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44)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44)화(44/195)
6. 양평 아이템 시장
#38
윤서가 퍼펙트 1팀에 들어온 지 나흘째가 되었다. 그동안 그가 만난 사람이라고는 박수빈 한 명뿐이었다. 닭살 커플과 알렉은 첫날 이후에는 휴가를 즐기겠다며 나오지 않았고, 수재희는 좀이 쑤셔서 다른 헌터와 대련을 해야겠다며 건물 내 수련장이 아니라 공터 수련장에 자주 향했다.
덕분에 윤서는 아무도 없는 1팀 대기실에 출근해서 홈 시어터로 드라마를 보다가 박수빈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드라마를 보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집으로 향하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새로운 던전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범람 벨도 계속 울리고 있었으나 윤서에게는 배정이 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꿀직장이었다.
‘낙엽에서보다 복지가 향상됐는데.’
윤서는 캐러멜 팝콘과 생수, 오늘 드라마 보면서 할 뜨개질거리를 테이블에 세팅했다. 현재 시각은 아침 9시 10분, 전이었다면 고희원, 박영범의 수다를 들으며 외근 준비를 할 시간인데 고요한 적막 속에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뜨개질하면서 드라마나 보려니 아주 흡족했다.
고희원
윤서 오빠 대신에 온 사람 일 빠릿빠릿하게 잘하네요 물론 그렇다고 오빠가 그립지 않은 건 아니지만 ㅎㅎ
안 그리워해도 됩니다.
고희원
크 그래 이렇게 차가운 말투 완전 그립다
박영범
춥다 추워
고희원
분명히 표정도 졸라 무덤덤하겠져?
박영범
걍 읽고 씹을까 생각하고 있을걸
박영범
이것 봐라 우린 이렇게 친해졌다
박영범
어깨동무한 거 보이지?
박영범
누군 어깨동무할라 치면 질색 팔색을 했는데 윤서 씨 대신 온 사람은 아주 그냥 친절하고 적극적이야.
네. 친절하고 적극적인 사람과 잘 지내세요. 그럼 전 드라마 봐야 해서 이만.
고희원
ㅁㅊ 오늘도 뜨개질하면서 드라마???? 일 안 해요????
박영범
내가 석영 길드장한테 이를 거야 윤서라는 헌터가 월루한다고
고희원
하 부럽다 진짜,,,,나도 드라마 잘 볼 수 있는데
박영범
젠장ㅠㅠㅠㅠ 안 부러워 안 부럽다고
특히 이제 과거의 팀이 된 대민 지원 팀 대화창의 ‘ㅠㅠ’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윤서는 낙엽에 퍼펙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고희원과 박영범은 윤서가 임시 팀에서 탈락한 뒤 실드 트랩을 유지, 보수하는 일을 맡은 줄 알았다.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알 터였다.
그러니까… 권지한과의 싸움에서 윤서가 이긴다면 말이다.
‘하아.’
윤서가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드라마를 볼 마음이 싹 사라졌다.
권지한은 어제 임시 팀과의 던전 공략을 끝내고 나왔다. 이제 곧 윤서에게 도전장을 내밀러 올 것이다.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겨야 하나 져야 하나 아니면 완벽하게 비겨야 하나가 윤서의 커다란 고민이었다.
패배하면 퍼펙트가 됐다는 게 전 세상에 알려지고, 그럼 이 나른한 봄 같은 조용한 하루하루도 끝날 것이다. 무엇보다 얼굴이 팔리고 유명해지면 유언 들어주기가 어려워지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권지한을 이겨 버리면 그것이야말로 S급 땅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