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8)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8)화(18/195)
#16
‘차근차근 생각하자. 우선 Lv라는 것부터. 그건 역시 레벨을 말하는 거겠지.’
보통 스킬 등급은 스킬 입수 시 F~S급 중 하나로 고정된다. 한번 얻은 스킬 등급은 절대로 변하지 않으며, 아이템이나 다른 보조 스킬을 이용해야만 일시적으로 내리거나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권지한에게는 특이하게도 ‘Lv’라는 세부 표시가 하나 더 있었다. 특성이 진화라는 점, 그리고 레벨이라는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과는 하나였다.
“권지한의 스킬 등급은 한계치가 없는 거야….”
윤서는 스스로 내뱉고도 너무나 무시무시해서 소름이 돋았다.
계속 성장하고, 진화하는 스킬.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게다가 그는 각성 등급도 S급이다. 각성 등급이 높으면 얻을 수 있는 스킬 수도 많아진다. 12년 전 대격변 때 각성한 각성자도 바로 오늘 새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게 가이아 시스템이고, 권지한은 나이도 어리다. 앞으로 더 강한 스킬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각성 등급도 S급인데 모든 스킬도 S급을 찍는다면? 정말로 지구 하나쯤은 쉽게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권지한은 지구를 부수는 게 아니라 던전을 부수는 데에 힘을 쓰겠지만.
그래, 헌터가 강한 건 좋다.
지금 이 세상은 절대적인 힘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는 시대니까.
그러나 윤서가 강한 후배의 등장을 그저 반가워하지 못하는 이유는 권지한의 특성 중 마지막에 적힌 것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붙어 있었다.
‘선택된 자’
가이아 스킬을 부여받은 이에게 생기는 특성이었다.
가이아 스킬은 입수 때부터 L급으로 결정되며, 다른 스킬 입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메시지가 뜬다.
가이아 시스템이 당신에게 스킬을 선물합니다.
가이아 시스템이 당신을 우주의 개척자로 선택합니다.
새로운 특성을 입수합니다.
‘선택된 자’
선하고 정의로운 그대여
가이아의 힘으로 평화를 수호하라 · · ·
새로운 세계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 · ·
윤서가 이 사실을 잘 아는 이유는 그 또한 가이아 스킬을 지닌 ‘선택된 자’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스킬과 특성 입수 시의 메시지 때문에 선하고 정의로운 자들한테 붙는 특성인가 했는데, 10년이나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제게도 아직 붙어 있어서 의아했다. 그리고 권지한에게도 붙어 있는 걸 보고 의심이 확신으로 굳었다. 선하고 말고 상관없이 그냥 강한 사람한테 붙는 게 아닌가 하는.
오늘 권지한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제 세상에 저 외에 ‘선택된 자’는 없는 줄 알았다. 그가 아는 ‘선택된 자’들은 대던전에서 모두 죽었으니까. 또한 저 정도의 특별한 스킬 입수 메시지가 떠오를 정도이니 누군가가 선택된 자가 된다면 분명 뉴스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가이아는 새롭게 선택된 자들을 꾸리고 있는 건가.’
가이아.
어느 날 세상에 ‘가이아 시스템’을 부여하며 나타난 상위 존재, 혹은 절대 신.
처음엔 가이아란 존재가 인류를 말살하려는 줄 알았으나 그 존재는 끊임없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며 인류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포탈을 발생시켜 인류를 위협하면서도 스킬을 부여해 인류를 보호하는 미지의 존재였다.
윤서가 가진 가이아 스킬은 아주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가이아가 준 스킬은 다시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하아….”
가이아, 선택된 자, 가이아 스킬, 우주의 개척자 같은 단어들이 윤서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윤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권지한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은 선택된 자들의 말로를 알고 있으니까.
선하고 정의로워서 선택된 자들의 끝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윤서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선명하게 펼쳐지는 광경들이 있었다.
무엇도 남기지 않고 녹여 버리는 뜨거운 용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늪.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어둠과 썩은 시체를 파먹는 벌레.
윤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