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28)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28)화(28/195)
#24
“넌 또 뭐야, 씨발. 그런 목격담이야 당연히 협회에서 퍼뜨린 거짓말이지.”
“하긴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그런 목격담은 꾸며진 거라고 느껴지겠죠. 당신 같은 사람은 라 비지나가 서채윤은 부상한 거라고 증언을 한다 해도 라 비지나가 거짓 증언 했다고 말하겠죠. 홍의윤 헌터는 혹시 달 착륙도 거짓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지구 평평설을 믿으시나?”
“이 새끼가. 너 지금 뭐랬어!”
“귓구멍 막혔어? 너 열등감에 사로잡혔다고.”
“고작 C급이 얻다 대고!”
홍의윤이 확 팔을 치켜듦과 동시에 번개처럼 다가온 남궁심해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홍의윤은 그 손을 떨쳐 내지 못했다. 남궁심해가 체격이 커서인지 완력은 더 강한 모양이었다. 스킬까지 합산한 공격력은 홍의윤에게 비할 바가 안 되겠지만.
“하, 그래, 둘 다 나랑 해 보자는 거지?”
“…우리끼리 다퉈 봤자 이득 볼 게 없다.”
“왜 득 볼 게 없어? 이것도 전투 경험인데. 씨발, 손 놓고 덤벼.”
“홍의윤.”
“덤비라고, 이 새끼야.”
홍의윤의 손목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궁심해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놨다. 그의 손바닥에 화상으로 인한 기포가 곧바로 올라왔다. 홍의윤이 정말로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형!”
김진해가 얼른 남궁심해의 손을 붙잡고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화상이 빠르게 아물었다. 김진해가 홍의윤을 노려보자 홍의윤의 손이 또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남궁심해가 김진해를 자기 뒤로 보냈다.
‘환장하겠군.’
윤서는 말리기는커녕 그들로부터 뒷걸음질 쳤다. 이정인도 마찬가지였다. 박강은 우물쭈물했지만 말릴 용기가 나지 않는 듯했다.
“그만들 하세요. 곧 입장 시간입니다. 던전 클리어 후에는 치고받고 싸워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지금은 그만두십시오.”
때마침 매니저가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정말로 싸움이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홍의윤이 열 받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콧김을 씩씩 뿜으며 멀어졌다. 김진해는 남궁심해를 잠시 쳐다보다가 흥, 하며 고개를 돌렸고 남궁심해는 묵묵히 근처에 섰다.
그렇게 뿔뿔이 흩어졌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권지한의 시선은 여전히 윤서를 향해 있었다.
대체 왜? 싸운 건 저들이고 난 가만히 있었는데, 왜?
윤서는 모른 척하고 싶었으나 같은 헌터 입장에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권지한을 향해 고개를 짧게 숙여 보였다. 권지한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시선을 돌렸다. 유준철이 권지한에게 속삭였다.
‘홍의윤은 아닌 건가? 서채윤을 싫어하잖아. 본인이면 저렇게까지 욕할 리가 없어.’
그렇게 말하는 입술 모양을 읽고 윤서는 다시 기회가 온다면 존나 신랄하게 서채윤을 비난하리라 다짐했다.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
화심은 시간이 다 되어 도착했다. 도망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은 그저 무뚝뚝했다.
윤서는 화심 옆에 서 있는 인상 좋은 남자를 보고 눈가를 찌푸렸다. 남자는 매니저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곤 곧장 윤서에게 걸어왔다.
“윤서 씨.”
“박수빈 씨가 여긴 무슨 일입니까?”
“저도 던전에 진입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힐러가 두 명 있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렇군요.”
염탐을 붙일 작정인가. 어차피 던전에서 실드 스킬 외에는 쓸 생각이 없는 윤서는 차라리 이게 낫겠다 생각했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다치면 제가 잘 치료해 드릴게요. 저만 믿으세요.”
“네.”
“…….”
윤서의 대답에서 칼바람이 불었다.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본래도 윤서가 살가운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더욱 차가웠다. 박수빈은 착잡하게 윤서를 바라봤다.
길드장이 그동안 뒷조사했다는 걸 털어놨고, 뒷조사 담당이 저라는 건 멀쩡한 지능을 지닌 이라면 당연히 추측했을 테니 냉정하게 대하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정말 윤서가 S급이라면 등급을 속이고 잠입한 수상한 사람과 지금까지 대화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자, 그럼 모이겠습니다.”
매니저가 외쳤다. 보통 던전 공략 팀에는 리더가 존재하는데, 이 팀엔 리더가 없으므로 매니저가 그 역할을 했다.
다들 모였는데 출발하지 않아서 뒤쪽에 선 윤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를 매니저가 빤히 바라봤다. 윤서가 왜 그렇게 보냐는 듯 시선을 마주하자 매니저가 짧게 한숨 쉬었다.
“윤서 헌터, 스킬 사용해 주십시오.”
“아, 바로 사용하겠습니다.”
윤서는 그제야 헌터들에게 보호 스킬을 사용했다. 포탈의 던전의 어디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므로 진입 전엔 늘 온갖 방어 스킬을 씌웠다. 10년 만의 던전이라 깜빡하고 있었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상태 이상 100/100, 내구도 100/100
딱 B급만큼의 보호 실드가 팀원들의 신체를 감쌌다.
