬스터의 몸이 꿀렁였다.
꾸어어억!
“다들 피해!”
윤서는 당황한 와중에도 큰소리로 외쳤다. 리벤저들은 다행히 말을 잘 따라서 바로 도약하며 피했고, 그들이 있던 곳에 보스 몬스터가 뱉어 낸 보라색 점액질 덩어리가 떨어졌다. 반경 10m에 있던 몬스터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녹아 버렸다.
“으악!”
체액이 튄 것인지 리벤저 몇 명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여력도 없이 덤비는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윤서가 크게 외쳤다.
“A급 이하 헌터들은 모두 캠프 쪽으로 빠진다!”
“하, 하지만 그럼 여긴 서채윤 헌터만 남잖아요!”
“닥치고 얼른 퇴각해!”
“혼자서 어쩌려고요! 같이 싸웁시다!”
“잡몹은 우리가 해치우겠습니다!”
“우리가 돕겠습니다, 서채윤 님!”
리벤저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혼자서 어쩌려고요, 하고 외친 사람이 누구인가 하고 보니 이정인이었다.
모두가 절박하고 치열한 얼굴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담긴 표정인데, 그러면 퇴각하라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아무도 도망치지 않는 거야.
왜 같이 싸우려고 하는 거냐고.
윤서는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는데, 좋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그때 보스 몬스터가 다시 한번 점액질 덩어리를 토해 냈다.
꾸으으.
“으아악!”
지능이 높은 보스 몬스터는 윤서가 아니라 리벤저들이 뭉텅이로 모여 있는 곳에 점액질 덩어리를 뱉었다.
윤서는 C급 헌터를 보호하던 실드가 녹아 버리는 걸 목격했다. 그 헌터의 이름은 아리아드네로 윤서와 권지한이 최종 명단에 넣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옆에서 대여섯 명이 눈을 크게 뜬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들 중엔 부상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히 도등수가 부상자는 뒤로 빠지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달려 나온 것이다.
윤서는 그들의 이름 또한 전부 알고 있었다.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지는 찰나의 순간, 윤서가 막 실드를 펼치려는 그때였다.
‘화심’이 스킬 <자연발화>를 사용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점액질 덩어리가 허공에서 불꽃으로 변해 산화했다.
겨우 살아난 이들이 놀란 눈으로 윤서의 뒤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화심이 서 있었다. 보스 몬스터는 상황 파악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도 않으려는 건지 연이어 점액질 덩어리를 뱉어 냈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이번엔 윤서도 스킬을 사용해서 리벤저들을 보호했다. 잠시 틈이 생긴 사이 윤서가 외쳤다.
“모두 퇴각해. 범위 스킬을 사용할 거다!”
“사용하세요! 범위 스킬에는 시전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엄호하겠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 윤서가 속으로 쌍욕을 내뱉다가 화심과 눈이 마주쳤다. 화심은 전신에 흉포한 기운을 휘감은 상태였다.
“서채윤. 마력 상태는?”
“사람들 이끌고 멀리 피하세요. 범위 스킬 사용한다고 했던 거 못 들었습니까?”
“네가 마력 고갈 상태에 들어서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같이 싸우는 게 낫다.”
“고작 C급이랑?”
“크흠.”
화심이 헛기침했다.
“나는 사실 C급이 아니라-.”
“당신이 S급이라고 해도 보스를 1페이즈 만에 압살할 능력은 없을 텐데요.”
“공격하자는 게 아니라 버티면서 수재희와 옐레나 헌터를 기다리자는 거다.”
“버티는 동안 사람들이 죽을 겁니다.”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온 이들이지. 네 보호나 받고자 용맹하게 지원한 게 아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죽음을 각오하면 죽어도 되는 건가? 용맹하면 죽어도 돼?”
윤서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화심이 움찔하며 아무 말도 못 했다.
“하, 씨발.”
윤서는 순간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욕설을 내뱉었다. 그 화는 화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것이었다.
나는 이딴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화심은 계속 용병 일을 하면서 사람을 구한 사람이고, 나는 10년간 죽음을 각오한 용맹한 이들을 외면하며 살았으니까.
부끄러움에 화가 났다.
윤서가 거칠게 욕설까지 내뱉자 화심은 깜짝 놀라고는, 설마 벌써 마력 고갈에 들어섰나 하는 눈으로 윤서를 살폈다.
윤서는 그를 무시하고 돌아섰다.
그래, 그냥 둘 다 하자.
이들도 지키고, 보스도 해치우자.
스킬 <세이프존>을 사용합니다.
윤서가 실드를 펼쳤다. 저번 양평 템 시장에서 자폭 폭탄의 피해를 막았던 범위 스킬이었다. 근처의 리벤저뿐만 아니라 맹렬히 싸우며 북상하고 있는 옐레나와 수재희의 위치까지 포함되었고, 보스 몬스터 앞에서 경계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