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32)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32)화(32/195)
#28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 11/100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 1/100
실드 내구도가 빠르게 떨어지더니 곧 파괴되었다.
폭발로 인한 연기가 사라지고 웜이 있었던 자리엔 웜의 잔해와 함께 멍한 얼굴의 홍의윤이 혼자 서 있었다. 실드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산산조각 난 잔해와 흙먼지 등이 그를 뒤덮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더러운 것들을 털어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홍의윤이 눈을 깜빡이며 제 손을 내려다봤다. ‘이 스킬이 이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은데’라는 표정이었다. 옆에서 이정인이 가만히 탄식했다.
“하아…. 홍의윤 헌터는 정말 강하군요. 사람들이 헬파이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었네요….”
홍의윤이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윤서와 이정인을 쳐다봤다.
“네놈들 나한테 뭔가….”
그때였다.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 현재 인원 11명 : 소요 시간 1시간 20분
길드 경험치 590,000 획득
현재 길드 경험치 10,128,480,000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허공에 떠오르자 홍의윤이고 이정인이고 할 것 없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서둘러 달려오던 김진해도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메시지 창을 바라봤다.
아무리 네이비라지만 B급 던전 보스를 이렇게 빨리 해치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보스 몬스터는 전투 중 진화하니까. 보스 등급보다 한 등급 높은 헌터들이 각 단계에 맞춘 전술로 치밀한 전투를 펼쳐서 상대해도 반나절이 걸리는데, 2조는 보스를 빠르게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마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치해 버린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압도적인 화력….
페이즈가 넘어갈 때의 회복량과 방어력을 가뿐히 압도할 만한 절대적인 힘.
“아, 씨. 졸라 허무하네.”
홍의윤이 창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혀를 찼다. 팀이 단시간에 공략에 성공했음에도 자기 개인은 보스전에서 활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짜증 난 것이다.
반대로 윤서는 제대로 활약하지 않아서 속으로 신나 있었다.
‘이 사람들이 이 정도면 2조 헌터들은 더 놀랐겠군.’
숨어 있으려다가 보스 몬스터에게 발견되어 일단 견제용으로 스킬을 써 본 것일 터다. 그런데 일격에 죽어 버렸으니…. 공격한 당사자가 제일 놀랐을 것이다.
모두 윤서의 작전대로였다.
윤서는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2조 헌터들이 정말 대단하군요. 다들 A급 헌터들이라 보스 몬스터가 상대가 안 되리라는 건 알았으나 이렇게 빠르게 해치울 줄은 몰랐습니다. 무언가 강력한 스킬을 가진 모양입니다. 유준철 길드장의 말대로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한데요…. 권지한 헌터가 나선 걸까요?”
“아, 짜증 나게. 권지한은 우리 능력을 테스트하겠다면서 지가 나서면 어쩌자는 거야.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홍의윤이 붉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가까이 다가온 김진해는 클리어 메시지를 보고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진 얼굴이었다.
“모두 다친 곳 없으세요?”
“없어요. 김진해 헌터도 수고 많았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걸요.”
“알긴 아네. 너는 실드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기만 했잖아.”
“…….”
김진해는 이번엔 홍의윤에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사이 이정인이 길드 아공간에서 탈것을 꺼냈다. 이번엔 이정인이 운전을 맡았다.
포탈 위치로 가는 동안 이정인과 홍의윤은 찜찜한 표정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아무 데도 다치지 않고 손쉽게 던전을 클리어했는데 그랬기에 더 찜찜해했다. 김진해는 찜찜함이고 뭐고 던전을 나간다는 생각에 그저 좋은 것 같았고.
윤서는 자꾸 올라오려는 입꼬리를 내리누르며 창밖 풍경을 쳐다봤다. 메마른 대지와 내리쬐는 태양.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이곳이 외계 행성이란 게 새삼 신기했다. 어쨌든 다시는 오지 않을 곳이지만.
‘성공이야.’
<스파크>를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써버린 것은 2조의 활약에 가려졌다. 보스를 해치운 2조가 모든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순조롭게 테스트에서 탈락하겠지.
윤서는 오늘 밤 값비싼 신작 드라마 유료 결제로 계획의 성공을 자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던전 경험치를 합하여 개인 경험치를 재산정 중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경험치 13,283,191,000
경험치 100억을 달성한 당신에게 상점의 VIP 카테고리가 오픈됩니다!
경험치로 아이템과 스킬을 구매하거나 인벤토리 용량을 늘려 보세요
‘별 진짜. VIP는 또 뭐야.’
윤서는 알림 로그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어차피 다시는 던전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므로 상점 탭도 열어 보지 않았다. 자칫 흥얼거리기라도 할까 봐 입술에 힘주는 윤서의 앞에 로그 하나가 떠올랐다.
던전 클리어 최대 공로자: 윤서
끼익- 차가 급정거했다.
던전 기여도 : 윤서 7 / 그 외 3
생명의 신이 무척 기뻐합니다.
죽음의 신이 자랑스러워합니다.
가이아 시스템이 최대 공로자 윤서에게 특별한 선물을 드립니다.
가이아 시스템이 당신에게 아이템 ‘사실인가요?’를 선물합니다.
‘사실인가요?’
등급: A급
상대의 발언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궁금하다면 이 메모지에 물어보세요.
허용 횟수 0/1
“…….”
“…….”
“…….”
윤서에게 세 쌍의 시선이 쏟아졌다.
윤서는 당장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