“저희도 들어갑니다.”
“예?”
“저희도 실드 부탁드립니다.”
“아, 네.”
매니저가 자신과 보조로 나온 직원 둘을 가리켰다. 윤서는 의아해하면서도 보호막을 씌웠다.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B급 수준의 실드였다.
‘이 사람들도 헌터였나? 민간인인 줄 알았는데.’
스킬 <인류 도감>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시스템 프로필을 열람합니다.
인류 도감 : 윤정희, 27세, 여성
등급 : F급
특성 : 포션조제사
(진흙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독버섯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잡초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스킬 : <약초 탐색> D, <포션 조제> F, <독 추출> E
∗ 그 외 스테이터스는 던전에서만 열람 가능합니다.
인류 도감 : 최민수, 25세, 남성
등급 : D급
특성 : 광부
(탄소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스킬 : <광물 탐색> C, <세공> D, <돌 으깨기> D
∗ 그 외 스테이터스는 던전에서만 열람 가능합니다.
인류 도감 : 박소진, 25세, 여성
등급 : F급
특성 : 도축업자
(소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스킬 : <도축> D, <발골> D, <가죽 벗기기> D
고유 스킬 : <거인의 힘> E
∗ 그 외 스테이터스는 던전에서만 열람 가능합니다.
‘민간인 맞잖아!’
윤서는 몹시 놀랐다. 그에게 전투계가 아닌 D급 이하 각성자는 민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진 스킬들로 보아 던전 부산물 수집을 위해 합류한 듯했다.
던전은 각성자가 입장하면 포탈이 닫히고, 내부의 각성자가 모두 사망했을 때만 다시 포탈이 열린다. 그래서 진입 시 전투를 맡은 레이드 헌터들과 던전 부산물 수습을 맡은 수집 헌터들이 모두 함께 입장한다. 보스를 처치했을 때 생기는 출구 포탈은 던전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한 시간가량 유지되므로, 출구 포탈이 열린 순간부터는 레이드 헌터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던전을 나가고, 하급 수집 헌터들이 부산물을 챙긴다.
낙엽 같은 소형 길드야 레이드 헌터들이 보스를 처치한 후 수집까지 맡아서 하지만, 석영의 경우에는 던전 부산물 팀이 무려 12팀, 36파트까지 있었다. B급 던전이면 한 파트를 보내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인원이 적어서 아예 부산물 수집을 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마 필수 부산물만 수집하려는 듯했다.
‘보호할 인력도 적은데 괜찮을까….’
걱정하는 윤서와 달리 민간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박수빈이 옆에서 웃으며 속삭였다.
“윤서 씨 얼굴에 다 드러나네요. 이분들 던전 부산물 수집 1팀 파트장을 맡은 헌터들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분들만으로는 위험하지 않습니까? 던전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입니다.”
“윤서 씨는 던전에 들어간 적 없잖아요. 이분들은 A급 네이비 던전에도 들어가시곤 하세요. 아직 사고가 생긴 적 없다고 하니까 정말 걱정 안 해도 돼요.”
민간인들이 각자 착용한 아이템으로 훌쩍 날아올랐다. 과연 박수빈 말대로 수십 번 던전에 들락날락한 헌터처럼 익숙한 모습이었다. 박수빈이 안심하라는 듯 윤서의 어깨를 살짝 토닥이고는 아이템을 사용해 올라갔다. 윤서 또한 10년간 안전 불감증에 걸려 버린 사람들을 한탄하며 공중의 포탈로 향했다. 아래에 남은 이는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석영 길드장과 그의 비서뿐이었다.
“8월 12일 07시 00분 호명산 B급 폭발 타입 네이비 던전, 인원 십일 명 입장합니다.”
긴장하는 이도 있었고, 여유로운 이도 있었다. 윤서는 10년 만에 던전에 입장하면서 B급 던전에 들어오기엔 지나치게 약한 이들의 목록을 머릿속으로 짚었다.
민간인 세 명과 김진해 그리고 화심.
더는 유언을 듣기는 싫으니 이들을 특히 더 보호해야 했다.
***
임시 팀이 들어온 이 던전은 B급 폭발 타입 네이비 던전으로 최대 50명이 입장 가능했다. 보통 B급 이상의 헌터 최소 다섯 명을 포함해 20명 정도가 공략에 나서는 곳이었다.
이들이 11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자신 있게 들어올 수 있는 건 개개인의 실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S급 권지한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권지한은 S급 오렌지 던전도 홀로 클리어하는 인물이므로….
포탈에 들어서자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호명산 던전은 네이비인 만큼 용암 속이나 바닷속 같은 위험한 곳이 아닌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가뭄이 일어난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땅이었고 위에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다. <보호하는 베일> 효력으로 그리 뜨겁진 않았다.
띠링띠링, 하며 윤서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창이 여러 개가 떠올랐다.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 현재 인원 11명 : 폭발까지 167시간
더 이상 던전에 진입할 인원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던전 포탈이 닫힙니다.
가이아 시스템 업데이트 중….
오랜만에 오셨네요!
업데이트가 길어져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