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73)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73)화(73/195)
#66
거대한 뱀은 몸통의 일부만 보였다가 다시 땅 밑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던전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위협으로 인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깎입니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으악!”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 70/100
뱀을 쫓아서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던 리오 델리가 급속도로 차오른 용암 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다른 보호계 헌터들의 실드는 사라졌겠지만, 윤서의 실드 덕분에 다친 곳은 없었다.
“화염 내성 없는 것들은 꺼져!”
‘홍의윤’이 스킬 <이터널 헝거>를 사용합니다.
‘홍의윤’이 스킬 <염화의 눈>을 사용합니다.
‘홍의윤’이 스킬 <마그마 임팩트>를 사용합니다.
온몸에 불을 휘감은 홍의윤이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아, 씨. 동굴이 좁아서 소환 불가 메시지가 떠요.”
“재희는 윤서 헌터 뒤로 빠져 있어.”
“네.”
수재희가 윤서의 뒤로 총총 달려왔다.
“원거리 스킬 가진 헌터들은 모두 윤서 헌터 근처로 가!”
왜 내 뒤로?
“2팀 헌터들은 보스 몬스터가 몬스터를 소환할 때까지 대기한다. 던전이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싸워! 안 될 것 같으면 윤서 헌터 뒤로 피하고!”
아니, 왜 내 뒤야?
이제 윤서는 본격적으로 S급 실드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화심 헌터, 자리를 지켜 주세요!”
그 와중에 전방에 있던 화심은 슬쩍 윤서에게로 오려다가 박수빈에게 걸려서 이탈하지 못했다.
윤서는 고구마를 처먹은 듯 답답해졌다.
쉬이이이.
거대 뱀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접근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땅이 요동치고 있었다.
‘리오 델리’가 스킬 <외톨이 박쥐>를 사용합니다.
‘로렌스 밀레’가 스킬 <빙의>를 사용합니다.
반신 박쥐화한 리오 델리가 동굴 천장에 붙었다. 귀신이 빙의한 로렌스의 화려한 금발은 푸석푸석해지고 눈에서는 흰자위가 사라졌다. 어찌 보면 몬스터보다 더 기괴해진 커플이 요동치는 땅으로 함께 달려들었다.
쉬이익!
거대한 몸의 일부가 땅 위로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머리는 붉고, 몸통은 하얬으며, 꼬리는 다시 붉었다. 크기는 족히 100미터는 되어 보였다. 리오 델리가 뱀의 등의 등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었다. 비늘 몇 개가 뜯길 뿐 안의 속살은 건드리지 못했다.
쉬이이이.
비늘은 금방 다시 회복되고 동시에 동굴 벽, 천장, 땅에서부터 구렁이들이 나타났다. 어떤 것들은 붉고, 어떤 것은 하얬다.
“몬스터 소환이다!”
“전부 A급이야! 조심해.”
2팀 팀원들이 그들의 몫을 하기 위해 소환된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콰아앙!
쉬이익!
“으악, 이 뱀 새끼들 독이 A급 아이템도 녹여.”
“미쳤군. 젠장!”
스킬 <해치의 야성>을 사용합니다.
40km 반경 내의 모든 몬스터가 크게 겁을 먹습니다!
범위 내 몬스터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스킬 <보호하는 베일>을 사용합니다.
윤서는 버프 스킬을 사용하고 2팀 팀원들에게 건 스킬도 세 겹까지 강화한 후 차분히 주위를 둘러봤다.
동굴의 크기는 높이 2.5m, 폭 3m. 언뜻 보였던 보스 몬스터의 크기를 고려하면 이 동굴의 크기와 비슷할 듯했다. 아마도 이것은 처음엔 용암 동굴이 아니었을 것이다. 거대 뱀은 용암 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을 텐데 <테라포밍>으로 지구화되면서 거대 뱀의 크기 그대로 동굴이 만들어진 것이리라.
가장 앞에서 S급들이 거대 뱀과 싸우고 있었고, 중간에서는 2팀이 소환된 몬스터들과 혈전을 벌였으며 윤서의 뒤쪽으로는 수재희와 힐러들, 범위 스킬 보유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안전하지만 보스가 2페이즈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난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해.’
윤서가 고심하는 그때 뒤에 피해 있던 수재희가 툴툴거렸다.
“아씨, 소형화 스킬이나 아이템 좀 챙겨 올걸. 이번에 돌아가면 아이템 제작 팀 닦달해야겠다.”
