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66)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66)화(166/195)
#150
“나는 정신 지배 같은 건 사용하고 싶지 않다. 비록 내가 건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 상태로 놔두기조차 싫었어. 그런데 이 스토리 두 개의 이름을 보면 도저히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더군. 하나는 ‘서채윤과 이도민’, 하나는 ‘마지막 관문 앞 서채윤’인데. 우선 서채윤은 잠적했고, 이도민이라는 어린 헌터는 대던전에서 죽었지 않나?”
“뭐?”
“그리고 이 마지막 관문이란 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반쯤 포기하고 살았는데 너를 만나고 대던전까지 발생했지. 나는 스킬을 해제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스킬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스킬 소유자와 스킬이 걸린 상대, 그리고 매개체지. 그 매개체는 저 신전에 있다.”
“자, 잠깐.”
윤서가 손을 들어 화심의 이야기를 멈추게 했다. 화심은 어차피 이야기는 끝났다면서 입을 다물었다.
권지한이 윤서의 등을 쓸었다.
“어우,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래. ‘러브 인 한강’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엑스트라가 김치찌개의 신이었을 때보다 더 황당한 반전이네.”
윤서는 이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그래도 권지한의 것이라고 조금 진정이 되었다. 햅쌀이를 만지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마침 햅쌀이가 삐융거리며 조르르 기어와서 윤서의 무릎 위에 안착했다. 윤서는 손가락 하나로 햅쌀이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가이아의 마음> 이전 소유자가 정신 지배의 두 개 슬롯을 사용했다.
그 스토리의 이름은 ‘서채윤과 이도민’, ‘마지막 관문 앞 서채윤.’
스킬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것까지.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 <가이아의 마음> 이전 소유자는 휴스인데, 그는 마지막 관문에 다다르기 전 죽었다.
그러나 일단 그것보다 먼저…. 윤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내가 정신 지배를 당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
“…….”
스킬 <확신의 저울>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발언을 판단합니다.
확신 100 : 중도 0 : 의문 0입니다.
윤서가 지끈지끈한 관자놀이를 짚었다.
가호 신들도 침묵하는 데다가 스킬도 진실이라고 얘기한다. 진실임이 확인되었다면 더는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시간 낭비다.
“매개체를 찾아야겠군요. 신전에 있다고 했죠?”
“그래. 처음엔 몰랐는데, 네 번째 지형이 열리자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오더군. ‘서채윤과 이도민’ 스토리의 매개체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도민이…. 이도민 헌터는 죽었는데 어쩔 생각이에요?”
“나도 모른다. 일단은 너와 매개체가 있는 곳으로 가 봤으면 한다.”
윤서가 생각에 잠겼다. 여전히 커다란 손으로 윤서의 등을 덮고 있던 권지한이 말했다.
“나도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형이 무언가에 정신 지배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열받고 짜증나니까 일단 매개체가 뭔지라도 확인하고 싶어.”
윤서가 권지한을 바라봤다.
만약 스토리 이름에 이도민이 없었다면 굳이 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략에 바쁜 지금 샛길로 빠질 여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이름에 친구의 이름이 있는 이상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휴스가 <가이아의 마음>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그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식량을 동료들에게 양보하느라 며칠을 굶기도 하고, 나갔을 때를 대비해 틈이 있을 때마다 한국말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도민은 미로 지대에서 죽었는데 왜 신전 지대에 그런 이름의 스토리가 있는 걸까. 휴스 또한 미로 지대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마지막 관문 앞 서채윤’이라는 스토리를 지은 걸까.
휴스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도저히 의심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확인은 해야 한다.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권지한은 표정만으로도 윤서의 결정을 알아챘다.
권지한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자, 이제 진도 나가자. 이 얘기는 누구누구한테 어디까지 알릴 건지. 던전 공략에 차질 없이 매개체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상의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