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
설동이 손을 들어 아까 지나친 게스트 하우스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그것’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홀로 적막감을 뽐내었다.
정 할아버지가 놀라서 말렸다.
“미쳤어?”
“어차피 사람들이 있는 곳은 우리를 받아주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차라리 아무도 없다면…”
좀비를 죽이고 빈 곳을 차지한다.
“가요!”
설동의 외침에 이들은 아무 반론도 못 하고 바로 움직였다.
움직이는 게 생존에 더 도움이 된다. 이들도 무의식중에 그걸 실행하고 있었다.
기괴한 소리를 뒤로하고 이들은 코앞의 게스트 하우스로 달렸다.
약간 거리를 두고 똑같이 새긴 건물에는 커튼에서 불빛이 보였다.
그에 비해 그들이 바로 보게 될 앞쪽 게스트 하우스는 유리창이 깨지고 그것들만 있을 뿐.
‘사람이 숨었을 수도 있지만….’
알게 뭔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설동은 자신의 신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려 했다.
“모두 기다려요. 저놈 잡을 테니까.”
피가 묻은 도끼고 공중에서 위협적으로 휘둘러졌다.
‘감염되면 어떻게 하지?’
설동은 재생능력을 갖춘 특이인간이지만, 감염 여부는 의문이었다.
자신이 감염된다면?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해야 하기에 움직일 뿐.
“구오….”
저벅저벅 뒤를 돋는 좀비를 향해 설동이 살금살금 걸었다.
마치 게임에서 잠입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이다.
“고…”
상대는 설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두근. 두근.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설동의 손은 뒤통수를 훤히 내놓은 상대에게 향했다.
다시 한 번, 경쾌한 소리가 좀비의 머리통에 꽂혔다.
그것인지, 좀비인지 모를 사람이 쓰러지고 설동은 앞장서서 부서진 창문을 통해 몸을 들이민 순간이었다.
“아악!”
안쪽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굴러들어온 돌. 설동은 자신들의 처지를 그렇게 판단했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쳤다.
아들 하나 있는 가족 3명, 안경을 쓰고 자신을 째려보는 남자 하나. 거기에 누가 봐도 휴가 나온 군인 하나.
총 5명이 자기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문부터 닫죠.”
설동은 자기가 해야 할 걸 확실히 했다.
밖에 나가 있는 인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당신들 뭐야?”
그때, 안경을 쓴 남자가 몸을 비틀거리며 일으켜 세웠다.
설동은 주변을 경계했다.
“지금, 바깥에서 난리가 나서 잠시 피해온 거예요.”
“남의 게스트 하우스에요? 지금 이거 무단 침입 아니에요?”
설동은 생뚱맞은 얼굴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어디 자다가 왔나?’
남자는 이들의 앞에서 더는 움직이지 말라고 외쳤다.
“왜 남의 게스트 하우스에 멋대로 들어오는데요?”
“밖에 상황이 개판이 돼서요. 지금 밖에 있던 남자를 보고도 몰라요? 군대가 이 근처를 봉쇄했어요.”
“정부가 소요 사태를 막는 거잖아요? 당신들이 왜 여기를 오는 건데요?”
남자의 말이 끝나고, 설동은 잠시 감정과 이성이 격렬하게 충동했다.
‘참자. 여기 사람들하고 척지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간신히 이성이 승리하고 설동은 바깥에 죽은 ‘그것’을 가리켰다.
“밖에 저거 여기 사람 아니에요?”
“네. 맞아요.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유리를 깨고 난리를 치더군요.”
안경 사내의 말이 끝나고 군인이 조심스레 바깥을 내보았다.
“근데 어떻게 됐죠?”
“죽었어요.”
설동은 커튼을 닫으며 같이 온 이들과 같이 소파와 의자로 창문을 막기 시작했다.
남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당신들 뭐하는 거야!”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요.”
설동과 나머지 인원들은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막으려 하는 거다.
하지만 이들은 의아해했다.
“당신들 대체 뭐야? 갑자기 들어와서 왜 엉망으로 만들어?”
“그 주인 변한 거 못 봤어?”
설동이 거세게 소리치자, 남자는 움찔했다.
“그거 주인이 미친 거잖아? 그거랑 뭔 상관인데?”