“재희 헌터, <해치>는 소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좀 아슬아슬해요. 소환했다가 동굴 무너질까 봐.”
윤서는 남은 마력을 확인했다.
체력 2089/8101
마력 901/9999
약 9%가 남아 있었다. 두통이 있긴 하지만 아직 이 정도는 괜찮았다.
윤서의 마력이 동굴에 깃들었다. 그는 일부러 멀리 있는 사람도 동굴에 실드가 만들어졌음을 알아채라고 색을 집어넣었다.
“아…!”
말하지 않아도 눈치챈 수재희가 곧바로 <해치>를 소환했다.
끼잉.
해치는 좁은 동굴에 껴서 옴짝달싹 못 했다. 동굴 천장과 벽이 조금 무너졌으나 그 파편은 실드에 막혀서 낙하하지 않았다. 해치가 몹시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낑낑거렸다.
“형, 후방은 해돌이한테 맡겨요.”
“부탁합니다.”
<해치> 정도면 보스가 2페이즈 때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을 한다 해도 이들을 보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윤서는 해돌이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준 후 거대 뱀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소환된 뱀들이 윤서를 공격하려 했으나 윤서는 가볍게 피했다.
“서채… 윤서 님이 실드를 사용했다! 동굴이 무너지지 않으니 다들 마음껏 싸워!”
“네!”
서채윤서가 뭐야, 서채윤서가. 게다가 님은 왜 붙어?
콰아앙, 폭음이 한층 크게 들렸다. 동굴이 무너질까 봐 조심히 싸우던 이들이 윤서의 실드를 믿고 날뛰는 것이다.
“자네 왔는가.”
“윤서 씨.”
S급들 구역에 도착한 윤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사이 다쳤는지 화심이 한쪽 팔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박수빈이 치유 스킬을 사용 중이었다. 화심에게 건 <보호하는 베일>은 몇 번이나 강화했는데 그럼에도 다쳤다는 건 화심은 자체 방어력이 거의 제로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나가면 화심은 퍼펙트에서 빼라고 해야겠어.’
윤서는 결코 정의롭지 않았다. 약자가 다치든 죽든 전혀 상관없는데, 이렇게 계속 같은 팀으로서 레이드에 나섰다가 화심이 유언을 남기고 죽을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자네 덕분에 순조롭게 싸우고 있네.”
알렉이 <창작>으로 만든 <타켓 소총>으로 땅 밑에 총알을 퍼부었다.
쿠구구궁.
쉬이이익!
거대 뱀의 꼬리가 땅 밑에서 솟구치더니 거슬리는 인간을 내려쳤다. 알렉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도 피하지 않았다. 쿵, 소리를 내며 <보호하는 베일> 내구도가 깎였다. 알렉은 곧장 거대 뱀의 꼬리에 총알을 휘갈겼다. 뱀이 꼬리로 동굴을 무너뜨릴 듯 여기저기를 휘둘렀으나 돌 부스러기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쉬익!
뱀의 머리가 튀어 올랐다. 머리에 커플이 매달려 있었다. 독이 그들 몸 위로 퍼부어지는데 상관도 안 하는 모습이었다. 윤서의 실드를 당연하다는 듯 믿는 것이다.
‘어이없어.’
대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거기서도 인간들이 실드를 믿고 막무가내로 싸워 대서 얼마나 어처구니없었는지 모르는데 여기서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윤서, 아무래도 내가 내기 대상을 바꾸길 잘한 것 같네.”
“네?”
“화심 헌터를 우리 서채윤 강력 후보님께서 보호해 줘야 할 것 같다는 뜻일세.”
“안 그래도 후방으로 데리러 가려고 왔습니다.”
“그래. 그런데 자네 또 뭔가 했는가?”
“동굴에 실드를 만들었잖아요.”
“그거 말고. 갑자기 거대 뱀의 방어력이 약해진 것 같아서 말이네.”
“디버프 스킬 하나 쓰긴 했는데, 권지한도 뭔가 했을지도 몰라요. 권지한은 어디 있습니까?”
“몸통에 검을 꽂고 매달려 있다가 뱀 놈이 땅 밑으로 들어가면서 같이 휘말렸네. 그걸 보고 홍의윤도 따라갔고.”
그거 엄청 위험한 거 아닌가…?
“곧 2페이즈에 들어갈 것 같군.”
윤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심을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S급 중에 힐러가 없어서 박수빈은 최전방에 남아야 했다.
A급 몬스터들도 거의 정리된 참이었다.
