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191)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91)화(191/195)
에필로그
“채윤이는 자?”
“자는 게 아니라 기절한 거야.”
“아, 좀. 꼭 그렇게 말해야 되냐.”
“그것보다 우리를 왜 부른 것이냐.”
“자, 내가 모두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애가 말하는 거 다들 들었을 겁니다.”
“애라니, 채윤이?”
“그래요. 채윤이가 뭐라고 하는지 들었죠? 자기는 나가면 신변 정리하고 바로 자살할 거라잖아요. 더는 살고 싶지 않대요. 여기서 살아남아서 지구 돌아가도 그냥 죽을 거래요. 아직 어린애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니까.”
“채윤이 이제 안 어린데.”
“그래도 우리한텐 막내잖아요. …이제 하나뿐인 막내.”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군. 전에 말했던 ‘그 계획’을 실천하자는 거겠지?”
“잘 아네요.”
“잠깐 ‘그 계획’이 뭔데? 나는 못 들었어.”
“‘그 계획’이라면 나도 찬성이다. 나는 일단 식사를 책임지겠다. 잠자리는 누가 책임질 거냐.”
“잠자리는 내가 맡는다. 매번 침대에서 재우겠다.”
“아하, ‘그 계획’을 말하는 거군. 그렇다면 나는 뜨개질을 시켜야지.”
“난 운동을 시킨다. 운동은 이롭다. 사람은 운동을 해야만 한다. 죽기 전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저는 피아노 연주를 시키기로 했어요. 어려운 곡 세 곡으로 할지, 쉬운 곡도 섞을지 고민 중이에요.”
“나는 베이킹 쪽을 맡을게. 그거 알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들이 세상엔 많지 않은데 바로 베이킹이 그중 하나라는 것. 사람을 베이킹을 해야만 해. 죽기 전까지 쿠키를 구워야만 해.”
“쿠키 얘기하지 마. 배고프니까.”
“나 지금 아이스크림이랑 케이크 너무 먹고 싶은데 아이스크림 케이크 천 개 먹어달라고 할까.”
“그건 안 돼요. 몸이 안 좋아요.”
“좋았어. 그럼 나는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은 새벽 낚시를….”
“너는 채윤이 좀 괴롭히지 마요.”
“괴롭히다니? 낚시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요. 그러는 너야말로 우리나라 5대 악산에 등반시키려는 작정이면서.”
“등산이 왜? 등산만큼 심신 안정되는 게 어디 있는데!”
“자, 자. 다들 자기 유언 영업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 유언 존중해주면서 달립시다. 유언 존중은 유언 남기는 사람으로서 기본 소양입니다. 아, 건강에 안 좋은 건 안 되고요.”
“맞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말한 걸로는 아직 부족해요. 다들 더 말해보세요. 최대한 겹치지 않게 잘 짜봐요, 우리.”
“애인 만들기는 어때?”
“그건 좀 선 넘는 거 아니냐. 애가 알아서 잘하겠지.”
“반려동물 입양.”
“햅쌀이가 채윤이 머리칼을 다 뜯어놓고 저승까지 날아와서 우리를 쪼아댈 테니까 안 돼.”
“온라인 게임은 괜찮아? 시국 좀 안정되면 게임 좀 하라고 하고 싶은데.”
“게임, 좋죠. 찬성이에요.”
“그럼 골드 메달 따기로 유언을 남겨야겠다.”
“잠깐, 다들 잘못 생각하고 있어. 유언이 이렇게 일회성이어선 안 돼. 한 번 달성하면 끝나는 거여선 안 된단 말이야.”
“그럼 네가 생각 중인 건 뭔데?”
“뭔가를 먹을 때마다 20번 이상 씹기.”
“…너 사실 채윤이 싫어해?”
그들은 피로도 잊고 열띤 토론을 했다. 그러다가도 서채윤이 잘 자고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채윤은 잘 자고 있지 않았다. 악몽을 꾸는 듯이 미간이 좁혀져 있었다. 때때로 신음도 흘렸다.
그럼에도 깨울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깨워서 다시 재워봤자 또다시 악몽을 꿀 테니까.
서채윤이 일어나면 다시 그를 혹사시키며 전투를 이어나가야 한다.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언젠가는 우리 막내가 행복한 꿈을 꾸며 평안하게 잠을 자는 날이 오기를.
그렇게 바라며 그들은 막내를 살아가게 할 찬란하고 어처구니없는 유언들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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