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63)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63)화(63/195)
#57
S급 던전이기에 길드석 설치에 소모되는 경험치가 상당했으나 보스를 처치하면 그 이상으로 벌어들일 터라 상관없었다.
“하아….”
길드석을 설치한 후에는 곧장 공략을 위해 움직여야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착잡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유지 시간 120시간,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 위치에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유지 시간이 끝나 땅이 무너지면 결국 죽고 말 것이다. S급들 같은 경우는 죽지는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기에 비교적 멀쩡했으나, A급으로 이루어진 2팀은 어두운 분위기였다.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오긴 했어도 정말 믿을 구석이 없어지자 더욱 절망하는 것이다.
“윤서 형.”
말없이 보기만 하던 윤서를 권지한이 가볍게 불렀다.
“형 무슨 생각 해?”
“…….”
윤서는 대답이 없었다. 윤서에게로 시선이 집중됐다.
S급인지 B급인지 아직도 정확한 등급을 알 수 없는 서채윤 후보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은빛 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그를 구해 줄 고마운 길드석을, 몹시도 증오스럽다는 눈으로.
“윤서 씨…?”
박수빈이 조심스레 윤서를 불렀다. 윤서가 뒤늦게 자기를 불렀다는 걸 알고 고개를 들었다.
“아.”
윤서는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군요. 실드를 만들겠습니다.”
스킬 <수호의 궤>를 사용합니다.
그가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갈색 눈이 푸르게 빛났다. 손에서 뻗어져 나온 푸른빛이 불의 고리와 4중첩 실드, 천공의 섬 그리고 길드석을 감쌌다.
아름다운 광경에 모두가 입을 벌리고 구경했다.
윤서는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아주 오랜만에 <수호의 궤>의 본연의 힘을 모두 끌어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걸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푸른 빛의 반투명한 실드가 생성되었다.
용암의 열기가 <수호의 궤>를 뚫지 못합니다.
<수호의 궤> 내구도 100/100
“이제 해결됐네.”
즐거운 듯한 목소리의 주인은 권지한이었다. 분명 윤서에게만 보이는 알림 로그일 텐데, 권지한은 그 로그를 보기라도 한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권지한은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제 이곳의 일은 끝났으니 전투 준비를 하자는 것처럼.
“…….”
윤서도 차분히 권지한의 뒤를 따랐다.
“아, 잠깐-.”
윤서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박력 때문에 아무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2팀 팀장이 뒤늦게 입을 열었으나 그가 타고 있는 열기구는 훌쩍 날아간 후였다.
그러나 날아간 이는 그들뿐으로, 다른 이들은 길드석 위치에 남아 있었다.
“유지 시간은?”
알렉이 물었다. 길드원들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2팀 팀장이 대답해 줄 보호계 헌터 두 명을 쳐다봤다. 윤서의 실드가 둘의 실드를 감싸고 있으므로 두 사람이 알 터였다.
“이런… 이럴 수가….”
상태창을 확인한 둘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2팀 팀장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퍼펙트가 되기 전부터 석영에서 수년을 함께했던 이들이 이렇게 놀란 얼굴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몇 시간이 늘어났을까?
윤서 헌터가 S급이라 가정하면, 100시간? 아니면 1000시간?
너무 기대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들의 말을 기다렸다.
보호계 헌터 한 명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2,140시간…입니다.”
***
‘황다빈’이 스킬 <저주받은 선율>을 사용합니다.
몬스터의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오선주’가 스킬 <황홀경>을 사용합니다.
아군의 공격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이인선’이 아이템 ‘까마귀와 허수아비’를 사용합니다.
소수의 몬스터들이 허수아비를 향해 달려듭니다!
‘가미라 오르오’가 스킬 <벼락>을 사용합니다.
화살에 벼락을 휘감은 가미라가 허수아비를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겨냥했다.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시위를 놓자 화살은 몬스터의 거대한 날개에 적중했고, 그 몬스터는 용암 속으로 추락했다. <벼락> 효과로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도 연쇄 타격을 받았다.
크악!
크아악!
허수아비에 집중하고 있던 몇몇 몬스터들이 가미라에게 달려들었으나 이진비가 재빨리 실드를 사용해 막았고, 몬스터의 뒤를 다른 헌터가 장검으로 베었다. 빠르게 회복되는 가죽 아래로 헌터 하나가 재빨리 스킬을 사용해 독을 주입했다. 몬스터는 인간과 몬스터를 구분하지 않고 발광하다가 결국 추락했다.
잠깐 사이에 두 마리를 해치웠다.
그사이 허수아비의 효과가 다하자 이인선 팀장이 곧바로 다른 아이템을 설치해 몬스터의 주목을 끌었다.
버프 스킬로 몬스터의 방어력을 깎고, 아군의 공격력을 높이고, 아이템으로 도발한 후 강력한 공격 스킬을 사용한다. 후방의 보호계 헌터들이 근거리에서 공격하는 이들을 엄호했고, 누군가 다치면 힐러가 곧바로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2팀은 결성된 지 1년 된 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연계 플레이가 상당히 뛰어났다. 브리핑 때 어떤 몬스터들이 등장할지 대충 들었다지만 아주 완벽했다.
