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33)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33)화(33/195)
5. 퍼펙트
#28
윤서는 호명산 던전을 나오자마자 석영 본사로 끌려갔다. 한쪽 벽이 이중거울로 된, 꼭 드라마에나 나오는 심문실처럼 생긴 곳에서 그는 자신이 어쩌다 최대 공로자가 되었는지를 해명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내뱉을 예정이기 때문에 괜히 안 돌아가는 머리 굴려서 앞뒤 다른 말 내뱉지 않도록 전부 가이아 시스템 탓으로 돌렸다.
“공격력 강화 아이템을 사용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도 그게 그렇게 효과 좋을지 몰랐습니다. 좋은 아이템 소모한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이렇게 취조까지 받아야 합니까?”
‘강명희’가 스킬 <진리를 찾는 나그네>를 사용합니다.
‘김수라’가 스킬 <마인디어>를 사용합니다.
‘오인비’가 스킬 <멘탈리스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거짓 기억>을 사용합니다.
취조하는 헌터들은 간파 스킬을 가진 A급 헌터들이었다. 취조실 안에 있는 헌터는 두 명인데 스킬 알림은 세 개라서 벽 반대편에서도 누군가 열심히 간파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세상 모든 간파 스킬류 – 가이아 스킬만 제외하고 – 는 윤서의 <거짓 기억>으로 충분히 방어 가능했다. 헌터들은 테이블 위의 푸른 버튼을 누르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간부들에게 윤서의 발언이 진실임을 알린 후 윤서에게 물었다.
“그 아이템은 어디에서 얻었습니까? 윤서 씨는 던전 진입이 처음이었고, 몬스터와 싸운 적도 없었을 텐데요.”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가이아 시스템이 줬습니다. 첫 던전 진입 선물이라면서.”
‘강명희’가 스킬 <진리를 찾는 나그네>를 사용합니다.
‘김수라’가 스킬 <마인디어>를 사용합니다.
‘오인비’가 스킬 <멘탈리스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거짓 기억>을 사용합니다.
“정확한 아이템 등급과 이름을 말씀하십시오.”
“A급이었고, 이름은….”
윤서는 얼른 머리를 굴렸다.
“‘작작 좀 하자’였습니다.”
“예?”
“작작 좀 하자.”
‘강명희’가 스킬 <진리를 찾는 나그네>를 사용합니다.
‘김수라’가 스킬 <마인디어>를 사용합니다.
‘오인비’가 스킬 <멘탈리스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거짓 기억>을 사용합니다.
헌터들은 윤서의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으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뭐 그딴 이름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서가 떠오른 게 이딴 거라서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작작 좀 했으면 싶었으니까.
그 뒤로도 비슷한 대화가 반복되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는 심문을 거울 건너편에서 유준철과 권지한이 지켜보고 있었다. 유준철은 미간을 좁히고 있었으나 권지한은 흥미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금도 뭔가 우리는 모르는 스킬로 속이는 게 분명해. <진리를 찾는 나그네>를 속일 만한 등급이면 A급이나 S급일 텐데, 내 스킬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었으니 S급이라고 봐야겠지. 이제 좀 납득하겠어?”
“…….”
“그러게 내가 저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잖아. 형 때문에 괜히 뻘짓했어.”
권지한이 유준철을 힐난했다. 유준철은 호명산 던전 진입 전, 권지한에게 화심의 뒤를 밟으라고 했다. 권지한은 윤서가 가장 수상하다고 주장했지만 유준철은 끝까지 화심에게 집착했다. 권지한은 탐탁진 않았으나 어쨌든 길드장인 유준철의 지시를 따랐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화심은 전투 내내 눈여겨 볼만한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보스를 발견하자마자 급히 길드 메시지를 보낸 것, 그게 화심이 던전에서 한 활약의 전부였다.
“내 실책 인정한다. 다음 던전에서는 윤서만 따라다녀라.”
“다음은 무슨 다음. 능력을 드러내지 않도록 더 조심하느라 앞으로는 자기가 다치더라도 안 쓸걸. 이번엔 최대 공로자 시스템을 몰라서 실수한 것 같던데.”
최대 공로자 선정 시스템은 약 1년 전 업데이트된 것으로, 단 한 명이 보스 레이드에 70% 이상의 기여를 해야만 선정되기 때문에 결코 흔히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S급 헌터와 함께 공략할 때나 가끔 볼 수 있어서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헌터들도 진짜 그런 시스템이 있긴 하냐고 의심할 정도이니 그동안 던전과 무관하게 살았던 윤서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