“미친 게 아니라 감염된 거라고. 지금 바깥에는 그놈들로 난리가 났어.”
“하…. 지금 뭔 소리야?”
안경 쓴 남자, 석준일은 지금 자기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난데없는 감염이라니…. 아저씨 영화 좀 그만 봐요. 감염이래.…. 주인 놈은 갑자기 흥분해서 바깥으로 다이빙하더니. 하. 어이가 없네.”
“바깥에 나가보기는 했어?”
“왜 나가? 쉬고 있었는데?”
“총소리도 안 들렸나?”
“정부가 소요 사태를 막는데 쏴댔겠지! 시발, 그것도 생각 못 하냐? 여기서 나가기나….”
바로 그때였다.
설동의 주먹이 안경 쓴 남자의 얼굴을 향해 번개같이 나갔다.
“컥!”
한 대 맞고 나자빠진 석준일은 놀라서 고개를 든 순간, 가차 없는 발길질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야. 닥쳐.”
“설동 씨. 진정해요.”
덕준이 그를 말렸다.
설동은 몸을 돌려서 바깥의 전황을 살폈다. 그사이 석준일은 남미 커플에 의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다…. 당신 신고할 거야.”
“해 봐.”
“뭐?”
“지금 당장 전화해서 경찰이 오는지 확인하라고. 위협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석준일은 다급히 휴대전화기를 들었다. 당연히 112를 눌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우리를 소탕할 거니까.”
설동이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었다. 석준일은 기분이 나빴지만 반발하기에는 아까 받은 충격이 컸다.
보다 못한 정 할아버지가 나섰다.
“젊은 놈이 왜 그리 눈치가 없누. 지금 감염자들이 급증해서 서로 깨물고 난리 쳐! 감기처럼 콜록거리다가 급격히 흥분한다고! 저기 밖에 죽은 주인이 기침 안 하든?”
“해, 했어요.”
군인이 답했다. 정 할아버지는 기분 나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나 더 곧 제주도를 봉쇄한다 하더군. 높으신 분들은 이미 탈출 중이야. 저번 정권 부패하고 권위로 가득 찼다고 욕하고 당선된 놈들이 다 똑같아.”
“네? 제주도를 봉쇄한다고요?”
“내 고교 후배에게 이야기를 들었지. 제주도 민항기 기장인데 지금 고위직들이 죄다 공항으로 모셔오고 있다더군.”
정 할아버지의 말에 3인 가족은 당황해했다.
“그, 그러면 지금 나갈 수 없다는 건가요?”
“우리도 좀 가다가 막혀서 가지 못했어요. 심지어 군인들이 돌아가라고 한다고요.”
설동이 마무리를 지었다.
이곳에는 깊은 어둠이 깔렸었다. 다들 반신반의 하면서도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석준일은 고개를 저었다.
“난, 못 믿어. 웃기지 마. 인터넷에 제주도 통제한다고 하니까 그냥 전염병으로 격리 조치라고 하던데? 발표가 잘못된 거 아니야?”
“당연히 다른 지역에는 그렇게 하겠지. 근데 왜 도로를 통제하고 우리를 다시 돌아가라 하고 있어. 심지어 소요 사태가 어디서 일어났는지 모르고. 무작정 들어가라 하는 거 수상하지 않아?”
설동은 그러면서 게스트 하우스를 뒤져 테이프를 꺼내왔다.
커튼과 기물들을 둘러서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조악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일단, 쉴까요?”
설동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나 피로하다.
고요해진 게스트 하우스 속에서 설동은 샤워실로 향했다.
땀도 많이 나고 지쳤다.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그는 그렇게 따뜻한 물에 몸을 던졌다.
설동 일행이 그렇게 샤워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석준일은 자기네 게스트 하우스 쪽 사람들을 모았다.
“여러분. 지금 저 말 진짜 일거 같아요? 그냥 깡패들 아니에요?”
석준일은 ‘그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 주인도 그냥 미쳤다고 생각하기에 위험성을 모른다.
‘그 좆같은 새끼. 사람을 쳐?’
무엇보다 폭력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한이 남은 그 앞에 군인, 오종훈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깡패라기에는 다들 다급해 보였어요. 게다가 그 사람 도끼까지 들던데요.”
