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layed My Death Because Of a Will RAW novel - chapter (99)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99)화(99/195)
#92
“네?”
– 일요일에 뭐 할 거냐고. 낚시? 등산? 피아노 연주?
“알아서 뭐 하게요.”
– 나 할 거 없어서 너무 심심한데 뭐든 좋으니까 같이 하자.
“제가 왜 그쪽과 내 소중한 일요일에 더 소중한 취미 생활을 함께해야 하죠?”
– 사람들은 보통 자기 취미를 남한테 영업하고 공유하려고 하잖아. 들어 보니까 리벤저도 유언으로 남기면서까지 열심히 영업하던데 왜 형은 안 그래? 선 긋는 것 같아서 서운해.
“선 긋는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니니 서운해하셔도 됩니다.”
– 그래서 내일 몇 시에 어디서 볼까?
이 새끼는 사람 말을 듣고는 있는 건가.
윤서는 뒷좌석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다른 방향으로 틀었는지 권지한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 형아, 응? 우리 언제 만나?
권지한이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애교를 부렸다. 윤서는 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웃음이 나와서 손바닥으로 입가를 감싸고는 대답했다.
“새벽 6시.”
– 장소는?
“주소는 메시지로 보내겠습니다.”
– 알았어.
전화를 끊고 윤서는 가리왕산 위치를 맵에 찍어서 권지한에게 전달했다.
새벽 6시에 갑자기 험악한 산 입구에서 만나자는 얘기에도 권지한은 ‘ㅇㅋ 잘 자고 내일 봐 형아’ 같은 답장만 보낼 뿐이었다.
윤서는 햅쌀이를 부둥켜안았다.
대던전에서 죽은 이들을 실컷 떠올리고 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영원히 내일이 안 왔으면 해야 하는데.
오늘은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후련해졌고.
상냥한 박수빈, 장난기 많은 수재희, 새침한 홍의윤과의 만남은 즐거웠으며,
권지한을 볼 생각을 하니 내일이 얼른 왔으면 싶었다.
윤서는 햅쌀이의 따뜻한 표면에 이마를 맞대고 가슴을 주먹으로 꾹 눌렀다.
안에서 잠자고 있는 죄책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