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31)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31)화(31/195)
#27
크아아악!
거대 말이 채찍처럼 긴 꼬리를 휘둘러 더미 인형의 몸을 감쌌다. 더미 인형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움츠러들었다. 겉보기에는 이정인과 똑같아서 보기 안쓰러웠다. 쓸모없어진 아이템은 파스스 부서졌고, 몬스터가 이정인에게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스킬 <스파크>를 사용합니다.
크악!
감전된 몬스터가 경련하며 몸을 비틀었다. 윤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아닌 한 남들에게 보이는 상태 창의 스킬로만 이정인을 도울 생각이었다.
“윤서 씨! 윽.”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가 난 듯 몬스터가 육중한 발로 땅바닥을 내리쳤고 지진이라도 난 듯 사방이 흔들렸다.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 80/100
윤서가 <스파크>로 몬스터의 행동에 제약을 걸며 이정인에게 향했다. 말이 꼬리도 휘두르고 발길질도 했으나 윤서는 몬스터의 움직임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 모조리 피했다.
“이정인 헌터, 괜찮습니까?”
“네, 전…. 덕분에.”
이정인은 흙먼지로 옷이며 얼굴이며 엉망이었는데,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윤서의 실드 덕분이었다.
“윤서 씨, 전투 경험 있어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서….”
“없습니다.”
“하지만 방금의 움직임은 정말이지.”
“우연입니다.”
윤서는 대충 핑계를 대면서 이정인의 보호막 내구도를 확인했다. 20%로 떨어져 있었다.
“…….”
이정인은 윤서가 초보가 아니라는 걸, 어쩌면 저보다 베테랑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 짧은 움직임으로 간파했으나 지금은 그게 급한 게 아니었다.
“윤서 씨, 감전 스킬로 저놈을 1분간 멈추게 할 수 있어요?”
“1분은 무리예요.”
“스킬 효과 증대 A급 아이템을 쓴다면?”
“네, 그럼 1분 정도는. 뭐 하려고요?”
“몬스터를 조련할 생각이에요.”
‘이정인’이 아이템 ‘어릿광대’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스킬 효과가 증가합니다.
S급인 윤서에게는 아주 미미한 증가였지만 윤서는 엄청나게 획기적으로 증가했다는 듯 놀란 눈을 지어 보였다. 매우 작위적인 커다란 눈에 이정인이 떨떠름한 표정을 했다.
크악!
거대한 몬스터가 둘에게 달려들었다. 네 발이 땅을 박찰 때마다 흙덩이가 튀었다.
윤서는 재빨리 이정인과 떨어지면서 <스파크>를 사용했다. 전류가 공기의 흐름을 타고 몬스터의 털을 쭈뼛 세웠다. 파지직,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눈을 까뒤집은 채 멈춰 섰다. 윤서는 전류가 몬스터의 내장까지 태우지 않도록 조심했다. <스파크>를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이정인’이 스킬 <조련>을 사용합니다.
스킬 <조련>이 실패했습니다.
‘이정인’이 스킬 <꼭두각시 인형>을 사용합니다.
몬스터가 이정인의 명령을 따릅니다.
제한 시간 00:01:59
“됐어요!”
이정인이 기쁜 듯 외쳤다. 윤서는 <스파크>를 멈췄다. 몬스터가 둘의 앞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제한 시간이 2분도 남지 않았어요. 이 시간 안에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 제 채찍으로는 두꺼운 가죽에 생채기도 입히지 못합니다. 홍의윤이 얼른 새 몬스터를 해치우고 와야 해요.”
“이정인 헌터의 아이템 효과가 좋아서 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통상 <스파크>는 B급 몬스터의 숨통을 끊을 만한 공격력은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윤서는 ‘어릿광대’ 덕이라고 강조하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스파크>를 사용합니다.
파지지직, 한순간 낙뢰라도 내리꽂힌 듯 시야가 번쩍이고, 매캐한 냄새와 함께 몬스터가 옆으로 쓰러졌다.
콰앙!
타이밍 맞춰 홍의윤도 새 몬스터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린 듯했다. 목이 반대로 꺾인 거대한 새가 쾅, 소리를 내며 땅으로 추락했고, 홍의윤은 상처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으로 이정인과 윤서에게 내려왔다.
“방금 번개는 뭐야? 윤서, 너야?”
“윤서 씨가 <스파크>를 사용했다는군요….”
“저 낙뢰가 <스파크>라고?”
홍의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윤서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정인 헌터의 스킬 효과 증대 A급 아이템 덕분입니다.”
“그렇다 해도 <스파크>로 그런 위력을 낸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멍청해 보이냐?”
“이정인 헌터의 아이템 효과가 아주 좋아서요.”
“A급 헌터의 <스파크>도 번개를 내리꽂지는 못해. <스파크>는 어디까지나 감전 스킬에 불과하니까.”
“‘어릿광대’가 성능이 정말 좋은 아이템이더군요.”
윤서가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옆에서 이정인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효과는 없었다.
“잠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땅 밑에서 웜이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감지한 이는 물론 윤서지만, 윤서를 제외한 이들 중에선 홍의윤이었다. 홍의윤은 먼저 힐러 쪽을 한 번 보고 아직 실드가 안전한 것을 확인했다.
