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79)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79)화(179/195)
#161
권지한의 얼굴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윤서를 설득하기 위해 애써 다정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10년 전과는 달라서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형. 다 같이 마무리하자.”
“…….”
여전히 바깥에서는 울부짖는 소리와 굉음이 들리는 가운데… 윤서는 몸에서 힘을 빼고 권지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저 힘 없으니 데리고 나가세요.”
“현명한 선택이야.”
권지한이 윤서를 안아 들었다. 권지한은 <관측자의 검>은 굳이 뽑지 않고 바로 드래곤의 입 안을 빠져나왔다.
검은 날개를 펼친 권지한이 윤서를 품에 안고 나오자 대기하던 리벤저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윤서가 둘러 보니 이미 헌터들은 공격 준비를 갖춘 채였다.
땅 위에서 싸우던 수재희도 올라와 선녀에게 안겨 있었고, 알렉은 어떤 거대한 기관총 같은 걸 만들어서 들고 있었다. 리오 델리는 박쥐로 변해 주위를 날아다녔으며, 옐레나는 지팡이를 높게 쳐든 상태…. 크리스 카일의 손안에 푸른 빛이 맴돌았고, 푸르카는 골렘의 어깨에 우뚝 서 있었다. 조만이의 주변에서는 눈송이가 떨어졌고, 홍의윤을 비롯한 수많은 A급 헌터들이 각자의 가장 강한 공격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뒤쪽에서 힐러와 서포터들이 결연한 의지가 담긴 얼굴로 응시했다.
그리고 화심과 갤럭사이아 8인은… 무너지는 천장 조각과 기둥 파편이 리벤저를 덮치지 않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땅한 스킬도 없는 힐러들이 온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바윗덩이를 쳐 내거나 분쇄하는 모습은 애처로웠고 근사했다.
리더의 머리로 커다란 기둥 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윤서는 그 모습을 본 순간 반사적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윤서가 갤럭사이아 8인과 화심에게 실드를 덧씌우자 그들은 잠깐 멈칫하며 윤서를 바라봤다. 리더가 작게 고개를 꾸벅했고, 곧 다시 분주히 움직였다.
관측자가 인류를 지켜봅니다.
관측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걸까.
윤서는 신들에게 이 광경을 보이는 게 자랑스러웠다.
윤서의 얼굴이 조금 가벼워지자 권지한도 그제야 딱딱했던 표정을 풀었다.
윤서는 <염력> 사용을 그만두고 ‘존재하는 넋’을 해제했다. ‘넋’이 인벤토리로 돌아가도 드래곤은 계속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윤서가 권지한에게 눈짓하자 권지한은 알렉에게 이제 공격해도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의 손이 높게 들리고 앞을 향해 뻗음과 동시에 수많은 헌터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스킬을 쏟아 냈다.
대던전 마지막 보스의 마무리에 권지한과 윤서는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동참한 것과 마찬가지기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존재가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