반면….
“다 비켜요. 여긴 내가 해결할게!”
‘수재희’가 스킬 <레메게톤>을 사용합니다.
1마신, 33마신, 70마신이 소환되었습니다.
“나도 돕도록 하지.”
‘알렉 스위치’가 스킬 <창작>을 사용합니다.
<엔젤-링>이 생성되었습니다.
천사의 거룩한 가호가 아군을 비호합니다….
<레메게톤>의 마신들의 공격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아, 아저씨!”
“이런.”
알렉이 재빨리 <엔젤-링>을 해제했으나 이미 마신들은 몬스터의 가죽에 생채기만 겨우 입히고 소환 해제되어 버렸다. 수재희가 발광하자 <구운몽>의 선녀가 토닥토닥 달랬다.
크르르!
크아악!
둘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여덟 선녀들이 공격했다. 이미 하얗던 선녀 옷이 새빨개져 있었다. 물론 모두 몬스터들의 피였다.
합이 척척 맞는 2팀과 달리 1팀 팀원들은 팀워크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차라리 각자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권지한처럼.
‘권지한’이 스킬 <갈증>을 사용합니다.
몬스터들의 방어력과 공격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권지한은 팀원들과는 떨어진 곳에서 장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비행형 몬스터들이기에 날개만 격추시키면 끝나는데, 굳이 온몸을 난장판 내는 게 아마 스킬의 경험치를 쌓으려는 것 같았다.
‘가차 없네….’
그 모습이 얼마나 잔인한지 사람보다 다섯 배 큰 몸집에 입으로는 불을 뿜고, 날갯짓으로 사람을 날려 보내는 몬스터가 가엽게 보일 지경이었다. 혹시나 공격에 휘말릴까 봐 헌터들은 그쪽으로는 접근도 하지 않았다.
‘로렌스 밀레’가 스킬 <네가 감히 눈독을 들여?>를 사용합니다.
‘리오 델리’가 스킬 <내 사람한테 접근하지 마>를 사용합니다.
커플들도 다른 팀원과는 합이 안 맞으나 둘이서는 아주 날아 다녔다.
로렌스 밀레의 스킬에 몬스터가 얼어붙으면 뱀파이어 특성인 리오 델리가 달려들어 흡혈 스킬을 사용했고, 몬스터는 피죽만 남은 꼴로 용암에 추락했다.
‘로렌스 밀레’가 스킬 <네가 사랑을 알아>를 사용합니다.
‘리오 델리’가 스킬 <사랑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를 사용합니다.
아니, 근데 저 커플은 스킬 이름이 왜 저따구인가.
근접 공격계 헌터로서 화심은 화심 나름대로 열심히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햇빛을 휘감은 검으로 몬스터를 공격하는데, 검날이 명중하더라도 절대적인 공격력이 부족하므로 몬스터의 가죽엔 생채기만 겨우 날 뿐이었다. 몬스터는 가렵지도 않다는 듯 바로 회복하고서 가시가 달린 긴 꼬리로 화심의 몸을 후려쳤다.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 80/100
윤서의 실드 덕분에 화심에게도 가려운 공격일 터였다.
“흐읍!”
크아악!
화심이 지지 않고 다시 몬스터에게 뛰어들었다.
C급이 A급에게. 정말 용맹한 모습이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을 겁쟁이라고 비난합니다.
죽음의 신이 당신에게 용맹하게 나서라고 소리칩니다.
죽음의 신이 몬스터를 해치우면 좋은 아이템을 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생명의 신이 속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 메시지는 끌 방법 없나?
심각한 눈으로 상태 창을 살피는 윤서에게 박수빈이 말했다.
“일단 A급 몬스터들은 우리의 적수가 안 되네요. 다 권지한 헌터 덕분이겠죠.”
“권지한이 없어도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
박수빈은 애매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권지한이 현재 몬스터의 70%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계 헌터들이 전투에 나선 동안 윤서를 비롯한 보호계 헌터와 치유계 헌터들은 안전한 실드 속에서 전장을 지켜봤다.
“곧 전투가 끝나겠어요. 다음 몬스터들은 30km 밖에 있으니까 잠시 쉴 수 있겠네요.”
‘박수빈’이 스킬 <빛의 손길>을 사용합니다.
박수빈은 언뜻 한가하게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길은 매섭게 헌터들을 관찰했고, 누군가 다쳤다 하면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나저나 빨리 땅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다가 아이템 내구도가 다해서 추락하겠어요.”
“일단 몬스터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가야 해.”
“그렇죠. 아무리 비행형이라도 둥지는 있을 테니까. 던전 지도는 몇 %예요?”
“3% 간신히 채워졌어.”
“아직 한참 남았군요.”
몬스터들은 적수가 안 되나 지형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윤서가 사용 중인 비행 아이템의 내구도도 벌써 50%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던전 내 지도는 겨우 3% 완성되었는데.
‘…복에 겨웠네.’
윤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