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
0. 프롤로그
사람을 죽인다.박도중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죽은 자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고.”
그는 눈앞에 피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위로 젊은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벌써 4명 째였다. 박도중이 사람을 살해 한 건 말이다.
“내 탓이 아니야.”
그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짜증나고 뭐든지 안 풀린다.중국 발 생화학 성분이 자기 몸에 침투한 게 아닐까?
“요새 들어 폭력사건이 늘어나니까…. 나도 그래. 내 탓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그래! 그놈들 생화학 무기 제조 중에 미국한테 걸렸잖아! 인터넷에서 음모라고 하지만 실수로 그 생화학 성분이 터져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데…. 그것 때 문이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는 박도중이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칼을 물끄러미 보았다.“내 잘못이 아니야. 지나가는데, 시비를 건 저놈 잘못이지.”
“틀려.”바로 그때였다. 박도중의 귀에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너……. 어?”
거기에는 자기가 아까 신나게 찌른 남자가 서 있었다.
180 정도 되는 키에 벗은 재킷 안의 티셔츠에는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보디빌더는 아니더라도 단단한 몸. 무엇보다 조금 전, 뱃가죽을 난도질당한 인간이었다.어느새 재킷을 벗어던진, 남자는 씩 웃었다.그리고 이 살인마에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말도 안 돼…….”
박도중은 자기가 지금 환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이 남자는 다가오면서 침을 뱉었다.
“시비는 네 쪽에서 건 거고. 난, 여자 친구한테 줄 선물 고르는 중이었어. 네가 어깨를 부딪치고 욕하니까 응한 거지. 현실을 부정하지 마. 쓰레기야.”
“너…. 너…. 죽어야 하는데. 이야앗!”
박도중은 기습적으로 뛰어나갔다. 상대가 뭐든 하던 걸 반복하면 된다. 그 생각만으로 손에 든 30㎝ 칼이 전방으로 나섰다.
하지만 사내는 여유롭게 몸을 피하고는 다리를 걸었다.
“커억!”
“뒤질 준비해라.”
어느 새 올라탄 사내의 매서운 주먹이 박도중에게 꽂혔다.
송곳처럼 예리하게 얼굴이 난자당한 박도중이 다급히 몸을 돌리며 칼을 주었다.
“개새끼야!”아무렇게나 휘두른 칼날이 남자의 손바닥을 베어버렸다.
뚝. 뚝. 붉게 내려오는 피.박도중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순간, 남자의 손에서 피가 멎는 게 아닌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마치 재생하는 것처럼 살갗이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게 아닌가.
박도중은 지금 심각한 정신적 혼란을 느꼈다.
“지, 지금? 뭐…. 뭐야?”
“말했잖아? 이런 체질이라고.”
사내의 팔꿈치가 놀란 박도중의 얼굴에 닿는 순간, 코뼈는 잔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끄아아악!”
그 뒤로는 잔인한 구타의 시간이었다. 박도중은 거품을 물고 혼절했고 사내는 피가 묻은 재킷을 털었다.
“뭐, 저 새끼 말을 누가 믿을 리 없으니까. 아, 맞다.”
그는 사후 처리를 위해 경찰을 불렀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 칼 휘두르던 미친놈을 제압했습니다. 네. 네. 위치는…. 중랑구 면목동……. 네. 네. 제 이름이요? 어차피 신분 확인하러 오실 텐데. 네. 신설동이에요. 신설동. 네, 빨리 와주세요.”
사내는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바람에 휘날리는 신문을 보았다.
[중국판 좀비 발생? 중국 산둥 성 공장 지대에서 마구잡이로 사람을 물어뜯는 이가 발생하다.]“좀비? 그런 게 어디 있어?”
1. 악몽의 시작
연쇄 살인마, 박도중은 형사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4건의 살인을 저지른 흉악한 살인범이 말이 말이다.
담당 형사는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쯧. 임자 만났어. 임자 만났어.”
그동안 분위기가 다소 경색됐던 형사과는 치안을 어지럽히는 흉악범의 체포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 잔인한 살인마는 바로 오늘 시민을 습격하다가 오히려 역습을 당해서 피투성이로 맞은 채, 경찰서에 잡혔다.
골머리를 썩이던 형사들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덕분에 형사과 한 쪽에 비치된 TV는 오랜만에 모두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천만 배우에 등극한 충무로 기대주 도하연.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연이은 히트를 치다!] [도하연씨는 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거라고 밝혔으며 차후 활동 계획은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도하연 저거 진짜 어린 게 장난이 아니네.”
“아유…. 진짜 아역 배우 할 때 생각나네. 걔가 저렇게 컸어?”
형사들은 tv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미 전국구 배우로 거듭난 도하연이 화사한 미소로 이 칙칙한 사무실에 웃음을 주고 있었다.
