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00
이윽고 감염자들이 소리에 이끌려 코너 부근으로 나왔다.
그리고 예외 없이 설동에게 발이 걸렸다.
여차하면 물릴 수도 있는 위험한 작업.
하지만 설동은 가능하다.
도끼가 휘둘러지고, 방망이가 휘둘러졌다.
이들은 익숙한 것처럼 감염자들을 처리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설동이 굳이 주변 눈치를 보지 않으니 매우 과감해진 것도 이점 중 하나였다.
“야! 와!”
그는 사방에서 위험한 진열대 사이에서 홀로 소리쳤다.
3인방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주경계를 하는 사이, 설동에게 감염자들이 조금씩 달려 나왔다.
“이쪽이다! 이쪽이라고!”
소위 말하는 몰이다.
한꺽정은 허허 웃었다.
“보통 저런 미친 짓은 못 하지.”
빈성우도 동의했다.
“쟤만 가능한 거야. 진짜로.”
“진짜 마트 안의 감염자 수가 적어.”
윤주현이 화살을 매만졌다. 저렇게 몰이를 한 상태에서 이제 그들이 나설 차례였다.
윤주현이 최대한 수를 줄이고 한꺽정과 빈성우가 투입된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반복하던 것이 다시 나섰다.
위험을 감수해줄 능력자. 그게 바로 설동인 거다.
이들이 다시 중앙에서 모일 때는 스무 마리 가까운 감염자들이 쓰러진 상태였다.
이들은 더욱 전진했다.
이전에 도주하는 창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조로운 작전을 시행하면서 감염자는 그저 손쉬운 먹이었다.
물론, 위급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
“기에에엑!”
창고 박스 더미에서 갑자기 감염자가 윤주현을 덮쳤다.
일촉즉발. 하지만 곧 설동의 팔이 감염자의 입가에 들어갔다.
“윽!”
설동의 짧은 신음. 한꺽정이 매섭게 감염자를 후려쳤다.
“괜찮아?”
“물론.”
새삼스럽게 설동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윤주현은 설동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끝이다!”
단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오죽 빨랐으면 이들이 무전기에 대고 작전 종료를 알리자, 군부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직접 오고 나자, 이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거다.
설동 4인방이 돌아오고 이 피난민센터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하지만 그들을 싫어하는 김반은 분을 삭이고 있었다.
“시발, 말이 돼? 어떻게…….”
그로서는 가장 일어나고 싶지 않은 현실이 일어난 거다.
더불어 마음속에는 격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2. 난국
이 인천 피난민 센터 A 구역은 그야말로 잔치가 열렸다.
최전선 부대, 감염자의 위협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설동 일행이 큰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구상준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설동 일행의 노고를 위로했다.
“자네들 덕분이군. 더 좋은 게 뭔지 아나? 보급도 마침 왔다는 거야.”
그 목소리에 주변에서 환호가 들렸다.
지지부진하던 보급이 띠어 도착했고, 마트를 뚫으면서 생필품들이 보급되었다.
이러니, 파티를 열 수밖에 없지 않는가. 또한, 여기에는 스트레스 해소도 목적이 있었다.
지속 전투와 스트레스가 감염자로 변하는 방법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노고도 위로하고 그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그게 이번 파티의 목적이었다.
“고기질은 좋지 않네.”
한꺽정은 삼겹살을 한 점 입에 물었다. 하지만 보급은 보급.
고기는 가치가 떨어지는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크나큰 목적이 처리 됐고, 보급이 원활해졌다는 거에 사람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설동은 한 사람당 3개씩인 상추를 집어 들었다.
“고기 제한은 들어봤어도 상추 제한은 처음 듣네.”
“그러니까. 이런 때가 되니까 되려 쌈 채소가 부족하네.”
빈성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위급상황에서 최우선으로 육류를 보호하기에 채소류는 오히려 기근 현상이었다.