1페이즈가 끝나 가고 있다. 2페이즈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어서 긴장되었다.
“잠깐.”
화심을 수재희에게 데려다주고 다시 전방으로 향하려는데 화심이 그를 붙잡았다.
“네가 정말… 서채윤인가.”
“…….”
모여 있던 이들이 윤서를 쳐다봤다. 그들은 이제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전설 속 영웅을 만난 듯한 선망 어린 눈빛에 윤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려고 했다.
서채윤은 애초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 실드로 유명해진 이였고, 윤서는 몇 번이나 강력한 실드를 사용했다. 지금도 실드로 동굴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제 숨기는 게 의미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만약 윤서를 서채윤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어야 맞았다. 실드가 없다면 동굴은 바로 무너질 것이고, <테라포밍>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하니까. S급 던전 레이드 자체가 늘 목숨을 거는 일이지만 정말 죽음을 앞뒀다면 이들이 이렇게 얌전히 있을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자 윤서는 ‘절대 아니라고 무조건 우겨야지’ 전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결국 그는 애매한 대답만 남기고 돌아섰다.
***
쉬이익!
거대 뱀이 땅속에서 튀어 올랐다. 몸 전체의 1/3이 노출되었다. 머리에서부터 비늘이 광채를 띠면서 역방향으로 누웠다.
“2페이즈다. 모두 물러나!”
알렉이 소리쳤고, 거대 뱀의 몸에 검을 꽂고 매달려 있던 권지한과 불의 고리를 휘감고 있던 홍의윤이 얼른 뱀으로부터 떨어졌다. 커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윤서 근처로 모여들었다.
페이즈가 끝난 후 저것이 어떤 형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전환 타이밍에 덤벼드는 멍청한 짓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막말로 지금은 뱀이지만 기체가 될 수도 있었다.
“서채, 윤서 헌터.”
“서채유… 윤서 님?”
커플이 한 명은 팔에서, 한 명은 이마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윤서에게 다가왔다. 윤서는 기함했다.
“말도 안 돼. 다쳤어요? 얼른 힐러한테….”
“저, 정말 서채… 윤서 님이신가요?”
“정말 그 서채… 윤서 님이 당신이었….”
“수빈 씨. 박수빈 씨!”
커플은 <테라포밍> 사용 직후부터 동굴에 올 때까지는 반신반의하는 것 같더니 전투가 끝나자마자 새삼스럽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상처를 돌볼 생각을 하지 않는 커플들 대신에 윤서가 큰 소리로 박수빈을 불렀다. 박수빈이 얼른 다가왔다.
“윤서 씨는 어디 안 가니까 치료부터 하세요. 자, 여기 앉아요.”
“우리 허니부터 치료해 주세요.”
“아니, 우리 달링부터.”
“네, 네. 이리 오세요.”
커플이 박수빈의 앞에 주저앉았다. 시선은 윤서와 제 연인을 왔다 갔다 했다.
윤서는 당황했다. 우선 다들 윤서를 서채윤이다 의심할 때 가만있던 커플이 왜 갑자기 달려드는지도 의문이었고, 왜 이렇게까지 다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이 예상보다 더 강했던 걸까. 아니면 제 컨트롤 미숙으로?
“리오 헌터와 로렌스 헌터는 왜 벌써 실드 내구도가 떨어진 겁니까?”
“장난하나. 그럼 네 실드 내구도가 무한이겠어? 진짜 서채윤도 아니면서 존나게 자신 있으시네.”
대답은 홍의윤으로부터 돌아왔다.
“아니, 그야 실드 등급보다 높은 등급의 공격은 막지 못하겠지만 제 실드는…….”
방금 펼친 실드가 S+급인 걸 말할 뻔했던 윤서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S+급 <보호하는 베일>은 이런 S급 옐로우 던전의 거대 뱀의 공격 정도는 막아야 했다. 윤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럼 거대 뱀이 생각보다 강한 공격을….”
“서채 윤서 님, 거대 뱀이 아니에요.”
“뱀이 아니라니요? 다른 몬스터가 있다고요?”
“몬스터도 아니고요.”
“……?”
의아하게 쳐다보는 윤서에게 커플이 그의 뒤를 가리켰다.
생채기도 나지 않는 깨끗한 얼굴로 서서, 움직이지 않는 거대 뱀을 주시 중인 권지한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아. 그런 거였군.’
이들은 아군의 공격에 맞아 다친 것이다.
저 녀석은 얼마나 강하기에 <보호하는 베일>도 무력하게 만든단 말인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