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86)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86)화(186/195)
#167
쿠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땅이 뒤흔들렸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윤서의 푸른 마력이 한 지점으로 모이더니 그곳에 하얀빛이 나타났다. 하얀빛은 점점 크기를 키워 갔는데 너무 눈부셔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어긋난 존재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권지한은 얼른 윤서의 허리를 안고 멀찍이 떨어졌다.
잠시 후 하얀빛이 사라지자… 그곳에 나타난 것은 집이었다.
아주 익숙한 형태의….
“이거… 우리 집인데.”
권지한은 너무 놀라 숨을 들이켰다.
“지금 지구가… 지구로 이동한 거야?”
“아닙니다.”
“그럼?”
“이 집은… 안전 가옥입니다.”
‘작은 구원자의 안전 가옥’
영웅을 위한 안락한 보금자리.
오직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만이 입장 가능한 곳.
이곳에서는 그 무엇도 영웅을 해칠 수 없다.
그제야 권지한도 <가이아의 눈>으로 이 집의 정체를 확인했다.
윤서는 그의 집에 딱 한 번 가서 잤을 뿐인데… 대체 얼마나 안락하게 느꼈으면, 이렇게 안전 가옥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일단 들어가죠.”
윤서는 대체 얼마나 놀란 건지 그답지 않게 삐걱거리는 권지한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외부로 통하는 벽이 없어서 던전 내부가 그대로 보였다. 도망갔던 그림자들이 다시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윤서는 권지한을 소파에 앉혔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곳에 있으면 무적이라는 것 같은데요.”
“아…. 정말 형은.”
권지한의 목소리에 감탄과 감격이 가득했다. 울먹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정말 형다운 스킬이다.”
“…….”
“몬스터를 공격하는 스킬도 아니고, 약자를 보호하는 스킬도 아니고. 오직 영웅만을 위한 구원이라는 거지.”
“누군가는 영웅을 지켜야죠.”
“하하….”
생명의 신이 정말 서채윤답다고 말합니다.
윤서는 늘 그렇듯 신들의 메시지는 그냥 슬쩍 보고 넘기려다가, 가호 신이 이름을 직접 말하는 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윤서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할까요?”
“응, 그래.”
권지한이 일어나 그림자를 바라보며 섰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인류 최후의 무기를 꺼냈다. 팔뚝만 한 길이의 원통형 물체 안에 주먹만 한 반물질 폭탄이 들어 있다. 크기는 작으나 질량이 너무 커서 경험치 100억을 투자해 인벤토리를 넓혀야만 했다.
지잉.
겉면의 버튼을 눌러 작동시킨 권지한이 그것을 멀리 던졌다.
인류의 기술과 가이아 시스템의 부산물이 합쳐진 최강의 무기. 100테라 톤급이라는 소행성 충돌급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이 던전은 물론 프록시마 b까지 소멸시킨다. 가이아 시스템의 방어로 위력은 줄겠으나 던전의 경계쯤은 분명히 파괴할 것이다.
폭탄이 터지기까지 1분.
권지한은 여유롭게, 언뜻 한가해 보일 만큼 평온한 미소와 함께 윤서에게 돌아왔다.
윤서는 벅차오르는 기분에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반복했다.
이도민.
이강진.
김형태, 김서해. 리타 스위치, 휴스 사이로. 이강훈, 심시환, 린다 데이지, 쉰다 릴리, 나제민, 김미지, 효미, 가리스 로미오, 마크 파심….
수많은 이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형.”
“…….”
권지한이 윤서의 손을 꼭 붙잡았다. 윤서는 권지한과 손을 붙잡을 때마다 생각하는 게 있었다. 바로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으면 S급 헌터의 손바닥에도 굳은살이 박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권지한이 조금 더 사랑스러워졌다.
멀리서 눈부신 빛과 함께 폭탄이 터지고….
두 사람이 이후 일어날 일들을 기다릴 때였다.
! 가이아 시스템 알림 !
다급해 보이는 메시지와 함께 던전 내의 모든 것이 멈췄다.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폭탄의 충격파도, 숲의 흔들림과 어긋난 존재들의 울부짖음도 멈춘 상태에서 다시 메시지가 올라왔다.
가이아 시스템이 행성 보호를 위해 개입합니다.
‘인류의 무기’가 이 항성계의 존속을 위협하므로,
가이아 시스템의 권한으로 던전 공략을 중단합니다.
던전은 클리어되었습니다.
지구의 최종 관문 통과를 선언합니다.
가이아 시스템의 항복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