“일단 더 연락해보고 하는 게 늦지 않아요.”
3인 가족의 가장, 정성윤이 따라 말했다. 석준일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생각해보세요. 생판 모르고 도끼 들고 다니는 미친놈들이랑. 감염? 대체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경험하지 않은 자는 모른다.
석준일은 그들이 막아놓은 커튼을 보고 혀를 찼다.
이 게스트 하우스는 6인용이다. 저들은 무려 5명. 자리가 부족하다.
석준일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남의 자리는 빼앗지 말라고요.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눔아! 한 자리 남으니 좀 쉰다고!”
누우려던 정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뭐! 돈 필요해? 돈 필요하면 준다고! 어린놈이 싸가지가 없어가지고.”
“뭐라고요?”
석준일의 표정이 일그러질 때였다. 남미 커플이 끼어들었다.
“미안해요. 저희도 급해서 좀 봐주세요.”
“후우. 진짜 오늘 왜 이래.”
이해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석준일은 답답한 마음에 커튼이 처진 창 앞에서 섰다. 시원하게 바깥 야경이라도 보고 싶건만, 저들은 극구 말렸다.
‘시발 알게 뭐야. 다들 미쳤어. 그냥 약 먹고 단체로 환각이라도 봤나.’
석준일은 커튼을 젖혔다. 동시에 그의 눈이 커졌다.
근처에서 경찰복을 입은 사내 하나가 다가오는 게 아닌가.
석준일은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
[상대가 이쪽을 바라본다. 석준일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이쪽이요! 이쪽! 왜 이제야 와요!”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그때 남미 커플이 달려왔다.
“커, 커튼을 닫아야 해요.”
“당신들이 뭔데? 경찰 아저씨! 이쪽이에요!”
석준일은 경찰을 불렀지만, 다가오는 게 느렸다. 그 사이 정 할아버지가 나와서 강제로 문을 닫았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뭣도 모르는 놈이야! 지금 저건 경찰이 아니야!”
“아니, 이 사람들 왜 그래요? 저게 경찰이 아니면 뭔데요? 진짜 열 받게 하네.”
이들이 옥신각신할 때였다.
“고…….”
창밖에서 기묘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와…. 편하다.”
피로를 씻는 물줄기를 뒤로하고 설동은 기분 좋은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서 복싱 도장에 간 것이 운동의 시작이었다.
그 덕인지, 그의 몸은 비만이라는 것과 동떨어진 상태였다.
근육질의 몸이 거울 앞에서 드러났다. 한 것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도 현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미쳤어. 미쳤다고.’
하루 만에 일어난 대참사. 아직도 정신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설동이 이제 화장실에서 신나게 나올 때였다. 그의 귀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도끼를 든 그가 소리가 난 곳으로 이동하자, 거기에 경찰 복장을 한 남자가 창문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석준일이 발작하듯 비명을 내질렀다.
“나와!”
도끼가 다시 천장까지 치솟아 올랐다가 내려 찍혔다.
뇌수가 사방에 퍼지고, 움직이던 그것은 침묵했다.
짝!
일이 끝나자마자, 정 할아버지의 손바닥이 움직였다.
“이 미친놈이! 누구를 죽이려고!”
“아니…. 아니…. 왜….”
석준일은 뺨을 맞고 어안이 벙벙했다. 드디어 눈앞에서 제대로 된 ‘그것’을 보았다.
정신이 나갈 듯 온 몸을 떨었다.
“뭐, 뭐, 뭐, 뭐야…. 겨, 겨, 경찰이…?”
“말했잖아 감염됐다고.”
설동이 짤막하게 말하고 군인을 가리켰다.
“저거 책장 같이 옮기죠.”
“네? 네.”
군인과 설동이 책장의 책을 다 빼버리고 창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거기에 다시 책을 집어넣어 안전을 더했다.
이곳은 거실 중앙에 소파와 벽난로 같은 디자인에 TV가 있었고, 원형으로 4개의 창문이 있다.
그중 두 곳을 막았다.
나머지 두 곳도 막아야 하기에 이 거실의 장식물들을 죄다 움직였다.
석준일은 충격이 컸는지,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커억. 크억. 허억. 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