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29)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29)화(29/195)
#25
길드 탭이 활성화됩니다.
석영 길드 S급
길드 아공간 / 길드 대화 창 / 길드원 위치 추적
던전 탭이 활성화됩니다.
호명산 던전
몬스터 도감 / 지도
던전을 클리어하면 수정, 기록이 가능합니다.
샵의 아이템을 이용하면 외부에서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에 경험치와 체력 수치, 마력 수치가 표시됩니다.
경험치가 재산정됩니다.
···가이아 시스템 업데이트 완료
가이아가 당신을 환영합니다.
당신을 가호하는 신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의 던전 진입을 반가워합니다.
죽음의 신은 당신을 오래 기다려 왔습니다.
생명의 신이 당신의 던전 진입을 염려합니다.
스테이터스 카테고리에서 당신의 체력 총량과 마력 총량을 확인하세요.
상점 카테고리에서 경험치로 필요한 아이템과 스킬을 구매하세요.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알림 로그들에 윤서는 눈을 깜빡였다. 시스템 창이 상세해졌다는 건 뉴스에도 나오고 소문도 들어서 알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놀라웠다.
언젠가부터 <인류 도감>을 사용하면 나오는 ‘그 외 스테이터스는 던전에서만 열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어떤 형식일지 은근히 궁금했는데 이제야 윤서도 자신의 체력과 마력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체력 3111/8101
마력 9046/9999
숫자로 표시된 정확한 수치를 보니 신기했다. 예전에는 판단 기준이 오로지 컨디션과 느낌이었는데.
죽음의 신이 당신의 상태 이상이 여전한 것을 확인하고 손뼉을 칩니다.
생명의 신이 당신의 상태 이상을 확인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신들의 계시도 더욱 선명해졌다.
10년 전에도 던전에 진입하면 자신을 가호해 주는 신들의 메시지를 받을 수는 있었다. 지금은 메시지와 계시를 혼용하는데 그때에는 계시라고만 불렀다.
지금처럼 시스템 창의 알림 로그로 편하게 띠링, 띠링 올라오는 게 아니라 정신을 잃었을 때나 잠이 들었을 때 예지몽처럼 계시를 받고는 했었다. 그나마도 뭔가 메시지를 들은 것은 기억나지만 정신이 들면 잊어버리는 게 대다수였고, 메시지 자체도 안개 낀 것처럼 흐리멍덩했다.
생명의 신이 10년 만에 던전에 진입한 당신을 위해 아이템 ‘던전 탭 사용 설명서’를 선물합니다.
생명의 신이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라고 덧붙입니다.
띠링, 소리와 함께 윤서의 인벤토리에 사용 설명서가 추가됐다.
‘생명의 신은 예전에도 나를 여러모로 도와줬지.’
윤서의 경우에는 다른 각성자들보다 계시를 많이 받았다.
그를 가호해 주는 신들은 모두 넷인데, 가이아한테서는 가이아 스킬을 받을 때 딱 한 번 계시 받은 게 전부였고, 죽음의 신은 윤서가 사경을 헤맬 때마다 나타나서 기뻐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다른 한 명은 보고 있기는 한지 의문일 정도로 리액션이 없었다. 오직 생명의 신만이 알뜰살뜰하게 윤서를 챙기며 스킬을 퍼다 줬다. 윤서가 가진 스킬 대부분이 생명의 신이 준 것이었다.
10년 만의 던전 진입에 걱정 가득한 메시지와 함께 선물까지 받으니 윤서는 뭔가 감개무량한 기분이었다.
“윤서 헌터와 김진해 헌터는 던전이 처음이시니 올라오는 메시지들 때문에 정신없으시겠군요. 첫 던전 진입 선물도 받으셨을 텐데 잘 챙겨 두시고, 일단 ‘던전 탭 사용 설명서’를 읽으십시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들어와 있을 겁니다.”
“…자동이라고요?”
“예, 던전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생기는 아이템입니다.”
“…….”
윤서가 시스템의 알림 로그를 가만히 노려봤다.
생명의 신이 당신의 눈길을 피합니다.
아무래도 과거 미화였던 모양이다. 기본 아이템을 가지고 생색을 내는 신이었는데 말이다.
윤서는 기가 차서 짧게 숨을 한번 내뱉고는 사용 설명서를 눈으로 훑었다.
탐험으로 지도가 자동으로 완성되며, 발견한 몬스터 사체 위치와 약초, 광석 위치도 지도에 표시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각성자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에 윤서는 오히려 씁쓸해졌다.
이런 시스템이 그때에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해 봤자 쓸모없는 생각이지만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권지한 헌터님, 길드석을 부탁드립니다.”
매니저가 권지한을 부르자 권지한은 귀찮다는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길드석 설치 : -10,000,000
현재 길드 경험치 10,128,241,000
쿠웅 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은빛을 머금은 뾰족한 돌탑이 세워지고, 윤서의 길드 탭에 ‘길드석으로 이동’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되었다.
“윤서 헌터, 길드석 주위로 실드 부탁합니다. 던전 클리어까지 유지되어야 하니 넉넉하게 50시간 정도면 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서 윤서는 유심하게 돌탑을 뜯어봤다.