심지어 술도 채소에 비하면 수량이 더 많을 정도였다.
보급된 맥주 한 캔씩을 들고 이들은 가볍게 취기가 오른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은 정비니까 푹 쉴 수 있겠네.”
윤주현은 기지개를 켰다. 약속한 대로 이들은 마트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으니, 정비가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이들은 이제 집에 들어가서 쉬려고 할 때였다.
“야!”
그때, 그들의 앞으로 술병을 들고 있는 김반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설동은 다른 것보다 술병에 시선을 보냈다.
“반장들은 술병을 주네. 부럽네.”
“그러게.”
윤주현이 코웃음을 치며 지나가려고 하자, 김반은 갑자기 병을 휘둘렀다.
“이 새끼야! 멈추라고!”
“왜 이래?”
누가 봐도 술에 취한 김반은 삿대질을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너희 같은 놈들이 뭘! 말도 안 돼. 잘난 척하고 있어. 나도 왕년에….”
“아, 그래. 잘나셨어.”
설동은 한 방에 무시했다. 김반은 분노하여 쫓아갔지만, 설동은 발 하나 내밀어 그를 가볍게 넘어트렸다.
“바닥이랑 주접떨어라.”
“이 자식!”
김반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술에 취한 그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말 그대로 무시당한 거였다. 곧, 심민욱과 수찬이 그를 부축하며 떠나간 그들을 노려보았다.
숙소로 돌아온 설동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인터넷은 마치 고요의 바다처럼 잠잠했다. 뉴스 몇 개가 올라오는 걸 빼놓고는 모든 게 조용했다.
[피난민 커뮤니티]다른 대형 커뮤니티도 조용해지고, 생존자들은 일단 한 군 데로 몰려들었다.
[부산은 어떻게 될까요? 밖에 나가지도 못해요.]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고 하는데 진짜예요?] [일단, 군인들이 발전소 쪽으로도 많이 있어서…. 아무래도 필요 없는 시간대나 지역은 차단한 듯?] [서울인데 어떻게 해! 주변에 감염자가 바글바글 하다고. 정부는 무슨 선조야? 의정부로 도주했네? 서울 사수한다고 그렇게 방송 때리더니……. 런승만 2냐?]역시나 암울할 뿐이다. 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알게 뭐야. 난 무조건 서울로 간다.’
설동의 목적은 확고했다. 가족이 있는 서울로 들어간다.
‘근데 왜 연락이 없지?’
설동은 최근 연락이 안 되는 서울 피난민센터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기자도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적으니 상황을 알 도리가 없는 거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
대답 없는 수신음. 휴대폰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하아….”
술기운에 곯아떨어진 친구들을 뒤로하고 설동은 화장실로 향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게 이토록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내일 당장에라도 서울로 보내달라고 할 거야. 정 안 되면 무조건 나간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설동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심기일전하며 나가려고 할 때였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기습적인 둔기를 맞고 쓰러졌다.
설동이 눈을 뜬 건, 어느 어둑한 지하. 그가 눈을 뜨자, 갑자기 발길질이 얼굴에 날아왔다.
“커억!”
“야, 일어나. 시발놈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건…. 심민욱?’
그가 코피가 흐르는 얼굴을 들자, 거기에는 20명이 넘는 이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여긴 또 어디야?’
컴컴하고 작은 전구가 보인다. 퀴퀴한 냄새는 아무래도 지하층이라는 거다.
설동은 눈알을 굴리며 주변에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행정실인가? 아니다. 조금 더 넓어. 교무실이야. 근데 낡았어. 안 쓰이는 쪽인가?’
책상 배치나 그 길이가 상당히 넓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설동은 지금 두 손과 발이 묶여 있다는 것.
그리고 심민욱과 수찬 패거리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
목적은 뻔해 보였다.
“어이가 없네. 이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알고?”
설동은 단세포적인 이들의 보복 극을 비아냥거렸다.