한 덩치 큰 형사는 그 옆의 조연배우를 가리켰다.
“도하연이 마스크가 도도한 편이잖아. 어린데도 뭔가 좀 접근하기 어렵고…. 아현이가 최고지. 예쁘고 다정다감하고. 아유,…….”
“결혼한 놈이 뭘 여자보고 실실 웃어!”
선배의 꾸짖음이 덩치 큰 형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예쁘잖아요. 히야…. 확실히 연예인이…. 커억! 큽!”
그때였다. 덩치 큰 형사는 거칠게 기침을 했다.
“콜록! 크윽! 요새 중국 발 생화학 테러 때문인가….”
“아니, 요새 기침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아?”
사무실에서 자주 들리는 기침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생화학 무기 건으로 군사 대치중인 미국과 중국의 사태에 대비하여 예비군을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발 미세먼지에 생화학 무기에 사용된 성분이 섞였다는 유언비어 유포 자가 잡혔습니다.]“진짜 중국 때문 아니에요?”
박도중 앞에 있는 형사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요즘 들어 감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발 미세 먼지 이야기가 가득했다.
물론, 형사는 지금 박도중의 조서 작성이 먼저다.
농담은 그만두고 다시 떨고 있는 박도중을 보았다.
“야, 그만 떨어. 사람 죽이고 잡혀 온 놈이 이제 와서 뭘 불쌍한 척 떨고 있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
“봤어요.”
“뭐?”
박도중은 계속 떨면서 밖을 보았다.
“제, 제가 찌른 놈. 그놈…. 인간이 아니에요.”
“뭔 개소리야?”
“분명히 저는 그놈을 골목으로 시비 걸어서 유인했어요. 숨겨둔 칼로 찔렀죠. 6번이나.”
담당 형사는 어이가 없던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억한다.
이 박도중을 때려잡은 대학생을 말이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인계 도중 박도중의 머리통을 걷어찼을 정도로 멀쩡했다.
‘이 새끼 정신병으로 감형 받으려 쇼하나?’
형사는 당연히 박도중의 행동을 쇼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야. 개수작 부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 뭔 헛소리야?”
“진짜라고!”
박도중의 수갑을 찬 손이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일순간 주변 형사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시발 새끼가 뒤질래? CCTV 없는 곳에서 쳐 맞아 볼래?”
“또라이 새끼가 어디서 형사한테 화를 내?”
하지만 박도중은 달랐다.
담당 형사에게 달려들 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봤어. 피도 보고 내장도 봤어. 근데…. 상처가 저절로 낫고 일어섰어! 말이 돼? 그건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쯧.”
담당 형사가 전혀 믿지 않는 눈초리를 보이자, 박도중은 별안간 몸을 날리는 게 아닌가.
“시발! 니들이 뭘…. 알아! 컥…. 후우…. 시바라라아아!”
박치기로 담당형사를 박아버리는 순간, 형사들이 무섭게 튀어나와 그를 제압했다.
“이 또라이 새끼가! 영재야! CCTV 뒤쪽으로 돌려!”
당연히 분노한 형사들의 보복이 이어졌다.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담당 형사는 박치기로 얼얼한 코를 어루만졌다.
“아, 미친놈. 진짜 개 또라이 새끼 아니랄까 봐.”
그러면서 그는 박도중을 인계받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히 입고 있던 재킷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옷자락을 들쳐서 멀쩡하단 걸 확인시켜주었다.
물론, 배에는 칼에 찔린 자국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몸이 멀쩡한 걸, 눈앞에서 확인했기에 신상을 파악하고 보냈다.
‘이름이 뭐였지? 맞다. 신설동! 이름이 신설동이라고 했는데.’
살짝 날카로운 인상이어도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근데 그 핏자국…. 이제 보니,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양인가?’
형사는 박도중의 피인 줄만 알았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으니까.
박도중은 얻어맞으면서도 소리쳤다.
“진짜라고! 눈앞에서 상처가 절로 회복됐단 말이야. 그 새끼는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라고…. 콜록! 컥…. 끄억……. 콜록!”
순간, 담당 형사의 귀로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한 박도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침까지? 아주 잘하는 짓이다. 아주….”
평범한 기침…. 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전조에 불과했다.
특이한 능력을 가졌다는 건, 세상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볼 수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자기는 가만히 있어도 타인이 영향을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신설동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학습 받았다.
그가 이상한 체질인 걸 부모가 깨닫고, 남들에게 잘 보이기를 거부했다.
어린 신설동도 그 지시를 받아 자신의 특이체질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았다.
다행히 눈치 채는 이들은 극히 적었다. 초등학생 때야 아직 그런 개념을 몰랐기에 상처받긴 해도 중학교 때부터 나름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도 예비군 1년차에 바로 군대에 끌려갈지는 몰랐다.
