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68)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68)화(68/195)
#61
“별거 없다고 했잖아요.”
“그것들이 거기에 다 들어 있다고?”
“네.”
“보기보다 주머니 안이 넓은가 봐…. 그런 옷은 어디서 구했어?”
“던전을 나가면 구입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으응, 아니. 그래. 괜찮아….”
알려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윤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굳이 필요한 것들도 아니네. 나는 가족사진 같은 거 있나 했지. 참고로 나는 우리 달콤한 애플파이 사진을 항상 품속에 지니고 다녀.”
“자기야. 나도 자기의 섹시한 사진 내 속옷에 꿰매 놨어.”
“허니….”
“달링….”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음의 신이 저자들에게 죽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발광합니다.
이번만큼은 윤서도 동감했다.
여기서 밀어 버릴까?
윤서가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커플들이 무슨 짓을 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듯 권지한이 윤서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은 왜 인벤토리에 안 넣고 무겁게 다 가지고 다니는 거야?”
“저는 전투 경험이 없잖아요. 인벤토리가 작습니다.”
“그 경험치 쌓아 둬서 뭐 하게. 형이면 VVIP 정도는 될 텐데.”
“VVIP?”
윤서가 자신의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상점 카테고리는 VIP까지만 오픈되어 있었다.
사용하지 않은 경험치 13,283,191,000
생각해 보니까 이상했다. 대던전으로 얻은 경험치라 분명 많은 편일 텐데, 이 정도로도 VVIP가 아니란 건가.
윤서는 가이아 시스템이 조금 아니꼬워졌다.
“대체 경험치가 얼마나 있어야 VVIP 탭이 열리는 겁니까?”
“갖고만 있으면 영원히 안 열리지. 상점에서 일정 경험치 이상 구매해야 VVIP가 돼.”
“아, 그런 거군요.”
“VVIP 되면 인벤토리 용량부터 구매하지 그래. 앞으로 던전은 계속 와야 하는데 그 용량으론 불편할걸.”
윤서는 딱히 지금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길드 아공간에 캠핑카도 있는 마당에 개인 인벤토리가 부족할 일이 있을까.
게다가 이제 남은 유언은 18개, 이 중에서 종료 임박한 유언 두 개를 빼면 16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인벤토리 공간을 늘릴 필요성을 못 느꼈다.
“권지한 헌터는 그럼 인벤토리에 경험치 사용했습니까?”
“응, 아마 전 각성자 통틀어서 내 인벤토리가 가장 넓을 거야.”
권지한이 진하게 미소 지었다. 윤서는 그 미소에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다들 전투 준비하세요!”
대화하는 사이 몬스터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가 되었다. 가장 앞장서고 있던 알렉이 모두 전투 준비하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따 이어서 얘기하자.”
권지한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앙증맞은 검은 날개는 순식간에 커져서 깃털을 휘날리는 거대하고 웅장한 날개가 되었다.
크아악!
크아아악!
몬스터들도 인간을 발견한 건지 사나운 괴성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윤서는 화심의 위치부터 확인한 후, 전투에 나서는 헌터들의 실드를 강화했다.
‘주홍 열기구’
등급: A급
가끔은 전투에서 벗어나 던전을 내려다 보세요.
열기구에서 보는 던전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내구도 40/100
이제 이틀째인데 벌써 내구도가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다른 이들의 아이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구도를 수리하는 리커버리 아이템들이 있다 해도 그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 현재 인원 33명 : 폭발까지 354시간
던전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웃고 떠들던 길드원들도 이제는 말수가 적어졌고, 그들 사이에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윤서의 실드가 굳건하고, 헌터들의 능력도 탄탄해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점점 불안해하는 이유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주일 동안 오직 단 이틀만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내 비행해 있어야 했다.
차라리 비행이 아니라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있는 거였다면 나았을까. 비행 아이템의 내구도는 점점 떨어져 가는데, 육지는 보이지 않고 아래는 뜨겁게 불타는 용암뿐. 취침할 때도 실수로라도 추락하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다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위기인 건 아이템의 내구도 상태였다. 윤서와 커플이 타고 있는 ‘주홍 열기구’도 이제 겨우 3% 남은지라 커플은 계속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나는 다음 생에서도 자기의 자기로 태어날 거라고 훌쩍이면서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윤서가 열기구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박수빈과 2팀 팀장이 잠깐 일행을 멈춰 세우고 탈것을 재분배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비상 아이템들까지 써야겠어. ‘견습 천사의 날개’, ‘노래하는 양탄자’, ‘고스트 십’을 꺼내지. 이걸로 다섯 명은 해결이야.”
“아공간에 있던 비행 아이템들 다 쓰는 건데 진짜 괜찮아요? 길드장님이 혼내시면….”
“다 추락사하게 생겼는데 설마 혼내겠어? 그리고 용암석을 엄청나게 챙겨 놨으니까 이 정도는 써도 돼. 나가기만 하면 돈 어마어마하게 벌어다 줄 거라고.”
2팀 팀장이 결단을 내리고 길드 아공간의 비상용 탭에 있던 아이템들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추락할까 봐 덜덜 떨고 있던 다섯 명에게 주자 모두 감사히 받아 사용했다.
“그리고 여덟 명은 재희의 선녀들에게. 재희야, 맡겨도 되지?”
“당연하죠! 마력 포션만 있으면 평생 소환해 놓을 수도 있어요.”