정말로 단순하게 이들이 살인을 저지를 생각이 아니라면, 설동은 그냥 이걸 보고하면 게임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분풀이를 위해서 설동을 지금 이렇게 납치한 거였다.
설동은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 교무실은 보통 반장들이 회의하지 않나? 평소에 자물쇠로 잠겨 있잖아? 어떻게 들어왔지?”
“닥쳐!”
수찬의 발차기가 설동의 복부에 꽂혔다.
이들은 각자 둔기를 들고 있었다.
“모난 돌은 먼저 맞기 마련이야. 그렇지 않나?”
심민욱이 둔기를 설동의 팔뚝에 휘둘렀다.
“커억!”
“넌, 너무 깝죽거렸어. 우리가 널 단순하게 쥐어 패는 걸로 생각해?”
“그거 말고 뭐가 있는데?”
설동이 어이없어하자, 이들은 코웃음을 쳤다.
“죽일 거야. 정말로.”
수찬은 살기 어린 눈으로 설동을 노려보았다. 그 눈은 진심이었다.
“미쳤군.”
설동은 이들의 미친 행각에 할 말을 잃었다.
‘진짜로 할 기세인데.’
하지만 설동은 자신의 입이 자유로운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를 납치한 패거리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내가 소리를 지르면, 너희는 다 끝일 텐데?”
“아, 올 사람은 없을 거야.”
심민욱이 다시 둔기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머리였다.
설동은 큰 충격을 받고 고개를 움츠렸다.
“보초, 경비. 다 우리 패거리니까.”
“그런 우연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같은 패거리가 운 좋게 자신을 납치한 시간대에 보초를 선다?
“김반이 사주한 거지?”
그렇다. 이런 행태를 부릴 사람은 반장 직책에 있는 자여야 한다.
김반이면 이 모든 게 설명된다.
수찬은 다시 둔기로 설동의 등을 후려쳤다.
“그러니까,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보러 오겠지. 멍청한 놈들아. 소리를 지르는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들리지 않을까? 지네 수장 닮아서 대가리는….”
설동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상대를 도발했다.
수찬의 발길질이 그의 머리통을 갈겼다.
“이 새끼가. 진짜 쳐 돌았나!”
한 번, 두 번, 설동은 몸을 비틀며 고통을 피하려 했다.
수찬의 분노한 발길질이 그의 몸을 구타하는 사이에 박차연이 다가왔다.
“근데 진짜 입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별걱정은…….”
하지만 정작 수찬과 심민욱도 이 밀폐된 공간을 신용하지 못하는 듯 테이프를 들고 왔다.
“근데 네 새끼도 졸라 멍청해. 그럴 시간에 비명을 지르면 되지 않나? 바보도 아니고. 어차피 한두 번 질러봤자 사람들이 바로 반응해줄 리는 없지만.”
“…….”
설동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이게 그의 계획이었다.
패거리 중 하나인 촉새가 다가와서 입을 막으려는 그때, 설동은 기다렸다는 듯 촉새를 물어버렸다.
“아악!”
“이 시발, 뭐하는 짓이야!”
촉새가 설동을 밀쳐내며 물러섰다. 이 행동의 의미는 단 하나였다.
‘비행기에서 이런 기분으로 행패를 부렸구나?’
그는 감염된 걸 앞세워 진상 짓을 하던 이들을 기억했다.
그렇다. 똑같이 행동한 거다. 단지, 설동은 감염자가 아니라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저놈들은 모르지.’
물렸다. 이 행위 의미는 저들이 더 잘 알 거다. 감염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행위 하나만으로 이곳의 분위기는 급변하니까.
“이게 뭐야. 난….”
“이 새끼가!”
심민욱이 열 받아서 그를 걷어찼지만 설동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한 번에 용수철처럼 꿈틀거려 고개를 심민욱의 다리 사이에 위치하는 데 성공한 거다.
이다음은?