“발밑에 뭔가 있어.”
“세 번째 몬스터인가 보네요.”
“이런, 제 <조련>은 재사용 시간 한 시간 남았어요.”
“흥, 네놈들한테 도와 달라고 할 생각 없어. 얌전히 구경하기나 해.”
“하지만-”
이정인이 뭐라 말하려 했으나 윤서가 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대신 홍의윤에게 건 보호막을 강화했다. 홍의윤이 꿈틀거리는 대지를 향해 불덩어리를 폭발시켰다.
콰광,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것이 몸의 일부를 드러냈다. 말 몬스터와 새 몬스터를 합친 것보다 더 커다란 웜이었다. 웜의 등딱지에서 촉수들이 뿜어져 나왔으나 홍의윤의 <불의 고리>에 막혔다. 홍의윤은 큰소리로 웃으며 창끝에 불을 맺고 웜의 등껍질에 내리꽂았다. 땅이 크게 흔들렸다. <보호하는 베일>의 내구도가 빠르게 닳았다.
“혼자 괜찮을까요? 우리가 도와야 하는 게 아닐지요.”
“우리가 얼쩡거리면 방해만 될 겁니다.”
홍의윤은 아마 10분 정도면 웜을 끝장낼 것이다. 윤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만들어 내려다가 그냥 그만뒀다. 이정인은 홍의윤을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미심쩍은 눈으로 윤서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티가 났나…?’
윤서도 <스파크>의 출력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전투에서 손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조절이 안 됐던 것 같다.
화심
보스 발견
대화 창 하나가 반짝, 떠오르고 길드 경험치가 소모됐다. 윤서가 깜짝 놀라자 이정인이 설명했다.
“윤서 씨는 던전이 처음이라 길드 대화 창도 처음 보겠군요. 길드 탭에서 함께 던전에 진입한 길드원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2조에서 보스를 발견한 모양인데, 아주 빨리 발견했군요. 몇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몬스터를 발견하는 스킬이라도 있나 보네요.”
“완전 신세계네요….”
나 때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윤서는 앞으로 이런 생각을 계속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라 비지나는 던전 시스템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걸 알까? 그녀는 몰라야만 한다. 안 그래도 정신 오락가락하는 사람인데 만약 들으면 원통하고 허무해서 또다시 자해할지도 모르니까.
2조 멤버는 화심과 남궁심해, 박강, 박수빈이다. 사실상 전력은 남궁심해와 박강 둘뿐이라 윤서는 조금 걱정되었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숨어 있겠지만, 보스가 발견할 가능성도 있었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정인이 미간을 좁혔다.
“위치가 꽤 먼데요. 지금부터 차를 타고 출발해도 20분은 걸릴 것 같은데…. 권지한 헌터 위치를 보니 2조와 가까운 곳에 있네요. 그를 믿어야겠군요.”
권지한은 돕지 않을 것이다. 저쪽은 화심이 서채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므로 핀치에 몰려 제 실력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이쪽이 얼른 가서 돕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가지 않고서 돕거나.’
윤서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보스 처치하는 자리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 것이었다. 던전 클리어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존재감 없겠는가.
“2조 위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반경 30km 정도예요.”
마침 거리도 ‘그 스킬’의 범위 내였다. 윤서는 홍의윤을 바라봤다. 이제 전투를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케에엑!
거대 웜이 홍의윤에게 독이 들어 있음이 분명한 녹색 침을 뱉었다. 홍의윤은 그걸 불태워 없애며 달려들었다. 창을 입 안에 찔러넣으려 했으나 웜의 촉수가 창을 휘감는 게 빨랐다.
“아, 이, 씨팔.”
홍의윤은 화염 스킬로 촉수에 불을 붙이고 빠져나왔다. 홍의윤의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가 28%로 떨어졌다.
잠시 전투를 지켜보던 윤서는 어이가 없었다. 저 건방진 헌터의 상황 판단 능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홍의윤은 윤서의 <보호하는 베일>이 B급 실드보다 훨씬 강한 것을 알고 몸을 내던지며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중에 물어보면 이것도 ‘어릿광대’ 효과라고 하자.’
“윤서 씨, 아무래도 우리도 돕도록 하죠.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2조에게 가야….”
“홍의윤 헌터가 곧 끝낼 것 같습니다.”
“네?”
“저길 보세요. 이번 공격에 상당한 위력이 실릴 모양입니다. 어떤 증폭 스킬이나 아이템이 있나 보네요.”
윤서의 말에 이정인이 홍의윤의 창을 바라봤다. 창은 전신이 불에 휘감겨 있었다. 홍의윤이 <불의 고리>를 창에 휘감고 <마그마 임팩트>를 난사하며 웜에게 달려들었다. 때맞춰 윤서도 마력을 끌어 올렸다.
스킬 <해치의 야성>을 사용합니다.
40km 반경 내의 모든 몬스터가 크게 겁을 먹습니다!
던전 내 모든 몬스터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해치의 야성>은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도 잡몹처럼 만들어 버리는 고유 스킬이었다.
윤서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미소 지었다.
콰앙!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과 그로 인한 여파가 일행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