수재희가 마력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인간보다 세 배 큰 크기의 선녀들이 길드원들을 각각 한 명씩 안아 들었다.
수재희는 <레메게톤>도 사용했다. 세 번을 소환했다가 해제했다가 반복한 끝에 세 악마들 모두 비행 가능한 악마들로 소환되었다.
“해돌이한테 새로 산 열매 먹이면 날 수 있는데 더는 못 소환하겠어요. 마력의 절대적인 총량이 딸려서.”
“너 혼자 열두 명을 커버했어. 그걸로 충분해. 넌 진짜 대단한 소환사야.”
“헤헤.”
소환자가 아닌 다른 이들을 안고 있는 선녀들과 악마들의 표정은 썩었으나 수재희는 아주 득의양양했다.
“권지한 헌터와 알렉 헌터, 홍의윤 헌터 외 다섯 명은 비행 스킬이 있고. 그래도 여덟 명이 남는데….”
“팀장님은 아이템 내구도 얼마나 남았어요?”
“나 지금 4% 남았어.”
박수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길 나가면 길드장님한테 경험치로 비행 아이템 좀 충분히 사 두라고 해야겠네요.”
“나간다면 말이지….”
“지금 VVIP 상점에 비행 아이템 올라와 있는데 혹시 경험치 남는 분은 구매해 주세요.”
박수빈이 헌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VVIP가 아니에요. 맞으면 진즉 샀죠.”
“VVIP 탭에 있는 거 살 정도로 경험치가 많지 않습니다.”
“내가 사지.”
권지한이 말했다. 그는 바로 비행 아이템을 구매해 2팀 팀장에게 소유권을 양도했다. 그것으로 한 명이 더 해결되었으나 아직 인원이 많았다.
“정말 큰일이네요.”
박수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야아. 나 자기랑 떨어지기 싫어.”
“나도 자기야. 우리 자기랑 나는 한 몸인데.”
내구도 3%인 열기구에 타고 있는 커플들은 거의 돌아 버리려고 했다. 그들은 사실 비행 스킬이 있었으므로 마력 포션을 퍼마시면 계속 날 수 있었다. 단, 그 비행 스킬은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격 스킬이기도 해서 몬스터가 나타날 때를 대비해 아끼고 있는 중이었다.
“야, 윤서.”
귀속 아이템도, 스킬도 있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홍의윤이 열기구 근처로 포르르 날아왔다.
“너 진짜 비행 스킬 없어?”
“없습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몸무게 몇이야?”
“예?”
“내가 안아 줄게.”
홍의윤이 두 팔을 벌렸다. 윤서는 저보다 조금 큰 키의 붉은 머리 남자를 잠깐 어이없다는 듯 봤다가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는 괜찮으니 화심 헌터나 챙기시죠.”
“화심? 그 새끼는 왜…. 뭐야. 지금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화심은 내구도 2% 남은 ‘오래된 방석’ 위에서 엎드려서 종이에 뭔가를 휘갈기고 있었다.
“유서를 쓰고 있는 모양입니다.”
“미친놈.”
홍의윤이 욕을 내뱉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홍의윤이 안아 주겠다고 하자 화심은 묵묵히 종이를 품에 넣고 홍의윤에게 안겼다. 키가 10cm는 더 큰 남자를 홍의윤이 가뿐히 안아 들었다. 참으로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한 명씩 안고 비행한다고 해도 문제예요. 싸우질 못하잖아.”
“젠장, 몬스터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데 역시 옐로우 던전이라 이거네.”
그때 ‘주홍 열기구’의 내구도가 2%로 떨어졌다는 알림이 올라왔다. 윤서도 이제 슬슬 심각해졌다.
“얘기 중에 미안하다만.”
가장 선두에 서서 전방을 주시 중이던 알렉이 말했다.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군.”
“뭐? 하필 이때…. 몇 마리입니까?”
“수십 마리. 전부 A급이고.”
“미치겠네. 일단 몬스터들은 1팀 S급 헌터들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2팀은 여기서 대기합니다.”
현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권지한, 알렉을 포함해 여덟 명뿐이었다. 이들이 모두 전투에 나서면 여기가 빈집이 되어 버리므로 1팀의 S급 헌터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권지한, 알렉, 수재희, 커플.
총 다섯 명. 알렉은 조금 긴장했다. A급 몬스터 수십 마리를 상대하기에는 이쪽의 수가 너무 적고, 일주일의 강행군으로 지친 상태라서 아무리 S급이라도 안심할 수 없었다. 스킬 쿨타임도 문제였다. 권지한만은 늘 그렇듯 심드렁한 얼굴이었지만.
“우리도 가겠습니다. 어차피 내구도가 떨어지면 죽을 거, 몬스터들과 싸우다 죽어야죠.”
“아이템 내구도가 다해도 여기 보호계 헌터들이 실드 스킬을 사용해 줄 테니 괜히 죽겠다고 설레발 치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2팀 팀장도 남는 쪽의 일원이었다.
“먼저 가겠네.”
<창작>으로 만든 <마법 빗자루>에 타고 있던 알렉이 몬스터들에게 날아갔다.
용암의 열기로 인해 ‘주홍 열기구’의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내구도 1/100
죽음의 신이 당신의 죽음을 기다립니다.
“윤서 형.”
윤서가 마침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썩은 표정을 지을 때 권지한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