길드석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길드석으로 이동’이라면 텔레포트 같은 건가? 정말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길드석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옆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윤서가 쳐다보자 박수빈이 빙긋 미소 지었다.
“길드석을 왜 그렇게 노려보세요? 신기해요?”
“전 처음이니까요. ‘길드석으로 이동’을 선택하면 언제든 아무 데서도 이곳으로 오는 겁니까?”
“맞아요. 길드 경험치를 엄청나게 잡아먹긴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목숨을 구해 줄 고마운 스킬이죠. 던전 진입 후 10분 내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진입하자마자 바로 설치해요. 그 주위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놓고요. 웬만한 길드에는 없는 스킬이에요. 낙엽에서도 당연히 없었고요.”
“경험치가 얼마나 소모됩니까?”
“3년 전 누가 사용했을 때 경험치 50억이 날아갔다고 들었어요. 지금 석영 길드 경험치가 100억이 조금 넘으니 두 명 살릴 수 있는 거죠. 아, 그런데 한 던전에 한 명밖에 사용하지 못해요.”
“그렇군요. 설명 고맙습니다.”
윤서는 돌탑을 내려다봤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길드가 10년간 쌓아 온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소모하게 되겠지만, 사람은 살릴 수 있었다.
‘아….’
아아….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도 이런 스킬이 있었다면. 그때에도 있었다면….
자꾸 떠오르는 부질 없는 생각 때문에 윤서는 입 안쪽 여린 살을 질끈 깨물었다.
‘권지한’이 스킬 <명왕의 밤>을 사용합니다.
당신은 명왕이 지배하는 영역에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
그사이 권지한은 예의 그 스킬을 사용했다. 던전을 나가면 태재식에게 <명왕의 밤>이 어떤 스킬인지부터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입 가벼운 사람에게 스킬을 설명해 줬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세 조로 나누겠습니다. 1조는 권지한 헌터와 저희. 2조는 암향, 남궁심해, 화심, 라스빈. 3조는 헬파이어, 윤서, 김진해, 페이지입니다. 2조는 10시, 3팀은 2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몬스터를 처리해 주세요. 저희의 파동 분석으로는 몬스터가 많은 지역은 아니나 항상 주의하시고요. 보스를 발견하거나 일이 생기면 길드 창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던전에 처음 오신 헌터님들껜 조원이 설명해 주시고, 포션과 탈것은 길드 아공간에 있습니다.”
길드 아공간 사용 : -10,000
현재 길드 경험치 10,128,231,000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그들 옆에 나타났다. 아공간에서 차를 꺼낸 권지한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윤서는 놀라서 탄성을 내려던 걸 참았다.
아공간에는 이런 커다란 것도 들어가는구나….
그 옆에서 김진해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2조에선 박수빈이 차를 꺼냈다. 박수빈은 윤서에게 한번 눈인사를 하고는 이동했다. 윤서는 그들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기 전에 민간인 셋과 화심에게 건 <보호하는 베일>을 강화했다.
“흥, 나 혼자 일하다 가겠군.”
윤서가 속한 3조는 강한 공격 스킬을 지닌 헌터가 홍의윤 한 명이었다. 홍의윤은 투덜거리는 말투와는 달리 웃는 얼굴로 보아 조 구성에 대단히 만족한 듯했다. 그는 실력을 발휘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윤서도 홍의윤의 실력 발휘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다만 1조 구성은 조금 신경 쓰였다. 보호가 필요한 민간인들이니 권지한과 붙어 있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딱 저렇게만 따로 조를 짜다니 수상하게 느껴졌다.
‘권지한, 은신 스킬 있겠지. <타락한 천사의 날개>는 은신 스킬스러운 이름인데. <명왕의 밤>도 좀 은신스러워.’
권지한이 이쪽은 감지하지 못하는 은신 스킬로 몰래 뒤를 밟을지도 몰랐다.
그가 뒤를 밟건 안 밟건 윤서는 최선을 다해 못할 작정이었으나 막상 누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황해서 실력 발휘를 해 버릴지도 몰랐다.
“우리도 차 타고 가야지.”
홍의윤이 길드 아공간에서 차를 꺼내고는 휘이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석영은 길드 아공간이 크네. 우리는 바이크가 고작이었는데. 운전은 내가 한다.”
“불만 없습니다.”
이정인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홍의윤이 운전석에, 이정인은 조수석에 오르고 윤서와 김진해는 뒤에 탔다.
“대책 없이 돌아다닐 일은 아닌 것 같고, 누구 몬스터 추적 스킬 가진 사람 있어요?”
“저한테 있어요.”
다소 긴장한 듯한 김진해가 대답했다.
가이아 시스템에서 상대의 스킬 사용 알림 메시지가 오는 경우는 여러 개가 있다. 상대가 나를 향해 스킬을 사용할 때, 또는 내가 스킬 사용 감지 아이템을 사용할 때. 윤서의 경우에는 근처에 있는 각성자가 스킬 사용 시 알려주는 스킬이 있었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던전이니만큼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관측자의 검>을 사용합니다.
눈앞에 김진해의 스킬 사용 메시지가 곧바로 떠올랐다.
‘김진해’가 스킬 <생명 반응>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