[3차 대전으로 이어질 뻔한 중국과 미국의 대치 전이 다행히 UN의 중재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두 달 만에 계엄령을 해제하고, 예비군들을 다시 일선으로 복귀시켰습니다.]뉴스에서 연일 벌어진 두 강대국의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화학무기 개발 건으로 마찰을 벌인 나라의 신경전이 끝났다. 대한민국의 예비군들은 가정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만, 미세먼지는 중재에도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었다.
“이야,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진짜 전쟁 벌어지는 줄 알았네!”
군대에서 제공한 버스에서 내린 예비군들이 쾌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끝났구나.”
“진짜 전쟁 나는 줄 알았네.”
전쟁터에 나갈 신세에서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온 이들의 기쁨은 그 어느 때 보다 컸다.
신설동도 그 중 하나였다.
투블럭으로 짧게 친 머리를 매만지며 그는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도 친하지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누는 저마다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흠흠. 재생력이 좋다고?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처음 자신의 능력에 들은 포대장은 허탈하게 웃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어이없는 망상.
하지만 신설동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마치 연기처럼 상처가 사라지는 장면에 포대장과 김 소위는 경악했다.
결국, 사고를 함구하기로 약조하고 끝냈다.
[설동아, 오늘 제민이가 복귀 기념으로 파티를 연대. 갈 거야?]근 2달 만에 돌아온 현실. 여자 친구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 간만에 여자 친구 얼굴도 보고 가야지.”
신설동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콜록.
그러던 중, 신설동의 옆에서 한 군인이 기침하며 지나갔다.
콜록.
콜록.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터졌다.
‘아직 추울 때지.’
신설동은 별 생각 없이 그 기침 소리를 해치며 나아갔다.
콜록.
콜록.
파티 장은 난데없는 감기몸살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감기 파티를 하게 될 줄이야.”
신설동은 이 파티 음악 소리를 뒤덮을 기침 소리에 어이가 없어 했다. 홀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핑거 푸드와 함께 하는 클럽형 파티다.
다 같이 신나게 즐겨야 하는데, 지금 여기저기서 댄스보다 기침에 몸을 맡기고 있다.
“지금 중국 발 미세 먼지가 작살나잖아. 이번에 또 흘러 나왔더만.”
그의 옆에서 값비싼 옷으로 차려입은 친구가 다가왔다.
강제민. 부모 잘 만난 금수저지만, 대학 와서 친해진 친구 중 하나였다.
참고로 그는 이번 계엄령에 안 끌려간 이 중 하나다.
신설동은 고개를 저었다.
“나 참. 도움이 안 돼, 그놈들 때문에 우리……. 는 아니구나. 나만 들어갔지. 이 개자식아!”
“크흐흐흐! 이건, 어쩔 수 없어. 우리 부모님이 돈이 많잖아.”
“그건 그렇지.”
솔직하게 인정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친구의 모습에 신설동도 다시 웃었다.
저런 성격이야말로 이 친구가 돈이 많음에도 없는 자기들 무리에 무리 없이 섞인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설동아. 내가 특별히 너한테만 선물 하나 주려고.”
“뭘?”
신설동이 날카로운 눈을 돌리자, 그의 앞에 마닐라 관광 전단지가 있었다.
“씹새야! 비행기티켓을 주던가. 누굴 놀려?”
“일정 잡아.”
강제민은 미소를 지었다. 저 말의 의미가 이제 단박에 이해되었다.
“잠깐……. 마닐라까지 가는 비용이 얼마인데.”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다른 놈들이 나랑 거리 둘 때, 먼저 도와준 게 너잖아. 부모님 모시고 효도 한 번 해드려라.”
신설동은 이 친구의 배려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대로 강제민을 안아주고 서로 술을 원샷 했다.
“잘한다. 아주. 여자 친구도 안 보고 둘이 이야기나 해?”
신설동의 곁으로 크롭티와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다가왔다.
신설동은 환하게 웃었다.
“민서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놈이 나보고 효도하란다.”
“그래? 음…….”
민서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설동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뭔 일 있어?”
“아니야. 아니, 그냥 생각이 많아서. 상인이도 파티에 왔어.”
“상인이? 이놈도 발 빠르네. 우리 심약한 꼬마한테 가볼까?”
신설동은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동기들을 만나러 이 클럽을 헤집었다.
대학교 4학년.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은 계엄령이라는 공포 속에 간신히 현실에 녹아들고 있었다.
민서와 같이 다니면서, 신설동은 군대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 중 베스트에 들 만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얘가 왜 이렇게 말을 안 하지?’
대화하는 게 보통 민서가 이야기하고 설동이 받아주는 거였다면 이번에는 반대가 됐기 때문이다.
“기분 안 좋은 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